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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오랜지꽃님의 발제에 대한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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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2-04 10:09:03

1. 먼저 현재 논쟁이 촉발된 이유부터 지적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앞의 글의 요지는 아즈텍의 잔혹행위가 지나쳤기 때문에 망할만했다라는 인과관계를 설정한 것으로, 이는 그저 사적인 의견이 아닌 역사적 사실입니다. 주변 모든 부족들 입장에서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아즈텍은 스페인측과 연합군에 의해 멸망당했고, 이것은 아즈텍이 유난히 잔인한 제국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본 전제(심지어 역사적 팩트인 것)마저 부정하는 분들이 계셔서 논쟁이 격화되었던 것이빈다. 


2. 구세계(유라시아)의 일반적인 교전이라면 일부 학살이 존재하여도, 인신공양은 존재하지 않았고, 또 포로교환과 같은 협상도 존재했습니다만, 아즈텍인에게는 그런 개념이 없었습니다. 아울러 스페인의 학살은 말씀하신대로 틀락스칼라인들의 모략에 의한 것으로 스페인이 유난히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잔인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3. 스페인제국의 공식적인 기본방침은 원주민의 권리를 최대한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1542년 제정된 법안에 따르면 총독은 (1) 원주민의 복지를 위해 노력해야하며, (2) 원주민을 노예로 삼거나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3) 현재 노예상태에 있는 원주민은 지체없이 해방해야 하며, (4) 노동에 임금이 주어져야 하며, (5) 거주지로부터 강제로 멀리 이주시키는 것을 금하는 것을 명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법안에 반대하여 반란을 일으킨 현지 총독도 있었죠. 페루의 피사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그의 반란은 진압되었고 그는 처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법안은 현지에서 종종 지켜지지 않았고 이 법안이 집행되는 것을 감독할 기구도 없었습니다. 당시 통신수단과 스페인 관료제의 한계였죠. 물론 개별적인 콩키스타도르의 학살과 자의적 통치는 당연 존재했습니다만, 스페인 정부가 나치스처럼 의식적이고 조직적으로 원주민을 절멸시킨 적은 없습니다. 한편 영미권과는 달리 혼혈도 상당히 많았는데, 이는 스페인 영미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종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개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4. 말라카술탄국의 예시는 적절치 못하며, 대항해시대 인도양에 존재했던 서양의 식민지들은 오늘날 관점에서 식민지였지, 사실상 소규모 요새 및 교역소에 불과했습니다. 당대 네덜란드나 영국상인들은 현지 정보를 어떻게든 자세히 확보하고, 현지의 유력자들과 친분을 맺으려고 했습니다. 현지 유력자들의 협력 없이 교역소나 요새를 새우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당대의 무굴제국이나 명나라는 포르투갈이나 네덜란드를 안보위협으로 간주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도시국가들이 함락당했다고 해서, 당대 스페인이 독자적으로 대규모 영토국가를 멸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시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5. 아즈텍이 사람을 먹는 건 괜찮고, 스페인이 아즈텍을 먹는다(?)는 것은 안괜찮다? 이상한 비유입니다. 스페인은 아즈텍을 멸망시킨 것이지 먹은 게 아니지요. 그리고 국가의 정복은 인류역사의 유구한 전통입니다. 특히 19세기 이전의 정복들은 더더욱 더. 만주인들이 명나라를 정복한 것이 죄악인가요? 고려가 백제를 정복한 것은 죄악인가요? 오스만이 그리스와 발칸반도를 정복한 것은 죄악인지. 러시아가 카잔왕국(오늘날에는 현재 러시아의 심장부의 일부)을 멸망시킨 것은 죄악인지. 청나라가 준가르를 멸망시킨 것은 또 어떨지. 아니... 당장 조선이 북방개척(한반도 북부 여진족 정복)한 것은 무엇일까요. 


