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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게]  어제 미키 리 글에 덧붙임: 왜 JSA가 가장 중요한 영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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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2-12 02:22:37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movie&wr_id=2438317&page=3

어제 이 글을 쓰고, 제 DP 대략 20년 생활에 가장 많은 추천과 댓글을 받았네요.  조회수는 DP 전체로도 역대급인데, 아마도 다른 사이트들로 퍼가신 분들 덕분인 듯 해요. 감사드립니다.

 

 


시계를 20년전으로 돌려보죠. 당시 회사를 때려치고, 혹은 자의반 타의반 쫓겨나고 (삼성영상사업단은 1999년 여름 해체되었고, 1999년 2월 회사가 이미 해체로 가던 시점에 퇴직한 저는 2000년 당시 다른 일을 찾고 있었습니다. 어제 글로 제가 흡사 영화관계자인것처럼 인식하시는 분이 많은데^^ 그 1999년 이후 저는 영화계 근처도 가본 적이 없고 전혀 다른 일을 합니다.) 

 

백수로 지내던 저는 박찬욱 감독의 몇년만의 새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과거 같이 일하던 분들의 도움으로 헐리우드 극장에서 열린 시사회 표를 어떻게든 구했습니다. 누구보다 빨리 보고 싶었으니까요.

 

그리고 마지막 저 장면이 나오고 영화가 끝나는 순간, 정말로 희한한 양가적 감정에 휩싸입니다. 

 

아, 이제 나같은 극소수 영화광만이 알고 열광하던 시네필 박찬욱이 세상 모두가 알아주는 흥행 감독이 되는구나 라는 기쁨, 자랑스러움과 더불어(개봉 전 시사회였지만, 이 영화가 대박을 칠 거란 건 너무나 명확했습니다.  더구나 영화사에서 1년여 일했던 감이 살아있던 제게는 너무나 잘 보였습니다)

 

정말 나만 알아보고 은밀하게 사랑했던 사람을 대중에게 빼앗기는 아쉬움, 허전함 그런게 교차했던 거죠.  흡사 크리스 에반스의 이런 감정 비슷한 거겠죠.

 

 

다시 시계를 더 돌려보면 1997년 박찬욱 감독의 전작 '3인조'는 서울 5천여명의 참담한 흥행을 기록했고, 저는 그 5천여명 중의 하나였지요. 나름 대목인 금요일 저녁 시간, 저랑 같이 극장에서 그 영화를 본 사람은 열 명이 채 되지 않았고 그들 모두는 극장을 나서며 혀를 차고 나갔더랬습니다. 

 

그들의 반응을 보는 저는 정말로 씁쓸했지만... 그의 광팬인 제가 봐도 영화는 전혀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비주류적인 감성이었지만 영화적 완성도도 너무 낮았어요. 돈이 모자라서 때깔이 나오지 않았던 거죠.

 

(사실 삼성영상사업단에 들어가서 제일 해보고 싶었던게, 바로 박찬욱 감독의 다음 작품 투자였습니다. 제대로 된 제작환경에서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극장-배급팀에서 일하면서도 늘 한국영화팀을 기웃거리며 혹시 저 안받아주시냐며 노종윤 팀장님께 들러붙곤 했었죠. 저 나름 영화광이라고 지식도 자랑하면서 ㅎㅎ)

 

박찬욱 감독은 이 두번째 영화의 참담한 실패 후 3년여를 백수로 지내면서 정말 아무도 찾지 않았다고 회고합니다. 훗날 '올드보이'로 깐느 영화제 대상을 받고 국민감독이 된 후 찍은 자동차 광고에서 본인이 직접 "나는 실패한 감독이었다" 라고 나레이션을 깔았을 정도죠.

 

박감독은 결국 자신의 장기이자 자랑인 직접 각본도 포기하고 박상연 작가의 DMZ라는 소설을 각색하여 대중적인 각본을 쓴 후 투자자를 찾지만 계속 외면당합니다. 명필림이 제작자로 나섰지만 투자자를 찾지 못했죠. 

