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펭귄 하이웨이], [퍼스트 맨] - 노스포
[펭귄 하이웨이] - 영통 7관
- 포스터나 예고편만 봤을때는 귀여운 펭귄들이 잔뜩 등장하는 동화같은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하드한 걸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기가막힌 하드 SF 장르 입니다. 고로, 순진해 보이는 겉모습에 속지 마시길 바랍니다.
- 엄청나게 어려운 이야기를 상징성에 빚대어 풀어냅니다. 관측자와 관측 대상의 끝없는 불확정성으로 대변 되는 근/현대 이론물리학을 '펭귄', '치과 누나', '가슴', '바다'같은 상징적 요소들로 비유하고 있는데, 얼핏 보면 쉬워 보입니다. 왜냐면 영화 내에서 똑똑한 꼬마학생인 주인공 아오야마의 아빠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 된 과학 이론을 영상화 하여 풀어내고 있거든요. 등장인물들이 하는 얘기만 들어보면 별거 아닌 것 마냥 느껴집니다.
- 영화는 성인 관객들을 '우매함의 봉우리'로 인도합니다. 애당초 이 분야에서 어린 관객들과 성인 관객들이 가지는 지식 격차는 아주 미미한데, 불행히도 어른들의 경우 어디서 줏어 들은 건 있어서 저 처럼 '불확정성'이니 뭐니 하며 떠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거든요. 이건 쉬운 거야 하고 착각을 하게 만들어요.
<그림> 더닝 크루거 효과 도표.
- 저는 이 영화에 대해 깊이있는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왜냐면 엄마/아빠 손을 잡고,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보러 온 유치원, 초/중학생들이 영화를 보고나서 할 질문과 그 이후 이어지는 "왜?"라는 반문에 3회 이상 대답할 자신이 없거든요. 물론 '우매함의 봉우리' 꼭대기에 서서 아는 척 이야기야 할 수 있겠지만요.
- 게다가 작품속에서 상징들을 통해 비유 된 이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 하는 구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마 하드 SF 장르인 원작 소설을 2시간 가량의 영상 속에 집어넣느라 많은 부분을 누락 시키면서 발생한 문제로 보이는데,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 궁금합니다. 이걸 보러온 우리 꼬마 친구들은 대체 뭔 이야기를 하는 건지 이해를 했을까요? 그리고 꼬마 친구들과 함께 온 부모님들은 [펭귄 하이웨이]를 어떻게 설명했을까요? 감히 상상이 안 되네요.
- 다행히 [펭귄 하이웨이]는 하드 SF 란 외피만 벗으면 심각한 문제가 없는 편 입니다. 이야기 구성도 나름 나쁘지 않고 영상화 된 장면들도 꽤 훌륭하거든요. 특히 극후반부 펭귄들이 우루루 몰려 나오는 장면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 정도로 멋집니다.
- 주인공 아오야마가 동급생 친구들, 동급생이지만 아오야마를 괴롭히는 녀석들, 여동생과 부모님,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치과 누나와 나누는 대화는 대부분 가벼운 편 이지만 때때로 매우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꽤 밀도 있게 말이죠.
- 단순히 치과 누나 가슴만 쳐다보는 아이로 치부하기에는 주인공 아오야마 또한 매우 합리적이고 투철한 실험 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내에서 현상 재현 같은 걸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이를 행하는 아오야마의 자세는 '소년'의 범주를 넘어섰을 정도에요. 아오야마와 친구들이 하는 행위들 대부분이 과학자로서 가져야할 태도 그 자체라는 점도 아주 인상적이구요. 이것 만큼은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 결론을 내보자면, [펭귄 하이웨이]는 하드 SF 로서 실격입니다. 앞에서도 언급 했지만 가장 중요한 "왜?"라는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고 있으니깐요. 이는 심각한 직무유기입니다.
- 초반부 가슴을 강조하는 모습들도 90년대 일본 만화 잡지에서 보여주던, 현재 관점에서는 좀 구닥다리 냄새가 나는 것들이죠. 물론 그 이유가 명확히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 또한 실격입니다.
- 하지만 마냥 실격 처리 하기에는 묘하게 아깝습니다. 영상화를 위해 동원 된 상상력이나 세심한 인관관계를 그려내는 모습들만 봤을때 확실히 그 느낌이 강해집니다.
- 저는 이 작품을 재밌게 봤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니 냉정하게 말해야 겠죠. [펭귄 하이웨이]는 하드 SF 원작인 동명 소설을 제대로 옮기는데 철저하게 실패했으며, 아울러 흥행도 참패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싫어할 수 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보실거면 이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신 다음 영화관에 가시길 강력 권장 합니다.
[퍼스트 맨] - 영통 MX
- [퍼스트 맨]은 [인터스텔라], [그래비티]같은 영화들을 통해 우주에 대한 동경을 가지게 된 사람들의 환상을 부숴버립니다.
- 영화 내에서 주인공이 무언갈 타는 행위들은 스릴이나 가슴벅찬 감동과는 거리가 멉니다. 영화가 시작하자 말자 주인공 닐 암스트롱이 대기권 비행을 하는데, 이를 통해 감독이 표현하는 모습은 역겨움이나 불쾌함에 가깝습니다.
