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21년 만의 근무 교대 [오린이의 항해일지 15]
21년 만의 근무 교대 [오린이의 항해일지 15]
Q : 아래 사진의 검은 시디피가 어느 제품인지 아실 분 계실까요?
어머니께서는 제가 가진 오디오 중에 제일 멋지다고 하십니다.
저희 집에 오신 분들 중에 이 시디피를 보고 감탄을 내는 분들이 많으세요.
외관이 와디아를 닮기도 하고 나까미치 드래곤 기기들을 닮기도 합니다.
제조사는 인켈입니다.
인켈 제품으로 이 시디피를 사용해보신 분들도 잘 맞추지 못할 것같습니다.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일주일 전 즈음 저의 작은 시도 하나로 인해 완전히 망가져버렸습니다.
이 시디피는 2004년도 학생일 때 구입했죠.
그간 21년 동안 사용하며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21년 전 시디피를 구해야겠다고 했을 때 검색에 검색을 통해 이 모델을 알게되었습니다.
먼저 인켈 카달로그가 있었죠.
'이제 시디피로도 음질의 차이를 느껴보십시요.' 라는 카피일 겁니다.
이 시디피가 중후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와싸다에 사용기가 있었습니다.
사용기를 쓰신 분은 어느 매니아의 집에 방문했다가 외제들이 즐비한 가운데 이 시디피가 있었다고 합니다.
주인장께서 오디오는 소리로 말한다며 이 시디피로 틀어준 음악을 듣고 소리에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가격도 저렴해서 그래, 이 시디피를 사용해야겠다며 장터에 잠복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겟!
택배로 받았는데 한 쪽 채널이 찍찍찌거립니다.
중고 구입하는 분들이 그러듯 일산 인켈 AS센터로 갔습니다.
수리 기사님이 이건 못 고친다고 하더라구요.
집으로 가져와 뚜껑을 열고 기판을 뚫어져라 보았습니다.
음악을 틀어놓고 저항이나 콘덴서들 만져보는데... 조그마한 방열판이 있는 부품에 손을 대자 잡음이 사라지는 거예요.
그 부품이 납땜이 떨어져서 잡음이 났던 겁니다.
(무모한 짓이기는 합니다. 전기 먹으면 어떡하려고... 큰 부품은 손으로 건들면 안 되요. 작은 부품만...)
다시 인켈 AS 센터로 가서 수리를 받았습니다.
그후 21년 동안 픽업 한 번 갈고 저의 음악 자리를 지켜주었습니다.
이 시디피가 어떻게 이런 외관을 가지게 되었는가?
스피커 사이즈에 맞춰 오석을 잘라주겠다는 분께서 장터에 오셨습니다.
저는 이 시디피의 사이즈에 맞게 오석을 두 개 주문했어요.
제 기억으로는 오석 맞춰주는 분이 서오릉에 계셨는데 일산, 파주와 가깝기도 해서 매장에 방문해 수령했습니다.
아랫판은 스파이크를 달아 수평을 맞추고 윗판은 무게를 지그시 눌러주고...
그래서 이 시디피가 탄생했습니다.
오석을 떼어내면 화장지운 얼굴이 이렇죠.
A : 인켈 CD-1195R 시디피입니다.
소리는 거칠기는 하지만 질감이 있고 고역이 까실까실거려 음악 듣는 맛이 있습니다.
중고가 10배 비싼 시디피를 들여놓았다가 바로 방출하고 이 시디피를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기능적으로도 대단합니다.
플레이 시간 보기를 선택하면 곡 별로 남은 시간이 나오고 전체에서 남은 시간이 나오고요.
램덤듣기 기능 역시 잘 사용했습니다.
무엇보다 시디피의 트레이 사이즈가 큽니다.
시디피에 시디 올릴 때 작은 사이즈로 인해 올려놓을때마다 신경을 쓰기도 합니다만 이 시디피는 트레이가 커서 그냥 놓기만 하면 됩니다.
만약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광출력이 되고 밸런스 출력도 된다면 새상품으로 구입하고 싶어지네요.
(덤으로 USB DAC도)
지난 주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정비하고 이제 모든 게 마무리되겠다싶을 즈음... 뭔 사건이 터지겠거니 했습니다.
