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똥파리라는 말, 근처에도 가면 안 됩니다.
다시금 똥파리 운운하는 글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우려됩니다. 시사타파 PD의 발언이 불똥을 당겼죠. 저는 시사타파식의 거친 싸움도 긍정적으로 기능을 한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그런데, 몇 차례 프차에 올라오는 내용을 보면 부작용이 훨씬 큰 것 같습니다.
1.
똥파리라고 공격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공격 받은 세력이 궤멸하고 잔당은 회심하여 뿅 사라집니까. 그럴리 없죠. 저 공격받는 소위 똥파리들. 말 많고 적극적인 시민들 아닙니까. 공격받는 만큼 말은 더 많아지고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겠죠.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아무도 조용히 시킬 순 없죠. 이 분들도 80% 정도는 시사타파류와 공통점이 있고, 20% 정도의 지향만 다른 거 아닙니까. 선거가 닥쳐 오는 시점에, 무시하고 조용히 묻어갈 일을 일부러 키우는 것 같습니다.
2.
시사타파가 똥파리를 공격할 땐, 내부총질을 하며 김진표를 당 대표로 밀었던 세력이라는 비난을 했습니다.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 시점에 김진표 지지층을 공격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김진표 지지자들이 반성하고 회심하여 뿅 사라집니까. 그럴리 없죠. 왜 지금 이 시점에 김진표를 공격할까요.
지난 총선 시기엔 1월 초 김종인을 영입한 것 같습니다. 중도층 확장이라는 명분이 가장 컸습니다. 문 대표는 진보 진영의 근본주의를 경계한다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내놓으며 총선전선을 넓혔습니다.
김진표가 종교계와 밀접해서 얄밉고, 성향이 안 맞을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사람 아닙니까. 사랑의 교회 대법 판결 통쾌하지만, 중도층 표는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지 않습니까.
이거 조선일보가 만든 삐딱한 그래프지만 의미심장한 구석이 있다고 봅니다. 서울대 폴랩의 데이타로 여러가지 버전이 나와있는데 언론마다 나온 것이 고만고만합니다. 어떤 점이 흥미로운지 봅시다. 김진표가 중앙에 있고 원혜영이 좀 더 오른쪽에 있습니다. 김진표, 원혜영 두 사람이 이낙연 후임으로 총리 후보에 오르내리는 것 아십니까.
이낙연 총리는 총선 출마를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총선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명도를 가지고 있죠. 그러나 총리 자리를 비우면 또다시 정국 파행이 되겠죠. 총리 후보자는 기나긴 청문회의 덫에 걸려 독배를 마시게 될 겁니다. 그런 자리에 나설 수 있다면 김진표를 오히려 지지해줘도 모자를 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진표가 미운 사람들도 좋은 기회 아닙니까.
3.
시사타파는 운 좋게 발언권력을 얻었습니다. 그 권력으로 극렬 지지층을 도발하고, 스펙트럼을 넓히며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김진표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도발하고 공격해봐야 답도 안 나오고 분열만 가속될 뿐입니다. 파벌 내부만 결집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는 이유도 사실 뻔하죠. 이제 곧 후보자 경선의 계절이 다가오지 않습니까. 시민들의 승리는 총선 승리지만, 시사타파 같은 정치 자영업자의 승리는 미는 사람이 경선에서 이기는 것이 승리죠. 똥파리들에게서 공격받았던 사람들 리스트는 아예 적어두고 읽는 것을 봤습니다. 그 리스트에 공감하셨습니까.
이동형이 공격받았다고 똥파리들 자극하는 거 보면, 이동형도 정말 총선 나올 생각인가 보죠. 노무현도 박스떼기 했다고 공격을 하고, 흐지부지 넘어가니 노무현 대통령의 뜨거웠던 그 경선을 생각하는 사람들 피가 끓은 것 아닙니까. 저처럼 생각하셨으면 똥파리되신 겁니다.
얼마나 무의미한 딱지 붙이기입니까.
4.
지난 총선의 기억을 잘 살려봅시다. 문재인은 대표 자리를 내려놓았고, 김종인은 강짜를 부려댔지만 시민들은 조마조마하게 다 참았습니다. 박주민 같은 영입인사는 거의 마지막까지 공천받지 못했고, 정무적 판단이라는 말이 황망하게 돌아 다녔습니다. 시민들 다 참았죠. 상대를 똥파리라 모는 일 같은 거 상상도 못했습니다. 새누리는 어땠습니까. 친박 시리즈가 줄을 이었죠. 좀 더 선명한 계파로 보이려는 파벌 싸움이 치열했습니다.
답은 뻔하지 않습니까. 이루고 싶은 것이 큰 쪽이 겸손하게 내려놓으며 먼저 다가가야 하는 겁니까. 자기 기분대로 내키는대로 신나게 똥파리로 몰면서 선거에 이길 생각하는 것은 아니시겠죠. 그런 식으로 이긴 선거 있으면 좀 알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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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요즘세상에 좌파우파는 없고, 상식과 몰상식만이 있다고 봅니다. 옛날엔 봉건제도앞에서 좌우를 나눴지, 현대사회에선 좌우개념보다는 상식과 몰상식이죠. 자해공갈당은 몰상식당입니다. 그 지지자들 마저도 몰상식합니다. 기레기요? 몰상식, 검찰개혁대상인 검찰들이요? 몰상식이죠.
이걸 무슨 정치 견해로 나누는걸 전 반대합니다. 그냥 몰상식한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