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읽을거리] 샘 레이미의 [다크맨] 빛을 보다!
1980년대말 공포물 [이블 데드] 1-2편과 코믹 필름 누아르 [크라임웨이브]로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샘 레이미는 오랜 꿈이었던 슈퍼히어로 만화의 영화화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만들고 싶어했던 '배트맨'은 워너브라더즈에 의해 팀 버튼 감독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고 '쉐도우'는 판권을 획득하지 못하였습니다. 마블 코믹스의 스탠 리와 '마이티 토르'를 만들자는 이야기도 오갔지만 그 이상의 진전은 보지 못하였지요.
이에 레이미는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로 결심하고 각본 집필에 들어가는데 그가 구상한 이야기는 '평범하고 선량한 주인공이 계획된 음모에 빠져 흉측한 괴물이 되지만 외모와는 달리 여전히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을 그렇게 만든 악당들에게 복수한다'는 기본 줄거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레이미는 '오페라의 유령'이나 '노틀담의 꼽추'와 같은 미녀와 야수의 변형된 사랑 이야기에다 정체를 감추고 사회악과 대결하는 '배트맨'과 '쉐도우' 류의 골격을 가미한 것입니다. 아울러 '프랑켄슈타인'을 포함한 1930년대 유니버설 제작의 공포영화들로부터도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레이미의 스토리 트리트먼트를 마음에 들어한 유니버설은 최대 1천 2백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결정합니다. 각본은 레이미와 그의 형인 의학박사 이반 레이미 (각본의 과학적 고증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다니엘과 조수아 골딘 형제들 (여러 아이디어를 결합해 완성본을 만듭니다)까지 가세해 물주 유니버설을 만족시킬 때까지 여러차례 수정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주인공 다크맨 역으로 레이미는 '이블 데드' 시절부터 자신의 오랜 파트너였던 브루스 캠벨을 원했으나 유니버설은 캠벨이 흥행성이 없다는 이유로 게리 올드맨이나 빌 팩스턴 등을 고려하다가 최종적으로 리암 니슨을 낙점했습니다. 대신 캠벨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오로 출연하게 되지요. 여주인공 쥴리 역할로는 스튜디오가 고용하려고 했던 빅 스타 쥴리아 로버츠나 데미 무어 대신 감독이 원한 연기파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출연하게 되었지요. 그밖에도 듀란트 역에 개성넘치는 악당 역할이 인상적이었던 래리 드레이크가 뽑혀 주요 캐스팅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다크맨의 최종 예산은 1천 6백만 달러였는데 그전까지 저예산 영화들만 연출했던 레이미에게는 엄청나게 증액된 제작비였습니다 (물론 블록버스터 영화들에 비하면 저예산입니다). 이로 인해 레이미는 페이튼의 정교한 실험실 세트, 도시를 가로지르는 헬리콥터 추격전, 미완성 대형 빌딩의 철구조물에서 펼쳐지는 클라이막스를 충실하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이같은 경험은 후일 레이미 감독이 '스파이더맨' 3부작을 성공적으로 완성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순조롭게 완성된 영화는 첫시사회에서 뜻밖의 난관에 봉착합니다. 관객들이 감독의 의도와는 다른 곳에서 웃음을 터뜨리거나 어두운 결말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 것입니다. 이에 당황한 유니버설은 레이미에게 영화를 재편집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다행스럽게도 재편집한 버전과 대니 엘프만의 음악이 결합되면서 시사회 반응은 휠씬 좋아졌고 이 버전이 최종적으로 극장에 걸리게 됩니다.
1990년 8월에 개봉한 다크맨은 유난히 치열했던 블록버스터들의 홍수 속에서도 첫주 8백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합니다. 어둡고 음울한 이야기에 기존의 슈퍼히어로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지만 인간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는 색다른 슈퍼히어로의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았던 것입니다. 다크맨은 그후 2편의 비디오용 속편이 제작되고 마블 코믹스에서 만화책도 출간되는등 상당한 인기를 누립니다.
샘 레이미는 다크맨이 공개된 지 12년후 초대형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감독을 맡아 고뇌하는 슈퍼히어로의 내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새로운 성공신화를 창조하게 됩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다크맨'에서 보여준 B급 정서와 패러디 본능은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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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레이미'도...
'피터 잭슨'도...
B급 정서가 A++ 급 예산을 만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제대로 알려주셨죠... ^^
솔직히 '스파이더-맨'과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가 개봉하기 전에 두 감독의 전작인...
'이블 데드'와 '고무인간의 최후'의 느낌 때문에 어떤 작품이 나올지 걱정 했었는데...
모두 쓸데 없는 기우였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