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88의 화질은 플래그십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투명도 높은 영상과 묵직한 색감 표현력은 기존의 중저가형 제품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현재 사용중인 삼성 K8500과 비교해도 확실한 화질의 우위를 보여준다. 또한, 노이즈 억제능력이 뛰어난 것 역시 LX88만의 장점이라 꼽을 수 있다. 세부적인 표현력 역시 우수하여 풀HD 영상의 화질을 거의 정점까지 끌어올린 느낌이다.

글, 사진 | 정영한(unleash@edged.co.kr)

일본 AV 제조사의 지각변동

2010년대 들어서 수많은 일본의 AV 제조사들이 인수되거나 사업을 정리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미쓰비시, 도시바, 파나소닉 등이 자사의 AV 사업을 축소하거나 정리하는 등 애호가들 입장에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파이오니아 역시 이런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는데, 지난 2014년 6월 AV 사업의 가전제품(PHE)의 주식을 온쿄와 투자 펀드에 양도하면서, 온쿄&파이오니아를 출범했다.

이를 통해 온쿄와 파이오니아는 양사의 브랜드 파워와 기술 등을 앞세워 자원을 서로 활용하고 비용 경쟁력을 강점으로 돌파구를 찾기로 한다. 또한 파이오니아와 온쿄의 두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하고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AV 관련 신제품을 발매하고 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파이오니아는 그렇게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파이오니아 플래그십 블루레이 플레이어 BDP-LX88

파이오니아의 블루레이 플레이어 BDP-LX88은 공식총판인 다빈월드를 통해 국내에 2015년 12월에 데뷔했다. 일본에 비하면 1년 가량 늦게 출시되었지만, 국내 AV 시장의 규모나 각종 인증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출시시기는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성격 급한 일부 애호가들은 직구 등을 통해 구입하기도 하여 국내 정식출시 소식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 파이오니아 BDP-LX88

오늘 소개하는 파이오니아의 플래그십 블루레이 플레이어 BDP-LX88(이하 ‘LX88’)은 한 동안 이렇다 할만한 기함급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출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제품이기도 하다. 이미 국내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오포(OPPO)의 제품을 경쟁기종으로 꼽기도 하는데, 전체적인 만듦새와 화질, 음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이보다는 - 큰 차이는 아니지만 - 비교 우위의 실력을 보여주는 제품이라 평하고 싶다.

▲ BDP-LX88의 설계

LX88은 섀시의 만듦새부터 차별점을 보여준다. 플래그십 기종답게 깔끔한 만듦새와 고급스러움을 제공하며, 진동을 억제하기 위한 고강성 설계를 적용했다. 내부적으로도 오디오 그레이드의 고품질 부품을 사용했다. 또한 블루레이 디스크의 화질과 음질을 향상시켜주는 4K 업스케일링 등을 지원하고 있다. LX88의 설계를 위해 지난 2008년 발매한 이전 세대 플래그십 BDP-LX91의 엔지니어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 BDP-LX88은 유니버설 플레이어로 다양한 매체를 재생할 수 있다.

LX88은 블루레이 디스크 외에도 DVD-Video, DVD-Audio, CD, SACD, AVCHD, AVCREC 디스크 재생을 지원하는 유니버설 플레이어로 울트라 HD 블루레이를 제외한 모든 형태의 매체를 재생할 수 있다. 또한, USB 메모리 등에 저장된 AVI, MKV, WMV, 3GP, MP4, FLV, DivX Plus HD 동영상, JPEG, MPO, PNG, GIF 사진, MP3, WMA, AAC, FLAC, APE, WAV, DSD, AIFF, Apple Lossless 음악 파일의 재생을 지원한다. 이외에 이더넷 단자를 통한 유선 네트워크를 통해 DLNA 1.5를 통한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능을 지원한다. 재생 가능한 음악파일은 PCM 192kHz/24bit, DSD 2.8MHz을 재생할 수 있다. 와이파이는 본체에는 탑재하지 않았지만, 별매의 와이파이 동글 옵션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

플래그십에 걸맞는 고급스러운 디자인

BDP-LX88은 최근 출시된 그 어떤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비교할 수 없는 파이오니아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전면에는 블랙 헤어라인 마감의 알루미늄 패널을 사용했으며, 측면과 상단에는 강성을 확보하기 위한 단단한 재질을 사용하여 안정감을 높여준다. 좌측에 있는 전원버튼에는 블루 LED를 사용하여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중앙에는 시인성 좋은 대형 상태표시창이 위치하며, 그 아래에는 디스크 트레이가 위치한다. 우측에는 각종 조작버튼을 배치하였으며, 버튼의 크기가 도드라지지 않고 디자인과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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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컬러의 BDP-LX88은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외관을 자랑한다.

▲ BDP-LX88의 전면

▲ 우측에는 파란 빛깔의 전원버튼과 USB 단자가 위치한다.

▲ 좌측에는 조작을 위한 버튼들이 있다.

▲ 디스크 트레이는 정숙하며 부드럽게 열고 닫힌다.

▲ 전체적인 만듦새는 무척이나 고급스럽고 근사하다.

후면에는 각종 단자들이 위치하는데, 오직 영화와 음악 재생에만 충실한 모습이다. 아날로그 오디오 출력 단자는 2채널 스테레오만 제공하고 있는데, 밸런스 출력단자를 제공하여, 하이엔드 오디오 등과 연결할 수 있으며, HDMI 출력단자도 2개를 제공하여, 비디오/오디오를 분리하여 출력할 수 있다. 이외에 광/동축 출력단자와 이더넷 단자, USB 포트 등을 제공한다. 전원 입력단자는 고급 케이블을 사용할 수 있어 이를 통한 업그레이드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 BDP-LX88의 후면

▲ 아날로그 오디오 출력은 밸런스와 언밸런스를 모두 제공한다.

