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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펭귄 하이웨이], [퍼스트 맨] - 노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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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3-25 09:42:41

 

 

 

 

[펭귄 하이웨이] - 영통 7관

 

- 포스터나 예고편만 봤을때는 귀여운 펭귄들이 잔뜩 등장하는 동화같은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하드한 걸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기가막힌 하드 SF 장르 입니다. 고로, 순진해 보이는 겉모습에 속지 마시길 바랍니다.  

 

- 엄청나게 어려운 이야기를 상징성에 빚대어 풀어냅니다. 관측자와 관측 대상의 끝없는 불확정성으로 대변 되는 근/현대 이론물리학을 '펭귄', '치과 누나', '가슴', '바다'같은 상징적 요소들로 비유하고 있는데, 얼핏 보면 쉬워 보입니다. 왜냐면 영화 내에서 똑똑한 꼬마학생인 주인공 아오야마의 아빠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 된 과학 이론을 영상화 하여 풀어내고 있거든요. 등장인물들이 하는 얘기만 들어보면 별거 아닌 것 마냥 느껴집니다. 

 

- 영화는 성인 관객들을 '우매함의 봉우리'로 인도합니다. 애당초 이 분야에서 어린 관객들과 성인 관객들이 가지는 지식 격차는 아주 미미한데, 불행히도 어른들의 경우 어디서 줏어 들은 건 있어서 저 처럼 '불확정성'이니 뭐니 하며 떠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거든요. 이건 쉬운 거야 하고 착각을 하게 만들어요. 

 

<그림> 더닝 크루거 효과 도표.

 

- 저는 이 영화에 대해 깊이있는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왜냐면 엄마/아빠 손을 잡고,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보러 온 유치원, 초/중학생들이 영화를 보고나서 할 질문과 그 이후 이어지는 "왜?"라는 반문에 3회 이상 대답할 자신이 없거든요. 물론 '우매함의 봉우리' 꼭대기에 서서 아는 척 이야기야 할 수 있겠지만요.


- 게다가 작품속에서 상징들을 통해 비유 된 이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 하는 구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마 하드 SF 장르인 원작 소설을 2시간 가량의 영상 속에 집어넣느라 많은 부분을 누락 시키면서 발생한 문제로 보이는데,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 궁금합니다. 이걸 보러온 우리 꼬마 친구들은 대체 뭔 이야기를 하는 건지 이해를 했을까요? 그리고 꼬마 친구들과 함께 온 부모님들은 [펭귄 하이웨이]를 어떻게 설명했을까요? 감히 상상이 안 되네요. 

 

 



- 다행히 [펭귄 하이웨이]는 하드 SF 란 외피만 벗으면 심각한 문제가 없는 편 입니다. 이야기 구성도 나름 나쁘지 않고 영상화 된 장면들도 꽤 훌륭하거든요. 특히 극후반부 펭귄들이 우루루 몰려 나오는 장면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 정도로 멋집니다. 


- 주인공 아오야마가 동급생 친구들, 동급생이지만 아오야마를 괴롭히는 녀석들, 여동생과 부모님,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치과 누나와 나누는 대화는 대부분 가벼운 편 이지만 때때로 매우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꽤 밀도 있게 말이죠.


- 단순히 치과 누나 가슴만 쳐다보는 아이로 치부하기에는 주인공 아오야마 또한 매우 합리적이고 투철한 실험 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내에서 현상 재현 같은 걸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이를 행하는 아오야마의 자세는 '소년'의 범주를 넘어섰을 정도에요. 아오야마와 친구들이 하는 행위들 대부분이 과학자로서 가져야할 태도 그 자체라는 점도 아주 인상적이구요. 이것 만큼은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 결론을 내보자면, [펭귄 하이웨이]는 하드 SF 로서 실격입니다. 앞에서도 언급 했지만 가장 중요한 "왜?"라는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고 있으니깐요. 이는 심각한 직무유기입니다. 


- 초반부 가슴을 강조하는 모습들도 90년대 일본 만화 잡지에서 보여주던, 현재 관점에서는 좀 구닥다리 냄새가 나는 것들이죠. 물론 그 이유가 명확히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 또한 실격입니다. 

 

- 하지만 마냥 실격 처리 하기에는 묘하게 아깝습니다. 영상화를 위해 동원 된 상상력이나 세심한 인관관계를 그려내는 모습들만 봤을때 확실히 그 느낌이 강해집니다. 

 

- 저는 이 작품을 재밌게 봤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니 냉정하게 말해야 겠죠. [펭귄 하이웨이]는 하드 SF 원작인 동명 소설을 제대로 옮기는데 철저하게 실패했으며, 아울러 흥행도 참패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싫어할 수 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보실거면 이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신 다음 영화관에 가시길 강력 권장 합니다.