6. 먼저 두가지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노예제의 존속과 매매는 전근대사회의 보편적 현상이었습니다. 당장 조선의 경우에는 자국민을 노예로, 그것도 꽤 최근까지 유지했던 국가였습니다. 둘째. 노예무역의 산업화는 분명 17~18세기 서구 삼각무역의 독특하고 악질적인 것이었습니다. 이를 부정하는 학자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 주목할만한 부분은 이 노예무역을 도덕적 이유로 폐지하고 다른 국가도 못하게 강제한 것은 그 노예무역을 행하던 영국 스스로의 노력이었다는 점입니다. 소수의 목소리가 다수의 여론으로 확산된 것으로 민주주의 사회에 중요한 의의가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당대의 산업구조가 변화했다는 요인도 있지만, 당대 인권운동가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애초에 공론화되지 못했을 문제였습니다. 마치 오늘날 노동운동가나 인권운동가들의 노력이 없다면 국가가 선제적으로 무엇을 해주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7. 물론 모든 인간은 문화권 불문 무수히 많은 악행을 저질러왔습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조선이나 중국, 나치독일 소련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를 시정하고 고치려는 노력이 있는가. 그런 여론을 주도하는 세력이 있는가. 그런 개혁과 개선운동 그리고 여론이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가 또한 중요합니다. 서양문명의 장점은 그러한 여론을 주도하고 확산시키는 세력이 존재해왔고 또 이들이 목소리가 묵살당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습니다. 서구 제국주의를 학술적으로 가장 맹렬히 비판한 학자들도 서구측 학자들이며, 이들의 저서는 서구의 유명출판사에서 출판됩니다. 그리고 개개인들이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야 어쨌든간에 공적인 장소에서 소위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고 이를 암묵적 룰로 규정한 것 또한 서구사회입니다. 우리가 자유와 관용의 문화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개인주의 등을 옳다고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서구문명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며, 나아가 그 문명이 역사적 경험으로 축적한 제도와 철학이 보편적 타당성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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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12-04 09:29:51

스페인이 영국이 못된 거는 현지 엘리트 양성교육이 부실해서라고 봅니다. 세익스피어가 애매하면 돈키호테라도 외우게 시켜야 하는데 이거 읽으면 자유주의가 너무 커지죠

3
Updated at 2019-12-04 09:37:13

역사를 접근하는 관점의 차이때문에 서로 만날 접점없는 다른소리을 하는거지 딱히 논쟁까지는 아닌것같습니다. 역사자체가 아닌 당위를 논하면 논쟁이 불가능하거든요.

2
Updated at 2019-12-04 11:06:31

1. 아즈텍 제국이 매년 아이들을 포함 수만(많으면 십여만명)가량을 인신 공양 했던 이유는 자신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피지배 부족과 지배계층에 반발할 수 있는 하층민들 수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보는게 맞겠죠. 가령 귀족들은 본인 후계자 정리를 위해 정실 자식들 말고 사생아들을 인신공양으로 손쉽게 처리 했습니다.

고로 아즈텍 제국의 인신공양은 아주 특수한 케이스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왜냐면 마야 제국을 포함한 남미 제국들의 인신공양은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가까웠고, 이 마저도 한때는 진짜 사람이 아닌 형식만 갖춘 행위로 이어졌으니깐요.

반대로 통치 기반이 불완전할 때는 타 남미 제국들도 아즈텍처럼 잔인해지긴 했지만요. 그래도 아즈텍 제국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긴 합니다



2. 코르테스는 아즈텍 제국 뿐만 아니라 스페인 본국에 파견 된 군대와도 교전을 해야했을 정도로 위기를 자주 겪었던 사람이죠. 때문에 피사로는 물론이거니와 포르투갈의 식민지 확장 사업(?)과도 별개의 케이스로 보는게 맞지 않나 싶네요.

고로 코르테스가 착한 사람이라서 외교술로 아즈텍을 멸망 시킨게 아니라, 무력으로는 아예 상대가 안 되니 현지에 도움을 받았다 보는게 맞을 겁니다.



