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자동
ID/PW 찾기 회원가입

[차한잔]  아버지, 가장 행복했을 때가 언제에요?

 
57
  3504
2024-04-18 10:29:55

어제 전라도 남원으로 직원 부친상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여든아홉 연세로 돌아가셨으니 호상까지는 아니어도 노환으로 편하게 가셨다고 합니다.

 

조문드리고 밥 먹으며 상주와 이런저런 얘기 나누었습니다.

무심한 듯 나눈 얘기 중 인상적으로 마음에 남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상주가 아버님 돌아가시기 몇 주 전에 고향 내려와서 물어본 적이 있대요.

"아버지, 아버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을 때가 언제였어요?"

라고.

그런데 아버님의 답이 뜻밖이었다고 합니다.

"농사 지었을 때."

 

시골에서 자라셨거나 잠시라도 농사일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농사라는 게 보통 고된 게 아니지요.

(농사 짓는 제 친구 아버님은 농한기에 노가다로 용돈벌이 가서 일 편하게 하고 돈 벌어서 좋다 그러셨다 그러더군요. )

그런데 상주의 아버님은 그 힘든 시기가 가장 행복했다고 그러셨다니 뭉클했습니다.

자식들 키우느라 힘들고 생활에 쪼들려도, 가족들과 북적북적하던 젊은 시절이 가장 좋아서 그러셨을 것 같다고 상주인 직원이 얘기하더군요. 

 

아침 출근길에 그 말이 계속 머리 속을 맴돌더군요.

말끔히 차려입고 출근해서 바쁘게 일하고, 가끔씩 직원들과 회포도 풀고, 집에 가서는 아이들 밥 해주고 주말에는 쇼핑이나 나들이 가고, 가끔씩 가족여행도 가고...

이런 일상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일 수 있겠구나.

이런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행복이겠구나.

감사한 마음으로 출근해야겠다.

 

다들 바쁘고 힘드시더라도, 일상 속의 소박하지만 소중한 행복감 느끼시길 바랍니다~ ^^

29
Comments
4
2024-04-18 10:34:04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현재가 내 인생 최고의 행복한 시절이라는 것을 지나면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생은 굴곡이 있고, 새옹지마라는 것을 알고나서 

힘든 일에도 스트레스 받지 않더군요.

이 또한 지나가리... 라는 진리가 있으니

WR
2024-04-18 10:59:56

네, 맞습니다.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미소 지어지는 순간이 있죠.

2024-04-18 10:34:12

멋진 아버님 이시네요.

WR
1
2024-04-18 11:01:10

소박하게 사셨지만 인생을 아시는 아버님이셨나봅니다.

2
Updated at 2024-04-18 10:36:53

어찌보면 그래서 경제적으로 여유있게 은퇴하면 노후에 편안한 생을 보낼 것 같지만, 막상 돌이켜 보면 무언가를 위해 힘들지만 열심히 일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합니다. 

WR
1
2024-04-18 11:02:15

그럴 것 같아요.

RPG 게임하면 비슷한 느낌이 드는데, 만렙 찍기 전까지 만렙을 위해 열심히 레벨업하지만, 막상 만렙 찍고나면 심심하고 캐릭터 키우던 때가 재밌었다는 생각이 들죠.

2
2024-04-18 10:47:03

'별 일 없는 하루'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지요. 

WR
2024-04-18 11:02:49

멋진 말이네요.

별 일 없는 하루의 소중함....

2024-04-18 11:03:34

 사실 알면서도 일상의 힘듦이나 어려움 때문에 스트레스를 어쩔 수 없이 받게 되더라구요. 

 

아... 회사다니기 힘들다 하다가도 내가 지금 어디가서 뭘해서 이 월급 받으면서 가족들이랑 투닥투닥하더라도 가끔 웃으면서 살까하는 생각으로 또 꾸역꾸역 버티게 되네요. 적고 나니 더 우울해지네...-_-;;;  

WR
2024-04-18 11:25:50

네... 계속되는 스트레스는 버텨내기 힘들죠.

