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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스포, 스압) 라스트 제다이를 비롯한 스타워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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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09-30 13:24:58

안녕하세요. DVD 프라임에선 첫글입니다.

 

라스트 제다이 때 DVD 프라임 가입해서 글 올리려고 했는데 가입 후 글쓰기 대기 기간 기다리다가 까먹어서 (...) 이제야 올립니다.

 앞으로 종종 활동하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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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영화를 본지 두달 정도가 지나 마음도 진정되고 다른 분들의 리뷰도 여럿 챙겨보면서 정리가 되어 감상글 써봅니다.

전 스타워즈는 영화와 게임 위주로 접한지라 다른 계통의 레전드(구 EU) 작품들에 대해선 다소 이해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혹시 글에 오류가 있을 시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17년 12월 14일 개봉하자마자 CGV 용산 아이맥스 영화관으로 친구와 함께 달려가 본 새로운 스타워즈.

보고 나왔을 땐 감동과 혼란을 느끼면서도 불쾌한 기분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집에 돌아오고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챙겨보면서 구체화된 이 불쾌감은 몇주 동안 사라지질 않더군요.

이 요상한 물건인 라스트 제다이가 왜 불쾌감을 내뿜었는지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스타워즈'라는 작품 전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습니다.


영화가 망할까봐 개봉일에 집에 박혀 덜덜 떨던 조지 루카스의 걱정과는 달리 1977년 개봉한 스타워즈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고 20세기 폭스와 조지 루카스를 돈방석에 앉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스타워즈는 미국인의 신화가 되었고 신난 루카스는 스타워즈의 첫번째 영화를 제작하면서 스필버그나 랄프 맥쿼리, 존 윌리엄스 등 능력자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신의 영화 제작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후로 능력 출중한 감독들과 협력하며 후속작을 제작했으며 1983년 '제다이의 귀환'을 마지막으로 클래식 삼부작을 완벽하게 끝내게 됩니다.


하지만 루카스는 스타워즈를 거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습니다. 영화 대신 코믹스나 보드게임, 소설 등으로 스타워즈 세계관을 확장시키고자했던 루카스는 자신이 모든 작품을 제작할 수 없음을 알고 스타워즈 확장세계관(EU, 현재 레전드)을 시작합니다. 루카스는 작품들을 만들 작가들에게 폭넓은 자유를 제공했습니다. 물론 퀄리티 차이가 심한 수많은 작품들을 모두 다 스타워즈 세계관에 공식적으로 넣을 생각은 없었기에 확장세계관은 설정의 공식 인정등급을 배정하는 캐넌 제도를 통해 확장세계관 설정의 충돌을 통제했습니다. 물론 루카스의 영화는 최고등급이었고요.


확장 세계관은 티모시 잰 등의 스타작가를 배출하며 쓰론 삼부작같은 작품들로 '제다이의 귀환' 뒤를 알차게 채워나갔습니다. 루카스가 세운 루카스필름은 ILM이나 인디아나 존스, 스타워즈 컨텐츠 관리로 잘 나갔고 1982년 설립된 게임 제작사 루카스아츠는 제다이 나이트 시리즈, 엑스윙 등 양질의 스타워즈 게임뿐만 아니라 원숭이 섬의 비밀, 그림 판당고같은 명작 어드벤쳐 게임을 연달아 발매하며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금기의 영역이 있었는데, 바로 지금의 프리퀄 삼부작(에피1~3) 시간대와 설정이었습니다. 


루카스가 클래식의 성공 이후 1981년 재개봉 당시 은근슬쩍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라는 글자를 오프닝 크레딧에 넣는 등 일찍부터 프리퀄 영화 제작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프리퀄 중요소재의 낭비를 금지한 것입니다. 하지만 루카스는 당시 기술력의 한계로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습니다. 덕분에 클론전쟁과 구공화국, 요다, 오비완, 아나킨의 과거는 오랫동안 베일에 감춰져있었지요.


90년대 말 CG를 비롯한 영화 촬영기술이 충분히 발전했다고 여긴 루카스는 프리퀄의 제작에 돌입하기 이전 클래식 삼부작을 CG등으로 재편집해 1997년 '스타워즈 스페셜 에디션'을 개봉합니다. 슬슬 본격적으로 발동하기 시작한 루카스의 똥고집과 영화내용 수정 및 편집 때문에 'Han first shot'같은 사건도 벌어졌습니다만 영화는 재개봉임에도 북미에서만 1억4천만 달러를 버는 등 높은 흥행을 했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루카스는 1997년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을 개봉하며 프리퀄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루카스는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그의 제작 능력은 까놓고 말해서 그리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와 협업할 유능한 감독도 없었고 영화 제작진들은 모두 루카스아츠의 직원들, 즉 루카스의 비위를 맞추는 부하직원들이었습니다. 루카스를 제어할 인물이 없었기에 결과물은 다들 아시다시피 허술한 각본, 발연기, 수준 낮은 편집과 허접한 연출 그리고 그 유명한 '자자 빙크스' 등 총체적 난국의 에피소드 1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단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어느정도 재미는 있었으며(솔직히 저는 마지막 광검 결투신 하나로 이 영화를 용서했습니다.) 무엇보다 스타워즈라는 이름값 하나로 1997년에 10억 달러를 찍는 괴물같은 흥행을 이뤄냈습니다.



이후로도 루카스 할배는 망언, 고집과 능력부족으로 스타워즈 팬들을 암걸리게 만들며 애증의 존재가 되어갔지만 옛날 감각이 조금이나마 살아난건지, 영화 찍다보니 조금 실력이 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후속작은 점점 볼만해졌습니다.

에피2는 에피1보단 나았고 에피3는 호평을 받으며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는 말처럼 프리퀄을, 더 나아가 스타워즈 사가를 아름답게 끝내주었습니다.


EU도 프리퀄의 금기가 해방되자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애니로는 클론워즈2D, 게임쪽에서도 구공화국의 기사단, 리퍼블릭 코만도, 배틀프론트 시리즈 등의 명작을 쏟아내며 스타워즈는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고요. 저도 2000년대 후반쯤 제다이 아카데미와 배틀프론트 2 덕분에 스타워즈 팬이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에피3의 흥행으로 팬층이 대거 늘면서 황금기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영화 개봉 후 다시 시간이 지나면서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약발이 떨어져가기 시작했습니다.


30년 넘게 이어진 확장세계관은 작품 수가 엄청나게 늘면서 너무나 복잡해진 나머지 뉴비들이 유입조차 못하는 꼴이 되었고 덩달아 작품들의 수준도 예전같지 못하면서 쇠락의 징조를 보였습니다. 카렌 트래비스같은, 팬덤의 기대를 받던 전도유망한 작가는 흑화해버리면서 똥작을 투척하고 주화입마에 빠져서 EU의 골칫덩어리가 되었다가 사실상 방출되었습니다. 티모시 잰 같은 고참 작가들은 필력이 떨어지는 게 역력했습니다. 설정은 복잡해지고 새로 나오는 작품들은 이전만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EU는 다스 베인, 잰나, 레반, 케이더스, 만달로리안들 같은 훌륭한 악역들은 만들어냈지만 끝내 클래식 삼인방, 그 중 루크 스카이워커를 대체할만한 선역 캐릭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활력이 떨어져갔습니다. 


게임쪽도 상황이 안좋았습니다. 2000년대 들어 대부분의 게임을 외주하던 루카스아츠는 새로운 게임 시리즈를 만들고자 총력을 다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해서 나온 게 2008년 '포스 언리쉬드'였습니다. 이 작품은 발매 전엔 엄청난 포스 능력을 보여주거나 기술력, 그래픽을 자랑하는 트레일러를 선보였고 루카스의 강력한 지원도 받았습니다. 스타워즈 팬들은 정보가 풀릴 때마다 흥분의 도가니였고 화려한 게임 영상은 비 스타워즈 팬들의 눈길까지 끌여당겼지요. 


하지만 발매하고보니 애매한 게임성과 욕 쳐먹는 스토리, 게임 평점이 후하던 그 시절인데도 메타 평점 70의 압박, 제작진들의 대량 해고, 필요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제작비 등으로 생긴 횡령 의혹.


더군다나 이 작품을 위해 리퍼블릭 코만도 후속작과 알파테스트 영상까지 만들어놨던 배틀프론트 3를 희생시켰다는 소문까지 돌며 포스 언리쉬드는 평이 매우 안좋아집니다. 국내에선 그때까지만 해도 살아있던 액티비전 코리아가 한글화하겠다고 큰소리 땅땅치다가 엎어져서 논란거리가 되었던 기억도 납니다. 저도 무진장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팬들의 반응은 시궁창이었지만 어찌되었든 스타워즈 이름값으로 포스 언리쉬드는 700만장이나 팔아먹었습니다.


당시 대작 게임이 없었던 루카스아츠는 이러나저러나 포스 언리쉬드 후속작을 만들기로 합니다. 하지만 2010년 발매된 포스 언리쉬드 2는 팬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전작보다 모든면에서 후퇴한 모습을 보여주며 메타 60의 똥겜 확정에 판매량이 200만장으로 폭락하며 시리즈를 끝냈습니다.