 

그 때 투자자로 나섰던 곳이 CJ 엔터입니다. 제일제당 영화사업부에서 막 독립하려던 CJ엔터테인먼트는 데뷔작과 2번째 작품 모두 참담한 실패를 거둔 이 평론가 출신의 무명감독에게 당시로는 엄청난 제작비를 과감하게 투입하죠. 충무로에선 다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검증이 되지 않은, 아니 이미 B급 감성만 가득한 실패한 영화광 감독으로 검증이 끝난 박찬욱의 영화에 저런 거액을 투입하는지를 도저히 납득하지 못했다고들 합니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은 이후 모두가 아시듯, 그리고 그날 시사회가 끝나고 제가 예상했듯 (제가 있었던 삼성영상사업단의 백조의 노래였던) '쉬리'를 넘어서는 역대 최고 흥행작의 감독이 되며 거장의 길로 들어서죠. 

 

이것이 이미경의 결정이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JSA의 흥행 이후 이미경은 박찬욱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며 후원자로 자신을 자리매김합니다. 

 

그렇게 흥행을 위해 자신의 작가적 욕심을 많이 자제했던 박찬욱 감독이 이미경 대표의 절대적인 지지하에 찍은 다음 작품은 "복수는 나의 것" 이었습니다. 

 

이 영화 역시 무대인사를 찾아서 첫날 봤는데, 박감독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고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의 반응은 3인조 당시와 똑같았습니다. 경악과 분노만 극장에 가득했죠. 하지만 저는 파안대소하며 나왔습니다. "그래 이게 내가 아는 영화광 박찬욱의 영화지! 박감독님 정말 하고싶은 거 다 했네!"

 

전작의 엄청난 흥행 덕분에 서울 35만이나마 들었지, 만약 이게 3인조 다음 작품이었다면 아마 5만도 힘들었을 이 "복수는 나의 것"의 흥행실패 후 또 다들 박찬욱은 끝났다고들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부터는 명확하게 이미경의 절대적 영향력 하에 박찬욱 감독은 또 엄청난 돈을 들여 복수 3부작의 두번째 영화인 올드보이를 감독합니다.  

 

실무진은 속이 탔겠죠. 그렇게 처참하게 망했는데, JSA같이 다시 대중적인 걸로 돌아가는 것도 아닌, 똑같은 복수라는 주제로 근친상간, 혀자르기 등의 극단적인 내용이 난무하는 우울한 엔딩의 비타협적인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대표는 무조건 투자를 하라고 하니...

 

그리고... 이후는 여러분이 다 아시는대로입니다. 

 

그와 거의 같은 시점에 CJ는 역시 데뷔작에 처참한 흥행(과 놀랍게도 비평에서도) 참패를 겪은 어느 감독의 두번째 작품도 투자를 결정합니다. 화성살인사건을 주제로 한 이 영화 역시 무모한 투자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습니다만, 미키 리의 절대적인 지지 하에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하죠. 그리고 JSA와 같은 전례없는 성공을 거둡니다.

 

이후 행보는 똑같습니다. '괴물' 역시 국내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거액을 투입하는 크리쳐 영화라는 점에서 실무진에서 반대가 매우 컸다고 하고, '설국열차'는 거의 회사의 재정을 흔들거리게 할 정도의 거액을 쏟아부었고, 결국 큰 적자를 냈지만 미키 리는 그의 작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투자를 거두지 않았죠. 

 

그리고 지난 일요일, 그 무조건적인 지원을 받아온 봉준호 감독은 그냥 "국민감독" 도 아닌 세계 최고의 거장의 자리에 올라섭니다. 

----------------------------------------------------- 

그래서, 저는 '공동경비구역 JSA' 가 정말로 중요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주의, 비타협적인 감독을 외면해오던 당시의 투자관행을 과감히 깨고, 영화광의 감식안을 믿고 과감한 투자를 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들어냈고, 이후 헐리우드나 일본같은 데서는 보기 힘든 작가주의 감독의 대규모 작품들이 투자, 제작되는 선례를 만들어냈거든요. 