3. 정리를 해보면 이렇겠죠

3-1. 공포의 제국 아즈텍이 보여준 잔혹성은 여타 남미 제국이나 그리스-로마 시대 카르타고, 그리고 유럽의 잔혹사와 비교해도 유래가 없을 정도였다.

3-2. 에르난도 코르테스는 본인 의지와 상관 없이 남미에 돼지를 보급하고, 주변 부족국가를 아즈텍에게서 해방 시켜주게 되었지만, 그 자신이 가진 욕망과 콩키스타도르란 특성 때문에 남미를 더 큰 혼란에 빠뜨리게 되었다(이는 코르테스에게 협조한 피지배 부족들이 남긴 기록에서 더 잘 나타납니다. 한마디로 그들은 아즈텍이 싫어서 협조한 거지 코르테스란 욕망 덩어리가 좋아서 협조한 건 아니라는 거죠).

3-3. 때문에 아즈텍 제국 - 코르테스 - 피지배 남미 주민의 관계를 선악 구도로 보는 건 아주 위험합니다.





P.S : 참고로 아즈텍 제국 시절 활동했던 콩키스타도르 후손들이 18~19세기 남미 독립 운동사에 등장 하기도 합니다. 침략자의 후손이 독립을 부르짖는 재밌는 상황이죠

WR
2019-12-04 10:13:32

코르테스는 귀족가문 출신으로, 당대 교양인의 교육을 받았던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멕시코 정복에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은 "정치술"에 있었지 "무력"이 아니었죠. 그저 생각없는 무뢰배는 아니었죠. 물론 선악을 논하기에는 어렵지만, 최소 다수의 후대 콩키스타도르와 달리 멍청한 야만인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현지인과의 자녀를 끔찍히 아끼고 적자로 인정받게 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한 것을 보면 그저 낳고 버리는 사람들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아즈텍 제국 한정, 선을 논할 수 없어도 악은 논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나치독일이 명백한 악이었던 것처럼 말이죠. 

1
Updated at 2019-12-04 10:22:16

아뇨. 코르테스와 그의 부관들은 상상을 초월한 전술가들이었어요. 아즈텍 상대로 그렇게 얻어맞고 본국 군대랑 붙었음에도 어마어마한 경험에서 나오는 전술로 숫자를 극복해냈으니깐요.

그리고 형편 없는 형세 파악으로 인한 어마어마한 전력차 발생은 그가 금과 권력에 눈이 멀때마다 찾아왔구요. 얘기하신 것과 좀 달라요.

WR
2019-12-04 10:24:28

물론 그들은 무어인들과 싸우면서 다져진 군인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숫적열세를 극복할 수는 없었습니다. 애초에 언어도 통하지 않고 (말린체의 도움을 받았다고는 해도) 문화적으로도 완전히 낮선 곳에 가서 현지부족들의 갈등과 원한등을 정확히 파악해서 이들의 환심을 사고 리드하는 것은 보통 능력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Updated at 2019-12-04 11:14:49

코르테스가 나름 식견이 있었다면 본국에서 보내온 군대와 정면 충돌이 아닌 본국에서 증원 받은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아즈텍을 압도했겠죠.

아즈텍이란 장소와 거기 있는 금을 독차지 하고자 하는 욕망이 그를 계속 어렵게 만들었고, 결국 말년에 그 권력도 제대로 쥐지 못 한채 본국에서 어설픈 죽음을 맞이하게 만든거겠죠.

WR
2019-12-04 11:17:51

애초에 본국이 그런 증원병력을 파병할 여력도 없었고, 정복사업은 특허장을 가진 개인들의 사적 이니셔티브였습니다. 식견과 무관하게 본국에서 증원받는 대규모 병력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모든 걸 해결했어야했죠. 그리고 정작 그가 크게 성공하자 이에 위협을 느낀 스페인국왕은 그를 의도적으로 견제하고 무시했습니다. 