루카스아츠는 그뒤론 키넥트 스타워즈같은 망작들이나 만지작거리면서 암흑기에 빠집니다. 이 당시 스타워즈 게임 팬들의 유일한 희망은 루카스아츠가 빡세게 각오하고 만들고있다는 스타워즈 1313뿐이었습니다.



이렇듯 부하직원들이 제정신 못차리고 삽질만 하고 있는 동안 우리의 루카스 사장님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다들 예상하시다시피 상황을 악화시키는데 노력했습니다.(...)


루카스는 90년대부터 슬슬 EU의 중요부분에 간섭했고 이는 2000년대 들어 심해졌습니다.

루카스의 부족한 창작력과 낮은 EU이해도, 고집은 EU에 도통 도움이 되지 않았기에 스타워즈 팬덤은 어설프게 간섭할 바엔 그냥 옛날처럼 냅두라고 성토했습니다.


물론 루카스도 할 말이 있는게, 위에 언급한 카렌 트래비스가 만달로리안과 클론트루퍼에 푹 빠지다 못해 메리 수 짓을 하다가 스타워즈의 대사건인 오더66까지 '제다이가 나쁘다.'식으로 서술했다가 제작진과 팬들, 루카스까지 뒤집게 만들어서 루카스가 그 때부터 EU에 대한 압박을 가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기도 했거든요. 물론 카렌 트래비스는 그 버릇 못고치다가 마이크로소프트로 쫓겨나서 기어즈 오브 워 소설이나 쓰는 신세가 되었지만 루카스의 싸늘한 눈초리는 남아있던 EU 작가들이 담당해야 했습니다.


영상매체에서도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스페셜 에디션에서의 수정으로 욕먹은 루카스였지만 이미 완성된 영화에 손대는 나쁜 버릇은 고칠 생각이 꼬딱지도 없었습니다.

2004년DVD판에선 '제다이의 귀환' 마지막 장면에서 요다와 오비완의 영 옆에 제다이로 돌아온 아나킨의 영이 나타나는 장면을 베이더역의 배우 세바스찬 쇼에서 젊은 아나킨역의 헤이든 크리스텐슨으로 수정, 그것도 무척 어색하게 해버려서 욕 먹었습니다.


2011년 블루레이에선 베이더가 팰퍼틴을 처단하는 장면에 뜬금없이 "Noooo!"라는 대사를 추가하기도 했고요.


루카스의 나쁜 손버릇에 대해 말하자면 끝이 없으나 이 얘기는 그만 넘기겠습니다.


그래도 진정한 시스 로드, 루카스 대마왕님의 장점이 있다면 끊임없이 새로운 것(CG 등)에 몰두하면서 새 작품을 만들어내 관객들에게 보여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영화 자체의 평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프리퀄 또한 스타워즈 세계관을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설정을 대거 추가해주면서 팬들을 즐겁게 해준 것은 확실했습니다. 프리퀄 영화가 많은 욕을 들어먹긴 했지만 그만큼 장난감 판매량도 어마어마하게 높았지요.


루카스 할배는 에피3로 스타워즈를 끝낼 생각이 없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새 작품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이번엔 3D 애니메이션에 빠진 루카스는 3D로 클론워즈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순조롭게 진행되어 2008년 클론워즈 3D 방영이 시작되었습니다. 방영직전엔 선행극장판도 내놨고요. 시청률은 좋았고 일반 시청자들도 그럭저럭 재밌게 봤습니다. 하지만 대마왕님답게 팬덤 화내기엔 또 성공하셨습니다. 허허.


이미 있던, 명작으로 인정받은 클론워즈 2D를 묻어버리고 튀어나온 클론워즈 3D는 에피2와 3 사이에 있던 EU들을 개무시했고 기존 설정들을 밟았으며 제다이와 클론트루퍼의 이미지를 대폭 바꿔놓았습니다. 드로이드 초과, 인간 미만의 무뚝뚝한 군인 클론트루퍼들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인간적인 병사들이 되었고 제다이들은 보수적이고 잘못을 저질러놓고 사과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몇몇 제다이들은 추악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갑툭튀한 아나킨의 제자 아소카 타노는 싸가지 없는 모습으로 나오자마자 까였습니다. 그래도 나중 시즌에 가면 작품이 괜찮아졌습니다만 그 과정에 시달리야했던 팬들은 클론워즈 감독 데이브 필로니와 조지 루카스를 씹었습니다.



팬들이 그러거나 2010년 전후로 루카스는 새 작품 준비에 바빴는데, 앞서나온 클론워즈3D뿐만 아니라 스타워즈 드라마 제작과 스타워즈 영화3D 재개봉 준비를 열심히 했거든요.

하지만 스타워즈 3D 재개봉은 혹평만 남긴채 에피1만 개봉하고 상영을 포기하게되었습니다.


이 때 학생이었던 저와 동생이 이번 기회가 아니면 스타워즈를 스크린에서 못볼 것이며 잘만하면 클래식 삼부작도 극장에서 볼 수 있다고 기대하며 보러갔던 게 생각나네요. 재밌게 보긴 했는데 아무래도 흥행을 노렸다면 평 안좋은 프리퀄보단 클래식을 먼저 개봉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글쓰면서 드네요. 결국 시퀄이 개봉하기 전까지 제가 극장에서 유일하게 본 스타워즈는 에피소드 1뿐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되게 분한데요. 루카스 할배 왜 그랬어요.



별 홍보 없이 조용히 진행하던 스타워즈 드라마는 제작 과정에 문제가 생겼는지 에피소드 하나도 나오지 못하고 뒤집어졌으며 루카스 할배는 이 와중에 클론워즈3D 에피소드 몇개의 각본에 손댔다 여지없이 욕 먹었습니다.

스타워즈 1313은 언제 나올지도 모를 상황이었고요.

2012년엔 간만에 루카스가 직접 제작한, 스타워즈와 전혀 상관없는 영화인, 2차 세계대전 흑인 공군부대를 다룬 '레드 테일즈'가 개봉했다가 쫄딱 망하기도 합니다.



추측컨데 이즈음 루카스는 상당히 지쳐있거나 영화에 흥미를 잃었던 것 같습니다.


루카스는 결국 2012년 12월 스타워즈 판권을 비롯한 루카스필름을 디즈니에게 4조에 팔아넘겨버립니다.

루카스는 쿨하게 4조를 통째로 기부했고 그 후론 '스트레인지 매직'이라는 애니메이션을 하나 만들었다가 또 말아먹은 뒤로 느긋하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디즈니는 스타워즈로 뽕을 뽑으려고 노력하기 시작합니다. 본격적인 '디즈니의 스타워즈' 시대가 개막하고 지금의 시퀄, 라스트 제다이를 만들어낸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선 디즈니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루카스아츠를 2013년에 폐쇄했습니다. 비롯 2010년대 들어 빌빌댔지만 여전히 게임을 만들고 있던 루카스아츠였기에 팬들에겐 청천벽력같은 일이었습니다. 물론 스타워즈 1313을 비롯해 루카스아츠에서 제작중이던 게임들은 모조리 취소되었고 불과 한달 뒤엔 EA가 스타워즈 게임 제작의 독점계약을 취득한 후 배틀프론트를 개발합니다.


루카스아츠 폐업으로 스타워즈 통치(...)를 시작한 디즈니의 다음 목표는 확장세계관이었습니다 . 스타워즈 신작영화를 제작하려던 디즈니에게 에피6 뒤 시간대를 가득 채우고 있던 확장세계관은 어떻게든 처리해야만 하는 물건이었습니다. 2014년 디즈니는 확장세계관을 통째로 리부트하고 옛날 작품들을 '레전드'로 분류, 쉽게 말해서 비공식 작품으로 만들면서 팬덤에 폭탄을 떨궜습니다. 팬덤은 혼파망에 빠졌지만 디즈니는 굳건했습니다.


또 이는 갈수록 쇠락해가던 스타워즈 국내 팬덤의 올드비들을 확인사살하던 소식으로 알고있습니다.



EU팬들이 디즈니에 치를 떨게 되었고 디즈니는 일찍이 조지 루카스도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으로 증오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는 오로지 에피7을 위한 것이었고 에피7의 성패가 앞으로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상황이었죠.

심각했던 디즈니는 JJ 에이브람스라는 유능한 감독을 붙이면서 최대한 안전빵으로 가고자합니다.



그렇게해서 나온 에피7은 기존 클래식 삼부작의 오마주 덩어리로 나왔습니다. 클래식의 정취가 듬뿍 당겨있는 이 영화는 누구나 스타워즈라고 할만한 분위기와 설정으로 가득 차있게 되었지요.

 

자쿠 행성은 누가봐도 타투인2고 스타킬러 베이스는 데스스타의 스케일을 훨씬 키운 상태에 행성 자연환경은 에피5의 호스를 연상시킵니다.

스타 디스트로이어와 타이파이터, 엑스윙이 그대로 나오고 다들 좋아하는 밀레니엄 팔콘도 나옵니다. 스톰트루퍼와 저항군 디자인도 코딱지만큼의 수정만 거쳐 처음 봤을 땐 어디가 다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에피4에서 반란군이 찾아다니던 오비완은 에피7에선 루크로 바뀌었고 영화의 주인공은 여전히 사막행성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다가 외부에서 온 존재를 만나 더 넓은 세계로 갈 기회를 얻은 젊은이입니다.