 

물론 CJ는 여전히 안전빵, 뻔한 공식의 흥행영화를 훨씬 더 많이 투자합니다. 정말 보고 있노라면 화가 나는 영화들도 많죠. 하지만 적어도 박찬욱과 봉준호는 CJ, 특히나 이미경의 절대적인 후원이 없었다면 절대 지금의 이 자리에 있지 못했고, 한국 영화는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었을 거고, 이창동, 나홍진, 김지운 같은 작가들도 쉽사리 투자를 받지 못했을 겁니다.  전 정말 이건 인정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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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4
2020-02-12 02:08:57

잘 읽었습니다^

12
2020-02-12 02:10:57

어제 글에 재벌의 돈놀음이니 그런 얘기가 나왔는데
돈은 어찌됐건 현실이고 그 돈이 긍정적인 효과를 낳아서 모두에게 이득이라면 그 돈놀음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1
2020-02-12 02:21:40 (120.*.*.59)

 영화 제작의 비하인드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설국열차가 적자라는건 오늘 첨 알았네요

국내 900만명이상 동원했고 여차저차해서 해외 판권 수입으로 손익분기점에 얼추 맞춰진게 아닌가란 생각들었는데 아닌가 보네요,,ㅠ.ㅠ

(미국 극장가에서 제대로 개봉했다면 ,,,,웨인스타인 xxx)

 

궁금한게 있는데 제 기억으로는 삼성영상 사업단 철수의 계기가

뤽베송 감독의 제5원소의 삭제때문인것 같은데(영화제작 적자도 있을거고)

왜 그때 영화를 삭제하셨는지(배급사가 삭제햇다고 알고 있는데)

이제는 말할수 있다로 듣고 싶네요...;;;

 

 

 

WR
3
Updated at 2020-02-12 02:36:08

아뇨, 해체는 제5원소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제5원소는 제가 들어오기도 전인 1997년이었고, 해체는 본문에 나오듯 1999년이었으니까요. 가장 큰 이유는 IMF였죠. 정말 영화를 비롯한 문화산업 전반이 얼어붙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사내 정치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이건 아직은 까기 어렵네요 ㅎㅎㅎ 

 

제5원소를 자른 이유도 제가 들어오기 전이라 모릅니다. 아마도 상영시간 때문이었겟죠. 엄청난 돈을 주고 수입했고. 몇분의 시간에 따라 하루에 4회냐 5회 상영이냐가 결정되니까요. (지금처럼 밤새 상영하는게 아니라 9시~10시 정도가 마지막 상영시간이었습니다)

 

회사 들어가서 선배들은 제5원소 이야기만 나오면 치를 떨었습니다. 말단 직원까지도 수십장, 부장급은 수백장이 넘는 표를 할당(강매)하고 알아서 팔라고 했었다고 하더라구요 ㅋㅋㅋ 그리고 전 직원이 나가서 매일 땡볕에서 전단지 돌리면서 난리를 쳤다고... 그렇게 해서 겨우 손익분기점 맞췄다고 들었습니다.

1
2020-02-12 02:38:27 (120.*.*.59)

아 그렇군요..

결국은 imf가...ㅠ.ㅠ

사내 정치 비하인드라면 뭐 누구의 라인과 누구의 라인의 갈등, 대립 그런거 아닐까요

(저도 대충 느껴봐서.;;;)

 

 다행히 제5원소 손익에 맞췄군요..

(그러면 외국영화 같은 경우 손익이란게 수입금액에 따른 관객 동원이 일치한다는걸 의미하겠죠

 그럼 보통 편당 수입 금액이 얼마인지요 ,, 평균적으로..

 얼마정도 관객동원이 되야 손익이 맞춰지는지요)

 

그래도 삼성영상 사업단이 제일 성공한게 한국영화 쉬리 아닌가요?

WR
5
Updated at 2020-02-12 04:06:15

아래 댓글로 달아드렸는데, 극장과 영화사(수입사)가 5:5(한국영화) 또는 6:4(수입영화, 극장이 4) 로 나눕니다. 지금은 이게 좀 조정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1997년 당시는 6000원 정도로 기억하니 수입영화는 3600원, 한국영화는 3000원이 1인당 투자배급/수입사에게 들어오는 금액이었죠. 

 

근데 1997년 당시만 해도 배급이 정말로 전근대적이어서,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에만 직접 배급사가 배급을 하고, 나머지 중소도시 극장에는 입도선매로 일정 금액을 받고 극장에 팔아버리곤 했습니다. 

