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로버트 레드포드 출연작 베스트 10
로버트 레드포드란 배우를 좋아합니다
아니 거의 동경하다시피 광적으로 열광하지요
그를 묘사할때 항상 등장하는 수식어로는
"원조 골든 보이" "거친 피부와 각진 턱" "빨려들어 갈 것 같은 깊은 눈" 등이 있지만
제겐 미국적 정의와 가치를 품은 지적이면서도 젠틀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1936년생, 올해 나이 86세인 그는 2018년작 <미스터 스마일>을 끝으로
연기 은퇴를 선언했지만 그가 남긴 영화적 유산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광대하며
그 동안의 연출 및 출연작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헐리우드의 역사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좋은 작품으로 가득찬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베스트 10을 꼽는다는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저의 안목과 약간의 사심을 덧붙여 한번 선정해보았습니다
10. <그레이트 왈도 페퍼>
<내일을 향해 쏴라> <스팅>에 이어 세번째로 협업한
조지 로이 힐 & 로버트 레드포드 콤비의 작품입니다
이전작들의 빅 히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흥행 성적을 기록하면서
금새 잊혀진 작품이 되었지만 CG가 없던 시절 순수 아날로그 기술로 촬영한
공중 곡예 비행씬은 오금을 저리게 할 정도로 굉장한 압박감을 선사합니다
수잔 서랜든과 <수퍼맨>의 히로인 마곳 키더의 풋풋한 모습을 보는 재미는 덤이구요
9. <스파이 게임>
금발 미남의 계보를 이어 받은 브래드 피트와의 만남으로도 유명한 작품이죠
지금은 고인이 되신 토니 스콧 감독님의 장기이기도 한 현란한 카메라 워크와
속도감 있는 편집이 2시간의 러닝타임 내내 전력 질주하는 첩보 스릴러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꽃미남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브래드 피트의 모습도 좋지만
무엇보다 관록 넘치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카리스마가 화면을 가득 채울때마다
감탄과 탄성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을 만큼 굉장한 아우라를 뿜어냅니다
8. <내츄럴>
야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작품이 가진 순수 재미만큼은 부정하지 못할 듯 합니다
현 시점에선 올드한 영웅 신화쯤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배리 레빈슨 감독의
따스한 연출과 교과서적인 스토리텔링 그리고 이에 품격을 더해준 로버트 레드포드의
탁월한 연기와 존재감이 뻔한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따분하지 않게끔 해줍니다
아마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이라도 말미에 등장하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맞힌 홈런볼에
전광판이 깨지면서 휘황찬란한 스파크를 일으키는 장면은 인터넷이나 매스컴을 통해
한번쯤은 보셨을 것이라 생각될 정도로 야구 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명장면이기도 합니다
7. <호스 위스퍼러>
연출에도 일가견이 있던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 및 주연까지 맡은 야심작이자
아마 로맨티스트로써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트라우마에 걸린 인간과 말의 교감 그리고 중년 남성과 여성의 뒤늦은 사랑을 통해
상처와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자연을 오롯이 간직한 서부 대평원의
광활한 미장센이 주는 시각적 경이로움에 압도되는 일종의 서부극이기도 합니다
아역 시절 스칼렛 요한슨의 당찬 연기는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구요
6. <스팅>
이 작품은 일단 OST부터 너무 유명해서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죠
최고의 파트너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폴 뉴먼과의 브로맨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충만한 작품이며 <오션스> 시리즈로 대표되는 21세기형 케이퍼 무비의
원조격이라 불리울 만큼 이 장르의 클리셰와 전형을 제시한 오락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고전이라면 따분해하는 사람들마저도 일단 한번 보기 시작하면
각잡고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존재하는 시대를 초월한 재미가 담겨있기도 합니다
5. <콘돌>
개인적으로 시드니 폴락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협업작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이 둘의 시너지가 매번 명작을 만들어 낸 건 아니지만 적어도 평균적인 재미와
완성도는 보장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콘돌>과 같은 명작들은 당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작품으로써 비슷한 연배인 <자칼의 날>과 함께 70년대 첩보 스릴러의
위대한 걸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소수가 희생되어야 하는 어둡고 암울한 이야기를 다뤄서인지
영화가 제작된지 약 15년이 흐른 뒤에야 국내에 뒤늦게 개봉을 할 수 있었습니다
4.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미국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을 만큼 거대한 충격을 선사했던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집요하게 추적하여 이를 세상에 알린 워싱턴 포스트의 두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걸작입니다
앨런 J. 파큘라 감독의 차분하고도 서늘한 연출이 영화 전반을 감싸면서 러닝타임 내내
서스펜스를 유지하고 있으며 사명감 넘치는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로 호흡을 맞춘
로버트 레드포드와 더스틴 호프만의 열연 또한 상당히 인상적인데요
지금껏 수많은 정치 음모 스릴러가 제작이 되었지만 제게 있어서만큼은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만큼의 아우라를 보여주는 작품은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3. <내일을 향해 쏴라>
로버트 레드포드 & 폴 뉴먼 콤비의 시작이자 낭만적인 주제곡으로도 잘 알려진 작품이죠
한때 서부를 주름잡았던 갱단의 일원인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의 말년을 다뤘는데요
사실 역사적 사실로만 보자면 이 둘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 중의 악당이었겠지만
영화적 미화의 힘이 그러한 사실을 간과하게 할 정도로 대단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어느 누가 이 영화를 보면서 두 주인공이 붙잡혀 최후를 맞는 꼴을 보고 싶어 하겠습니까?
연출과 이야기 그리고 배우가 가진 매력과 아우라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2. <아웃 오브 아프리카>
비평적으론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당시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 등
총 7개 부문을 석권하였으며 전세계적으로도 흥행에 대성공한 웰메이드 대서사극입니다
사막을 가장 아름답게 찍은 영화로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있다면 장소를 아프리카로
옮겨 그에 비견될만한 족적을 남긴 건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고 생각합니다
신의 눈으로 바라본 아프리카의 광활한 풍경을 담고 싶었다던 시드니 폴락의 비전은
데이비드 웟킨의 촬영과 존 배리의 위대한 음악의 손길을 거쳐 스크린에 담아 내는데
완벽하게 성공했고 평단과 관객들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을 인정해주었지요
1. <하바나>
시드니 폴락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마지막 협업작이자 <카사블랑카>를 향한
헌사와도 같은 일종의 거대한 오마주에 가까운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봉 당시 평단에선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고 흥행에도 실패한 바람에
두 거장의 커리어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 영화 팬들 사이에서
종종 언급되면서 미국 현지에선 재평가의 바람이 불고 있는 비운의 작품이기도 해요
사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작품의 완성도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충분히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준인 것 같은데 그 당시엔 왜 평가 절하를 당했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진 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거기에 로버트 레드포드가
뿜어내는 중년의 멋과 카리스마가 더해지니 오랜 팬으로써 그저 무장해제 될 수 밖에요
이 영화의 멜로와 감정선이 더욱 애틋하고 몰입감이 있었던 이유는 실제로 촬영 도중
사랑에 빠진 로버트 레드포드와 레나 올린의 찐텐 때문일텐데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연기의 영역을 한참 벗어나 있다보니 참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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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본 작품이
<올 이즈 로스트> 였네요
바다 한가운데 있던 요트에 표류하던 컨테이너충돌로 구멍이 뚫려 표류하는 내용인데 꽤 인상깊게 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