아, 당연하지만 이 젊은이는 뛰어난 파일럿이자 재능있는 포스 감응자입니다. 출생의 비밀도 있고요.


제국은 여전히 사악하고 은하계에 위협을 가하며 저항군은 여전히 거칠고 가난한 티를 냅니다. 에피 7 이후로 제국은 신공화국에게 쳐발려서 은하계 구석으로 찌그러지고 에피 7 이후 신공화국으로 인력이 대거 빠져나간 뒤 정계에서 퇴출된 레아 오르가나의 사병조직으로 재편된 저항군 하나도 어쩌지 못하는 형세지만 하여튼 제국은 위험합니다.

광검 결투는 프리퀄의 빠르고 현란함 대신 클래식의 느리고 둔준함을 이어받았으며 가면을 쓴 악당은 대립하는 제국 장교가 있으며 가면악당의 직할상관은 제국의 황제뿐입니다.


이렇듯 클래식 작품들을 마구잡이로 모방한 영화지만 노련한 감독은 관객들이 질려하지않도록 자신의 권한과 능력 내에서 변화를 주었습니다.

한과 레아를 7:3으로 섞은 뒤 반으로 나눈 것같은 캐릭터인 핀과 포에겐 각각 스톰트루퍼 변절자와 처음부터 에이스 파일럿 겸 사령관의 심복이라는 개성을 줍니다. 특히 전자는 지금까지 영화에 나온적 없는 캐릭터다보니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포의 캐릭터는 다소 식상했지만 까포에서 포의 비중은 핀과 레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떨어졌기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레이는 가족이라도 있었던 아나킨, 루크와 달리 고아로 만들어버리면서 조금이나마 차이점을 두었습니다. 포드레이싱을 준비하며 어머니와 같이 자유를 꿈꾸던 아나킨과 삼촌을 도와 농부일을 하면서 좋은 학교로 진학하고싶어하는 루크완 달리 레이는 하루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팍팍한 인생입니다. 가족도 없고 집도 없이 버려진 전투병기 안에서 대충 살면서 혼자 식사를 하는 레이는 쓸쓸해 보입니다. 성별도 다르니 이미지에 좀 더 차이가 생기기도 하지요.


또 지금까지 '완성된 악'이자 '완전한 악'이었던 스타워즈의 악당들, 시디어스, 몰, 두쿠, 타킨 등과 달리 시퀄의 주악당인 카일로 렌은 미성숙하며 불안정한 악입니다. 작중에서도 고뇌하며 성장하는 인물입지요.

이런 악당은 잘못 다루면 관객들에게 몹시 찌질한데다 허접한 악당으로 보이기 쉽상이지만 제작진들은 관객들에게 카일로의 과거가 어땠는지, 장래가 어찌될지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한 솔로는 깔끔하게 퇴장해 세대교체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비록 영화의 스토리가 외부인을 만나 사막행성을 떠남->저항군 합류, 멘토의 사망->적의 결전병기 파괴->엔딩이라는, 에피4를 그대로 때려박다시피 했지만 깨어난 포스는 무난한 영화로 나와 관객들에게 클래식의 모습을 21세기 영화기술을 통해 보여주면서 무려 20억 달러를 찍는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또 떡밥왕 JJ 에이브람스는 카일로 렌이 왜 타락했는지, 갑자기 나타난 제국의 새로운 지도자 스노크의 정체, 레이의 부모, 루크가 은둔한 이유 등의 떡밥을 던져대며 팬들을 흥분시켰습니다.


스타워즈로 뽕을 뽑아야하는 디즈니, 예토전생의 대가가 된 에이브람스 및 출연진과 제작진, 새로운 스타워즈 영화를 본 관객.

모두가 만족했습니다.


단 한 명만 빼고요. 바로 조지 루카스였습니다.


루카스 할배는 영화를 보고난 직후에는 '좋은 영화다.'라며 립서비스를 해주었지만 몇주도 안되어 인터뷰에서 디즈니를 백인 노예상이라고 지칭하며 속마음을 까발렸습니다.


사실 조지 루카스가 디즈니에 악감정이 있을만도 한게 에피 7 제작 당시 아이디어 등을 내놓으며 영화 제작에 조금이나마 참여하려고 했지만 디즈니에게 철저히 배제당하고 에피7 제작에 손가락 하나 댈 수 없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또 루카스는 매 영화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클래식 오마주로 가득한 에피7가 마음에 안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님 EU 등에 대한 디즈니의 과격한 처방에 불만을 품었을 수도 있습니다.



루카스는 디즈니가 자신이 시퀄 근처에도 못오게 하자 기분이 안좋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말년 루카스의 삽질들을 기억하며 디즈니가 옳았다고 했습니다.

사실 전 조금 아쉬웠는데 루카스가 영화를 만드는 건 허접했지만 세계관을 만드는 데는 탁월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루카스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프리퀄과 달리 시퀄은 디즈니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루카스를 살살 조련하며 새 영화의 제작에 써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봤거든요.

그렇지만 저도 그때는 그렇게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저도 루카스 할배의 삽질을 기억하고 있었고 시퀄 잘 만들고 있는 디즈니랑 싸워서 시퀄 영화들의 완성도가 떨어질까봐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나온 로그원은 게임 포스 언리쉬드의 갈렌 마렉과 제다이 나이트 시리즈의 카일 카탄의 설정을 주섬주섬 갖다붙여 토대를 만든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무척 잘 빠졌고 마지막 다스베이더의 검술은 팬들의 혼을 빼놓기에 딱 이었습니다. 저도 영화관에서 침 흘리면서 봤습니다. 


흐허... 베이더님 너무너무 머싰다...






그리고 대망의 2017년 12월 14일 '그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평론가와 팬들의 평이 극단적으로 갈린 영화는 현재로선 전작에 비해 흥행이 대폭 하락하고 아시아 시장에서 팬층 확대는 커녕 있던 팬들도 소멸시켰다는 것을 역대급 드랍률로 보여주었고 대중들의 반응도 심각하게 갈리는 것을 보아 일당은 팬들의 평이 옳았다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라스트 제다이'의 영화적 헛점에 대해선 이미 수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셨으니 제가 개인적으로 심각하게 여긴 것들 위주로 말하겠습니다.


영화의 소품 사용은 전작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전작부터 심합니다. 이번 작품에선 퇴화했거든요.


클래식의 분위기에 최대한 얹혀 가겠다는 느낌이 역력합니다.


엑스윙과 타이파이터는 물론 멋대가리 없는 몬 칼라마리 함선들도 나옵니다. 새로 나온 맨데이터는 ISD에서 위아래에서 눌러서 납작하게 만든 꼴이고 메가급은 옆으로 주욱 늘려놓은 꼴입니다. 현대미술은 보기만 해도 하품하는 제가 보기에도 창의력 없는 디자인이었습니다. 전함이야 제국측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다른 것들은 좀 낫겠지 하는 기대를 영화는 산산조각냅니다.  AT-AT도 조금 디자인 바꿔서 다시 내놨내요. 


그래도 초반에 나오는 폭격기는 새로 보는 것 같네요. 근데 폭격기치곤 좀 둔해보이는데 그러면 튼튼하기라도 하겠죠? 아이고 타이파이터가 블래스터 한번 쏴주면 펑펑 터져나가네요. 그래도 내장된 무기는 많아보이니까 저걸 미사일로 쏟아붓겠죠? ...예? 전함 바로 위까지 가야한다고요? 저리 쉽게 터지는데?


클래식에도 주구장창 나오던, 잘쓰고 있던 폭격기 와이윙은 어디로 가고 저 걸 쓰는 이유는? 그리고 저 거 말고 새로운 디자인의 전투기가 하나도 안 보이는 이유는 뭐죠?


다 그대로잖아요. 프리퀄은 이질적일지언정 새로웠던 나부의 함선, 분리주의 연합의 드로이드와 특이한 함선들, 일반병이라 할 수 없을 정도의 간지를 내뿜는 클론트루퍼와 클론전쟁의 감초 배틀 드로이드 시리즈, 라티 건쉽은 독창적이었고 베나터급은 ISD의 프리퀄이라는 느낌을 주면서도 개성을 가진 디자인이었습니다. 근데 시퀄의 메카닉에서는 독창성이란 게 하나도 안느껴져요. 메카닉 디자인들은 새로운 걸 그리는 대신 클래식 디자인 가지고 여기 조금 바꾸고 저기 조금 바꿔서 새 거라고 내놓으면 관객들이 '우와~ 새 장난감이다!' 할 줄 알았나봅니다. 허허허.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그 다음은 영화의 전개입니다.


특히 불쾌했던 부분인데, 상당히 불친절하고 이해가 안되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갔거든요.


갑자기 영화 시작하자마자 저항군이 위기에 놓였는데 바로 전작 마지막에 스타킬러 베이스를 파괴하고 해피해피하던 반란군 분위기랑 너무 다릅니다.


이 부분은 오프닝 크레딧에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에피8은 에피7이 끝나자마자 바로 이어지는 시간대인 걸 영화 다보고 나와서 글을 찾아본 후에야 알 정도였거든요. 근데 오프닝 크레딧에선 별 쓰잘데기없는 소리만 해댑니다. 저는 에피5 초반처럼 데스스타 폭파 후 시간이 좀 흘러서 호스 전투 시작하는 것처럼 에피7 이후 투닥대다가 퍼스트 오더가 우세해져서 저항군의 심장까지 쳐들어 온 줄 알았어요.