 

이를테면 청주시 모 극장에 300만원 주고 팔아버리고, 극장에 손님이 얼마 들건 그 돈은 다 극장이 갖는 거죠.  그래서 정확한 관객수도 배급사가 모르고, 오직 서울 관객수만 갖고 흥행을 짐작했습니다. 예전 영화들 흥행기록 보면 "서울 40만" 이렇게 나오지 전체 관객수는 몰라요. 본문에 1997년 개봉작 3인조 부분에 제가 서울 5000여명이라고 적은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이게 개선된게 나중에 2000년대 초반에 CGV, 메가박스 같은 대규모 체인이 생겨나고, 문화부 주도로 극장전산망을 깔고 모든 흥행을 실시간으로 집계할 수 있게 되면서였죠. 이 때부터 정확한 흥행 집계와 투명한 수입배분 구조가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쉬리'는 이미 해체가 결정된 후에 개봉했어요. 쉬리가 정말 아무도 상상못한 흥행을 하면서 심지어 당시 문화부장관이 삼성에 영화사업 계속하면 안되겠냐고 했지만 이건희 회장이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들었습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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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2 07:51:05

말 나온 김에 아재력 발휘해 하나만 덧붙이면, 1990년대 말 전산망 깔리고 대기업 극장 들어오기 전까지는 모든 극장에 배급사에서 알바(큰 극장은 정직원)를 배치했습니다. 극장이 관겍수 제대로 세는가 같이 확인해서 배급사에 매일 집계 전달하는게 미션이었죠. 그래야 나중에 정산할 때 돈 안떼먹히니까요.

이게 또 돈이니 지방에는 그냥 입도선매로 헐값에 팔아버리는 겁니다. 지방 극장들도 깜깜이로 그냥 얼마라고 지르는건데, 이러다보니 시사회장에는 예전엔 기자보다 지방 극장주들이 더 많았었습니다. 다들 시사회 끝나고 모여서 이게 되냐 안되냐 갑론을박 하는 풍경이 불과 20년전입니다.

WR
7
Updated at 2020-02-12 02:39:11

더불어, 설국열차의 경우 제작비가 450억, , 마케팅까지 하면 500억이 훌쩍 넘는 돈이 들어갔지요. 

900만이면 얼마가 투자배급사 수입으로 잡히냐 하면, 당시 영화표를 8000원 정도라 하면 5:5로 극장과 투자배급사가 나눕니다. (할인받는 표는 더 적습니다) 

 

즉 후하게 봐서 4000원*900만 = 360억 이죠. 

해외까지 집계한 흥행 성적을 찾아보면 86백만불 정도인데, 대부분의 나라가 5:5로 나누니 실제 돌아오는 돈은 43백만불, 당시 환율로 430억 정도 될 거예요. 해외 배급수수료와 마케팅비를 빼면 400억 좀 넘겠네요.

 

근데 이걸 또 제작사랑 투자배급사(들)가 나눠 갖습니다.  (돈 투자는 안한) 제작사가 아무리 적어도 30억 정도는 가져갔을 거고, 그럼 500억 들여서 370억 정도 나온 거고 130억 정도가 적자라고 보면 아마 맞을 겁니다. (2차 판권으로 한 20억 정도는 줄였겠죠)

 

더불어 이 돈은 최소 1년, 해외개봉 수익이 컸던 이 영화의 특성을 감안하면 2년여동안 천천히 회수되었으니, 500억을 쏟아부을 당시 CJ의 재정상태는 아마 정말 위험했을 겁니다.

2020-02-12 09:47:38 (218.*.*.54)

투자사와 제작사가 수익을 나누는 시점은 손익분기점부터 아닐까요...? 계약 특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투자 비중부터 채워진 후에 제작사에게 인센티브가 돌아가지 않을까 싶네요. 거기에 보태어 해외수출, 2차 판권 수입까지 생각하면 CJ가 설국열차로 손해를 보지는 않았을 듯... 더욱이 어마어마한 손해는 아닐 거구요.