- 이는 우주 비행에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우주 배경 SF 영화들 대부분이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각도에서 우주선을 비추는 연출을 선호하는 것과 반대로, [퍼스트 맨]에서는 우주 장면의 9할 정도가 서리가 껴서 잘 보이지도 않는 우주선 쪽문을 통해 주인공과 그 일행들이 바라보는 시점에서 그려지고 있습니다. 우주 배경이니 [그래비티]처럼 시원 시원 할 거라 생각하고 극장에 관객들은 고문에 가까운 비행 묘사를 보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을 만끽할 겁니다. 간접 폐쇄공포증 일으키기 딱 좋은 영화에요.
- 당시 최신 기술이었던 우주선에 대한 묘사도 공포감에 힘을 실어줍니다.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아폴로 11호를 포함한 제미니 프로젝트와 아폴로 프로젝트에 동원 된 우주선들 내부가 하늘을 날거란 생각이 들지 않게 생겨 먹었다는 걸 대놓고 보여줍니다. 기묘하게 마감 된 십자 나사들이나 스위스칼로 마무리 해줘야 하는 밸트등이 영화 내에서 아주 세밀하게 표현 되고 있어요.
- 달에 대한 묘사는 가히 충격에 가깝습니다. 새까만 공간에 크레이터가 흉물스럽게 자국처럼 남아있고, 그 위를 잿가루 같은 회색 흙이 뒤덮고 있다는 것을 영상을 통해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인터스텔라]의 멋진 행성들이나 [미션 투 마스]등에서 그려진 색감 넘치는 붉은 행성 화성의 모습과는 정 반대에 위치한 달의 황량한 광경은 너무 생 날것 이라 적응하기 힘들 정도 입니다.
- [퍼스트 맨]은 영화의 배경인 제미니 프로젝트, 그리고 아폴로 프로젝트가 미국과 소련이 벌인 냉전으로 인해 생긴 부산물이란 사실도 피해가고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폴로 11호에 탑승하는 주인공 닐 암스트롱의 동료는 이에 대해 대놓고 떠들어 댑니다.
- 예산 집행을 위해 아폴로 프로젝트를 서두르는 모습도 그대로 보여줍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는 기체 테스트와 어처구니 없이 일어난 사고들도 당연히 영화 속에 온전히 담겨 있습니다. [퍼스트 맨]에서 그려지는 우주여행은 꿈과 환상이 아닌 현실입니다. 그것도 아주 불편하기 짝이 없는 냉담한 현실 말이죠.
- 우주 비행과 달 탐사에 대한 냉정하고 가차없는 시선과 반대로, [퍼스트맨]은 인간 닐 암스트롱에 대해서는 감정을 듬뿍 담아 다루고 있습니다.
-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닐 암스트롱은 달 탐사에 성공한 영웅 보다는 끔찍한 트라우마에 갇혀 사는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돈이나 명예가 아닌 사명감만으로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인 닐 암스트롱 마저 벗어나기 힘들었던 상실감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 주인공 닐 암스트롱을 통해 관객들은 슬픔과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나 상실감의 원인인, 불치병으로 죽은 어린 딸 카렌을 향한 닐 암스트롱의 감정은 사람들의 마음을 후벼팝니다. 카렌을 향한 그의 행동과 대사들은 보는 사람이 다 안타까울 지경이에요.
-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양심의 가책까지 느꼈습니다. 달 탐사 계획에 세금을 납부하거나 해당 건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닐 암스트롱이란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우주선에 몰아넣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편치 않더라구요.
-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회는 건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웅이 필요하다는 말은 반대로 말해서 나 대신 누군가 위험한 일을 해주고, 나 대신 죽어주길 바라는 것 뿐이니깐요. 대한민국에서 사명감으로 일하는 대표 직업군인 소방관들에 대한 영웅심리는 하늘을 치솟고 있지만 정작 대우만 봤을때는 그들에게 희생과 죽음을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이 닐 암스트롱의 모습과 오버랩 되며 제 양심의 가책을 건들였다고 설명하는게 옳겠네요. 여튼, 닐 암스트롱 같이 사명감 넘치는 사람을 잘 보호해주고 나설 필요 없이 평범하게 살게 해주는 사회가 좋은 사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적어도 냉전 시대는 과학이 발전하긴 했어도 좋은 시대는 아녔어요.
- [퍼스트 맨]은 현대적인 전기 영화에 가깝습니다. 한 사람의 업적이나 위대함 보다는 그 사람이 겪은 감정들을 담고 있거든요. 마치 [뷰티플 마인드]처럼 말이죠.
- 때문에 그의 화려한 업적이나, 영웅담이나, 인상적인 장면들을 보기 위해 간 사람들은 허탕을 치고 올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위인 전기까지 만들어지는 닐 암스트롱이란 위인을 위인이 아닌 눈물나게 안타까운 사람으로 그려내고 있으니깐요. 게다가 달 탐사 과정은 극후반부 달착륙 장면을 제외하고는 다큐멘터리 뺨칠 정도로 건조하게 묘사하고 있으니 오죽하겠습니까.
- 같은 말을 또 되풀이 하게 되는데, 저는 이 작품을 재밌게 봤습니다. 빈소리를 하는게 아니라 닐 암스트롱을 연기한 라이언 고슬링이 하는 시덥잖은 유머에 웃고, 그의 대사에 몰입하고, 가족들을 연기한 배우들 행동 하나하나를 집중하고 봤어요.
- 하.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니 냉정하게 말해야 겠죠. 영화 [퍼스트 맨]은 평단이 열광할 영화지만, 일반 관객들은 그다지 좋아할 만한 영화가 아닙니다. 전기 영화, 다큐멘터리란 단어가 언급 됐다는 점만 봐도 감이 오시죠? 네, 이 점 필히 유의하고 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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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맨'에 대해서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