알고보니 스타킬러 베이스가 터지자마자 쳐들어온 거더라고요? 아니, 전열을 정비해야 하는 쪽은 퍼스트 오더 아니었나요? 스노크는 스타킬러 베이스가 터질 줄 미리 알았나? 퍼스트 오더가 수년 동안 엄청난 노력을 통해 만들어낸 비밀병기인 줄 알았는데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나 봅니다.


영화 크레딧 내용을 한 번 보자고요.




사악한 수프림 리더 스노크의 퍼스트 오더 군대가 평화롭던 공화국을 무너뜨렸고, 이젠 은하계 전체를 노리고 있다. 


레아 오가나 장군이 이끄는 저항군은 마지막 제다이인 루크 스카이워커가 돌아와 악의 세력을 물리쳐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퍼스트 오더 함대가 몰려오자 저항군은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는데....




...? 이렇게 써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항군은 사악한 퍼스트 오더의 비밀병기를 파괴했지만 공화국의 수도는 이미 파괴되어 은하계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레아 오가나 장군이 이끄는 저항군은 마지막 제다이인 루크 스카이워커가 돌아와 악의 세력을 물리쳐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공화국이 질서를 되찾기 전에 퍼스트 오더 함대가 저항군을 섬멸하기 위해 기습 공격을 가하자 소수였던 저항군은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는데....




뭔 영화가 사전 설명도 제대로 못하냐 이런 ㄱ... 흠흠 고운말을 씁시다.




그 다음으로 지적할만한 건 뜬금없이 튀어나온 하이퍼스페이스 추적 기술입니다. 사실 이전에도 상대방이 하이퍼스페이스를 하면 은근슬쩍 그대로 따라가는 장면이 스타워즈에 종종 나왔습니다. 그래도 그때마다 일부러 상대방을 유인하기 위해 좌표를 뿌렸거나(클론워즈 2D 아사즈), 쫓기는 입장에서 추적당하는 걸 모르고 있을 때 몰래 따라가는 것(에피 5 보바 펫의 한 솔로 추적)으로 처리했는데 이 영화에선 갑자기 하이퍼스페이스 추격을 해오니 저항군이 혼비백산합니다. 관객들도 어리둥절하고요. 

로즈가 갑자기 머리에 생각이 떠오른 듯 "재네들이 추적기를 개발했나봐!"하는데 이거 너무 뜬급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뿐이었습니다. 네? 로그원에서 이미 나왔다고요? 로그원 배경은 에피3과 4 사이인데요? 로그원에서 한줄 대사 나온 게 복선이라고요? 왜 갑자기 에피 8에서 구체적으로 개발되어서 나오는 건가요? 설명을 좀 해봐요.

이런 억지스런 설정을 만들 필요 없이 미리 추적기를 붙여놨다던가 내부 배신자가 있다거나 하는 걸로 처리하면 안되었던 건가요? 추적기 관련 얘기도 영화 초반부에 잠깐 나왔다가 그대로 뭍히던데 뭐 그리 중요한 장치라고 앞으로 스타워즈 관련 작품 나올 때마다 발을 걸만한 설정을 만드는 건지 이해가 안됩니다. 


ex) 스타워즈 게임A에서 아군이 적을 피해 하이퍼스페이스 항행으로 도망쳤을 때 왜 적들은 추적기 안써요?


뭐 잠깐 나왔다 사라지는 얘기에 너무 과민해지지 말자고요?


뭐 그렇게 설정할 수도 있죠.


근데 레아 오르가나는 왜 갑자기 포스를 쓰는 거죠? 포스 잠재력이 있다고만 했지 지금까지 영화상에서  이렇게 직접적으로 쓴 적이 없는데 너무 갑작스러운 것 아닌가요?


설정 다 알고 있던 저도 응? 싶었는데 일반 관객들은 황당했을 것 같은데요. 굳이 그 장면을 왜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극 진행상 레아가 잠시 빠질 필요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 묘사할 필요까지 있었나요? 그리고 뭣하러 아크바는 사망시켰나요? 그래도 에피6 야빈 전투의 반란군 총사령관이고 영화에서도 비중이 제법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 '아크바 제독님이 전사하셨습니다.' 한 줄 처리로 사망시킬 필요까지 있나요? 살려두면 이후 EU에서 두고두고 써먹을 만한 명품 조연인데? 기껏 그 대신으로 꺼낸 홀도도 한방에 보냈으면서?



추적기도 추적기고 레아와 아크바도 그렇다치지만 더 심한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줄기가 너무 많아요.


함대에 남아있는 포, 코드브레이커를 찾아 떠난 핀과 로즈, 아치토에서 루크를 설득하면서 카일로와도 교감하는 레이.


영화가 세 줄기로 갈라져 각자의 이야기를 진행시키다보니 시간이 굉장히 촉박합니다. 그나마도 합리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질 않아요. 레이가 나오는 장면은 그래도 의미가 있는데 포와 핀은 아주 안좋습니다.


포는 함대에 남아서 하는 게 임시 사령관 홀도와 알력 다툼만 벌입니다. 홀도는 일방적으로 포를 무시하고 포는 포대로 홀도에 불만을 가지다 끝내 선상반란까지 일으킵니다. 그래놓고 비밀유지를 위해 계획을 얘기안했다고 하는데 이게 뭔 소리인가 싶습니다. 방금 계급이 깎였어도 그렇지 전투기 편대장에게 그 얘기를 안하면 누구에게 그 얘기를 할려고요? 탈출선 조종은 파일럿들이 안해요? 탈출선에 기름 채우는 동안 엔지니어들은 그 계획을 눈치 못챌까 싶습니다. 우습게도 포가 사고를 치니 너무 타이밍 좋게 레아가 깨어나면서 포를 마취총으로 참교육합니다. 그후엔 갑자기 포를 무시하던 홀도가 포가 자기 취향이라고 얘기하면서 호감을 표하는데 이건 무슨...


원래 제작진들은 포를 핀하고 붙여서 칸토 바이트로 보내려고 했는데 브로맨스처럼 보일까봐 굳이 포를 떼놓고 로즈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안그래도 영화 상영시간도 부족한데 그럴 필요 있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영화가 세 줄기가 되면서 난잡해졌는데 스타워즈 영화 중에서 이렇게 복잡하게 진행한 영화는 없었어요. 가끔가다 영화가 여러 줄기가 될 때가 있는데 딱 두 줄기(에피2, 에피5)로 나눠서 양쪽을 교차로 보여주거나 클라이막스(에피1, 에피3, 에피6)만 나눠보여주는 수준이었는데 이 영화는 과감하게 영화 몸통을 여러 줄기로 나눴다가 비중 분배도 실패했습니다. 홀도란 캐릭터는 망했고요.


칸토 바이트쪽도 좋지 않습니다. 사실 저에겐 이부분이 영화에서 가장 끔찍한 장면입니다. 스타워즈는 계속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면서 놀거리를 만들어주었지만 이번 작품의 두 갈래, 포와 레이는 배경이 너무 좁아서 새로운 것을 보여줄 환경이 못되요. 유일한 예외는 무대 바깥으로 나간 포의 장면들 뿐이었습니다. 여기서 시퀄은 새로운 것들을 보여줘야 했어요. 그런데 칸토 바이트의 카지노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모스 아이슬리의, 여러 외계인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지내는 현장감과 소박함? 수많은 비행차들이 날라다니고 다문화, 다종족의 느낌이 물씬 드는 코러산트의 웅장함? 아뇨. 그냥 인간들이 턱시도 입고 현실 카지노랑 똑같은 곳에서 현실에서 보이는 도박기구를 이용하고 현실에서 그렇듯 경마를 즐기고 있네요. 말이 좀 기괴하게 생기긴 했는데 그게 그리 큰 차이점을 만들어주진 못합니다. 하다못해 주인공들이 위기에 빠진 이유도 해안가에 우주선 불법주차했다가 카지노 경비한테 잡힌 거에요. 지금 장난하나?


전 핀이 스톰트루퍼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핀을 추적해온 파스마의 특수부대가 카지노를 습격해 불바다로 만들길 기대했습니다.


파스마가 "탈영에 배신이라니, 쓰레기 녀석"하면서 쫓아오지만 핀과 로즈는 도망치느라 반박조차 못하는 그런 장면을 기대했다고요. 그래야 극 후반에 파스마의 등장이 뜬금없지 않을 것이고 파스마의 쓰레기 드립에 "그래, 나 레벨 스껌이다." 하는 핀의 선언이 의미를 가집니다. 근데 핀과 로즈는 기껏 가서 한다는게 경마에 시달리는 인면마 구출이에요. 지금 저항군이 위기에 처한 것 아닌가요? 지금 고작 말 구하느라 위기를 감수하고 있을 땐가요? 코드브레이커 안찾나요?


에휴, 인간 놈들에게 뭘 기대하나요. 우리 BB-8이 코드브레이커도 찾고 우주선도 하나 훔쳐옵니다. 사실 BB-8이야 말로 저항군의 진정한 넘버2가 아닐까 기대해봅니다.