10
2020-02-12 04:32:01 (221.*.*.133)

 공동경비구역이나 살인의 추억 당시만 해도 영화 제작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던건 대기업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스타 제작자였습니다. 기록적인 성공뒤에는 늘 성공신화가 따라 오기 마련이지만 그걸 전부 cj와 이미경의 혜안덕이다 식으로 포장하는건 너무 심한 과장이죠. 특히 봉준호만 해도 그렇습니다. 애초에 봉준호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보고 길을 열어준건 당시 충무로 파워 넘버1을 구가하던 스타 제작자 차승재였습니다.

이미 봉준호가 스탭 시절부터 능력을 알아보고 각본등의 작업에 참여하게 해주었고(민병천 감독의 유령 각색에 봉준호와 장준환이 있죠)플란다스의 개로 쪽박을 차고 난 뒤에도 아낌없이 지원해준 덕에 살인의 추억이라는 걸작이 탄생할수 있었던거죠. 장준환도 마찬가지였죠. 차승재가 바보도 아니고 지구를 지켜라 같은 컬트 영화에 미쳤다고 제작비를 30억 넘게 쏟아 부었을까요? 그만큼 장래의 가능성을 믿었던 겁니다. 차승재는 원래부터 가능성 있는 신인감독의 데뷔작에 아주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던 사람이었으니까요. (허진호, 임상수, 봉준호, 장준환, 최동훈, 한재림 모두 차승재와 데뷔작 혹은 후속작까지 함께했죠) 장준환도 첫영화 실패후에도 계속 가능성을 믿고 지원 해줬지만 장준환이 멋지게 그 기대를 배신했죠.(무슨 의미인지 아시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그래서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대자본이 영화계를 본격적으로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했던 가장 큰 작업이 바로 차승재를 필두로 한 스타 제작자 제거였습니다.(차승재 커리어가  2007년 이후로 박살이 난게 그가 갑자기 바보가 되서가 아니예요) 차승재는 손발이 다 잘리고 아무것도 못하는 신세가 되버렸고 강우석은 오래 버텼지만 변화하는 관객의 요구에 부응을 못하는 사람이 되버렸고 그외의 대부분은 진즉에 백기투항을 하면서 지금의 체제로 굳어진겁니다. 대자본이 요구한건 자신들의 지시에 따라서 영화를 만들 사람들이 필요했던거지 자신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제작에 관여를 할 파트너를 원한게 아니었거든요.

 

 워낙 믿을수 없을 정도로 역사적인 일이 벌어지고 난뒤라 모두들 정신없는 상태겠지만 봉준호와 기생충처럼 너무나 특별한 경우를 예로 들어 과거까지 지나치게 포장할 필요는 없다고봅니다.

WR
7
Updated at 2020-02-12 05:03:43

맞습니다. 그래서 저도 JSA에는 이미경의 영향력이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적었고, 사실 그 때 잊혀진 박찬욱을 살려준 이는 차승재 이전의 가장 스타 제작자였던 명필림의 심재명씨였죠. 

 

심재명씨가 박찬욱에게 오리지널 말고 각색으로 가보자고 제안했고 과도한 B급 감성을 자제하고 메인스트림에 가까운 연출을 요청해서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하지만 이후 심재명과 박찬욱은 딴 길로 가는데, 차기작 '복수는 나의 것'이 본문에 쓴 것처럼 다시 박찬욱의 B급 감성에 너무나 충만하게 나갔던 것이 컸죠. 

 

당시 정지우, 장윤현 같은 단편영화 유망주들에게 메인스트림의 감성을 입혀서 계속해서 히트작을 내던 명필림으로서도 너무나 리스크가 커서 포기했던 거고, 하물며 영화 모르고 상업적으로만 계산한다고 천시받던 대기업은 더더욱 나설 리가 없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오직 이미경의 애정 때문에 가능했던 프로젝트였죠. 더구나 그게 망했음에도 같은 B급 감성으로 밀고나간 다음 작품인 올드보이는 더 그랬구요. 

