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한 제품만으로 시장 점유율을 10% 넘게 끌어올리며 국내시장에서 2위권인 LG전자와 팬택계열을 위협했던 모토로라의 최근 점유율은 5%대 안팎. 지난 11~12월 두달 동안 휴대폰 내수시장 규모는 350만여대로, 모토로라는 이 기간 동안 20만대 가량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 모토로라가 지역별 점유율을 따로 공개하지 않지만, 이통사 자료를 토대로 환산하면 이기간 동안 5%를 약간 넘는 점유율이며, 이마저도 최근 지속적인 하락세다.

이같은 모토로라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후속모델의 실패'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첫 선을 보인 '크레이저'는 기존 '레이저'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4분기 동안 200만대 가량만 판매되며 사실상 실패 판정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결과는 그대로 반영돼, 출시 4개월이 넘도록 3만여대의 판매량에 그치며 전작인 레이저의 같은 기간 판매량의 4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기대에 비해 판매량이 워낙 저조하다보니, 퇴물 모델의 재고처리에 이용되는 '번호이동용 특판상품'으로 분류되는 처지"라며 "번호이동 프로모션에서 보조금 없이 8만~9만원 수준에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모토로라가 크레이저와 함께 출시한 자사 최초의 DMB폰 '모토뷰'는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하며 판매량 집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다.

문제는 모토로라가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토로라는 젊은층을 겨냥해 붉은 색상의 '크레이저 파이어'를 조기 출시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휴대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토로라가 블랙, 핑크, 라임 등으로 판매량을 끌어올렸던 레이저의 사례를 적용하려 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날씨가 풀리면 파란색상을 적용한 '크레이저블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매년 한국시장에 1~2종만 출시하며 '대박모델 만들기'에 치중하는 특성을 감안할 때, 단기간에 모토로라가 무너진 점유율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모토로라가 올해 세계 시장에서 전략모델로 꼽고 있는 HSDPA폰 V6의 경우, 기술력에서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경쟁하기 힘들다는 평이다. 또, Z6의 경우 스마트폰이라는 한계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는 큰 판매량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레이저 한 모델에 치중하면서 끌어올린 시장점유율은 언젠가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견돼왔다"면서 "한국기업들에게는 분명히 기회이지만, 노키아나 소니에릭슨의 한국시장 진출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모토로라의 전략이 전면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ar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