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오펜하이머를 보고나서.
넷플릭스로 이제서야 오펜하이머를 봤습니다.
지루하다는 경고를 들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흥미진진하게 내용이 흘러가서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순으로 흘러가지 않고, 세가지 시간축을
놀란 답게 믹스시겼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A : 원자탄 개발 시기
B : 전후 보안심사 55년경
C : B로 부터 몇년 후에 있던 로다쥬 인사청문회
여러 시간축이 흘러간다는 것은 알고 봤지만.
첫 감상 때, 인물파악과 시대파악이 미처안된 상태에서 나왔던,
몇가지 중요한 대사를 놓치니,
각 시간축에서의 인물관계의 변화나 흐름에 대해서 중반쯤에는 반쯤 포기하고 보게 되더군요.
사실, 결말까지 보고나면, 디테일한 것은 잘 이해를 못했지만.
B시간대에서 로다쥬가 오펜하이머를 모함했던 것이 C시간대에서 들통난다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결국 뒤에서 올 프로메테우스의 시련을 미리 보여줌으로,
오펜하이머의 천재, 능력자로서의 면모와 괴팍하고 자기중심정 성격, 도적적 고뇌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시간순서를 뒤섞은 것이니, 놀란이 놀란했다고 볼 수 있고 효과도 좋았지만....
관객을 과대 평가한 것인지. 저 같은 사람들은 시점을 분간할 수가 없더군요....
히치콕 영화나 고전영화에서 관객에게 떠먹여주는 친절한 단서가 그리웠습니다.
등장인물의 시대에 따른 외모나 옷차림이 별로 차이가 나지 않다는 점이 계속 혼란스러웠는데요.
하다못해 로다주의 머리 숱 개수라도 차이를 줬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그리고 마지막 페르미 상 수상 장면에도 별다른 설명이 없어서
무슨상을 받는지도 모르겠고... 장관 임명된 것도 모르겠더군요..
자막을 넣어줘도 될 것 같은데요..
만든사람이야.. 사건의 흐름을 다 꿰고 있으니 마음대로 뒤섞겠지만..
저는 2회차 이상을 봐야 인물과 시간 흐름은 이해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철저히 자기중심으로 생각하며, 주변 사람들을 개 무시하는 오펜하이머의 몇 몇 대사는
빅뱅이론의 쉘든을 생각하게 했는데(두사람의 평행이론도 있더군요),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때를 잘 만난 쉘든이 아닐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
셸든이 스타트랙을 덕질할 시간에, 오펜하이머는 자본론과 힌두철학 원본을 덕질한 차이?
그러고 보니, 로스앨러모스의 모습이 뭔가 집단 농장같기도 하네요.
수십억 달러의 미국정부의 돈을 들여서 만들긴 했지만.
여담이지만,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도 오펜하이머식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한산을 중심으로, 명량과 노량이 교차하는 방식? (오펜하이머보다 더 헷갈릴 것도.. )
일본을 원폭하는 장면을 직접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원폭의 무서움만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트리니티 핵실험 장면, 로스앨러모스에서 연설 장면을 통해서
피해자 코스프레에 대한 논란의 여지 없이.
원폭의 공포만 고스란히 전했다는 점이 대단하네요.
정말 이기적인 사람은 본인이 이기적이라는 사실 조차 모른다는 극 중 대사처럼
오펜하이머를 진정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였다는 관점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원작도 그런 내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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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예전에 한 번 보고, 영화보기전에 한 번 더 봐서 괜찮았는데 그러지 않은 사람은 대 혼란이었던 모양입니다. 사실 릴리 호넷등 사전지식이 있었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과학자도 꽤 많았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