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벚꽃 끝물 무렵에 올리는 만개와 반개 그 어중간한 어딘가의 사진.
마감 하나 끝나니까, 커다란 마감이 또 두 개 다가와서, 개인적인 주말일정도 다 취소하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열심히 글쓰고 있는 사마린입니다. 이번 주는 특히 학생상담일정도 끼어 있어서 정말 정신 없이 시간이 흘러가네요. 주말 일요일도 없이 자율출근(재택 하기 싫어서) 하고 있습니다만, 이것도 5월말이 되면 좀 나아질 듯 합니다. 그 때 디피에 숙제도 빨리 올리고 사진도 자주 공유하려 합니다. 최애 애니 이야기라든지요.
지난 4월13일. 큰 마감 논문 진전이 너무나 안 되는 고로, 주말에 출근해서 좀 집중하려는 데, 대학 측에서 오늘은 오후4시 무렵에 다 강제적으로 나가라고 하네요. 알고보니, 근처 크루즈 선착장(마린포트 카고시마)에서 불꽃 축제가 있다고, 그거 보려고 명당자리인 우리 대학에 사람들 모여서 사고 나는 거 막으려고 학교 자체를 폐쇄한 거 였습니다. 집중하다가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되어서 우짤까 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랜만에 날씨도 좋겠다,비도 안 오겠다, 전날 철로변 공원에 벚꽃도 가득피었겠다 해서 DLSR 에 35mm 보급형렌즈 끼우고 무작정 나갔습니다. 전철 한 정거장 코스라서 그냥 걸었죠.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서 걍 가볍게 마실 나갔다 오려고 한 거였습니다.
근데, 전 날 만개했던 벚꽃이 가까이서 보니, 반은 피고 반은 아직 덜 핀 상태였죠. 게다가, 기존의 벚꽃은 우수수수 떨어져서 바닥이 흰 빛으로 물들고 있었습니다;
듬성듬성하지만, 마아, 발색이 이쁘긴 이쁘네요.
녹슨 철조망은 아니지만, 공원 철책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가지를 보며, 김민기 님의 명작 '철망 앞에서'에 존 페투루치 님과 존 명 님이 우정출연 피쳐링 한 버전이 자동 재생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요렇게 가지가 아니라 나무줄기에서 바로 나오는 고귀한 신분의 벚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특히 얘네들 부족은 노블레스 그 잡채. 어차피 바닥에 지면 똑같은 꽃잎에 불과하게 되고, 저 작은 가지도 일년 사이에 평범한 가지가 되어 가서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그 서사도 너무 마음에 듭니다.
벚꽃만 줄창 찍다가, 동네 주차장의 진달래도 하나 남겨 봅니다. 벚꽃보다 더 많이 분포해서 별로 희소성을 못 느끼고 있는 부족들입니다.
나흘이 흘러간 오늘, 아마 온전히 남아 있는 건 마지막 진달래 정도겠죠.
그래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벚꽃은 저 자리에 또 피어오르겠죠. 그 때 아내랑 같이 산책하면서 렌즈가 아니라 온전하게 두 눈으로 즐기고 싶습니다.
여러분 얼마 안 남은 오후, 성공적인 카페인 보급과 함께 잘 보내시고, 건승하십시오.
덧: 꽃이 피고 져도 계속 그 자리에 다시 또 피듯이, 기억도 기림도 마찬가지로 영원히 마음 깊이 남아 있습니다. 하루 늦었지만, 10년 전의 그 날 비극적으로 스러져간 모든 이들을 마음 깊이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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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직도 벚꽃이 피었나하고 보았더니 지난 13일 찍으신거네요. 지금쯤이면 많이 졌을 것 같습니다.
저도 나무의 큰 줄기에서 홀로 피어있는 벚꽃을 좋아합니다.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카페인 보급 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