▲ HDMI 출력은 2개를 제공하여 오디오/비디오를 독립적으로 출력할 수 있다.

▲ 이외에 광/동축, 이더넷 단자 등을 제공한다.

▲ 리모컨은 풀사이즈로 조작이 편리하며 백라이트를 지원한다.

메뉴 & 인터페이스

LX88의 메뉴 구성은 일반적인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비교하여 크게 다르지 않다. 리모컨에 있는 홈 버튼을 누르면, 3개의 메뉴(소스, 웹 컨텐츠, 설정)가 나타나는데, 소스 메뉴에서는 디스크 트레이, USB,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선택할 수 있으며, 웹 컨텐츠는 유튜브(Youtube)와 피카사(Picasa)를 제공하는데,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지원은 다소 부실한 편이다. 특히, 피카사의 경우 올 초 구글이 서비스를 종료하여 더 이상 쓸모없는 컨텐츠가 되어, 유튜브만 지원한다고 보면 된다. 초기 설정 메뉴는 오포의 그것과 유사하다.

▲ BDP-LX88 초기화면

▲ 메뉴는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 비디오/오디오 설정을 할 수 있는 설정 메뉴

▲ 디스플레이 설정메뉴

▲ 해상도 설정메뉴

▲ 오디오 설정메뉴

▲ HDMI 설정메뉴

▲ 네트워크 설정메뉴

▲ 언어 설정메뉴

▲ 재생 설정 메뉴

▲ 메뉴 내에 설치 마법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5단계의 과정을 거쳐 간단한 설정이 가능하다.

▲ 암호 설정메뉴

▲ 기타 옵션메뉴

풀HD의 정점까지 끌어올린 우수한 화질, 그리고 음질

LX88의 테스트를 위해 엡손의 EH-LS10000 프로젝터, 야마하 CX-A5100 AV 프로세서, MX-A5000 멀티채널 파워앰프, 프런트 스피커 구동을 위한 에소테릭 S-03 스테레오 파워앰프를 사용했다. 스피커는 프런트에 마르텐 콜트레인3, 센터 모니터 오디오 PLC350, 서라운드/서라운드 백 B&W DS3, 오버헤드 스피커는 B&W CCM682를 사용했다.

LX88은 비록 풀HD 컨텐츠 블루레이 플레이어지만, 4K 풀 스펙을 지원하고 있다. 4K/60p 4:4:4 영상은 물론, 4K/60p 4:2:2/36bit, 4K/24p 4:4:4/36bit의 4K 영상출력이 가능하며, HDMI는 2.0A을 탑재하고 있다. 물론, 4K 영상출력은 업스케일링에 한정되지만, 좀 더 세부적인 지원을 통해 타회사들에서 제공하는 업스케일링과는 분명한 차별점을 제공한다.

▲ Precise Pixel Driver 영상처리 과정

▲ 4K 레퍼런스 컨버터

LX88의 영상처리 과정은 ‘Precise Pixel Driver’를 통해 고화질 영상을 제공하며, 풀 스펙 4K 출력을 지원하는 ‘4K Reference Converter’를 탑재하여, ‘Precise Pixel Driver’의 고화질을 4K로 업스케일링 해준다.

LX88은 비디오 설정 메뉴에 필름 그레인이라는 독특한 메뉴를 제공한다. 0단계부터 8단계로 조정되는데 단계를 올릴수록 그레인이 증가하여 마치 필름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필름 그레인 효과는 여러 블루레이 타이틀에 적용해 보았는데, 이질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레인 효과를 더해주었다.

▲ 팝업으로 표시되는 비디오 설정메뉴

▲ 필름그레인 0단계 (클릭 TO 질감 비교)

▲ 필름그레인 8단계 (클릭 TO 질감 비교)

LX88은 ESS의 ES9018S SABRE32 레퍼런스 DAC를 탑재하고 있다. 이미 하이엔드 오디오에서도 많이 채택되어 사용되고 있는 만큼 DAC 자체의 성능은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음질향상을 위해 아날로그 오디오 출력의 지터를 억제해주는 ‘프리시전 오디오(Precision Audio)’ 기능과 대용량 전원 트랜스, 진동을 억제하는 절연체 등의 물량을 투입했다.

또한, 음악을 재생할 때 비디오 관련 회로를 Off하여 음질을 향상시켜주는 다이렉트 모드 등을 지원한다. 이외에 자사의 AV 앰프와 HDMI로 연결할 때 지터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PQLS(Precision Quartz Lock System)를 사용할 수 있다.

▲ 팝업 형식의 오디오 설정 메뉴

음질 역시 파이오니아의 최고봉의 플레이어답게 준수한 수준을 보여주었다. 물론, 블루레이 플레이어의 특성상 동급 가격대의 CD 플레이어와 직접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별도의 하이파이 시스템 운용 없이 AV 리시버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에서는 별도로 CD 플레이어를 운용할 필요 없이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총평 - 블루레이 재생에 최적화된 플레이어

파이오니아의 플래그십 블루레이 플레이어 BDP-LX88은 스트리밍 서비스나 부가기능 등에서는 경쟁기종 등에 비해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블루레이 재생 능력만 놓고보면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풀HD 화질의 정점을 구현해 놓은 느낌이다.

게다가 4K 디스플레이 기기를 운용중이라고 하더라도 풀 스펙 4K 영상을 제공하여 풀HD 영상을 디스플레이 기기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BDP-LX88은 포스트 블루레이 시대의 마지막 플래그십 플레이어로 고품질 블루레이를 즐기고 싶은 애호가들에게는 강력하게 추천할만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