2019-12-04 10:25:40

두분 말이 다 맞아요. 코르테스는 정치와 외교술의 달인이자 동시에 전투에도 천재였습니다. 그런 코르테스도 슬픔의 밤 때는 빨리 결단을 내리지 못해 구사일생으로 패주했지만 불과 일주일 뒤에 오툼바 평원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용병술과 무력으로 일시에 전세를 뒤집었죠

1
2019-12-04 10:01:27

독일은 폴란드를 점령하고 유대인을 학살합니다.

독일을 패망하게 만든 러시아는 폴란드를 구하지만 폴란드군을 카틴숲에서 집단학살합니다.

러시아가 나쁜 놈일까요, 독일이 나쁜 놈일까요?

거칠지만 스페인과 아즈텍 중 누가 더 나쁜 놈인가 따지는 것이 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2
Updated at 2019-12-04 11:21:55

어...소련이 폴란드를 해방 시킨 건 아닙니다.

시간 순으로 보면 소련의 폴란드 침공 → 독일의 폴란드 침공 → 소련의 폴란드 입성 순이죠.

아이러니 하게도 2차대전 당시 소련이 폴란드에 입성한 이후 나라 잃고 연합군에서 독립운동(?)하던 폴란드 사람들은 폴란드에 돌아가지 못 하고 비참하게 살거나 하층민으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역시 역사를 선악구도로 보면 위험하죠

2019-12-04 10:09:40

아 지적 감사합니다. 

2019-12-04 12:48:04

그 와중에 동부지역에 함께 살던 우크라이나인들과의 사이에 집단살륙에 가까운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었죠 폴란드인들의 차별을 받던 우크라이나인들이 자신들을 해방시켜줄 세력으로 나찌에 협력했다 소련에 협력했다 하는 내용을 영화로 보았는데 살륙장면 만으로 19금 이 또한 누가 선한지 악한지 나누기 어려워보이더군요

1
2019-12-04 10:10:54

학문적 논쟁은 언제나 흥미진진합니다.

양쪽 발제자의 일방이 절대적으로 옳다기 보다는, 읽는이의 수만큼 다양한 판단의 단초를 제공해 주시기 때문이죠..

본문은 물론 댓글에서도 많이 배웁니다~^^

2019-12-04 10:11:17

오우 좋은 글입니다. ^^

3
2019-12-04 10:13:36

넷플릭... 아니 아쟁쿠르전투로 유명한 헨리5세가 프랑스 양민들과 포로들을 어떻게 학살했는지 아신다면 2번 항목같은 이야기는 하시기 어려울텐데요.

WR
2
2019-12-04 10:18:36

학살이 존재했다고 분명 말씀드렸고, 이는 다시 현지인의 분노를 초래, 더욱 큰 보복으로 이어졌습니다. 양민학살은 분명 양측 모두에게 악행위로 인식되었던 것이고, 이는 계속 지탄받아왔습니다. 물론 비난이 그러한 행위의 중지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것도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인식은 존재했습니다. 한편 1618~1648년 30년 전쟁이 양측간의 학살이 극에 달했던 사건인데, 오히려 이때문에 국제법이 더욱 정교화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지엽적인 문제로 논점일탈 하시는군요. 

13
2019-12-04 10:23:56

서양제국세력에 대해서는 언제나 ‘일부학살’식으로 실드치는 관점을 노출시키셔서 적은 글입니다. 본문의 사례와 비교해도 뒤지지않는 수준의 야만적 행위는 서양사에서도 매우 많이 발견됩니다.