이 시디피를 사용한지 21년이 되어가는데 트레이가 닫힐 때 끼이익하고 기어 갈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부품인지 알면 접점부활제를 윤활류로 조금 뿌려주면 되겠거니... 했는데요.
제가 같은 모습에 은색인 1193tr과 검둥이 1195r시디피가 한 대 더 있습니다.
1193과 같은 기종이니 1195의 앞 판넬을 뗴어내 은색 1193 앞 판넬과 교체해보겠다고 여겨놓았습니다.
21년이니 다르게 사용해보고 싶어서요.
전면 트레이와 외부 철판을 교체하면 겉은 1195, 속은 1193이 되겠죠.
전면 검은 판넬을 뗴어내 은색 1193에 붙였습니다.
전원을 연결하고 플레이해보니...
정상 동작하지만 전면 판넬 불빛이 나가버렸습니다.
판넬이 죽어버린 거예요.
장님처럼 아무 표시되지않은 체 정상 동작하기는 합니다.
아... 21년 간 잘 사용해온 1195야.
나의 실수로 너를 장님으로 만들다니... 그래도 작은 방 빈티지 시스템에 연결해 너를 사용하마...
작은 방 빈티지 시스템에 연결해보았는데 이번에는 트레이가 시디피 속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시디피 드레이에 기어가 돌면서 들어간 후 픽업부가 위로 올려져 씨디를 장착시키는데 트레이 기어가 돌다가 멈추고 픽업을 위로 올리는 부분이 중간에 걸립니다.
전면 판넬 교체 과정에서 축이 틀어져버린 거예요.
축이 틀어져서 작동이 되다 말다... 사람 미치게 만드는 거죠.
아... 21년 간 잘 사용해온 1195야.
나의 한 순간의 실수로 네가 고장나다니...
21년 간 잘 사용해보았는데...
한 대가 더 있기는 하지만 외관이 좋지않습니다.
수리보다는 수소문해서 새로 한 대 구하는 게 낫겠죠.
이 한 순간의 실수로 갑작스런 강제 은퇴가 되었습니다.
다른 소리를 듣고 싶어서 얼마 사용하지않은 나드 S500 시디피를 거실 메인에 합류시켰습니다.
이 시디피의 장점은 내부 아날로그 출력 기판을 보면 굉장히 공을 들였습니다.
밸런스드 출력을 지원힙니다.
단점은...
나드 S500 시디피 사용자 분들은 아실거예요.
버그가 많다는데 결국 시디 인식이 안 되는 문제죠.
이 시디피에 대해 파보다가 결국 내린 결론은 픽업 시스템이 진동과 충격에 약하다는 거예요.
시디피 트레이의 전면 판넬은 아주 얆은 양면테이프로 붙여있습니다.
시디 트레이가 들어갈 때 철커덩거리며 트레이 전면 판넬이 흔들리며 충격을 줍니다.
단단한 양면 테이프로 고정해주세요.
다음은 기기 진동입니다.
바닥 받침대에 인슐레이터를 놓아 해결했습니다.
인슐레이터 사용 안 할 분들은 마우스패드 2장으로 겹쳐서 두툼하게 해서 바닥에 받춰보십시요.
시디 인식률을 굉장히 좋아집니다...
거의 다 인식해요.
거실 메인시스템에 나드 S500 시디피가 합류했습니다.
밸런스드 연결로 하니 소리 대역이 넓어지고 진해서 디테일이 살아나네요.
은색 필립스 튜너가 나드와 어울려 흰색, 은색... 나름 색상 구색을 맞춰줍니다.
작은 방 빈티지 시스템에는 1193이 들어갔어요.
이제 1195R시디피와 작별을 합니다.
한 대 더 있기는 한데 내부가 개조되었고 외관이 좋지 못합니다.
오리지널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21년 세월의 무게가 있어 차마 버리지는 못하겠네요.
뽁뽁이로 포장해 창고에 두었습니다.
다시 수리를 하고 민트급으로 한 대 더 구하고...
나이 많아지면 다시 구해보고 싶어집니다.
1195 동생. 그동안 고생 많으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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