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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오션스8(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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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5 11:13:13

2001년, 원작 그 이상의 호화 출연진으로 [오션스 일레븐]이 수십년만에 되풀이 됐을 때, 그리고 그것이 3년 주기로 속편까지 양산하며 7년간 3부작으로 프랜차이즈를 완성지었을 때 많은 이들은 [오션스 시리즈]의 배역 전환에 대한 가능성에 저마다의 상상으로 만들어 낸 대상을 대입시켜 보았을 것이다. [오션스 일레븐]이 기대 이상의 대박을 기록했고 스티븐 소더버그 사단의 의욕이 적극적으로 맞물리면서 [오션스 일레븐]은 이벤트를 넘어서게 됐다. 생각지도 못한 3부작의 완성형을 구성짓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리메이크로 출발한 기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능가하며 21세형 범죄 오락물의 기본 틀을 제시했다. 

 

범접할 수 없는 영화적 천재성에 빠른 작업 속도, 이름 값 하는 배우 인맥까지 아주 두터운 스티븐 소더버그이기에 배우 경력에선 그다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범죄 오락물인 [오션스 일레븐]에 3년 주기로 인원수를 한명씩 늘려가며 속편을 연결지을 수 있었던 것일 거다. 2000년대 초중반을 대표하는 케이퍼 무비이자 호화 출연진이 빛나는 오락물로도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오션스 시리즈]는 유혹적인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그만큼 기본 설정 자체에 매혹적인 구석이 있었다. 가볍고 재밌는 범죄 오락물에 호화 출연진이 가세하여 앙상블을 이룬다는 것은 부럽게 탐나는 요소이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오션스 시리즈]처럼 시작하다 향수 어린 홍콩 느와르 정서로 범벅된 [도둑들]이 만들어졌고 유사 제품을 생산시켰다.

 

호화 출연진의 균형을 조리있게 완성한 [오션스 시리즈]를 보면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배역의 가능성을 떠올리게 된다. [오션스 시리즈]로도 짜릿하지만 [오션스 시리즈]가 워낙에 가능성의 욕망을 부르는 기획력의 승리라서 한국판 [오션스 시리즈], 흑인판 [오션스 시리즈], 프랑스 등의 유럽판 [오션스 시리즈]들을 맞춰 보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여성판 [오션스]가 나온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넘치는 재능의 인력이 풍부하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스타들로 득실거리는 헐리우드 세상에서 [오션스 시리즈]같은 침이 고이는 기본 설정에 스타급 여배우들을 한데 모아 놓고 앙상블을 시도한다면 그것 역시도 굉장히 근사한 일일 것이다. 여성판 [오션스]도 승산이 있어 보였다. 여배우나 관계자가 보기에도 여성판 [오션스]는 결코 무모한 도전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미 3부작으로 자리 잡은 [오션스 시리즈]가 있었으니 쥐어 짜낸 세계관으로 묻어가기에도 편리했다.

 

남성 중심의 [오션스]에 대적하는 여성판 [오션스]로 기획력을 부린다는 게 한편으론 너무 1차원적인 발상같아 유치해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여성판 [오션스]도 만들어졌다. 마지막 [오션스 시리즈]였던 [13]이 나오고 11년이나 지난 올해에 숫자를 확 줄여 [오션스8]이 공개됐다. [8]로 [오션스 시리즈]치곤 간소하게 추려진 여성판 [오션스]는 기어코 나온 것 같으면서도 드디어 나와줘서 반가운 마음도 동시에 든다. 스티븐 소더버그가 재배열한 [오션스 일레븐]에서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정도의 역할 부여가 된 산드라 블록, 케이트 블란쳇, 앤 해서웨이를 오락물에 지나지 않는 장르물에서 동시에 보게 되는 것도 무척 설레는 일이다. 셋 다 아름답게 나오지만 패션 화보의 호기심은 본격적인 도둑질이 시작되기도 전에 말라 버린다. 그만큼 구성의 긴장감이 없다. 일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데도 기계적으로 씌여진 구성에 긴장감이 몰개성적으로 휘발된다.

 

영화는 여성판으로 성별 전환을 시도한 것 이상의 구심력이 상당히 떨어지게 완성돼서 기대만 못하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니고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날림 공사한 결과물도 아니지만 딱 여성판 [오션스]에서 상상할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기본기로만 채워 넣는데 급급해서 처음 출연진이 공개되고 포스터가 완성되고 첫 예고편이 틀어졌을 때 받았던 만큼의 희열이 지속되지 않는 것이다. 전개를 이을수록 관성적으로 흐르는 범죄 오락물의 전개로 [오션스 시리즈]의 프랜차이즈에 회의감을 갖게 만든다. 기존 [오션스 시리즈]에 성별 전환을 한 것을 벗어나면 도무지 개성이나 케이퍼 무비로써의 절묘한 지점을 찾기 힘들다. 범죄 오락물에서 너무 익숙한 구성원 집결 과정과 그 안에서 발휘되는 심심한 개인기, 적정 온도로 치고 빠지는 대립과 갈등이 심심하다. 케이퍼 무비니까 의무적으로 깔아둔 복선과 그에 따른 반전 요소들에 후반으로 갈수록 맥이 빠지고 오락물로써의 흥미도 짜게 식는다.   