 

 


 

 


[퍼스트 맨] - 영통 MX

 

- [퍼스트 맨]은 [인터스텔라], [그래비티]같은 영화들을 통해 우주에 대한 동경을 가지게 된 사람들의 환상을 부숴버립니다. 

 

- 영화 내에서 주인공이 무언갈 타는 행위들은 스릴이나 가슴벅찬 감동과는 거리가 멉니다. 영화가 시작하자 말자 주인공 닐 암스트롱이 대기권 비행을 하는데, 이를 통해 감독이 표현하는 모습은 역겨움이나 불쾌함에 가깝습니다. 

 

- 이는 우주 비행에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우주 배경 SF 영화들 대부분이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각도에서 우주선을 비추는 연출을 선호하는 것과 반대로, [퍼스트 맨]에서는 우주 장면의 9할 정도가 서리가 껴서 잘 보이지도 않는 우주선 쪽문을 통해 주인공과 그 일행들이 바라보는 시점에서 그려지고 있습니다. 우주 배경이니 [그래비티]처럼 시원 시원 할 거라 생각하고 극장에 관객들은 고문에 가까운 비행 묘사를 보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을 만끽할 겁니다. 간접 폐쇄공포증 일으키기 딱 좋은 영화에요.

 

- 당시 최신 기술이었던 우주선에 대한 묘사도 공포감에 힘을 실어줍니다.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아폴로 11호를 포함한 제미니 프로젝트와 아폴로 프로젝트에 동원 된 우주선들 내부가 하늘을 날거란 생각이 들지 않게 생겨 먹었다는 걸 대놓고 보여줍니다. 기묘하게 마감 된 십자 나사들이나 스위스칼로 마무리 해줘야 하는 밸트등이 영화 내에서 아주 세밀하게 표현 되고 있어요.

 

- 달에 대한 묘사는 가히 충격에 가깝습니다. 새까만 공간에 크레이터가 흉물스럽게 자국처럼 남아있고, 그 위를 잿가루 같은 회색 흙이 뒤덮고 있다는 것을 영상을 통해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인터스텔라]의 멋진 행성들이나 [미션 투 마스]등에서 그려진 색감 넘치는 붉은 행성 화성의 모습과는 정 반대에 위치한 달의 황량한 광경은 너무 생 날것 이라 적응하기 힘들 정도 입니다.


- [퍼스트 맨]은 영화의 배경인 제미니 프로젝트, 그리고 아폴로 프로젝트가 미국과 소련이 벌인 냉전으로 인해 생긴 부산물이란 사실도 피해가고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폴로 11호에 탑승하는 주인공 닐 암스트롱의 동료는 이에 대해 대놓고 떠들어 댑니다. 


- 예산 집행을 위해 아폴로 프로젝트를 서두르는 모습도 그대로 보여줍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는 기체 테스트와 어처구니 없이 일어난 사고들도 당연히 영화 속에 온전히 담겨 있습니다. [퍼스트 맨]에서 그려지는 우주여행은 꿈과 환상이 아닌 현실입니다. 그것도 아주 불편하기 짝이 없는 냉담한 현실 말이죠.

 


 


- 우주 비행과 달 탐사에 대한 냉정하고 가차없는 시선과 반대로, [퍼스트맨]은 인간 닐 암스트롱에 대해서는 감정을 듬뿍 담아 다루고 있습니다.

 

-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닐 암스트롱은 달 탐사에 성공한 영웅 보다는 끔찍한 트라우마에 갇혀 사는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돈이나 명예가 아닌 사명감만으로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인 닐 암스트롱 마저 벗어나기 힘들었던 상실감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 주인공 닐 암스트롱을 통해 관객들은 슬픔과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나 상실감의 원인인, 불치병으로 죽은 어린 딸 카렌을 향한 닐 암스트롱의 감정은 사람들의 마음을 후벼팝니다. 카렌을 향한 그의 행동과 대사들은 보는 사람이 다 안타까울 지경이에요. 

 

-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양심의 가책까지 느꼈습니다. 달 탐사 계획에 세금을 납부하거나 해당 건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닐 암스트롱이란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우주선에 몰아넣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편치 않더라구요. 