 

더불어, 저 역시 차승재씨같은 유능한 분이 메인스트림에서 멀어진게 아쉽지만, 제가 알기로는 CJ같은 대기업의 견제보다는 사이더스의 지분싸움, 연예기획사로의 전환 등에 큰 원인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앞글에도 댓글로 다른 분이 적어주셨듯이 봉준호의 살추에 돈을 댄 건  CJ이죠. 제작은 차승재씨가 했지만 적어주신 장준환의 '지구를 지켜라' 처럼 지분 투자까진 하지 않았습니다.

1
2020-02-12 06:46:47

삼성영상 사업단 하면 브래드 피트 영화 " 세븐 " 을 

거액에 수입 했다고 한 기사를 본게 

기억 나는거 같아요 ㅎㅎ

 

2
2020-02-12 06:34:04

선추천 

후감상 ㅎㅎ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당 ㅎㅎ

 

4
2020-02-12 06:37:46

이번 오스카 수상을 계기로 설국열차도 제대로 된 버전이 미국에서 재상영되면 좋겠네요.

5
2020-02-12 06:54:40

박찬욱 감독은 정말 운이 좋았죠.

이전 작업물들을 생각하면 JSA 가 아니었으면 그냥 사라졌을텐데 말입니다.

2020-02-12 07:52:50 (122.*.*.170)

메디치가 이야기 같군요

3
2020-02-12 08:10:46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리즈물로 만들어 주심 좋을꺼 같습니다
예전 카메론 감독 작품글 처럼요~

2
2020-02-12 08:55:28

강추드립니다.

2
Updated at 2020-02-12 09:15:37

여하튼 두 거장의 밑거름이 되어주신거 너무 감사합니다.

503과 최씨로 부터의 심적 피해를 오스카 상으로 치유하셨으면 합니다.

2
2020-02-12 09:19:45

잘봤습니다.

그때 제작부서로 이동 하셨었으면 나중에 어떤 영화제작에 참여하셨을지 상상해보는것도 재밌을거 같아요...^_^

2
2020-02-12 09:33:37

저는 JSA로 박찬욱 감독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런 일들이 있었군요.
잘 읽었습니다.

2020-02-12 10:57:50

 야사 같은 이런 이야기 쫀득하니 좋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읽었으면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2
Updated at 2020-02-12 11:14:26
올드보이는 CJ와 무관합니다.


CJ가 JSA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복수는 나의 것이 망하면서

차기작 올드보이의 배급은 쇼이스트가......  

 

올드보이가 다시 대박을 터뜨리자,

그 다음 작품(친절한 금자씨)부터 다시 CJ가 맡게 되었죠.

Updated at 2020-02-12 11:22:50

 좋은 글 또 감사드립니다.

2020-02-12 11:24:45

 어제에 이어 오늘도 우리 영화계의 변곡점이 될 만한 현장 이야기를 들려 주셔서,

너무나도 심취해 잘 읽었습니다. 

그 현장에 없던 영화 애호가들에겐 정말 재미난 이야기네요.

감사합니다. 종종 이런 얘기 DP 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20-02-12 16:52:15

댓글을 읽다보니 제5원소 때가 생각나네요
레옹의 대박 이후 삼성이 큰 돈을 써서 제5원소를 수입했는데 상영 횟수 늘리기 위해 당시 만연하던 가위질을 했지요.
문제는 뤽 베송 방한 후 기자회견 때 기자가 질문을 한거지요. 당신 영화 가위질한 거 알고 있냐고? (당시 삼성에서는 이 질문은 안된다고 이미 말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열받은 뤽 베송은 이후 일정 취소하고, 그 다음날 영화 잘린 부분 확인하고 열받아 귀국했지요. 부랴부랴 삼성은 다시 원본상영하고,사죄의의미로 감독의 초창기 작품 서브웨이와 또다른 작품까지 구입을 했지요. 물론 삐진 뤽 감독은 제작 중인 택시에 굳이 한국인 비하장면까지 넣었지요.
이때 이후로 가위질이 조금 없어지긴 했지요
물론 리딕처럼 말도 안되게 가위질한 영화가 또 나오기는 했지만요.
그나저나 그때도 여전히 삼성의 강매문화는 있었군요. 하기사 신입사원 연수 때 라마다 역시 말이 영업교육이지 강매였지요.
암튼 이틀간 좋은 내용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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