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9촌 - 한 직장에서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9촌 혈연을 한 직장에서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저의 형님 이야기입니다.
작년 가을에 어머니와는 6촌이신 아저씨 한 분께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어머님은 어릴 적에 시골의 집성촌에서 자라셨는데, 외동딸이었던지라 주변의 4촌이나 6촌 형제들과 친하게 지내셨고, 특히 돌아가신 아저씨와는 한 살 차이로 친 오누이 만큼 가깝게 지내셨죠.
형님은 해외 줄장 중이었고 제가 어머님 모시고 문상을 갔습니다. 경조사로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끼리 일종의 호구조사(?)가 의례히 이루어지는 법이라서, 누구 누구의 아들/딸/손자/손녀들은 어디에서 뭐하며 살고 있냐/있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마련인데...
저와 8촌 되는 형님 한 분이...
"안양아지매(한 때 안양에서 살아서 어머님은 외가쪽에서 안양아지매로 통합니다) 큰아들(저의 형님을 가리킴)이 AA회사 다닌다던데, BB아지매(돌아가신 아저씨의 제일 큰 누님으로 역시 어머님과 잘 알고 지내셨고 아주 오래전에 돌아가심) 외손녀 CC도 AA회사 다닌다고 하지 않았던가?"
라는 말씀을 하심으로써 의외의 호구조사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일단 그자리에는 당사자인 저의 형님이나 CC 는 물론 BB아지매의 직계자손들이 없었던 관계로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나고 다른 화제로 넘어가게 되었고, 며칠 후 형님에게 전화를 해서 회사에 이름은 ~이고 나이는 대략 ~정도 되는 여자 아이 아느냐고 물어보니...
"야, 우리 회사 직원이 5천명인데 내가 어떻게 이름만 듣고 알겠냐?" 라고 처음에는 건성 대답하다가
"가만 가만, CC 라면 혹시 그애 아닌가?" 그러더군요.
알고 보니 형님은 실무팀(부장)으로서, 그 조카 아이는 지원부서팀(대리)으로서 재작년 겨울에 두 달간이나 해외 출장을 함께 다녀왔었답니다. 그 애가 어머님쪽으로 누구누구의 외손녀고 우리와는 9촌뻘이라고 말해주니니 깜짝 놀라면서 웃더군요.
형님이 다음날 출근해서 그 아이 불러서 이야기를 시켜보니 자기도 며칠 전에 자기 어머니와 외삼촌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듣고 있었고, 형님이 불러주길 기다리고 있었다네요. 형님은 그날 새롭게 알게 된 9촌 조카에게 맛있는 점심도 사주고 지원팀 부장에게도 잘 부탁한다는 말도 전해주었다고 합니다. 타팀 부장한테 그래도 되냐고 했더니 자기가 고참이라서 괜찮다네요. 하긴 다음 경조사 때 다시 모이면 이 이야기가 분명 나올 것이라서, 어머님을 위해서 일종의 약(?)을 친 셈이니 잘 했다고 말해주었죠...ㅎㅎ
그 아이가 다음 달에 결혼한다는 형님의 연락을 받고 생각나서 글을 올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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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촌이면 그냥 남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