로즈라는 캐릭터도 낭비의 극치입니다. 시작이야 브로맨스 혁파라는 어이없는 이유로 만들어졌지만 로즈 자체는 그럭저럭 써먹을 데가 있는 캐릭입니다. 일단 저항군의 말단이라 저항군 에이스인 포나 변절자 핀과는 다른 입장에서 저항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가족이 제국과 싸우다 죽었다는 뻔하지만 먹히는 설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첫째로 외모입니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안좋은 일이지만 영상 매체에선 그런 거 없습니다. 관객들이 영상매체를 볼 때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시키는 것은 작품의 재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일단 외모가 좋으면 먹어주기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 주연에 잘생기고 예쁜 배우를 씁니다. 일단 외모가 괜찮으면 관객들은 쉽게 몰입하거든요. 물론 캐릭터의 외모가 좋지 않더라도 좋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외모라는, 보자마자 눈에 띠는 것이 아니라 작중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사건을 발생시키면서 그 캐릭터에 매력을 만들어주었을 때 가능한 겁니다.


로즈가 영화 내에서 그런 매력을 보여주었나요? 성격도 밍밍하고 가치관도 밍밍하고 활약은 이상합니다. 고작 말 구출과 마지막 핀의 자폭 막기 정도에요.


차라리 성격이 화끈하다거나 영화 초반에 보여주듯이 원리원칙주의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구경거리가 넘치는 칸토 바이트에서 다른데로 빠지려고 하는 핀의 정신을 다잡게 해준다거나 했으면 좋겠지만 제작진들은 로즈라는 캐릭터를 그리 중히 여기지 않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보통 작품에선 절대로 해선 안되는 것, 작품의 주제를 캐릭터 입으로 대놓고 꺼내는 짓을 로즈에게 시키고 맙니다. 심지어 그렇게 말하는 내용은 핀과 관객들에게 공감도 안되고 그 다음 이뤄진 키스에선 어이가 나가다 못해 얼데란으로 가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기껏 칸토 바이트에서 찾은, 베네치오 델 토로라는 훌륭한 배우를 쓴 코드브레이커라는 캐릭터도 어설픕니다. 처음엔 자기 이득을 따지고 제국이나 저항군이나 똑같다면서 분쟁의 무가치함을 떠들더니 함선에 침입한 후엔 갑자기 착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기까지 보면 한 솔로의 마이너 버전이에요. 근데 그 다음엔 위기상황이라지만 바로 저항군을 배신, 돈 챙기고 유유히 떠납니다.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뭘 말하고 싶은 캐릭터인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자기 이득만 챙기는 비열한 인간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묘사해주었으면 그러려니 할텐데 말이죠.


이 캐릭 왜 나왔을까요. EU 코믹스에 나온다던데 설마 거기 써먹으려고 영화에 출연시킨 건 아니겠죠? 아니라고 말해줬으면 좋겠군요. 




칸토 바이트 씬과 함대 씬이 절망적으로 망했으니 유일한 희망은 레이뿐입니다.


레이야 좋은 장면들을 만들어다오.


그 기대는 금방 부셔지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전작 마지막을 장식하던, 기대감 솟게 만드는 장면에서 루크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오오.



몇 걸음 달려오더니 광검을 들곤 대뜸 뒤로 던집니다. ...뭐? 자기 아버지의 광검을? 당신이 베스핀에서 팔 잘릴 때 들고있던 바로 그 광검을?

어... 음. 뭐 그럴 수도 있죠. 그 때의 악몽은 이미 추억이 되었고 고작 그런 광검에 아직까지도 매달릴 순 없잖아요? 인생은 기니까요.


뭐 어찌어찌하다 결국 루크는 레이를 가르치기로 합니다. 그래야 우리 루크지!


근데 문제가 또 생깁니다.


루크가 레이에게 자신과 카일로 렌의 대립에 대해 설명하는데, 지금까지 많은 관객분들이 지적한 것이니 짧게 넘어가지만, 제다이와 영링들을 학살하고 제국의 앞잡이 노릇을 수십년간 했던 자기 아버지도 용서하고 설득한 루크가 불안감에 광검을 꺼내드는 것은 명백한 설정붕괴입니다. 이와 유사하다고 할만한 장면이 바로 에피5의 데고바에서 어둠의 동굴에서 자신의 공포가 만들어 낸 환상에 루크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광검을 꺼내 휘두른 장면입니다. 루크는 결국 베스핀에서 아버지에게 팔을 잘리는 실패를 겪어야 했고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러고도 에피6에서 베이더가 레아 얘기를 꺼내자 순간적으로 분노하기도 했지만 베이더의 기계팔을 보고 다시 깨달음을 얻었고요. 이런 루크가, 한순간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어린 제자에게 광검을 꺼냈다라?


기실 이 장면에서 제작진들의 유약한 타협이 느껴졌습니다.


루크에겐 광검을 꺼냈지만 곧 후회하고 끄려고 했다고 변명거리를 만들어주고 벤에게는 자기 스승이 먼저 광검을 꺼냈으니 저항해야만 했던 당위성을 만들어주면서 둘 다 나쁜 사람은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게 티가 풀풀 나거든요. 개인적으로 어느 한 쪽의 이미지가 망가지는게 무서워서 이런 어설픈 공구리를 치는 꼴을 무척 싫어합니다. 이런 대립을 훌륭하게 묘사하여 두 캐릭터 모두 피해가 가는 걸 막는 것(시빌워 등)은 감탄이 들지만 이런 장면은 작품 질이 떨어진단 생각만 들어요. 이럴 바엔 차라리 벤의 타락을 직접적으로 보여줬으면 나았을 듯 싶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벤과 루크가 맞붙었는데 루크는 건물 더미에 깔려 기절하고 벤은 그 사이에 사원으로 가서 다른 제자들을 설득, 설득되지 않은 동료들은 모조리 죽여버렸다라. 루크 포스 개허접?


게다가 설정을 찾아보니 당시 루크에겐 벤을 포함해서 12명의 제자가 있었는데, 벤의 설득에 나머지 11명 중 6명이 넘어갑니다. 바로 이 7명이 렌 기사단이 됩니다.


와, 루크는 벤뿐만 아니라 다른 여섯 제자에게도 실망스러운 스승이었군요. 왜 구공화국 제다이가 제자를 한 명만 두는지 알겠네요.


두명을 제자로 두면 한명은 타락한다는 게 확률적으로 거의 확실하다는 거잖아요? 루크를 보세요. 제자를 12명 두니 7명이나 배신하고 타락하잖아요.



이에 대해선 보다 자세한 묘사가 필요했다고 봅니다. 다른 동료들과 달리 포스 수련을 잘 따라가지 못하던 벤에게 빠르고 편한 길을 알려주겠다고 스노크가 접근, 그걸 눈치챈 루크가 벤을 설득하려고 야밤에 단 둘이 차나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눔. 다크사이드는 빠르고 편해보이지만 그 결과는 끔찍하다는 것을 말하며 벤을 부드럽게 설교, 갑자기 스노크가 루크 앞에 등장, 당황한 루크가 전투를 준비하지만 몸이 갑자기 아픔! 사실 알고보니 스노크가 벤을 통해 차에 독약을 탐! 벤이 우물.. 아니 차에 독을 탔다! 피폐한 몸을 이끌고도 루크는 스노크와 대등하게 싸우지만 건물이 무너지는 걸 피하다가 스노크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고 건물 더미에 묻혀버림! 그 사이 스노크는 벤을 데리고 사원으로 감! 어리둥절해 있는 파다완들에게 자신이 루크를 죽였음을 선언하고 자신의 제자가 되던지 죽던지 선택하라는 스노크! 몇몇 파다완들이 스노크에게 대항하다 끔살! 두려움에 떠는 다른 파다완들은 스노크의 힘에 굴복! 렌 기사단 시작! 한참 뒤에 루크 깨어나보니 절망! 부상도 심해 일단 고대 제다이의 서적을 보관한 아치토로 가 상처를 치료할 방법을 연구! 겸사겸사 벤 타락과 파다완들의 굴복에 자괴감 시달리는 루크의 모습!


에라이 내가 영화를 만들어도 더 낫.. 흠흠. 이런 생각을 하면 나중에 이불펑펑한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진정하겠습니다.

 

아치토판 어둠의 동굴도 어이가 없습니다. 안그래도 아치토도 에피5 데고바를 흉내낸 곳인데 아치토에 어둠의 동굴까지 나오는 건 제작진들이 새로운 것을 생각하기 귀찮아하는 티가 팍팍 날 정도입니다. 그래도 오리지널리티를 넣어보겠다고 이상한 연출을 집어넣었는데 너무 난해해서 전 이해를 못했습니다. 상당히 심플했던 에피5 동굴씬과는 달리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뭐지? 자기과시?


그 다음엔 레이와 카일로의 교감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루크가 레이와 다투다 몸다툼을 벌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레이가 광검을 꺼내니 루크가 엄마야 하면서 뒤로 넘어지네요. 이게 제다이 마스터인지 노망난 늙은이인지 뭔...


그래도 제다이라고 넘어지기 직전에 포스로 몸을 멈추는데 아무리봐도 제가 싫어하는, 어설픈 변명입니다. 비난을 피하기 위해 살짝 집어넣은, 찌질한 연출이었어요.