 

여성판 [오션스]도 궁금했다. [오션스8]은 기존 [오션스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베니티 페어 특집호의 커버스토리같은 스타 군단을 집합시켰는데 문제는 그걸로 할 일 다 했다는 식의 태평한 태도이다. 산드라 블록을 주축으로 케이트 블란쳇이 보좌하고 앤 해서웨이로 하여금 모처럼만에 상업 영화에서 미모를 부각시켜 스타성을 발휘하게 한다. 영화에서 성공한 적이 없는 리한나 같은 팝스타의 얼굴 마담 활용과 헬레나 본햄 카터같은 개성파를 섭외해 감초의 역할도 부여했다. 인지도가 하도 많이 약해져서 한 장면 나오고 빠지는 다코타 패닝의 특별 출연인지 아닌지 모를 등장도 호화 출연진으로 유명한 [오션스 시리즈]의 외전다워 보이는 구성이다.

 

그러나 이게 다이다. 스티븐 소더버그가 제작에 참여했고 기존 [오션스 시리즈]의 대니 오션과 남매 설정으로 지극히 편리하게 확장시킨 [오션스]세계관의 연결 고리는 너무나도 느슨하여 딱할 지경이다. 거기다 특별 출연 섭외에 실패한건지 시작부터 사망 처리로 후일담을 그려낸 대니 오션이 마지막 납골당에서도 깜짝 등장으로 추억을 환기시켜 주질 않아서 괜히 낚인 기분까지 들게 만든다. 여도적으로 변환된 결과는 구글 번역기의 번역 결과처럼 기계적이다. 스타 출연진으로 무장한 남도둑이 스타 출연진으로 무장한 여도둑이 된 것이고 여도둑이니까 보다 이들에게 어울려 보일 거라고 판단된 멧 갈라로 도둑질의 장소를 설정했다. 사진으로 익숙한 멧 갈라가 이 정도 크기로 영화 배경에 활용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신선하긴 했지만 너무 가볍게 눈요깃감으로 소모돼서 극 중반도 못가 배경이 아까웠다.

 

보면서 재작년 나온 여성판 [고스트버스터즈]가 내내 떠올랐다. 단순히 성별 전환으로 환기시키려는 게으름에 보이는 것 이상의 무료함이 넘실거린다. 산드라 블록, 케이트 블란쳇, 앤 해서웨이의 스타 파워는 매력적이었고 이들의 스타성을 살려주는 의상과 분장의 노고도 보인다. 내내 7명으로 도둑질을 하다가 백치미를 풍기던 앤 해서웨이로 8명을 완성 짓는 예측 가능한 반전에서도 배우들은 이름값을 했다. 그러나 성별 전환 하나 해놓고 습자지에 옮기듯 기존 [오션스 시리즈]의 장르적 기능성을 얄팍하게 그려 심은 수동적인 아류 형태에 리메이크자 속편이며 스핀오프이기도 한 [오션스 시리즈]의 4번째 작품에 거는 최소한의 기대치는 반감만 불러 일으킨다.

 

여도적 자체에 대한 이상한 선호도에 기본 점수를 따고 들어간 듯 한데 케이퍼 무비로썬 지극히 평범한 구성일 뿐이다. 성별 전환에 따른 가능성을 답보한 구성이라 오히려 여도적 설정을 낭비했다. 끼워 맞추기식 전환점과 느닷없이 튀어 나오는 둔갑술로 범죄 오락물의 쾌감 발산에도 뒤쳐지기 때문에 성별 전환 하나만으로 신선한 작품이 나왔다고 보기엔 무리수가 많은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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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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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5 11:17:40

8-9-10으로 트릴로지를 염두에 뒀을까 모르겠는데, 속편제작이 많이 불투명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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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07-05 11:34:18

상업영화가 가지는 목적성이란 측면에서 봤을때 그 의도가 너무 저열하더라구요.

헌데, 우습게도 이런 영화의 메타스코어, 레이팅은 만들어 놓은 모양새에 비해 결코 낮지 않아요.

그냥 예쁜 배우들만 믿고 마네킹처럼 세워놔도 호평할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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