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단상] 미국 이후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
1947년부터 오늘날까지 미국은 사실 어떻게 보면 광장히 비정성적이고 특이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는 소련을 봉쇄하기 위해 탄생했고, 이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습니다. 대신 미국은 이 질서를 지탱하기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했고, 적자를 감수하면서 많은 국가들에게 양보했습니다. 그런데 소련의 위협이 사라진 이상 이 질서가 더 이상 미국에게 이득이 되지 않고 있고, 더욱 중요하게는 미국 국민들이 그 역할을 더 이상 맡지 않으려고 합니다.
미국인은 원래 고립주의 성향이 강한 국민들입니다. 1차 세계대전 참전이나 2차 세계대전 참전도 당시에 매우 큰 반대에 직면했었고, 가까스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미국인의 세계지향적인 성향은 필요에 의한 것이었으며, 또 구조적으로 그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GDP는 지구의 50% 이상, 지금은 21~23%) 만들어진 것입니다. 미국의 국력이 객관적으로 과거와 같지 않고, 또 미국이 더 이상 적자나 비용을 감수하면서 세계경찰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번에 동맹국들과 그 어떤 상의도 없이 시리아에서 일방적으로 철수를 결정한 일, 그리고 또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철수한다고 발표한 일은 이런 트렌드를 아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트럼프는 분명 미국 정치 엘리트 중 이단아 중 이단아이며, 가장 예측하기 힘든 돌연변이이지만, 그는 오늘날 미국 국민의 정서를 상당 부분 대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지금의 미국을 만들기보다 오늘날 미국의 정치적 정서가 트럼프를 만들어냈다고 보는 것이 옳겠죠. 트럼프는 그더 자국민이 원하는 바를 그 어떤 외교적 고려나 치장 없이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집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미국은 아직까지 그래도 되는 나라이며, 그 결과로부터 어떤 피해도 입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닙니다. 대신 미국의 선택 하나 하나로 피해를 입는 제2 또는 제3국은 많겠죠.
미국이 만든 세계질서를 미국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으며 미국은 이제 비용을 감수하는 국제사회의 리더가 아니라 그저 순수하고 노골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열강” 중 하나의 자리로 후퇴하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건국 이래 지금까지 100퍼센트 미국에 의존했던 한국은 어찌해야 할까요? 그 어느때보다 현명하고 전략적인 판단과 선택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을 최대한 한반도에 묶는 동시에 북한과의 긴장을 최소화하며 또 동시에 국력을 더욱 더 길러야 하는 사명을 안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우리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은 북핵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이 가장 큰 위협입니다. 그런데 순진하게 그 어떤 상황에서든 미국이 무조건 우리를 지켜주리라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 (제2차 한국전쟁 또는 북한 붕괴) 를 주어선 안되며 북한과의 화해협력은 이런 관점에서 추진, 즉 북한의 안정화를 위해서 하는 것이죠. 아울러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가능한 범위에서 들어주면서도 우리만의 독자적인 외교적 네트워크를 만들 필요도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러시아와 강력하고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와 러시아와 관계를 미국이나 유럽이 태클걸지 않는 걸 보면, 그들은 한러관계에 대해 그닥 신경쓰지 않는 듯합니다. 반대로 한국이 중국과 관계를 너무 긴밀히 하면 미국은 반드시 반응을 하죠. 근데 어차피 중국을 봉쇄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미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니 한편으로는 다행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노골적으로 중국에 반대하는 것은 역시 지리적 위치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고, 균형을 잘 맞춰야겠죠. 우리가 우리 스스로 멍청하게 지나치게 반중으로 나가서 중국이 보복할 시 미국이 그 보복을 배상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중국에 대해 방어적 스탠스를 취해야지 스스로 공세적 스탠스로 나가서 화를 (꼭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초하면 미국은 “그건 니네가 멍청하게 자초한 거지 않음?”이라고 하면서 개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부추긴다고 해서 공세적 스탠스를 취해서도 안 됩니다. 뒤에서 부채질 해놓고 뒷수습은 나몰라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쿠르드족처럼 말이죠.
따라서 우리는 독자적인 역량을 기를 필요가 있고, 저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 형태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한가지 카드에 올인해서 한번의 선택으로 “All or Nothing”으로 도박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이제 우리나라 정부도 국민도 극단주의나 이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정말 현실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사고를 길러야 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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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많이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