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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차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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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심리상담] 삶에 공허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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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0 00:09:05 (59.*.*.72)

오늘 그 공허함의 극을 느껴서 유튜브와 블로그에 공허함을 쳐봤더니 많은 상담 내용과 조언이 있더군요.

댓글에 공감도 많고...

 

대부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공허함을 외적인 것으로 채우려 하지 말고 내적인 것 특히 자신을 알아가고 연결고리를 이어나가라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전 그런 조언이 하나도 공감되지 않았고 위안이 되거나 실마리를 발견하지 못한 기분이라 더 공허함이 커졌습니다. (댓글에도 그런 공허함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대부분 내용에 동조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외적인 것은 물질적인 것도 있고, 연인, 친구, 가족, 동료 같은 사회관계적인 것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 이런 1차적인 것들 조차 채워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연인도 없고(만들고 싶지만 안생기고) 친구 관계는 그나마 괜찮은 편인것 같으나 가끔씩 보는 사이고(코로나 이후론 더 못보고) 가족, 친척도 거의 없습니다.(친가쪽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읜 이후로 연결이 완전 끊겼고 전 형제도 없습니다) 동료 관계는 딱히 나쁘진 않지만 약간 아웃사이더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같이 일은 하지만 전 소속 직원이 아니라 일하면서도 소속감이나 유대감 형성이 힘듭니다)

 

삶은 어차피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것이고 혼자에 익숙해지고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자기 자신에 집중하여야 한다고 모두들 외칩니다. 그건 무인도에 혼자 사는 사람에게나 통하는 말이지사회에 나와 사는 사람에게 적절한가 생각해봅니다. 전 어려서부터 혼자라 사실 혼자서 잘 놉니다. 진짜 가까운 친구나 연인이 아니면 혼자 있을 때가 더 편하고 즐거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회에 속해 있고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1차적이고 외적인 것들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부재된 상황에서 공허함을 느끼고 그럴 때 내 자신에 집중하면 그 공허함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별로 와닿지가 않습니다. 

 

사실 제 공허함은 저런 1차적인 부재에서 오는 것이 크기도 합니다. 하는 일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 날 사랑해주는 연인을 만나고 싶은 욕망, 남들처럼 시끌시끌한 여러 가족들과 지내고 싶은 욕망(저흰 명절 때 더 쓸쓸해집니다), 직장에서 소속감과 유대감을 나누고 싶은 욕망 등등 말이죠. 하물며 어떤날은 직원들과 대화가 잘 통하고 재밌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나면 그 날 하루는 종일 산뜻하고 잠들기 전까지 행복합니다. 이런것들을 기대하지 말고 혼자서 그들이 말해주는 '공허함을 극복하는 방법'은 직설적으로 말하면 저에겐 '그냥 다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처럼 들립니다.  

 

그냥 오늘 너무 힘들고 답답해서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 봅니다. 듣도 보도 못한 해결책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동병상련의 공감이라도 있으면 기분이 좀 나아질 듯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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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3
2021-06-10 00:22:13

글쓴이처럼 허심탄회한 수준으로 스스로를 잘 표현한 것을 잘 보지 못했었기에 공감이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공허함의 출처는 어떠한 상대나 형태이던지 내가 아닌 진실한 타자의 목소리에 대한 갈구입니다. 피상적인 외로움과 그 저변의 두려움을 공허라는 피막으로 씌우고 스스로에게서 찾으라는 말의 진의를 공감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속이 비어 공허한데 거기서 찾으라는 무슨 개뼉다구 물어빠는 소리인가 싶을 수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무서워하지 마세요. 순간 그리고 다음 순간이 있을 뿐입니다.

 

진실한 소리를 갈구하지 말고 스스로 찾아가세요. 

그러기 위해서 양서를 읽으며 저자와 대화를 하는 것도 좋고 

자연을 향유하며 말 없는 이들의 말을 들어보세요.

 

그리고  자기 속의 미니 미를 발견하고 그 아이를 잘 돌봐주세요.

공허해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관찰하고 돌봐줄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저절로 사라집니다.

 

링크나 레퍼런스 책을 디피에서 많이 댓글로 써봤지만 제가 정리한 댓글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부족하지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2
2021-06-10 00:40:08

'다 포기해'로 받아들이실 것 같아 부연하자면,

저 정도 되어야 누군가(님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가 의지하고 (상대 또한) 공허를 잊을 대상이 되실 수 있게 됩니다. 온전히 스스로 서야 관계가 성립하고 오래 갈 수 있습니다. 

재산이나 배경, 외모가 이런 것을 채워주진 못합니다.

WR
2021-06-10 00:44:04 (59.*.*.72)

좋은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부분 잘 되새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2
2021-06-10 00:48:35

편법이 있습니다.


만일 현재 상대가 있다면

상대의 공허를 채울 수 있는 대상이 이미 되신 것처럼

'pretending'하시면 됩니다.

 

사기를 치라는 말이 아닙니다.

'체'하는 노력이 결국 스스로도 상대도 구원하게 됩니다.

