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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수컷들의 객기, 팔씨름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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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4-14 21:07:16

남자들 어릴 때 참 많이 하는 힘자랑 중 하나가 팔씨름이죠.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체육대회와 같은 특별한 자리가 아니면 할 기회가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유치한 객기어린 경쟁을 요즘도 합니다.
상대는 저랑 덩치가 비슷했던 대학친구인데요. 술 한잔 같이 할 때 요즘 뜸했다 싶으면 팔씨름 한 번씩 합니다.
이 친구는 전완근을 타고 나서 뽀빠이 같은 팔뚝을 가졌습니다. 거기다 펀치도 세고 깡도 좋아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1대1 싸움은 누구한테도 안 졌다고 떠벌렸던 유치한 친구입니다.
학생 때 저는 이 친구한테 팔씨름은 게임이 안 됐는데요. 나이 들고 저의 체중이 늘면서 제가 역전했습니다.
그 친구는 아직도 70키로 초반대 날씬한 몸매인데, 저는 결혼하고 10키로 이상 쪘으니까요.
그래서 10여년간 항상 제가 쉽게 이겼어요. 그리고 은근히 그친구 속 긁는 말을 던집니다.
"자식아, 너는 나랑 일단 체급이 안 돼. 고기 좀 더 먹고와라."

그러다 며칠 전, 코로나 때문에 거의 반년만에 만나 익숙한 팔씨름을 또 하였습니다.
어이쿠.
제가 졌습니다.
저 요즘 운동 꾸준히 하거든요. 키180에 몸무게 86~7키로 나가는데 턱걸이 최대 13개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 놈한테 졌어요. 전에 만났을 때보다 몸이 좋아졌다 싶어 물어보니 자기도 근력운동 좀 했다네요.

충격받고 다짐했습니다.
그동안 산책 위주로 운동했는데, 이제 아령 좀 들어야겠다. 여름도 가까워졌고.

이 이야기를 오늘 저녁식사시간에 가족들에게 말했더니, 마누라도 딸들도 어이없어합니다.
중년남성이 유치하게 팔씨름이 뭐냐고.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난 이번 선거결과보다 내가 팔씨름 진 게 더 충격적이야!"

팔씨름은 졌어도, 아직 이렇게 유치하게 놀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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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4-14 21:07:40

막줄에서 무릎을 탁!! 칩니다.

WR
2021-04-14 21:32:27

네.
사실은 친구 이야기, 우정 이야기였습니다.
누구나 한 명씩은 있을 법한... ^^

2021-04-14 21:13:12

몇 년 전엔 지인들이랑 놀 때 하자고 하던 사람이 꼭 있어서 가끔 했었는데,

팔힘 쎄다고 자부하는 여자들이랑 팔목잡고 하면 지는 남자들도 꽤 있고 자존심 상해하는거 보고 재밌죠 ㅋㅋㅋ

글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저도 마지막 줄처럼 별거 아닌 사소한 걸로 재미있어하긴 했었네요ㅋㅋ

WR
2021-04-14 21:33:28

그렇죠.
체면 버리고 유치하게 놀면 재밌습니다.^^

2021-04-14 21:21:20

추천했습니다^^

WR
2021-04-14 21:33:46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2021-04-14 21:26:45

처남이 회사 후임하고 팔씨름하다가 팔뼈(?)가 부러지는 (정확히 말하면 박살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도대체 어떻게 팔씨름을 하면 팔이 저 지경이 되나 싶은데 (처남 몸무게 100kg) 하여간 팔씨름도 위험한 놀이구나 생각했더랬죠.

WR
1
2021-04-14 21:34:46

헉!
처남분 후배님이 드웨인존슨이었나요?
100키로 거구를 어떻게... 믿기지 않네요.

2021-04-14 21:41:14

회사 10살 어린 후배놈이 자꾸 팔씨름 하자고 합니다. 체급도 비슷하여 가끔씩 하는데 못이기겠어요 ㅠ.ㅠ
나이가 깡패에요. 저는 오십이 넘었어요. 나쁜 시키. 가끔 저주지...

WR
2021-04-14 22:11:53

고스톱은 져줄 수 있어도 남자가 팔씨름 져주는 건 용납하기 힘든 일이지요. ㅎㅎㅎ

2021-04-14 23:32:20

이긴 사람이 밥사기! 시전 하셔야죠

2021-04-14 21:43:41

저는 팔이 얇은 편인데
누가봐도 지게 생겼는데
자꾸 이기니까
다들 놀래 하더라구요.

누군가 내 팔 보고 그러더군요.

‘압축 근육’ 이라고....

대신에
팔씨름할때
등하고 어깨쪽 근육보고
연속으로 이긴걸 이해하더라구요.

WR
2021-04-14 22:13:41

맞습니다.
팔씨름에 있어서, 등과 어깨 근육도 전완근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그나저나 몸이 좋으신가봅니다. ^^

2021-04-14 22:17:52

담번에 리매치로 링에서 한번 붙으시는겁니다
화이팅

WR
2021-04-14 22:33:25

ㅎㅎㅎ
안 그래도 벼르고 있습니다.
팔근육이 실생활에 도움될 때가 없어 팔운동 거의 안 하는데, 이제 쇳덩이 좀 들어볼까해요.

2021-04-14 22:54:57 (119.*.*.71)

저는 팔씨름을 자주 하는데, 진다고 기분 나쁘거나 이긴다고 자존심이 서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근력 운동을 하는데, 제 팔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간간히 테스트 하는 느낌으로 합니다. 제 동생만 해도 저한테 팔씨름은 팔목을 잡혀도 지지만 만능 스포츠맨이라 팔씨름 이긴다고 딱히 제가 우월한 느낌도 없고 그러네요.ㅎㅎ

WR
2021-04-14 23:03:57

네 그렇지요.
운동능럭은 고사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나 간수치, 혈압, 당수치가 정상 범위인 것만해도 감사한 나이이지요.
그래도 애들처럼 이렇게 유치하게 팔씨름으로 티격태격하는 게 푸근하고 따듯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

Updated at 2021-04-14 23:37:56

체력장 끝나고 해본적 없는 턱걸이를 작년 가을부터 단지내 공원에서 일단 매달려봤습니다 처음에는 팔도 안굽혀지더니 요즘은 턱을 대지는 못해도 오르락내리락을 5개 겨우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13개를 하신다니.. 저에게는 다른세계 이야기같습니다

WR
2021-04-15 07:29:41

안 하시다 철봉에 매달리면 거의 다 그렇죠, 뭐. ^^
저는 허리가 안 좋아서 등근육 운동으로 턱걸이 자주 해요. 하다보니 조금씩 늘었구요.

2021-04-14 23:52:29

 소소한 경수필 참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 

WR
Updated at 2021-04-15 07:31:58

칭찬 감사합니다.
이런 소소한 재미로 힘 내서 세상 살아갑니다. ^^

2021-04-15 07:12:12

제 술버릇중 하나입니다

WR
2021-04-15 07:31:42

언제 술 한 번 같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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