1
Updated at 2019-12-04 10:15:11

스페인과 아즈텍에 촛점을 맞추지 말고 아즈텍과 틀락스칼텍의 관계에 촛점을 맞추면 오히려 이해가 쉽죠. 아즈텍 멸망에 있어서 스페인은 오히려 조연에 가깝습니다. 제국주의 스페인의 잔인한 침략의 예로 들려면 잉카의 멸망이 더 맞는 예시일 것이고 마야의 멸망은 아즈텍 잉카의 멸망과는 궤가 전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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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2-04 17:25:13

아즈텍의 잔학했기 때문에 아즈텍이 멸망했다라는 인과관계는 역사적인 사실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즈텍이 잔학했다는 이유로 스페인의 제국주의 침략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겁니다. 가치중립적인 역사적 인과관계를 말씀하시는 듯 하지만 저변에 깔려 있는 생각은 서구의 제국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바탕을 하고 있죠. 이 논리는 식민사관의 논리와 동일한 것이구요. 제국주의 침략에서 피해를 입은 우리가 보기에는 받아드리기 힘든 관점이죠. 

 

쓰신 글을 읽어보면 스페인의 식민지 통치가 공정했던 것처럼 쓰셨는데 모든 식민통치는 형식적으로는 정당한듯한 대의명분을 내세우기 마련입니다. aurelius님의 글은 일본의 한국 식민지 지배가 정당했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 이야기입니다.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배했을때 한국민을 차별하고 수탈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을꺼라고 생각하시나요? 공식적으로 말하는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가 중요한 것이죠.  

WR
2019-12-04 10:47:50

먼저 스페인의 제국주의적(?) 침략이 만주인의 명나라 정복이나 오스만제국의 이집트, 발칸반도 정복과 과연 크게 다른지 의문입니다. 서방세계의 타지역정복을 모두 19세기 제국주의의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일단 문제가 있고요. 또 우리나라의 경험을 다른 지역의 경험에 투사하여 그들에게 감정이입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맥락과 시대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죠. 심지어 현지의 사람들도 스페인의 정복을 한일관계의 프레임처럼 보지 않습니다. 전혀 다른 맥락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애초에 그 당시에는 근대적 의미의 "민족"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15
Updated at 2019-12-04 11:00:28

만주족의 명나라 정복과 스페인 및 서구의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에 대한 제국주의를 동일한 성격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완전히 다르죠. 만주족의 명나라 정복은 동북아시아의 권력이동에 가까운 일이고 스페인 및 서구의 식민지배는 착취와 수탈을 위한 행동이었죠. 

 

감정이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말씀 드리는 겁니다. 우리의 경험을 다른 곳에 투사하는것이 아니라 우리도 제국주의하에서 수탈을 당한것 처럼 스페인이 식민지배했던 곳의 원주민들도 수탈을 당했지요. 제국주의 국가에 의한 식민지에 대한 수탈이라는 측면에서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구요. 

 

서구의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에 대한 식민지확대를 '19세기 제국주의의 프레임' 이 아니면 뭐로 봐야 하나요? '서구문명을 미개한 원주민에게 확대하는 정책' 으로 봐야 하나요 아님 '기독교의 세계전파'로 봐야 하나요?

WR
Updated at 2019-12-04 11:15:36

원주민들이 철저한 타자로 수탈의 대상으로서만 다뤄졌다면 중남미 특유의 폭넓은 혼혈이 이루어질 수도 없었습니다 (미국과는 대조적인 사례). 일부 원주민들은 나름대로 사회에서 성공하기도 하고 부도 얻었습니다. 가령 19세기 멕시코 대통령 베니토 후아레스는 고등교육 받은 순수 원주민이었고, 멕시코의 유력집안의 여인이었던 백인여성과 결혼했고 양측의 결혼에 인종적 갈등은 없었습니다. 

