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심리상담] 삶에 공허함을 느낍니다
오늘 그 공허함의 극을 느껴서 유튜브와 블로그에 공허함을 쳐봤더니 많은 상담 내용과 조언이 있더군요.
댓글에 공감도 많고...
대부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공허함을 외적인 것으로 채우려 하지 말고 내적인 것 특히 자신을 알아가고 연결고리를 이어나가라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전 그런 조언이 하나도 공감되지 않았고 위안이 되거나 실마리를 발견하지 못한 기분이라 더 공허함이 커졌습니다. (댓글에도 그런 공허함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대부분 내용에 동조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외적인 것은 물질적인 것도 있고, 연인, 친구, 가족, 동료 같은 사회관계적인 것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 이런 1차적인 것들 조차 채워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연인도 없고(만들고 싶지만 안생기고) 친구 관계는 그나마 괜찮은 편인것 같으나 가끔씩 보는 사이고(코로나 이후론 더 못보고) 가족, 친척도 거의 없습니다.(친가쪽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읜 이후로 연결이 완전 끊겼고 전 형제도 없습니다) 동료 관계는 딱히 나쁘진 않지만 약간 아웃사이더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같이 일은 하지만 전 소속 직원이 아니라 일하면서도 소속감이나 유대감 형성이 힘듭니다)
삶은 어차피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것이고 혼자에 익숙해지고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자기 자신에 집중하여야 한다고 모두들 외칩니다. 그건 무인도에 혼자 사는 사람에게나 통하는 말이지사회에 나와 사는 사람에게 적절한가 생각해봅니다. 전 어려서부터 혼자라 사실 혼자서 잘 놉니다. 진짜 가까운 친구나 연인이 아니면 혼자 있을 때가 더 편하고 즐거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회에 속해 있고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1차적이고 외적인 것들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부재된 상황에서 공허함을 느끼고 그럴 때 내 자신에 집중하면 그 공허함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별로 와닿지가 않습니다.
사실 제 공허함은 저런 1차적인 부재에서 오는 것이 크기도 합니다. 하는 일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 날 사랑해주는 연인을 만나고 싶은 욕망, 남들처럼 시끌시끌한 여러 가족들과 지내고 싶은 욕망(저흰 명절 때 더 쓸쓸해집니다), 직장에서 소속감과 유대감을 나누고 싶은 욕망 등등 말이죠. 하물며 어떤날은 직원들과 대화가 잘 통하고 재밌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나면 그 날 하루는 종일 산뜻하고 잠들기 전까지 행복합니다. 이런것들을 기대하지 말고 혼자서 그들이 말해주는 '공허함을 극복하는 방법'은 직설적으로 말하면 저에겐 '그냥 다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처럼 들립니다.
그냥 오늘 너무 힘들고 답답해서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 봅니다. 듣도 보도 못한 해결책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동병상련의 공감이라도 있으면 기분이 좀 나아질 듯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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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처럼 허심탄회한 수준으로 스스로를 잘 표현한 것을 잘 보지 못했었기에 공감이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공허함의 출처는 어떠한 상대나 형태이던지 내가 아닌 진실한 타자의 목소리에 대한 갈구입니다. 피상적인 외로움과 그 저변의 두려움을 공허라는 피막으로 씌우고 스스로에게서 찾으라는 말의 진의를 공감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속이 비어 공허한데 거기서 찾으라는 무슨 개뼉다구 물어빠는 소리인가 싶을 수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무서워하지 마세요. 순간 그리고 다음 순간이 있을 뿐입니다.
진실한 소리를 갈구하지 말고 스스로 찾아가세요.
그러기 위해서 양서를 읽으며 저자와 대화를 하는 것도 좋고
자연을 향유하며 말 없는 이들의 말을 들어보세요.
그리고 자기 속의 미니 미를 발견하고 그 아이를 잘 돌봐주세요.
공허해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관찰하고 돌봐줄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저절로 사라집니다.
링크나 레퍼런스 책을 디피에서 많이 댓글로 써봤지만 제가 정리한 댓글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부족하지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