가족들에 대한 사랑으로 잘 극복하시길 응원합니다. 

Updated at 2024-04-18 11:29:53

결국 일상이 소중하고 일상이 행복하다는 것을 나이 들수록 저도 깨닫고 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WR
1
2024-04-18 11:28:44

맞아요. 

저도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자 합니다.

2024-04-18 11:13:46

소소한 행복을 느끼려면 역사 건강이 뒷받침되야하죠.
4~50대 급사만 안하면 80까지 간다하니 건강관리 잘해야겠습니다.

애들 방에 굴러다니는 공병들 들고나오면서도 인상은 쓰이지만 이게 삶이지 싶더라구요.

WR
2024-04-18 11:29:57

ㅎㅎㅎㅎ

'애들방의 공병들' ㅋㅋ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묘사에 미소를 짓습니다.

2024-04-18 11:16:28

돌아가신 아버님의 말씀이 여운이 많이 남네요. 한동안 머릿속에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WR
2024-04-18 11:30:46

좋은 마음으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24-04-18 12:01:27

7년 전에 돌아가신, 고향에 돌아가 농사를 짓겠다고 말씀하시곤 했지만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제 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WR
2024-04-18 11:38:07

에고... 

소박한 꿈을 이루지 못하신 채 먼저 가버리신 아버님이 참 안타깝습니다. ㅜㅜ

Updated at 2024-04-18 11:55:36

아무래도 엄마가 먼저 돌아가시다보니 귀농이 여의치가 않으셨을 겁니다. 

 

두 분 다 충남 당진이 고향이고 농사꾼의 자식들이신데 문제는 엄마는 단 한번도 아버지의 귀농 언급에 대해 동의를 한 적이 없으셨다는 겁니다. 들은 체 만 체하셨죠  ^^ 

2024-04-18 13:04:42

저희 장인어른한테 보여드리고 싶은 글이네요 ㅎㅎ

연세가 있으심에도 현직에 계시고,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성공하신 분이고

자식들도 결혼해서 평범하게들 잘 살고 있는데

태어나서 행복을 한번도 느껴본적이 없다고 하셨더라구요.

그 얘기를 듣고 충격적이기도 했고 짠하기도 하더군요.

분명 행복한 순간이 있으셨을텐데, 그게 행복인지 모른다는게 불쌍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2024-04-18 13:28:17

쓰띱으님 글을 보니 갑자기 울컥하네요.ㅠ

WR
2024-04-18 14:54:42

에궁...

이런 거 보면, 행복이 꼭 경제력에 비례하는 건 아닌가봅니다.

1
2024-04-18 15:07:02

 우리 엄마는 그러시더군요. 너희들이 돈 달라 그럴때가 제일 좋았다고요. ㅠ

WR
2024-04-18 15:15:48

아, 이 말씀은 본문의 아버님 말씀 못지 않게 울컥하네요.

우리 어머님들의 사랑이란... ㅜㅜ

2024-04-18 15:18:28

네, 저 말씀의 뜻이 뭔지 아니까 울컥 하더군요.

2024-04-18 15:34:27

저는 진이인이가 묻는다면
“너희들이 태어나고 자라온 모든 순간”
이라 답할 거 같아요.
정말... 이놈들 보는 맛에 삽니다. ^^

WR
2024-04-18 15:56:39

아빠의 넘치는 사랑만큼 아이들도 행복한 기억들로 유년시절을 가득 채웠을 것 같네요. ^^

2024-04-18 16:55:59

덕분에 아버지와 축구말고 이야기 나눌 꺼리가 하나 더 생긴 듯 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WR
2024-04-18 16:59:25

아버님께서 축구 좋아하시나보네요.

주제야 어떻든, 부자간에 정다운 대화 나누시길 바랍니다. ^^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