 

단, 상대와 친하려는 마음이 진실이 아닌 경우

자신도 상대도 '욕망'이 사라지면 그로 인해 입게 될 내상은

'pretending'의 업보이니 감수해야 합니다.

 

즉, 진실로 상대와 스스로를 대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체'도 결국은 진실을 모사하기 위한 반죽입니다.

WR
2021-06-10 00:56:27 (59.*.*.72)

너무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적어도 제 스타일 상 '체' 하려고 해도 상대와 친하려는 마음 자체는 진실됨에서 시작할 것 같습니다. 딱 그런 상대가 있는지 주변을 좀 생각해보았는데 몇몇이 생각 나기도 하네요. 이런 방법도 한번 고려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에 댓글도 몇번을 곱씹어 보았습니다. 

 

3
2021-06-10 01:04:26

제가 말씀드린 '상대'는 꼭 여성(이성)을 뜻하는 좁은 의미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스친 말이 '좋은 책을 하대하라'라는 말이었는데요. 

양서, 좋은(혹은 어려운) 영화, 높은 산, 갈고 닦아야 하는 취미 등이 '상대'라는 범주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하찮게(자신이 다룰 수 있는 만만하다고 여기는 대상)으로 보시라는 말입니다. 진검승부를 했을 때 격차가 나도 '체'하면서 그 틈새를 채우려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자랄 때 이런 '오기'로 자라지 않을까요? 저는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는 죽을 때까지 자라나는 아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데 공허해하고 우울해지는 것은 아주 조그만 가능성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이미 그 상태는 '공허'를 벗어난 것이 됩니다. - 위 댓글 "관찰하면 사라진다"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

WR
1
2021-06-10 01:08:35 (59.*.*.72)

네! 저도 꼭 이성을 염두하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래 적어주신 내용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입니다. 꼭 사람이 아닌 것들도 상대라는 범주에서 제가 생각해볼 수 있는 것들이군요. 가끔은 제 일과 관련하여 그 '일'때문에 제 능력을 단순 폄하하거나 괴로워하기도 했는데...

오늘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셔서 감사합니다. 

1
2021-06-10 01:10:12

제가 댓글 쓰며 염두에 둔 '평안'에 도달하셨습니다. 다행입니다.

WR
1
2021-06-10 01:31:52 (59.*.*.72)

마음으로 추천 만개 드립니다. 

Updated at 2021-06-10 01:32:30

일부러 일은 범주에서 언급을 하지 않았어요.
말씀하신 부분,
일에서 부족, 자괴를 느끼는 경우,
'돈 받고 다니는 학원'이라고 생각하면 '개이득'입니다.
같은 경우가 비저빌리티 없고 한가한 보직에서 시간이 남아서 '공허'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직장이 유급학원으로 둔갑한 경우입니다. 난관이 사실 기회이죠. 관점이 바뀌는 순간 이전 시점의 자신이 보입니다. 이 또한 관찰하면 사라진다라는 화두 안에서 설명될 수 있습니다.

WR
2021-06-10 01:33:55 (59.*.*.72)

관찰하면 사라진다라...명심하겠습니다. 돈 받고 다니는 학원!!!

4
2021-06-10 00:23:32

사람이 살아가는데 3가지가 필요하다고 하죠.

의식주.

그런데, 거기에 하나 더 하고 싶은게 있습니다. 관계입니다.

아무리 아웃사이더라도 최소한의 관계형성이 안되면 고통 받습니다.

그래서 여기 게시판에서도 전 계속 얘기합니다. 결혼은 지옥이라고 하지만 결혼은 안해도 적어도 서로 의지하고 돌봐줄 인연은 만들어야 한다고요.

내가 수십억을 벌고 슈퍼카를 타고 다닌다고 해도 그걸 인정해주고 봐줄 사람이 없으면 허망한겁니다.

내가 돈을 벌어야지 밥을 먹을수 있는 사람 또는 동물이라도 있어야 동기부여가 되고 목적이 되는거니까요.

없으면 연인, 가족을 만들려고 노력해 보세요. 

WR
2021-06-10 00:45:52 (59.*.*.72)

사실 결혼을 해도 딩크가 될 것 같았는데 요즘엔 아이가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좋은 말씀 공감하며 감사합니다. 

2021-06-10 02:51:03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점을 잘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4
Updated at 2021-06-10 00:33:33

 거의 다 알고 계셔서 따로 드릴 말씀은 많지 않네요. 가족이나 어디 비빌 언덕, 진정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기회가 없었던 탓이겠죠. 저도 거의 다 같은데 다만 부모와 관계가 좋다보니 의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 좀 낫습니다. 나머지는 막말로 전부 포기했지만 의지할 곳이 있기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고, 덕분에 절박한 마음이 들거나 하진 않네요.

 

아마 힘든 감정이 지금은 공허함으로 느껴지겠지만 돌이켜 보면 모두 외로움일 겁니다. 주변에 사람이 있다 없다의 외로움이 아닌, 기댈 대가 없어 벌판에 홀로 벌벌 떨어야 하는 고립된 느낌이겠죠.

