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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영어] 어휘력을 늘리는 올바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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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
2023-09-22 13:06:16
1. 아무리 복습해도 자꾸 까먹는 이유
 
어휘력 증강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5년이 좀 넘었네요. 그간 어휘력을 늘이는 것 못지않게 고민했던 것이 방법론이었습니다. 어떤 것을 익히려면 반복연습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믿음은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지만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반복할 것인가'라는 것이었고 이 부분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애초에 이를 시작한 이유는 책을 읽으면서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고 따라서 듣기나 말하기는 전혀 무시하고 오로지 읽기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어장에 기록한 것들을 매일 일정량 복습하면서 뜻이 기억나지 않은 것들을 다시 읽는 방식으로 했었죠. 나중에는 읽기 외에 쓰기도 추가했습니다. 실제로는 종이에 글씨를 쓰는 게 아니고 컴퓨터에서 키보드로 치는 것이지만 편의상 쓰기라고 하겠습니다.
이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 이유는 아무리 반복해도 어떤 말들은 계속 까먹기 때문이었습니다. 복습할 때는 이제 까먹지 않을 것 같다고 느끼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까먹는 거죠. 책을 읽다가 모르는 말이 나와서 단어장에 기록하려고 했더니 이미 전에 기록해놨다든지 한참 기억을 더듬어야 뜻이 떠오른다든지 하는 현상이 계속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rockid님이 쓰신 글 중에 박문호 박사님의 영상이 있는데요. 
https://dprime.kr/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4670853
박사님은 기억의 단계를 이렇게 구분합니다.
(1) 기억을 축적하라
(2) 기억을 활용하라
(3) 반복하고 숙달하라
읽기만을 통한 반복으로는 (2)의 단계까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기서 활용의 의미는 그 단어를 보자마자 즉시 뜻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그런 기억과정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읽기만이 아니라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도 사용할 수 있는 어휘가 되겠지요.
 
2. 무엇을 어떻게 반복해야 하나?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가 모짜르트의 악보를 처음 봤을 때를 회상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죠.
It seemed to me that I was hearing a voice of God. (마치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는 눈이라는 감각기관을 통해 악보를 보고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음악 소리로 인식을 하는 거죠. 이런 현상은 언어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음악에서 악보가 차지하는 비중과 언어에서 글의 비중은 많이 다릅니다. 전자는 단순히 소리를 기록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만 후자는 글로만 표현하는 문학 분야가 있고 구어체와 문어체가 구분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말을 익힌다는 관점에서 보면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우리가 어떤 노래를 떠올릴 때 그 멜로디를 떠올리지 악보를 떠올리지 않지요. 그림처럼 악보의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말을 기억해낼 때 그 말을 글씨로 쓴 이미지가 아니라 말소리를 떠올리는 것입니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발음을 모르는 말은 뜻을 기억해낼 수 없거나 기억해내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얘깁니다. 
이로써 읽기만을 통한 복습의 문제점을 파악한 것이고 해결책도 자명해졌습니다. 글이 아니라 말로 익혀야 한다는 거죠. 이후로는 듣기를 통한 복습에 치중했습니다. 최종적인 목적은 읽기 위해 하는 것이니 철자도 빼놓을 수 없지만 전에 비해 그 비중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어요. 오로지 듣기만으로 활용단계가 되려면 필요한 반복회수가 너무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듣기를 통하면 읽기만을 통한 복습에서 나타난 문제의 빈도가 줄어들기는 했으나 문제가 되는 현상은 계속되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말하기 방법을 추가했습니다. 
(1) 인터넷 사전으로 원어민의 발음의 억양, 강세 등을 완전히 기억할 때까지 반복해서 듣습니다. 
(2) 기억한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말해봅니다. 소리를 내기 힘든 환경이라면 입과 혀는 움직이되 말소리만 내지 않는 방법도 있습니다. 반복해서 말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단어의 느낌이 달라지는 때가 옵니다. 이게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데 직접 해보시면 아,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이 옵니다. 저는 10~20번 정도 반복하면 되더군요. 이 효과는 지금 당장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알고는 있으나 친숙하지 않은 단어 하나를 골라서 이 방법대로 해보시면 어떤 느낌인지 아실 것입니다.
비유해서 말하면 글로 읽어서 머리로 외운 것은 포스트잇에 글씨를 써서 내 몸에 붙여놓은 것이어서 시간이 지나면 떼어지기도 하고 붙어는 있지만 글씨가 희미하게 지워지기도 합니다. 반면에 말로 하면서 입과 혀에 기억시키면 내 몸에 스며들어 항상 몸 어딘가에는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놓으면 나중에 그 단어를 다시 보게 되면 뜻보다 발음이 먼저 떠오르게 되고 박문호 박사님이 말씀하신 기억의 활용 단계가 되는 것입니다.

3. 사족

여기서 말한 내용 중에서 상당 부분은 이전 글에서도 이미 썼던 것입니다. 여기서는 그 이후로 변경이나 추가된 내용까지 포함한 최신 개정판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즉 이 내용도 앞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쓴 것입니다.
또한 이것은 오로지 저 혼자만의 경험일 뿐이고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된다는 보증은 없습니다. 나는 다른 방법으로 효과를 봤다는 분들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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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3-09-22 15:21:21

학교 교육의 무식함이 언어를 묵언수행으로 가르키고 배우는거죠. 말로 떠들면서 해야죠. 모르면 말문이 막히듯..낭독에서 암송도 좋을거 같네요. 문장 암송.. 단어 늘리기는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확인하고.. 본뜻만큼이나 유사 활용 더 보기. 사전도 유의어 풀이식 사전(명칭까묵)을 영영사전 활용. 이상은 제가 한번도 해 보지 않고 ㅇㅕ기저기 주워 들은 방법입니다. 그럴듯 하죠. 왁자지껄 스터디 카페 만들고 싶어요.

WR
2023-09-22 16:29:24

네, 언어는 기본적으로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습관입니다.

수많은 어휘, 문장의 유형을 쌓아놓고 상황에 따라 골라쓰는 것이지 문법 따져가면서 문장을 만들어내는 건 아니죠.

어떤 어휘, 문장을 데이터로 쌓아두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말투가 되고 글투가 되는 것이고요.

머리가 아니라 입과 혀에 기억시켜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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