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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잡담] 해리포터 그리고 irish tw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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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3-04-01 02:00:12

밑에 빨강머리 앤 만화 얘기가 나온김에
그게 인종차별을 다룬 명작이라는 설명을 하다가, 해리포터 생각이 나서 거기에 대한 짧은 잡담을 씁니다.

빨강머리 앤 속에
당시의 사회적 배경이 있는 것처럼- 영국계들이 아이리쉬를 인종차별하던 시절, 앤은 자신이 아이리쉬라는 인종적 특성을 없애고 싶어합니다. 빨강머리에 주근깨는 아이리쉬의 인종특징입니다

해리포터에서도 영국의 사회적 속설들이 드러납니다. 특히 아이리쉬에 대한 stereotyping이 나오는데요,
아이리쉬에 대한 영국계들의 인종적 편견은
빨강머리에 주근깨, 무식하고 힘세고, 술 좋아하고 알콜중독자가 많고, 게으르고, 가난하고, 아이를 많이 낳고(카톨릭), 쌍둥이(Irish twins) 많고, 다혈질 기분파, 감자를 좋아한다 등등 입니다.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을 조센징이라고 부르며 경멸하는 이미지들이 대부분 해당됩니다 (잉글랜드가 아일랜드를 600년 이상 식민지배하면서 식량수탈하고, 교육은 별로 안시키고, 일자리가 없고, 그래서 가난하고.. 그걸 두고 아일랜드 놈들은 가난하고 무식한 게 힘만 좋다 라며 경멸해왔습니다).

근데 해리포터에서는 저기에서 안좋은 것 한두개만 빼고 아이리쉬에 대한 스테레오 타이핑을 그대로 써먹더군요. 정말 작가가 간도 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리 아동용 책이라지만, 잉글랜드계가 타 인종을 조롱할 때 써먹는 편견을 그대로 쓰더군요. 해리 포터의 베스트 프랜드, 론의 집이 아이리쉬 계인데, 빨강머리이고, 기분파이고, 형제자매가 많고, 쌍둥이 형이 있고, 그래서 아버지가 공무원으로 부지런히 돈을 버는데도 가난하다 라는 설정이지요,

일반적으로 아이리쉬 쌍둥이라는 말은 경멸적인 단어로써, 문서라든가 점잖은 곳의 구어체에서는 쓰지 않습니다.
Irish twins라는 게 왜 경멸적 단어이냐 하면, 진짜 쌍둥이만 가르키는 게 아니라 연년생이어도 irish twins라고 부르는 데(12개월내에 두번째 애가 태어나거나, 같은 해에 애가 태어나거나 했을 때), 아일랜드계는 성욕을 주체못하기 때문에 아이를 낳고 금방 또 임신시킨다고 조롱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카톨릭이라서 산아제한 안한다는 걸 조롱하는 의미이기도 하고, 아이리쉬들은 무식해서 산아제한이 뭔지, 쌍둥이가 뭔지도 모른다고 조롱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irish twins라는 단어 자체가 영어에서는 알게 모르게 기피되는 단어인데, 해리 포터에서는 대놓고 설정으로 아일랜드 쌍둥이 형제가 나오길래 놀랐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해리 포터를 아동용 환타지라고는 생각하는 데, 남들에게 권하지는 않습니다.
잉글랜드인들이 타인종에 대해 갖고 있는 스테레오 타이핑 엄청 나오거든요. 별로 감추지도 않아요. 대놓고 쓰죠.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게 무슨 기호인지도 모르고 받아들이고 넘어가는데, 근데 과연 이걸 우리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가 라는 생각이 있어서요.


What are Irish Twins?
http://www.wisegeek.org/what-are-irish-twins.htm

“Irish twins” is used to describe two children born to the same mother within 12 months of each other or born in the same calendar year. Given that it is a somewhat derogatory term, it is generally not used in print or in polite society...
Firstly, the term pokes fun at the stereotypical fertility of Irish Catholic families, which traditionally do not use birth control. In addition, it implies that the Irish lack the ability to plan ahead or control themselves, having children in quick succession rather than responsibly spacing them. Finally, it suggests that the Irish do not understand the medical definition of twins, which involves two children conceived and born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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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3-04-01 02:11:22