이 다음엔 레이가 카일로를 설득해보겠다고 루크가 말리는 것도 안듣고 카일로를 만나러 가네요. 이 영화 스타워즈란 이름만 아니었으면 에피5한테 표절로 고소 먹었겠어요.


어찌되었든 메가급 드레드노트에 도착해보니... 맙소사. 영화가 이젠 에피6 마지막 부분이 되었어요. 한 영화에 영화 두편을 오마주하다니, 라제 완전 전작에 대한 예우로 가득찬 갓 영화 아닙니까?


스노크가 스/노크가 된 건... 어, 그러니까... 으음. 에휴. 말을 맙시다.


그 다음 시작된, 라제 유일의 광검 전투씬! 오오! 드디어! 인데 이상하게 퀄리티가 구립니다. 영화관에서 볼 땐 그럴듯 했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나중에 유튜브로 보고나서야 합이 엉망인 걸 확인합니다. 레이가 발을 차니 랍스터 세명이 날라갑니다. 레이가 스타워즈 전통인 포스킥을 자유자재로 쓰는 것을 보니 라스트 제다이는 분명 스타워즈 영화인 게 확실... 확..ㅅ.....






 

 

 

 



으아아아악! 그만해! 그만 좀 날 괴롭혀! 모든 캐릭터가 망가지잖아! 심지어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는다는 주제는 에피5 따라한 거잖아! 크레이트 전투는 호스 전투의 어설픈 짝퉁이야! 까놓고 말해서 호스 전투를 한번 더 보는 게 낫겠어! 거기 스피더는 AT-AT도 부순던데 크레이트 스피더는 뭐하러 나오냐?! 소금 행성이라고 띄어줬으면 그 배경을 살려줄만한 연출이라도 해주던가! 왜 이런 영화를 보고 있어야 하는 거죠!? 캐릭터들은 다 망가지고 영화는 끝없이 수렁에 빠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에게 남은 게 뭐죠!?

 

 

그런 우리에게 한 남자가 다가옵니다. 맞습니다. 우리가 기대하던 그 남자, 루크 스카이워커입니다.



이 장면에서 모든 스타워즈 팬들이 기대합니다. 여동생 레아의 이마에 입맞춤을 해주고 당당하게 퍼스트 오더를, 카일로 렌를 상대하기 위해 기지 밖으로 나가는 루크의 모습에 감동과 기대를 느끼지 않을 관객은 없었을 것이라고 과언합니다.


루크는 영화 초반부에 레이에게 반항적으로 "내가 광검을 휘두르고 적들을 휩쓸어버리길 바라냐?" 식으로 말했습니다. 그 발언으로 보아 아마 루크 혼자서 AT-AT를 싹 부셔버리는 먼치킨스러운 장면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로그원에서 베이더가 보여준 수준은 기대해도 되겠지요.


기대를 버리지않듯 루크는 블래스트 사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팁니다. 분노한 카일로 렌이 직접 상대하러 나옵니다. 드디어 우리는 40년의 시간이 흘러, 루크가 검투를 벌이는, 역사적인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오... 오오오... 오오오옷! 기대됩니다!


루크는 카일로의 검을 이리저리 피합니다. 그와중에 스타워즈로는 굉장히 뜬금없는 슬로우 모션도 한번 나옵니다. 뭔 짓인가 싶지만 루크가 검을 휘두르는 장면만 기다립니다. 솔직히 여기서 크레이트 지표면이 붉은색임을 생각해보면 서로 포스를 팍팍 쓰면서 바람이 불고 소금이 휘날리며 땅바닥이 드러나면서 피를 흘리는 것처럼 보이는 갓연출을 기대했지만 그건 보기 힘들 듯 싶습니다. 그러는 사이 저항군이 탈출합니다. 저항군 탈출이야 당연한 거고 루크가 검 휘두르는 게 더 중요합니다.



저항군 다 탈출했습니다. 이제 루크가 본격적으로 싸우나요?



루크 : 난 라스트 제다이가 아냐. 잘있어, 키도!




뿅!




......................어?




...............................어?




.......................................어?!













 

ㅠ_ㅠ





























쓰읍. 헉스나 포그, 케어테이커, 그외 기타 등등 깔 게 너무 많지만 그러기엔 이 지면과 제 글솜씨가 모자르니 그만하겠습니다.




나름 마음을 가다듬고 썼는데 글 쓰다보니 다시 분노가 치솟네요.






에고고. 그래도 영화가 완전 단점만 있는 쓰레기는 아닙니다.


예전 스타워즈 EU에서 끝끝내 못했던 루크 스카이워커라는 캐릭터의 은퇴를 시켰습니다. 그걸 대체할만한 캐릭터가 있냐하면 그건 절대 아니지만.


그리고 카일로 렌은 허접한 영화에 피해도 많이 입었지만 영화 내내 꾸준히 성장한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분노해서 계기판에 광검을 휘두르고, 엘리베이터에서 헬멧을 부셔먹고, 악에 받쳐서 헉스를 날려버리고 루크에게 사격하려고 명령할 때완 달리 크레이트 기지로 진입해 주위를 차분히 살피고 주사위를 쳐다보던 카일로 렌은 이전보단 침착해진 듯 싶었습니다. 최소 영화 중반 즈음에 이 정도 성장을 했었어야 했지만요.

 

하지만 여전히 영화의 단점이 너무 거대했습니다.


루카스는 스타워즈가 블록버스터 상업영화라는 걸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고 매 영화마다 당대 영화기술로 보여줄 수 있는 즐길거리를 최대한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클래식의 볼거리가 그 정도였던 건 당시 기술상 그 정도가 최고였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훨씬 발전한 프리퀄에선 볼거리를 더욱 업그레이드했죠. 에피 1에선 클래식에선 보여줄 수 없었던 검술과 우주전을 선보였습니다. 포드레이싱도 볼거리를 최대한 보여주고 싶었던 루카스의 욕심이었고요. 

에피 2, 3에선 화려한 코러산트의 광경과 수백의 제다이들이 싸우는 전장, 압도적인 위용의 클론군단, 지금까지도 최고의 우주전으로 화자되는 코러산트 우주전, 4검술을 뽐내는 그리버스, 세계관 최강자들인 시디어스와 요다의 싸움, 무엇보다 스타워즈 사가를 끝내는, 무스타파 용암 지대에서 벌어지는 아나킨과 오비완의 운명적인 결투. 

이처럼 루카스는 자신의 능력 하에서 화려하고 인상깊은 장면들을 관객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시퀄은 클래식 따라가기에 바빠 스타워즈의 특징을 잃어버렸어요. 클래식이 의도적으로 볼거리 수준을 적당히 유지한 것이 아니었는데 클래식 흉내만 내면 된다는 생각에 볼거리까지 클래식 수준으로 떨어뜨렸어요. 

그나마 JJ는 화려해진 공중전과 단순무식한 스타킬러 베이스로 어느정도 볼거리를 신경썼지만 라이언은 더더욱  클래식 흉내에 집착하여 라제의 볼거리를 없애버렸어요. 

그로 인해 생긴 결과가 멍청한 우주전, 합 안맞는 검투, 초라한 클라이막스였고요. 

그나마도 클래식의 볼거리의 섬세한 디테일은 무시하고 작은 스케일만 따라한 결과였죠. 


결국 팬들은 이게 뭐냐고 분노하고 일반인들은 요즘 나오는 화려한 영화(슈퍼히어로물, 트랜스포머, 분노의 질주 같은 것들)에 비해 스타워즈는 볼거리없어서 재미없다고 하게 되었습니다. 

루카스는 프리퀄을 찍으면서 신들린 제작비 관리능력을 보여 세 영화가 전부 1억 초반대의 제작비를 유지하면서도 그 스케일을 보여줬는데 시퀄은 제작비는 제작비대로 쓰면서 포그나 보여주고 있네요. 어휴.

 

참고로 루카스의 제작비 절감능력이 얼마나 뛰어나면은, 에피3가 나왔던 2005년 영화 중 

킹콩은 2억 ~ 2억 7000천만 달러로 추정,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1억 8천만 달러, 

우주전쟁은 1억3천만, 

그리고 스타워즈 에피3는 1억1천만 달러가 제작비였습니다.

루카스가 영화를 잘만드냐고 물으면 고개를 돌리겠지만, 루카스보다 효율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드물 겁니다.



도대체 에피9에서 무엇을 보여줄까 하는 걱정만 넘쳐나네요. 에피9이 역대급 대작으로 나오면 에피8도 에피1, 2 취급받겠지만 지금 꼴을 봐선 그럴 리가 없네요.


JJ는 어떤 식으로 똥을 치울지 모르겠습니다.

 



디즈니는 라제를 통해 스타워즈에서 루카스 색을 완전히 빼고 디즈니만의 스타워즈를 시작해보려고 했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에 루카스 스타워즈에 대한 자가복제를 반복했고 캐네디는 로그원을 지원했을 때완 달리 부족한 실력의 감독을 푸시했습니다. 라이언 존슨은 스타워즈 팬인건 사실이겠지만 팬이 원작의 후속작을 잘 만든다는 보장은 없었고 자기 팬심만 잔뜩 투영하다가 기존 스타워즈를 철저히 분해해버리는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게다가 라스트 제다이만 문제가 아닙니다. 디즈니 EU 전반적으로 문제가 넘쳐나요.



