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막장 드라마적 관점에서 본 윤석열과 이준석의 갈등
야권에서 그래도 큰 판을 보고 움직이는 사람이 김종인이라는 생각을 계속 했어서 저 사람이 이렇게 물러날 사람이 아닌데 싶었는데 결국 게임판에 올라서게 됐네요.
예전에 윤석열을 그다지 자기 편으로 여기지 않는 발언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까이 하는 걸 보면서 아마도 본인 인생에서도 마지막 정치 기회인 만큼 어쩔 수 없이 붙는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 이것밖에는 없다고 확고히 결정 내렸나 봅니다.
아마도 김종인이 큰 틀을 짜고 이준석이 보조작가 및 출연자로 참여한 이 시나리오가 선전 면에서 효과적이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일주일 동안 계속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으니까요. 영향력 면만 보면 좋았습니다.
그러나 너무 막장 드라마급으로 꾸민 티가 팍팍 나는 시나리오라서, 이런 드라마에 감동을 받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일주일 동안 뉴스로 봤던 게 저렇게 해결되고 단박에 김종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걸 보며 쑈하고 있네 라는 생각부터 들지 않을까 합니다. 시나리오가 싸구려 티가 너무 납니다.
지금까지가 막장 드라마였다면 향후 김종인과 이준석의 플랜은 육아예능 같은 느낌의 시나리오를 써놨지 않았을까 예상해 봅니다. 주제는 "우리 석열이가 달라졌어요"입니다.
지금까지 윤석열이 보여줬던 것은 막장 무식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예능에서 빌런 역할로 각인될 캐릭터였죠. 그러나 이제부터 그런 윤석열이 김종인과 이준석의 가르침, 그리고 훈육을 받아 점차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이수정도 그런 역할을 하라고 데려왔을 가능성이 크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능에 필요한 갈등들도 당연히 있을 겁니다. 이게 맞는 시나리오라면, 그런 갈등은 대개 봉합 가능한 차원이어서 딱 시청률 올리는 수단으로 쓰이겠죠. 이 장르 또한 K-막장 드라마 만큼이나 공식화된 시청률 지향 시나리오 구조입니다.
이러한 예능형 시나리오에서 주요한 포인트는 사실의 시시비비가 아닙니다. 재밌는 그림이 나오면 되는 겁니다. 드라마가 발생하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어떤 대중은 그러한 서사에 쉬이 취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대표적으로 과거의 오세훈과 홍정욱 같은 비디오형 정치인이 자신의 수요층에 대해 강렬한 이미지와 콘텐츠 제공으로 당선에 성공한 걸 들 수 있겠죠.
오늘 벌어진 일은 지금 벌어지는 대선판이 정치 기술과 짜여진 막장 드라마의 혼합이 될지도 모른다는 걸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대중은 그런 드라마의 시청률을 올리기도 하지만 그 구조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저게 대체 뭐냐"면서 식상해 하고 경멸하기도 합니다. 오늘 일만 해도 본인들은 화통한 통합의 드라마로 짠 듯하지만, "쑈하고 있네"라고 할 유동층 또한 분명히 나올 수밖에 없는 급박함이 있습니다. 김종인과 이준석이 만들 드라마의 구조를 해체하려면 그러한 지점에 대한 공략이 필요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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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국민을 뭘로 보고.....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근데 저걸 가지고 감동적이야 라는 사람들이 있으니 세상 참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