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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스포 多/후기] 빛과 철 보고 왔습니다.몇 자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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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2-18 18:26:20

 

내가 그럴리 없다는 소망을 담은 믿음. 당신이 그랬을리라 정황을 담은 의심.
그럼에도 여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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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예수처럼 되지 못해 언제나 슬프다. 
예수처럼 다른 이의 잘못까지 대속하지는 못할지라도 제가 지은 죄값은 치뤄야 할텐데 그마저도 사력을 다해 도리질한다.
지목당하고 지적당하고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지옥이다. 그 업화가 몸에 붙는게 두려워 다른이에게 덧 씌우려 한다.

이 영화는 나약한 인간 비겁한 인간 그럼에도 한 순간은 고결해지는 인간의 다층성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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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중반에 다다를 쯔음 한 차례 전복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전환. 지금껏 아주없는 서사는 아니었기에 이때쯤 팔짱을 낀게 사실이다.

가해자라고 종결된 사건에서 실은 그 가해자는 선량한 피해자는 아니었을까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그 피해자가 실은 이 참변을 주동한 이가 아니었을까.

주변인들은 고백하고 진술하고 넌지시 흘리며 모든 의심은 전복된 가해자를 향한다.

관객이 감정을 이입하고 내내 응원을 보낸 주인공 희주는 이 억울함을 풀어낼 수 있을까.

기존의 영화는 보통 여기까지지만 이 영화는 관객의 기대를 보기좋게 배반하고 한 번더 급커브를 돈다.

영남의 주변인들이 진술하는 증언을 통해 지금껏 우위를 점했던 희주가 이번엔 반대로

본인의 주변인들이 본인에게 불리한 정황들을 밝혀내며 또 다시 두 사람의 진실게임은 타이 브레이크에 이른다.
때마침 영남의 남편이 기적적으로 눈을 뜨고 이제 두 사람은 마지막 한 포인트를 따내려 함께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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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도발적인 상상 하나를 해본다. 
두 사람의 남편은 차를 타고 어디론가 내달린다. 한쪽은 아내와의 계속된 불화와 정신과 상담으로 심신이 지쳐있었고 

다른 한쪽은 망가진 몸에도 불구하고 공장의 외면으로산재도 받지 못하는 비참한 상황이다.

확정지을 순 없지만 두 사람에겐 충분히 죽을 만한 일이다. 생을 그만둘 정황과 당위가 두 사람에겐 있었다.

홧김에 누군가를 길동무로 함께하려는 염치없음도 술기운으로 인해 충분했다.

철과 철이 부딪히기 이전 철에서 뿜어져 나온 빛과 빛으로 그 두 사람은 무엇을 보았을까. 
새끼 고라니 한 마리.

자기 자신이 현재 가장 괴롭고 자살을 결심했으며 여차하면 다른 이와 지옥불에 함께 타기를 주저않던 두 사람이 동시에 핸들을 꺾었을까.

겨우 고라니 새끼 한 마리 살리자고. 두 사람의 차량은 충돌로 인해 타오르고 말못하는 어린 짐승은 무심하게 그곳을 떠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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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 내려앉은 철제 구조물과 피어오르는 새빨간 빛.
철과 빛은 그저 결과이지 이 일련의 사건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두 사람의 남편은 충분히 죽을만한 상황이다.

연탄을 피워서 또는 칼로 배를 갈라서 또는 사고를 가장한 살인으로 누군가를 길동무로 삼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때는 아니다. 그곳도 아니다. 
그 최후의 순간에서 겨우 고라니 새끼 한 마리를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 핸들을 꺾었을까.

애초에 이 상상자체가 영화 본편에서 전혀 설명된바 없고 인간의 고결함을 맹신하는 터무니없는 변호라 지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왠지 알 것 같다. 아주 선한 사람이 피치못할 상황에 살인자가 될 수 있고 아주 악랄한 인간도 어쩌다 누군가를 구할 수도 있다.

급커브로 꺾이는 핸들처럼 사람의 일순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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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끼리는 경쟁자도 아니며 승부를 가려야하는 관계는 더욱 더 아니다.
죄책감은 인간은 너무나 괴롭게 한다. 내가 아니라면 일단은 그 누구라도 좋은게 사람 마음이다.

진짜 가해한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화를 입은 사람끼리 서로 할퀸다.
전쟁처럼 상대를 굴종시키는 것이 아닌 고통의 소리에 귀기울여 보는 것.
내가 그러한 것 처럼 꼭 당신에게도 같은 복통의 울음이 들릴지도 모른다.
결판을 확인하러 가는 사고 현장에서 희주와 영남은 고라니를 마주한다.

본디 고라니 출몰 지역이기도 하거니와 지금껏 수다한 고라니들이 단단한 철제 차량에 몸뚱이가 갈렸다.

고라니를 갈아도 차량은 너무나 단단하기에 운전자는 재수만 없을 뿐이지 다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희주와 영남은 급브레이크를 밟아 생명을 치지 않는다. 꼭 자신들의 남편이 그러했던 것 처럼.
상대가 자신처럼 아프다는 걸 아는 것. 자신의 몸처럼 상대도 통각을 느낀다는 것.
동정과 연민이라기 보다는 공정(公正). 공정함이 바로 세계를 지킨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왓챠에서 그대로 긁어 왔습니다. 반말 양해 바랍니다.

본문에도 썼지만 전 이 영화를 감상중에는 핑퐁게임처럼 서로 책임을 전가하다 결판을 내는 그런 이야기로 생각했습니다.

누가 더 범실을 하냐 그에 따라 포인트가 갈리고 최종 승자가 결졍되는 그런 네트 스포츠처럼요.

 

실제로 처음에는 주인공 희주가 뒤쳐진채로 시작했다가 이내 역전하고 다시 포인트를 잃어서 테니스처럼 타이 브레이크까지 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영남의 남편이 깨어나기도 했으니 당사자의 입에서 마지막 포인트가 갈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그 고라니 장면에서 뒤통수 한대 엊어맞고 이런 영화였구나 하고 깨달아 버렸습니다.

 

이 영화는 피해자끼리 고통받은 사람끼리 승부를 가리는 영화가 아니라 꼭 나처럼 상대방의 아픔의 귀를 기울이기를 장려하는 것처럼 생각 됐습니다. 주인공들의 남편이 고라니를 피하려 핸들을 꺾었다? 순전히 제 뇌내망상이라면 뇌내망상이지만 영화 중간에 로드킬 당한 고라니나 마지막 쇼트를 보고 전 거의 확신에 들었습니다.

 

영화 굉장히 추천하고 다니려 합니다. 영화의 곳곳이 훌륭하지만 시나리오가 정말 출중하네요.

작년의 한국영화 중 정진영 감독의 <사라진 시간>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사라진 시간만큼의 신선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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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21-02-19 00:49:27

여러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라 좋았습니다.  전 약간 이렇게도 읽었습니다. 정작 화살을 돌려야 할 곳은 따로 있는데(여기선 공장이죠. 언급은 많이 되지만 사장이 한번도 등장하지 않은 것도 의도라고 보고요) 결국 밑바닥에서 화살을 향하고 있는 건 피해자들 뿐이라는 것. 저도 지난해 사라진 시간 정말 좋게 봤고 올해 이 영화 괜찮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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