[차한잔] 수컷들의 객기, 팔씨름 하십니까?
남자들 어릴 때 참 많이 하는 힘자랑 중 하나가 팔씨름이죠.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체육대회와 같은 특별한 자리가 아니면 할 기회가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유치한 객기어린 경쟁을 요즘도 합니다.
상대는 저랑 덩치가 비슷했던 대학친구인데요. 술 한잔 같이 할 때 요즘 뜸했다 싶으면 팔씨름 한 번씩 합니다.
이 친구는 전완근을 타고 나서 뽀빠이 같은 팔뚝을 가졌습니다. 거기다 펀치도 세고 깡도 좋아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1대1 싸움은 누구한테도 안 졌다고 떠벌렸던 유치한 친구입니다.
학생 때 저는 이 친구한테 팔씨름은 게임이 안 됐는데요. 나이 들고 저의 체중이 늘면서 제가 역전했습니다.
그 친구는 아직도 70키로 초반대 날씬한 몸매인데, 저는 결혼하고 10키로 이상 쪘으니까요.
그래서 10여년간 항상 제가 쉽게 이겼어요. 그리고 은근히 그친구 속 긁는 말을 던집니다.
"자식아, 너는 나랑 일단 체급이 안 돼. 고기 좀 더 먹고와라."
그러다 며칠 전, 코로나 때문에 거의 반년만에 만나 익숙한 팔씨름을 또 하였습니다.
어이쿠.
제가 졌습니다.
저 요즘 운동 꾸준히 하거든요. 키180에 몸무게 86~7키로 나가는데 턱걸이 최대 13개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 놈한테 졌어요. 전에 만났을 때보다 몸이 좋아졌다 싶어 물어보니 자기도 근력운동 좀 했다네요.
충격받고 다짐했습니다.
그동안 산책 위주로 운동했는데, 이제 아령 좀 들어야겠다. 여름도 가까워졌고.
이 이야기를 오늘 저녁식사시간에 가족들에게 말했더니, 마누라도 딸들도 어이없어합니다.
중년남성이 유치하게 팔씨름이 뭐냐고.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난 이번 선거결과보다 내가 팔씨름 진 게 더 충격적이야!"
팔씨름은 졌어도, 아직 이렇게 유치하게 놀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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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줄에서 무릎을 탁!! 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