덕분에 좋은 정보를 알게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앤에 대한 환상이 약간 깨지긴 하지만 전 이런 뒷 얘기를 좋아해요...
해리포터도 그렇다니... 혹 영국 계급사회를 비판한 거였다는 것도 들어보셨는지요?
제가 듣기론 마법사와 머글로 나뉘어 차별을 하는 게 영국의 계급사회를 비꼰 것이라고 해서요.
아시다시피 영국은 왕과 귀족이 존재하는 계급사회지요. 옛날처럼 대놓고 차별하진 않지만 차별이 뿌리깊게 남아 있다고 하더라고요. 4계급이라던가? 계급별로 쓰는 어휘와 문체도 다르고 이용하는 상점도 다르다고요. 서로의 영역을 넘어가면 무시를 하게 되는데 높은 계급일수록 대놓고 차별하고 무시하는 건 교양이 없는 태도이므로 지양하지만 속으론 차별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요.
하여튼 이런 계급사회를 해리포터에서 그리 그려놓은 것이라고 하더군요.

WR
2013-04-01 02:35:13

처음 1권에서는 저도 계급차별에 대한 비판이 아닐까 생각했었는 데,
곧 머글 vs 마법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법사 vs 마법사 얘기라는 것을 알게되죠. 해리 포터 vs 발더모트. 마법사 사회내의 얘기가 주를 이루면서 기숙사간 대항전과 국가 대항전으로 얘기가 진행되죠, 그리핀도르 vs 슬리데린이 주요 구도가 되는 데, 그러면서 영국 귀족문화에 대한 동경을 드러내더군요. 그 기숙사 시스템이야말로 영국식 귀족 양성 문화의 핵심입니다. 미국에 넘어와서도 아직 남아있죠. 하버드내에서도 어느 기숙사에 배속되나, 예일대 어느 기숙사에 배속되나, 학내 비공개 귀족클럽에 들어가야 진짜 힘있는 선배와 연줄들을 만나서 출세할 수 있나. 기숙사 배정은 패밀리 배경과 연줄, 성적을 고려해서 배정되고, 자기 기숙사를 떠받들면서 타 기숙사를 깔아뭉개죠. 그러면서 단결심과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데, 영국식 귀족 학교 문화의 특징입니다. 공립 학교에는 그런 거 없어요.

2013-04-01 07:31:42

아이리쉬에 대한 그런 편견을 몰랐는데 듣고보니 맞는 말씀 같습니다. 그런데 위즐리 가족에 대해 묘사한 내용이 이거 말고도 더 있죠. 일단 가족 모두 순수 혈통으로 존경받는 가문으로 설정되있어서 볼드모트 조차도 가문에 대한 언급을 하죠. 순수혈통임에도 불구하고 머글과 혼혈에 대한 편견이 전혀 없고 오히려 머글들의 기술과 재능을 좋아하죠. 거기에 부모 모두 불사조 기사단으로 굉장히 강한 마법 능력과 정의감을 가지고 있고, 그 자식들도 모두 다 마법 재능이 뛰어납니다. 거기에 순박하고 착하며 해리에게 부모와 가족 역할을 대신해주죠. 그리고 일단 론 위즐리라는 캐릭터가 처음에는 단순무식해 보이지만 용기와 우애를 아는 헌신적인 친구로 그려지고 있고 당당히 주인공 중의 한 명이죠. 이건 스테레오 타입을 이용했지만 오히려 긍정적으로 그려놓은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외에도 초챙을 비롯한 아시아인 외에 동유럽, 프랑스, 인도계 등등이 나오지만 모두 좋은 이미지로 나옵니다.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건 바로 인종차별에 대한 은유가 분명한 순수 혈통들의 행태이죠. 오히려 아이들에게 인종차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교육하는데 효과적인 매체가 아닐까요?

WR
2013-04-01 07:32:35

만약에 론네 아빠가 성실한 사람이 아니라, 알콜중독자 irish로 그려졌었다면, 책이 출판되기 힘들었을 겁니다. 미국으로 치면 흑인을 깜둥이라고 조롱하는 아동도서가 출판되는 급이니까요. 잉글랜드 작가가 아이리쉬에 대한 stereotyping을 그대로 써먹고는 살짝 일부분을 변조해서, '그런데 주인공의 성실하고 착한 친구'로 그려놓는 것은 좀 껄끄러운 면이 있어요. 스테레오 타이핑은 안쓰는 게 제일 좋습니다.
아이리쉬 작가가 아일랜드를 자서전 삼아 묘사할 때(eg. Angela's Ashes)는 더 과격하게 가도 상관없습니다만 (흑인만이 다른 흑인을 negro라고 부르고도 괜찮을 수 있는 것처럼.), 잉글랜드 작가가 아이리쉬 스테레오 타이핑을 써먹는 것은 옆에서 보고있기 꽤 껄끄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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