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2
못웃기면맞는다
자동
ID/PW 찾기 회원가입

[책]  박영한 왕룽 연작 단행본 초판과 포켓북 축약본 작가의 말 비교 - 1989년 민음사 판&2005년 일송포켓북 판

 
7
  856
2021-09-24 01:43:53

박영한 대표작인 왕룽 연작 단행본 초판과 포켓북으로 3편만 추린 축약본의 작가의 말을 비교해 보겠다. 1989년 7월 10일자로 발행된 민음사 판과 2005년 4월 12일자로 발행된 일송포켓북 판이다. 둘 다 절판돼서 중고로만 구할 수 있는데 왕룽 연작 2부로 [우묵배미의 사랑]을 표제로 쓴 1989년 민음사 판은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왕룽일가]를 표제로 쓴 단행본 1권인 [왕룽일가]도 중고시장에서 정가의 배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왕룽일가]와 [우묵배미의 사랑]에 각각 세 편씩 실린 왕룽 연작에서 세 편만 추린 일송포켓북 판은 알라딘 온라인 중고서점 등지에서 정가의 절반 값으로 구하기 쉽다. 포켓북 판은 반쪽짜리 구성이라 박영한이 새로 쓴 작가의 말 외에는 소장가치가 없다. 

 

▲ 박영한의 왕룽 연작은 총 6편이다. 이중 세 편을 추려 포켓북에 담은 2005년 일송포켓북 판과 1989년 민음사 초판 두 권 비교.


- 단행본 두 권의 초판은 민음사에서 발간됐다. 민음사와 박영한의 인연은 깊다. [머나먼 쏭바강]과 [우리는 중산층]도 민음사 줄을 타고 나왔다.

 

▲ 왕룽 연작 단행본 1권 [왕룽일가]와 2권인 [우묵배미의 사랑]


- 1권에는 왕룽 연작인 [왕룽일가][오란의 딸][지옥에서 보낸 한철]에 박영한의 대표 중편인 [지상의 방 한 칸]이 들어있다. 글쓰기의 고통과 집념을 그린 자전적 소설 [지상의 방 한 칸]도 왕룽 연작만큼이나 인상적이다. 집필에 집중하기 위한 작가의 투지와 일상적 고통, 신경쇠약 증세를 보면 박영한이 환갑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 이유를 알만하다.


2권에는 [우묵배미의 사랑][후투티 목장의 여름][은실네 바람났네]가 수록됐다. 2005년 일송포켓북 판은 이 중에서 [왕룽일가][지옥에서 보낸 한철][우묵배미의 사랑]만을 실었다. 연작 구성이라 가능하면 여섯 편 다 읽는 게 좋다.

 

 

▲ 1989년 출간된 왕룽 연작 단행본 1,2권


- 방랑벽이 있었던 박영한이 경기도 일대의 외곽 지역을 떠돌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삶이 생생하게 녹아있다. 급격하게 도시화가 되고 있는 시골의 모습과 인간 군상을 낭만적이고도 해학적으로 그린 텔레비전 드라마는 잔혹 동화를 어린이용으로 윤색한 결과같다. 원작은 텔레비전 드라마가 순화시킨 민낯의 모습이 처절하게 담겨있다. 특히 쿠웨이트 박과 은실네의 연애담은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충격적이다. 사기꾼에게 공사당한 순박한 시골 여인의 몰락에 자비란 없었다.

 

 

 

 

 

 

 

 

▲ 왕룽 연작 2부작을 끝내면서 단행본 2권인 [우묵배미의 사랑] 뒤에 후술한 박영한의 작가의 말


- 단행본 1권인 [왕룽일가]에는 작가의 말은 없고 작품 해설과 박영한의 작품 세계에 대한 해설이 들어있다.

 

▲ 단행본 1권인 [왕룽일가] 초판 인쇄 기록


- 두 권의 단행본은 모두 1989년에 민음사에서 발간됐다. 발빠르게 드라마와 영화로 각색되면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많은 사랑을 받았고 박영한의 대표작으로 남았다. [왕룽일가]는 KBS 드라마로 유명하고 이후 [왕룽의 대지]란 텔레비전 드라마 속편까지 낳았다. 장선우 영화로 더 유명한 [우묵배미의 사랑]은 노희경의 [바보같은 사랑]에 영감을 주었다.


왕룽 연작의 신판이 나오지 않는 것은 의문이다. 박영한 정도라면 전집이 기획되어도 좋을텐데 판권 문제가 꼬인건지 유족들이나 출판사나 발간 의지가 없는건지 박영한은 작품 명성에 비하면 이상할 정도로 대표작조차도 신판이 나오지 않고 있다. [머나먼 쏭바강]과 왕룽 연작이 박영한 대표작인데 이 작품도 중고시장에서만 구할 수 있는 현실이다.

 

 

 

 

 

 

▲ 2005년 발간된 일송포켓북


- 일송포켓북에서 왕룽 연작 여섯 편 중 세 편만 추려 포켓북으로 발간했다. 지금은 포켓북도 절판됐는데 요약판의 한계로 새로 작성한 작가의 말 외에는 소장가치가 없다. 포켓북이나 단행본이나 중고시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고 온라인 미리보기 서비스도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작가의 말은 자료 가치가 있다.


16년 간격으로 발간된 단행본 초판과 재판의 작가의 말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포켓북 작가의 말에선 긴밀하게 연결되는 여섯 편의 연작을 세 편만 떼어 포켓북 형식으로 엮은 것에 대한 작가의 아쉬움이 깃들어 있다. 박영한은 왕룽 연작의 포켓북이 발간된 다음해에 위암으로 사망했다. 포켓북 판 작가의 말을 쓸 때는 위암으로 투병중이었다. 포켓북 판 [왕룽일가]는 박영한 생전에 자신의 의지로 출판 과정에 관여한 마지막 작품었던 셈. 다음해 사망을 떠올려 보면 포켓북 작가의 말에서 고별사의 암시가 느껴져 뭉클하다.


“문학으로는 안 돌아가… 그거, 암보다 더 고통스러워.”

2006년 투병 중 병상에서 퇴원을 하게 되면 어떤 작품을 쓰겠냐는 질문에 박영한이 남긴 말이다.

(2003년 위암 판정, 2004년 위암 수술, 2005년 위암 재발, 2006년 8월 23일 사망)


포켓북까지는 괜찮지만 이왕 신판을 내는 거 기존 단행본대로 1,2권을 분책해서 기획했다면 훨씬 보기 좋은 구성이 됐을 것이다.

2
Comments
2021-09-24 02:08:46

 고통스럽게 쓰셨다는 이야기는 진지하게 성찰하셨다는 말씀이겠죠. 잘 읽었습니다.

2021-09-24 08:12:41

 90년대 초중반인가  친구들하고 불광동 먹자골목 고깃집에서 옆자리에 박영한 선생님이 계셔서 인사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선생님의 여러작품을 읽고 얼마전 아라베스크인가  소설을 읽었다고했더니  재미없지? 하시던

말씀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