원래 영화가 나오면 그 뒷받침을 EU에서 해줘야 합니다. 근데 지금의 EU는 중구난방이에요.


에피7~8 사이야 바로 이어지니 좀 낫다지만 그 두 영화를 뒷받침해줄 작품들이 너무 부족해요. 영상물은 애니메이션 스타워즈 반란군이 방영했는데 스타워즈 반란군의 배경은 에피3과 에피4 사이입니다. 시퀄과는 거의 상관이 없어요.

 

레벨즈 이후로 새로 나오는 애니 스타워즈 저항군이 드디어 에피6와 에피7을 다룬다고 하는데 클론워즈3D로 악명이 높았던 데이브 필로니가 다시 총괄을 맡았고, 유튜브에 공개된 예고편 퀄리티가 허접해서 불안감을 사고 있습니다. 당장 2주 후부터 방영인데 걱정이 앞서네요.


게임쪽은 EA에 넘겼는데 예전 루카스아츠 시절이면 직접 제작이나 외주로 관련 게임들을 쏟아낼 수 있겠지만 EA가 독점권한을 취득한 이후론 별 게임이 안나와요.


EA의 배틀프론트 시리즈야 원래 한작품 수명이 긴 멀티 위주 FPS지만 다른 장르의 스타워즈 게임도 팍팍 내야 할텐데 도통 제작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스타워즈 게임이 없어요. 그 결과 영화 3개가 나오는 동안 모바일을 제외한 게임이라곤 배틀프론트1,2 뿐이에요. 에피1~3 사이에 포드 레이싱, 배틀 프론트, 바운티헌터, 리퍼블릭 코만도, 엠파이어 앳 워 등 똥겜, 갓겜 가리지 않고 쏟아낸 것과 굉장히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이래서야 영화 푸시도 못해주고 영화 푸시도 못받을 지경입니다.


소설도 그래요. 제국 몰락~퍼스트 오더 결성까지를 다룬 '로스트 스타즈'같은 작품은 좋다지만 정작 퍼스트 오더에서 가장 중요한 벤 솔로의 타락이나 스노크의 집권을 다룬 작품이 지금 없는 걸로 압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건드리질 못하고 있어요. 디즈니가 아껴두는건지 뭐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코믹스와 소설로 파스마나 코드브레이커 따위를 다루는 물건을 내놓을 바엔 일단 쌓여있는 떡밥이나 단점을 보완할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이제 스타워즈가 어찌될지는 시어머니도 모르시겠죠. '한 솔로'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던데 걱정만 차고 넘쳤습니다.

 

결국 '한 솔로'는 실망한 스타워즈 팬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영화가 특출나게 좋진 않아도 무난한 수준인데 스타워즈 영화 사상 처음으로 흥행실패라는 참담한 꼴을 당했고요.


하다하다 요즘 팬들은 루카스 시절이 낫다고 하고 있다니까요?


저도 요즘 루카스 시절 재평가에 눈이 간답니다.


루카스야 색다른 것이라도 보여줬지 시퀄은 자가복제에 반복만 하면서 입으로는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떠들어봐야 루카스가 비웃기만 할겁니다.

전 이젠, 아니 적어도 한동안은 그냥 에피1~6만 빨고 시퀄은 쳐다도 안봐야겠어요.

그리고 올해 호구처럼 한 솔로 보러갔던 것 빼고는 단한번도 스타워즈 관련해서 돈을 써본 적이 없네요.

한 솔로를 보러 갔던 건 스타워즈에 마지막 남은 의리와 호구같은 팬심때문이었는데 다 망한 것 같습니다.


으 속쓰려...



19
Comments
2
Updated at 2018-09-29 21:01:54

동감합니다.

WR
2018-09-29 21:33:13

영화를 보면 볼수록 시스가 될 것 같습니다.

3
2018-09-29 21:07:58 (58.*.*.82)

루카스가 프리퀄서 보여주는 색다른 것은 그저 장난감팔아먹기용에 불과했다고 봅니다.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밋밋한게 단점이죠. 시퀄 시리즈에서는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많아서 좋아요.

스타워즈 클래식이 전설로 취급받지만 원래부터 설정구멍이나 개연성부재, 영화적허용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그래서 시퀄 시리즈가 받는 지적은 좀 부당하게 느껴져요. 한 솔로와 다스 베이더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시리즈의 원동력이었죠. 레이와 카일로 렌이 이어받아 마무리를 멋지게 해주길 바랍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거야 다 다르겠죠뭐. 장문의 글 잘 읽었습니다. 스타워즈의 오랜 팬이시니 갑갑함도 더 하시겠죠ㅠㅠ 쌍제이의 역량이야 믿을만하니 9에서는 성난 팬들의 맘도 돌렸으면 좋겠습니다.

1
2018-09-29 21:16:13

저는 루카스가 당시 CG를 너무 과신하고 오랬동안 연출하지 않았던 관계로 낡은 연출 스타일을 보이며(EP1) 일부 캐릭터의 설정과 배우들의 연기지도를 제대로 못했지만 세계관 설정 및 맥락 구성에선 클래식 못지않은 압도적인 역량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WR
1
Updated at 2018-09-29 21:58:17

문제는 에피 7에서 멋진 개성을 가진 새 캐릭터를 당당하게 꺼내놓은 다음 에피 8에서 옛날 캐릭터들과 신캐들의 매력을 모조리 깎아먹은 것입니다.

이 부분은 각본하고 감독 뇌를 세척해버리고 싶더군요.

루카스는 적어도 비주얼 부분에선 나름 매력을 보여줬는데 시퀄은 라스트 제다이에서 시나리오와 비주얼 양쪽을 거하게 말아먹었으니.

저는 핀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는데 라제에서 오히려 캐릭터가 퇴화하는 걸 보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라제에서 제대로 이미지 챙긴 캐릭터는 카일로 렌밖에 없어요.

 

시퀄의 문제는 캐슬린 케네디 본인이 영화를 '잘 만드는 것'보다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에 능력을 가진, 루카스 타입의 제작자인데 어설프게 루카스 흉내를 따라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나름 영화감독으로 커리어가 있는 루카스보다도 후달리는 상황이기에 더더욱 명감독들을 꼬시고 잘 다독이면서 서포트하는 것을 잘할텐데 본인이 조지 루카스처럼 루카스필름과 스타워즈 영화 제작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려다 보니 문제가 연달아 터지는 것 같습니다. 한 솔로 영화 제작 말기에 감독을 갈아치워버린 것도 그러한 사항이 관련된 것 같고요.

물론 루카스 옆에서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에 자부심을 가지고 자기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루카스의 모습만 보다보니 자기도 똑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버린 거겠지만, 이미 실패를 너무 반복했어요. 캐슬린에겐 다행히도 디즈니 수뇌부가 2021년까지 기한을 늘려줬지만, 이 때까지 상황 반전에 실패하면 굉장히 초라한 꼴로 루카스아츠에서 쫓겨날 게 기정사실입니다.

 그리고 남은 인생 내내 스타워즈와 영화 팬들에게 욕을 들어먹겠지요. 평생의 커리어 전체가 걸린 상황이니 캐슬린도 지금이라도 정신차리고 자신이 하고싶은 게 아니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2018-09-29 22:59:02

영화만 알고 다른 외전들은 전혀 문외한이었는데 그쪽 정보 정말 흥미진진 하게 읽었네요 감사합니다

WR
2018-09-30 14:59:45

아무래도 제가 외전, 특히 그 중 게임으로 입문했다보니 그쪽 지식을 쌓게 되었습니다. 다른 스타워즈 올드비 분들의 글에서 정보를 많이 얻은 것도 컸습니다.

문제는 그 올드비분들도 그나마 라제를 마음에 들어하시는 한분 빼고 죄다 스타워즈를 손절한 상황이라는 게...

1
2018-09-29 23:00:36

개인적으로 스타워즈 시리즈라는 점을 제외하면, 수작은 된다고 보지만... 시리즈로서는 

이야기 전개와 배경은 '에피소드5'를 답습해 신선함 따위는 전무하며, 변경된 요소는 기존 시리즈는 고사하고 전작격인 7편조차 깔끔하게 무시하더군요. 시리즈 그것도 3부작 중 2편이란 정체성은 어디 팔아먹었는지.

 

그리고 제가 진짜 분노한 것은 제작자와 감독이란 작자들의 망언입니다. 문제점을 팬들을 향해 앞으로 고치겠다고 읍소를 해도 모자를 판국에 아예 불을 지르더군요. 그 어떤 시리즈도 제작자나 감독이 이런 행동을 한 적은 없습니다. 설사 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진행해도, 다음 작품엔 고치겠다고 언론플레이를 해왔지... 게다가 타 시리즈와는 달리 스타워즈는 패러렐이 없는 단일 세계관이란 말이죠. 큰 설정변경도 없었고요.

웃긴 것이 전 명백히 EU (현 레전드) 설정 폐기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었으며, 깨어난 포스와 로그원은 아예 감동의 눈물을 흘리던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호응하는 글을 쓴 적도 있고요. 게다가 라스트 제다이 역시 솔로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는 인정하고,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기도 했으며 불가피성을 말하며 쉴드를 쳐주려했습니다. 솔직히 저와 같은 이들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점은 인정하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러저러한 문제점은 차기작엔 수정하길 바란다는 수준에 머무른 팬들이 말이죠.