14
Updated at 2019-12-04 17:26:22

중남미에 혼혈이 많았던 것은 그만큼 백인여자가 없었다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죠. 왜 중남미에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이 팔려온지 아시나요? 토착 원주민들이 너무 많이 죽어서 노동력이 부족해서 (미국도 그렇지만) 노예무역이 성장하게 된거죠. 한 두가지의 예를 가지고  전체를 미화하기에는 서구의 제국주의가 남긴 상처는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http://www.lakis.or.kr/board/view/3/9049

WR
2019-12-04 11:28:28

미화가 아니라 사실입니다. 서구제국주의의 상처를 거론하려면 인도/아프리카/인도네시아의 사례를 들어야 하는데, 중남미의 경우 사정이 아주 많이 다릅니다. 원주민들이 전염병에 의해 거의 몰살당한 것은 스페인인들의 범죄가 아니고, 남미에서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은 거의 대부분 브라질에 국한되었고 이는 포르투갈 식민지였습니다. 실제로 중남미 국가에서는 브라질을 제외하면흑인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멕시코 오악사카, 과달라하라, 멕시코시티, 유카탄반도 등을 여행한적이 있고 현지인들과도 많은 대화를 해보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스페인어를 네이티브만큼 유창하게 구사합니다). 현지인들조차 아주 일부 극렬 민족주의자(?)를 제외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제국주의적 피해의식?"을 갖고 있지 않으며, 아즈텍 문명에 대한 재조명(부정적 방향으로)한 것도 멕시코의 고고학자들의 공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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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2-04 19:11:35

aurelius님의 말씀은 중남미에서 서구제국주의의 상처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포루투갈은 나쁜 짓을 많이 했는데 스페인인 안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현재 중남미가 이렇게 불안한 근본적인 원인은 스페인을 비롯한 서구제국주의의 식민지화와 착취에 있습니다. 원주민들은 전염병(이것 또한 서구인들의 식민지화의 결과죠)으로 죽기도 많이 죽었어지만 강제노동 및 학살로도 많이 죽었습니다. 

 

위에 제가 링크해드린 글을 읽어보시죠. 볼리비아에서 2년가 체류한 분의 글이니 여행을 하신 aurelius님보다는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을 너무 일반화하시군요. 

15
2019-12-04 10:51:13

문제의 원인은 아즈텍이 잔인무도해서 망해 마땅하고, 스페인은 그 역할을 잘 해냈다는 식으로 읽히는 글에 있습니다. 역사 해석을 가치판단을 앞세워서 해서는 곤란하지요.
아즈텍이 잔인무도로 인해 스페인 침략시 사면초가 상태가 돼서 멸망했을 뿐입니다. 맞을 짓을 해서 때린 것이 정당하다는 식의 논리가 돼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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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4 12:48:07 (61.*.*.161)

게시판에서 모 님의 글을 읽으면 특정 국가에 대한 애정이 줄줄 묻어 나오는 것이 절로 느껴지는 것처럼

처음 글을 쓰신 aurelius 님의 글들을 읽으면 개신교 중심의 서구문명에 대한 경도된 애정이

확 느껴집니다. 이번 글 뿐만이 아니라 지금가지 게시판에 올리셨던 여러 글들을 모두 읽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2019-12-04 13:30:07

(아마 여기 글쓰신 분들은 읽었을 가능성이 큰)월러스틴은 '유럽의 보편주의(창비)에서 라스카사스(번역됨)와 세풀다다의 논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세풀다다의 주장을 근대(서구문명)가 현재꺼지 답습하고 있다는 것을 비판합니다. 세풀다다의 주장이란 아메리카 원주닌들이 미개하고 잔혹하고 사악해서(대표덕으로 인신공양) 에스파니아인들이 이를 없애고 카톨릭은 이를 교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주장은 물질적 이득에 의해 강화되었다는 겁니다.

월러스틴은 부시가 이라크침략할때의 논리(후셍인이 동족들을 학살한다)처럼 서구가 현대에도 이를 자주 되풀이한다고 합니다.(서구의 보편주의)

역사가 단순히 선악 구분이나 일원론으로 판단될수 없기때문에 역사에서 발생한 사건, 행위 등을 분석, 판단하기는 참어려운것 같습니다. 이런 논쟁들에서 다시 한번 배우고 갑니다.

3
2019-12-04 14:38:33

잔인한 짓을 했기 때문에 멸망하는게 당연하다면 영국은 왜 아직도 멀쩡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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