 

-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회는 건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웅이 필요하다는 말은 반대로 말해서 나 대신 누군가 위험한 일을 해주고, 나 대신 죽어주길 바라는 것 뿐이니깐요. 대한민국에서 사명감으로 일하는 대표 직업군인 소방관들에 대한 영웅심리는 하늘을 치솟고 있지만 정작 대우만 봤을때는 그들에게 희생과 죽음을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이 닐 암스트롱의 모습과 오버랩 되며 제 양심의 가책을 건들였다고 설명하는게 옳겠네요. 여튼, 닐 암스트롱 같이 사명감 넘치는 사람을 잘 보호해주고 나설 필요 없이 평범하게 살게 해주는 사회가 좋은 사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적어도 냉전 시대는 과학이 발전하긴 했어도 좋은 시대는 아녔어요.

 

 

 

- [퍼스트 맨]은 현대적인 전기 영화에 가깝습니다. 한 사람의 업적이나 위대함 보다는 그 사람이 겪은 감정들을 담고 있거든요. 마치 [뷰티플 마인드]처럼 말이죠.

 

- 때문에 그의 화려한 업적이나, 영웅담이나, 인상적인 장면들을 보기 위해 간 사람들은 허탕을 치고 올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위인 전기까지 만들어지는 닐 암스트롱이란 위인을 위인이 아닌 눈물나게 안타까운 사람으로 그려내고 있으니깐요. 게다가 달 탐사 과정은 극후반부 달착륙 장면을 제외하고는 다큐멘터리 뺨칠 정도로 건조하게 묘사하고 있으니 오죽하겠습니까.

 

- 같은 말을 또 되풀이 하게 되는데, 저는 이 작품을 재밌게 봤습니다. 빈소리를 하는게 아니라 닐 암스트롱을 연기한 라이언 고슬링이 하는 시덥잖은 유머에 웃고, 그의 대사에 몰입하고, 가족들을 연기한 배우들 행동 하나하나를 집중하고 봤어요. 


-  하.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니 냉정하게 말해야 겠죠. 영화 [퍼스트 맨]은 평단이 열광할 영화지만, 일반 관객들은 그다지 좋아할 만한 영화가 아닙니다. 전기 영화, 다큐멘터리란 단어가 언급 됐다는 점만 봐도 감이 오시죠? 네, 이 점 필히 유의하고 가시길 바랍니다.

 

 

 

 


 


  


 

 



 


 


 


님의 서명
끄앙숨즴 ㅠㅠ
10
Comments
Updated at 2018-10-21 20:08:47

'퍼스트맨'에 대해서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WR
2018-10-21 20: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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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1 21:37:34

퍼스트맨 최고였어요. ^^
잘 읽었습니다. 으앙님!

WR
2018-10-22 07:14:41

꿀잼이쥬...?

2018-10-22 03:55:58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회는 건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완전 공감합니다.

WR
2018-10-22 07:18:31

"어쨌든 이러한 업적이 필요하니, 위대한 국가를 위해 당신이 희생해 주시게"

가 아닌

그냥 배나온 아저씨, 뽀글 머리한 아줌마로 평범하게 늙어갈 권리를 사명감 넘치는 그들에게 주는게 우리같이 돈과 명예를 쫓는 사람들이 해줘야할 사명이 아닌가 싶네요

2018-10-22 12:18:09

아주 동감하는글 입니다.

아마 관람전 이글을 읽엇다면 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ㅎㅎ  그냥 맨처음 달을 밟은 영웅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아마도 다들 그랬겠죠.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를 생각했더라면 충격은 두배 ㅎㅎ

WR
Updated at 2018-10-22 12:33:24

아이러니 하게도 [인터스텔라]의 상상력과 [그래비티]의 묘사, 그리고 [컨택트(2016)]의 메세지를 짬뽕하면 [펭귄 하이웨이]가 나옵니다.

그리고 [아폴로 13호]를 세제 한박스와 함께 통돌이 세탁기에 하루 죙일 돌리면 하얗게 표백 된 [퍼스트 맨]이 나오겠죠

2018-10-22 12:46:32

지난주 '퍼스트맨'을 보면서 제가 어린시절 '우주비행사'의 꿈을 포기했던게 생각났어요...

우주복을 입고 헬멧을 쓰면 코가 가려울때 긁을 수가 없는데,

그걸 해결할 기술이 아직도 없잖아요...?

 

 

 

 

그리고 '으앙쥬금'님의 리뷰를 보니 '펭귄 하이웨이'를 꼭 봐야겠네요~~

 

[ 관측자와 관측 대상의 끝없는 불확정성으로 대변 되는 근/현대 이론물리학을

'펭귄', '치과 누나', '가슴', '바다'같은 상징적 요소들로 비유하고 ] ...

 

WR
2018-10-22 13:34:12

[펭귄 하이웨이]가 원채 폭삭 망한지라 제대로 된 평점 마저 전무한데, 그나마 CGV골든 에그지수는 82%로 선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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