그렇데 모든 지적을 비난과 조롱으로 대응하더군요. 기존 팬들 필요없다고 했으니 그럼 깨끗이 떠나버리겠다는 겁니다. 어차피 대체품 많아요. 당장 레전드 관련 작품도 다 보지 못했으니까요.

WR
2018-09-30 15:04:45

캐슬린 케네디는 PC 타령은 했어도 상황이 안좋아지니 말을 줄이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라이언 존슨은 뭔 자신감인지 팬들을 비난하는 발언을 계속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찌보면 캐슬린 케네디 본인이 통제를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고요. 안그래도 팬들 여론 안좋은데 라이언이 저렇게 떠들고 있으면 조용히 입닥치고 있으라고 언지라도 줬을텐데 라이언 존슨이 무시하는건지 아님 캐슬린이 그저 방관하는 건지 이해가 안되네요.

비교적 통제하기 쉬운 초짜 감독이라 선택한건지 모르겠지만 영화 상영 후 무책임하고 신경질적인 태도만 보이는 라이언 존슨 따위를 왜 옹호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재능있는 감독도 여럿 있으니 빨리 라이언 존슨은 버렸으면 좋겠어요. 정말로 라이언 존슨에게 새 스타워즈 영화를 맡길 생각이라면 캐슬린이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고요.

로그원 제작할 때는 가렛 에드워즈 팍팍 지원해주더만 그럴 필요가 없는 라이언 존슨은 왜 이렇게 싸고 도는 건지 원...

2018-09-30 15:18:27

그래서 전 캐슬린 케네디가 디즈니와 자문단(? 작가진)에 끌려다니는 상황일 수 있다는 입장으로 판단이 바뀌긴 했습니다. 캐슬린 케네디 본인의 능력부족과 더블어 독자적인 비전도 없다보니, 디즈니 경연진들이 요구하는 상황과 이에 편승한 작가진의 행보에 무책임하게 끌려다닌 중이라는 입장이요. 쉽게 말해 DCEU에서의 케빈 츠치하라 (워너브라더스 회장) / MCU의 아이작 펄머터 (마블 엔터테인먼트 회장) 에 해당하는 인물이 현 루카스 필름에는 모두 존재하고, 캐슬린 케네디는 정작 말 잘듣는 바지사장이자 방패막이로 남겨둔 상태말이죠.

2018-09-30 00:00:27

전 라스트 제다이를 격하게 옹호하는 쪽이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수긍이 가능한 비판들이네요. 읽으면서 꽤 공감했습니다. 뭐 그래도 루크의 캐릭터에 대한 비판은 동의하기 힘들고 로즈의 외모언급은... 그냥 말을 말게요.
그외에 EU세계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매우 유익한 글이었습니다. 전 스타워즈를 오로지 영화로서만 소비해왔기에 그쪽은 문외한이었거든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긴 시간을 들여서 읽을만한 정성글이었습니다.
그치만 중간에 으아악! 하면서 쓰신 부분은 차마 못읽겠어서 넘겼습니다 그 너무... 오글거려요..
여하튼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WR
2018-09-30 15:22:13

좀 감정적인 부분이 많긴합니다

옮기면서 수정할까 싶었는데 그래도 나름 진솔한 마음으로 쓴 부분이라 그대로 썼습니다만 오그라드실 수 있겠네요.;;

 

루크의 캐릭터에 대한 비판은 다른 분들은 다르게 여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팬이다보니 루크에 애착이 강하다보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는 부분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근데 로즈는 정말 제작진에게 화를 내고 싶네요.

단지 로즈의 외모가 떨어진다는 걸 비난만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영화 전체에서 로즈를 개차반 취급하는 게 느껴지거든요. 적어도 칸토바이트로 출발하기 전까진 로즈가 일관적인 신념과 성격을 보여주는데 칸토바이트 카지노 씬부터 급격하게 캐릭터가 붕괴합니다. 마지막 크레이트 씬에서의 행동도 이해가 안가고요.

땜빵으로 만든 캐릭이라고 별 생각없이 써먹는다는 게 노골적으로 보일 정도라 불쾌했어요.

캐릭터 메이킹에서 외모가 차지하는 부분은 분명 큽니다. 멋있고 이쁘게 만들거나, 개성적으로 만들어 매력을 만드는 건 정말 큰 요소입니다. 그렇다고 외모가 떨어지는 캐릭터들이 매력도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본문에서 얘기했듯이 그런 캐릭터에겐 작중 묘사와 활약, 성격과 가치관을 보여줌으로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티리온 라니스터, 영화 '헬보이'의 헬보이와 에이브, '반지의 제왕'의 골룸, 심지어 스타워즈의 요다도 그러한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로즈는 위 캐릭터들처럼 관객들에게 설득력있는 캐릭터 묘사가 없어요. 단지 역할만 수행할 뿐이죠. 처음엔 새로운 동료로 등장해 뜬급없이 적의 추적 수단 생각해내고 , 칸토바이트에선 갑자기 코드브레이커를 찾아 누나의 복수를 한다는 목적을 까맣게 잊고 동물인권보호자가 되었고, 메가급 전함에선 코드브레이커, 핀, BB-8이 각각 역할을 하는 동안 로즈는 탈출할 때 워커 가져온 것 빼고는 하는 게 없습니다.

크레이트에서의 행동은 정말 꼴사나웠고요.

 

심하게 말해서 로즈 티코를 토큰 옐로우로 소모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캐릭터와 배우 양측에게 모욕적인 역할이었어요. 라이언 존슨 이 자식...

 

2018-09-30 15:57:50

저도 말씀하신 로즈라는 캐릭터에 대한 비판에 대부분 동감하는 바입니다. 영화보면서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한건 마찬가지거든요. 캐릭터자체를 잘못잡았고, 미스캐스팅이었고(연기야 나쁘진 않았지만), 대사또한 뜬금없었고, 행동도 납득이 가질 않는 부분도 많았어요. 다만 비판이 이런쪽에 초점이 맞춰져야지, 여기서 외모언급이 나오는 순간부터 '못생긴 동양인 여성'을 혐오하는 인종차별주의자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작성자분의 글 뉘앙스를 봤을때 그런 의도하고는 전혀 거리가 머시지만, 이런 표현 하나하나가 주장의 설득력을 크게 깎아먹기 마련이거든요. 저도 이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굳이 여기서 외모에 대한 언급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2018-09-30 01:13:51

애정이 듬뿍 느껴지네요. 장문 잘 읽었습니다.

WR
2018-09-30 15:25:54

팬이 된 건 2000년대 후반이지만 그전부터 비디오나 TV영화 채널에서 본 덕에 대강이나마 스타워즈를 알고있었던 기간이 많다보니 애착이 많이 들기도 했습니다.

처음으로 봤던 스타워즈 에피4는 정말 감동스러웠어요. 게임 제다이 나이트와 배틀프론트2는 재밌었고요.

그런데 라제에서 이렇게 세계관을 흔들어버리는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줄이야...

2018-09-30 07:24:34

스타워즈가 원래 영화로 시작되었지만..
그 뒤 30년에 걸쳐 수많은 코믹스, 소설, 게임등이 뒤얽혀 섥히며 정말 매력적인 세계관을 만들어 내었고 그로 인해 서구 쪽에 엄청난 팬덤을 생성했는데...

그걸 한순간에 레전드로 폐기해버리는 디즈니의 패기에 경악했습니다.

스타워즈 세계관이 25,000년에 이르는 장대한 타임라인을 가졌는데 다 날려버리다니 많이 아쉬워요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 같은)

좀 더 여지를 두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드네요.

WR
Updated at 2018-09-30 15:34:48

사실 통째로 레전드로 폐기하는 건 너무 막나가는 일이긴 했습니다.

폐기할 거면 에피 6 이후 것만 폐기하던가, 아님 디즈니 기준의 새로운 캐넌을 만들어서 새 작품이 추가될 때만 기존 작품 설정을 폐지하거나 흡수하는 형태로 했었어야 했는데 깔끔하게 시작하는것에 집착해서 모든 작품을 폐기해버렸으니 올드 팬덤이 뿔나는 건 당연한 겁니다. 저도 구EU 레전드행에 경악했죠.

구공화국의 기사단, 제다이 나이트, 구 배틀프론트, 클론워즈 2D같은 훌륭한 작품들을 모조리 없던 것으로  처리하다니.

거기다 디즈니가 새 작품에서 구EU 설정을 주섬주섬 꺼내와서 재활용하는 걸 보면 올드비들 화내는 게 이해가 되더군요. 이럴거면 왜 통째로 폐기한건지;;

2018-09-30 11:41:03

 새 시리즈는 너무 실망스러워서...그냥 다른 영화로 받아들일려고요.에혀...

WR
2018-09-30 15:31:18

아직... 아직 에피 9이 남아있습니다. 에피 9이 에피 5 제국의 역습이나 터미네이터2처럼 영화사에 남을 위대한 후속작으로 제작되면 그나마 시퀄이 살아남을 길이 보일거에요! 

 

JJ 믿어, 스타워즈 못버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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