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사실, 저저번주 토요일에 사고가 났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쓸까말까 쓸까말까 했던 글이지만... 프차에 적어놓으면 언젠간 다시 되새김질(?)도 할 수 있는터라, 반성과 비망을 위해서, 그리고 아래 썼던 비정치글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한번 적어봅니다.(무플이면 슬플거 같아용...)
매주 토요일은 비가 안오는 한, 아들 녀석을 데리고 테니스 교실에 다니고 있습니다.
테니스 교실이래봐야 만 4세 아이가 그냥 라켓들고 가끔 공도 치면서 와~ 뛰어다니며 노는 공간입니다만, 밖에서 노는것이 즐거운 것이란걸 알려주기 위해서, 그리구 혹시 테니스 좋아하게 되면 나중에 적어도 아빠 랠리 상대는 되어주겠지....
혹 엄청 잘되면 압니까? 윔블던 패밀리 석에 앉을 날이 올지...^^; 그런 흑심(?)야심(?)을 품고 다니고 있어요. 애도 테니스 장에서 노는건 꽤 좋아하는 눈치고 말이죠.(어린이집 갈때 요즘 종종 오늘은 테니스? 라고 물어보곤 하더군요. 그래도 경기 틀어주면 라바 레인져 / 고고다이노 틀어달리고 시무룩해지지만...)
설이 길었는데... 그날도 테니스 레슨 자체는 무난히 잘 했어요.
테니스장으로 가는 길은, 테니스장이 언덕위 평지에 있는 공원에 있어서, 약간 가파른 경사를 반드시 올라가야 해요.
저희 집에서 좀 거리가 있는 곳이라, 항상 자전거에 태워서 다니곤 하는데, 뒷자리에 애들 태우고 다니는 전동 파워 서포트형 자전거라 언덕 올라갈때도 편해서 항상 자전거를 타고 다녔었어요.
올라가야 하면 당연히 내려갈 때도 있는 법... 집에 오는길이 내리막길이 되거든요. 길 자체가 언덕을 올라가는 길이다보니, S자로 구불구불하게 도로가 나있어요.
그 길을 평소에는 자전거 타고 속도 조절도 적절히 하면서, 잘 내려오는데...
왜, 남자들은 좀 그렇잖아요? 위험하고 스릴있는걸, 위험하다는걸 알면서도 즐기게 되는...
첨에 언덕 내려올땐, 평소보다 조금 빠른 정도로도 아들 녀석이 환호하다가도, 점점 덤덤하게 되니까, 즐겁게 해주고 싶어서 조금 더 빨리 가볼까? 이런 생각을 했어요.
매번 다니던 길이고 하니 경사가 있어도 크게 걱정도 안되고 말이죠... 그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하는건데.
그래서 그날은... 평소보다 조금 빨리 내리막길을 내려가보자고 생각하고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점점 속도가 붙기 시작하는데... 문득 제어가 잘 안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브레이크가 제대로 안잡히고 미끄러지면서 계속 달리는거에요...
전날 비가 와서 노면이 젖었던게... 날씨가 무덥고 해가 떠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마 아침이어서 아직 좀 남아있었던 모양이지요.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래서 S자의 마지막 커브를 돌아야 하는데,가속이 붙어버린 상태로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상태였어요. 아마도.
그때 든 느낌은,
이걸 옆으로 꺾으면 100% 가속이 붙은채로 넘어진다.
그럼 필경 둘다 크게 다칠거다.
어쩔 수 없다. 최대한 속도를 줄이면서 어딘가 부딪혀서 멈출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아마 2~3초사이에 이런 생각이...진짜 주마등처럼 지나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 커브를 돌려고 시도하지 않고.... 최대한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직진해서, 어딘가에 박았어요. 아마 보도와 나무가 있는 곳이었을거에요.
엄청 아팠죠. 그래도 넘어지진 않았어요. 저는 왼쪽 귀위를 어딘가에 부딪친 느낌이었어요. 근데 그런건 모르겠고 일단 그땐 뒤에 탄 아들이 어떤가 싶어서, 괜찮아? 라고 물어보며 뒤를 돌아봤는데..
"아파!" 하면서 비명을 지르면서 우는데... 얼굴에 피가 나는거에요.
왼쪽 눈썹 윗쪽이 부딪힌 충격으로 찢어진거에요. 2cm정도... 깊이도 좀 있어보이고...
피가 철철 나서 ... 아 묘사하기 힘드네요. 글로 쓰다보니 다시 그때 심경이........
진짜 미치는 줄 알았어요.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진짜 그 생각밖에 안들면서...
다행히도 그때 지나가던 행인 한분이, 근처에 또 다행스럽게 미용실이 있어서, 미용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주셨어요.