 

잘 버티셔서 같이 견뎌나갈 사람을 찾을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없다고 느낄 때의 그 괴로움은 안 겪은 사람은 모르기에 잘 될 거라는 근거없는 응원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행운은 빌어도 되겠죠.

WR
2021-06-10 00:47:20 (59.*.*.72)

맞습니다. 이상하게 나이가 들수록 그런 공허함이 커져갑니다. 어렸을 땐 혼자가 마냥 좋았는데 지금은 가족의 소중함을 더 뼈져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
2021-06-10 00:43:47

미칠듯이 외로울 때가 있죠.
혼자있는게 좋은데도말이죠.
기다리다보면 인연은 찾아올겁니다.
물론 내가 스스로 찾아다니는게 더 좋긴합니다.
명함을 천장정도 뿌리면 그중 한사람은 진짜 운명이 될 수도 있더군요.

WR
2021-06-10 00:49:10 (59.*.*.72)

인연이 없는게 이 공허함의 전부는 아니지만 저도 노력을 하고 있는데 나이는 들어가고 점점 쉽지 않음을 느껴감에 지치는 것도 한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매일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는 합니다. 

5
2021-06-10 00:57:38

아이러니한건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도 가끔은 공허함을 느낍니다......

자신의 고민을 나눌수는 있지만 결국 해결하고 이겨내야하는 건 나 자신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외로움도 있습니다...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겠지만요.....

전 제가 접할 수 있는 모든 관계속에서 부족함을 느낍니다. 왜 난 이따위지....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사소한 실수라도 생기면 필요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불안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매일매시간매분...불안한 마음이 가득합니다....시간이 지나도 해결될 수 없고 해결되지도 않을 것 같구요.......

배드엔딩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참 쉽지 않은 인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겠지요......

같이 잘 버텼으면 좋겠습니다~ 

WR
2021-06-10 00:59:44 (59.*.*.72)

네. 그 말씀도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담사들이 공허함이나 외로움을 외부나 타인과의 관계에서만 찾으려고 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관계속의 부족함 모두가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ㅠㅠ 모두 잘 버텨내고 극복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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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0 01:17:36

취미생활은 없으신가요? 전 영화나 넷플보고 책 읽는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고 너무 인생이 재밌습니다. 여자만나는것보다도요.
친구는 30년된 절친 3명에 그외 몇명정도.
어차피 인생은 독고다이 혼자 즐기는 취미를 가지세요. 이제 삶이 그렇게 갑니다.

연인 부인 가족이 있어도 지금 공허감 느끼시면 그때도 느끼십니다.
제 절친은 돈잘벌고 부인에 딸 둘있어도 부인이 섹스 안해주고 만지는것도 못하게한다고 몇년간 우울증에 삶이 재미없다고 매일 난리입니다.

WR
1
2021-06-10 01:31:23 (59.*.*.72)

저도 취미 생활 소소하게 잘 즐기고 있습니다. 저도 여기 활동하는 사람이니 만큼 영화, 드라마 좋아하고 게임도 정말 좋아합니다. 너무 재미있지요. 그런데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재미(친구, 연인)과 혼자 무언가를 하면서 느끼는 재미 하고는 별개라 저는 생각합니다. 한쪽이 채워진다고 나머지가 채워지는 건 아니라서요. 사회 생활을 할 필요가 없다면 방구석에서 영화나 보고 게임만 하는 히키코모리가 될 수도 있을만큼 그렇게 혼자서도 즐겁게 살 자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둘은 분리되어 생각되고 서로를 어느정도는 상호보완 할 수 있지만 대체될 수는 없거든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각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공허함이 있겠죠. 부인이 있고 자식이 있고 애인이 있어도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고 사랑해줄 수도 없다면 똑같이 공허함을 느끼겠지만 그들이 있어서 생길 수 있는 안정감이나 즐거움 또한 있을 수도 있기에 말이죠. 이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요. 절친이신 분은 안좋은 방향으로 흘러갔지만요. 저도 본문에 남겼다시피 동료와도 사소한 즐거움이 있는 날에는 기분이 산뜻해질 정도로 좋은 것처럼 말이죠.

2021-06-10 01:24:47 (115.*.*.252)

인생사 공수래 공수거 수래라도 좋은거 타볼려구요.두발저전차로요

2021-06-10 05:35:37

 1차적인 것이라 말씀하신 것들을 이루시거나 누리시려면 에너지와 용기가 필요한데 이는 내 삶의 주인이라는 느낌과 내 뜻대로 되는 일이 많아지고 난 후에 가능해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집중하고 내 삶에서 아주 사소한 것부터 성공경험을 쌓아가는 게 첫걸음이라 생각해요. 자기 칭찬 많이 해주세요.

2021-06-10 07:08:59

원하시는게 본인이 발로 뛰고 먼저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 얻을 수 있는것들이네요.
거기다 사람의 관계라는게 열에 아홉은 허수나 다름 없죠. 하나라도 얻으라면 더욱 노력하셔야 합니다.

1
2021-06-10 08:46:00

반백살 살아 오면서 이제서야 깨닫는 것이

욕심을 조금 내려 놓으면 삶이 참 편안해 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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