그때 일단 입고 있던 윗옷 벗어서 아들 피나는 이마 막고 있었는데, 미용실에서 타월이랑 얼음같은걸 가져다주시고 구급차도 불러주셔서, 금방 병원으로 둘다 갈 수가 있었어요.
병원에서는 저는 왼쪽 귀위가 2cm정도 찢어졌다고... 아빠는 일단 피부 접착제로 붙이고 혹 안되면 꿰멜지 생각해보자, 아들은 꿰매야 한다. 5바늘정도가 될거다...라고 하시더군요.
그래도 아들 녀석이 대견한게... 4살밖에 안되었는데도 구급차 탄 순간부터, 엄청 아플텐데도 울지도 소리지르지도 않고 차분하게 누워있었어요. 구급대원 분께서 물어보시는 이야기에 답변은 충실히 하면서요.
제가 저 나이었으면 아프다고 울고불고 난리쳤을건데...
물론 찢어진 이마를 꿰메는 시술을 할때는 다시 아프다고(마취주사부터 해서...) 울었지만.... 당연히 아프겠죠 그땐... 얼마나 미안하던지........
마누라도 병원에 소환되고... 크게 혼날 줄 알았는데 저도 피를 뚝뚝 흘리고 그러다보니 마누라가 의외로 차분했어요.(맘속은 엄청 화가 났었겠지만...)
여차저차해서 치료를 다 마치고... 나오니 사고 가능성이 있어서 일단은 실비로 의료비가 청구되어서 병원비가 8만엔.............. 어쩌겠어요 내야지. 제가 잘못했는데. (이건 나중에 의료보험쪽이랑 이야기해서 보험 인정이 되어서, 7만엔정도가 돌아왔어요. 아이가 6만엔 제게 2만엔 정도였는데 일본에선 미취학 아동 의료비는 일반적으론 전액 지원이 되거든요)
그렇게 의료비 폭탄도 맞고... 애는 이마가 찢어진 자리에 커다랗게 가제 테이프를 바르고, 피가 나서 그런지 얼굴 왼쪽도 붓고 멍들었고...
진짜 한순간에 세상 최악의 아빠가 된 기분이었죠. 진짜 죄스럽고...
그날은 경찰서에 다녀오는 길에 (보도랑 나무에 박아서 난 사고라 일단 사고처리는 하더라도, 피해자도 없고 소유주 물건 손해도 없고 해서 이걸로 벌받을 일은 없다고 경찰관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더군요...안심하라고...) 아들녀석 좋아하는 달걀 초콜렛(안에 장난감 들은거) 한통 다 사서 가져다 바쳤어요.;
그래도 정말 아들이 고마운게... 아빠때문에 사고났어 이런 이야기는 전혀 안하고... 테니스 끝나고 슈퍼 초콜렛 사러 가다가 부딪혔어... 이렇게 그 일을 이야기하더라구요...ㅠㅠ (그리고 그 후론 너무 빨리 달리면 안돼!라고 아빠에게 주의를... 물론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으니까 알았어, 라고 저는 대답하지용...)
다행히도 2주 가까이 되어가는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저번주에 실밥도 뺐고... 얼굴에 든 붓기는 저번주말 즈음해서 다 빠졌고, 멍도 지금은 거의 다 사라져가네요...
이마 꿰맨 곳은 처음엔 엄청 부어있었지만, 붓기도 다 사라지고, 아직 선명히 자국은 남아있지만 차츰 차츰 나아가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실밥 풀때 의사 선생님이 깨끗하게 붙었다고 하시더군요)
인터넷 찾아보니 세로로 찢어진것보단 가로로 찢어진게 그나마 잘 아문다던데, 전에 한국에서 사온 잘라쓰는 습윤밴드 열심히 붙여서 흉터 가능하면 안지게 해주려고 노력중이네요. 계속해서 노력해가야겠고요. (더마트릭스 울트라라는게 좋아보이던데, 밴드랑 같이 써주면 좋으려나요? 혹 아시는 분 있으시면 조언 좀...)
이 일로 뼈저리게 느낀건...
- 안전보다 가치있는 스릴이란 건 없다. 특히 애랑 같이 있을땐 더더욱!
- 모험하지 말자. 특히 애랑 있을땐 더더욱!
- 아버지가 차를 천천히 모셨던건 다 깊은 뜻이 있어서였다
...였습니다.
상처가 많이 나아가는 지금은 예전과 다름없이 저한테 덤비고 누워있으면 밟고 지나가고 덤벼라! 하면서 평소처럼 놀자고 앵겨드는 녀석이 너무 감사하네요.(몸은 힘들지만....^^;) 그러면 저는 자비없이 제 18번 기술 백브레이커로 응징해줍니다만...ㅎㅎ
장황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디피 여러분도 어떤 종류던 운전하실때는 부디 조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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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시니 다행입니다
저도 말하기 창피한 사고를 낸 적이 있는데 사고 나는거 순식간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