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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출산은 정말 신성하면서도 위험한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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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1 09:19:42

우선 아래 친구 배우자분께서 돌아가셨다는 내용에 대해.. 삼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의료 미스 사고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일이지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저도 만 4세 아들을 둔 아버지이긴 합니다만...

지금은 가면라이더 벨트 차고 아빠를 때려패는 고얗지만, 그래도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커주고 있는 녀석이지만, 이 녀석이 태어날때 한바탕 홍역을 치뤘었지요.

 

엄밀히는 아이 자체의 문제가 아닌, 산모에게 문제가 생긴 케이스였습니다.

마누라가 집안 자체가 혈압이 어느정도 높은 집안이긴 했었는데...(이것도 나중에 알았습니다)

임신을 하고 나서, 4개월정도 되었을때부터 혈압이 150/10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증상... 즉 임신성 고혈압에 걸려버린 겁니다. (라면이나 자극 많은 조미료 넣어서 음식 먹지 말라고 그렇게 말을 해도 쳐먹더니...란 원망은 솔직히 조금 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고... 갖가지 요법을 써가며 혈압을 어쩌어찌 '더 올라가지 않도록' 조절을 해서, 크리스마스랑 연말은 병원에서 보냈지만 그래도 10월경의 위기(그때 애 꺼냈으면 100% 죽었겠죠...)는 어찌어찌 넘기고, 1월초에 일단 퇴원을 했었습니다. 예정일이 3월 말이었기에 이제 조금만 더 버티면...이란 희망과 함께요.

 

하지만 1월 후반에 다시 급격히 혈압이 올라가는 증상이 발생해서(집 혈압계로 측정하니 160-180을 왔다갔다...;;;) 긴급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재니까 200이 나올 때도 있는 등...... 아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이거 쓰면서 다시 생각하니 오금이 저리네요. 무의식적으로 기억을 봉인했었나봅니다. 본인은 더더욱 그랬겠죠...

하여간 도저히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서(이때도 아이 자체의 건강은 문제가 없었다고. 다만 빨리 꺼내는 것에 대한 리스크는 아무래도... 10월보단 낫지만 그래도 2개월분은 미성숙하니까요) 결국 제왕절개를 하게 되었던 경위가 있었지요.

 

마누라가 수술실로 실려가는 모습을 보고 난 후부터 1분 1초가 그렇게 길게 느껴진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두 생명이 걸려있는 문제였으니까요...

 

다행히도 수술은 무사히 끝나서, 아들은 약 40센티에 천사백그램이라는 진짜 빈약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만... 그래도 인큐베이터란 현대 의학과 주의의 정성어린 보살핌...(저도 매일매일 면회갔었네요...)으로 무사히 퇴원해서, 지금은 완전 주변 또래들과 거의 차이없는 키에 운동회 달리기는 맨날 일등을 하고 계주에선 수십미터 차이도 뒤집어내는 등... 완전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마누라는 한동안 혈압은 계속 높은 수치를 유지했었습니다만(그래도 13-40대정도...)지금은 약 지속적으로 먹고 해서 많이 안정되어서, 혈압에 일희일비하는 모습도 없고 12-30정도 수치를 유지하는(간혹 높아지지만) 중이네요.

 

다만 저런 일을 겪다보니 역시 출산에 관련된 일엔 극도로 민감히 반응하게 되고, 아들에게 모든걸 쏟아붇기 위해서 둘째는 생각없다고 하는 부작용(?)도 있어요. 저도 딸 키워보는게 소원이었는데... 솔직히 저런 일 겪고 나서 '그래도 하나 더!' 하고 밀어붙일 수 있는 사람이 ... 피험자 자신이 아닌 이상은 없겠지요 아마도...;

더불어, 출산이 단순히 난자 정자 만나서 10개월 성숙한 후에 뿅! 하고 나와서 유모차 태우고 다니며 행복하게 사는.... 그런 간단한 것이 아니란 것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고 말이지요...

만약 그때 일이 잘못되어서 둘다 지금 제 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생이 참 어떻게 바뀌었을지... 가정만 해봐도 섬찟하기 짝이 없습니다....

 

새삼 이렇게 쓰고 보니 마누라한테 고맙네요. 오늘 집에 가면서 케익이라도 한조각 사갈까 싶습니다.

님의 서명
"이 비도 반드시 그칠거야! 그러면 푸른 하늘이 펼쳐질거야! 지금도 이 비를 뿌리고 있는 구름 저편에는, 한없이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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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12-11 09:22:37

 아이고야, 고생하셨네요...오늘은 집에 맛있는 거 사들고 가셔서 파티라도 하셔야 겠어요. 

WR
2019-12-11 14:54:51

지나고 보니 참 어찌 했나 싶네요...^^;

2019-12-11 09:24:55

전 아직 미혼이지만 제 동생 제수씨 첫 아이 낳을 때 원래 예정일이 1월 6일이었는데 8일쯤 입원해서 하루가 넘도록 소식이 계속 안 들려와서 고작 큰아빠인 제가 얼마나 속이 타서 일이 손에 안 잡히던지...

정말 출산 앞둔 아빠와 가족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가더군요

2019-12-11 09:32:25

연말 소개팅... 제수씨를 협박하시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2019-12-11 10:23:45

안 그래도 제수씨가 소개팅 2번 해 줬는데 다 잘 안 됐어요. 지금은 어이구 이 화상아 하고 포기상태일 겁니다.

2019-12-11 10:24:27
 아 ...괜히 덧글단게 죄송해집...
WR
2019-12-11 14:56:00

연기되는건 그것대로 맘고생이 심할 것 같습니다...;

종교는 없는데도 신을 찾게 되더군요 정말...;

2019-12-11 09:29:01

의사들 산부인과를 기피한다는 이유가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더라고요. 뿅 나오는 게 아니라는 말에 공감하며.

WR
2019-12-11 14:56:44

아무래도 喜를 기대하는 장소가 갑자기 비극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다보니...어쩔 수 없겠지요...;

2019-12-11 09:38:57

제 직장동료는 제왕절개 후 패혈증이 와서 죽을뻔 하다 살았는데

그래도 둘째를 가지고 싶다고 둘째를 낳더라고요.

둘째 임신하고 병원갔다가 의사한테 욕을 한바가지 먹었다고 합니다.

상의도 없이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 ㅎㅎ

WR
2019-12-11 14:57:44

대단하시군요;;; 그렇게 두 패턴으로 갈린다고 하더군요.

절대 다시는 하기 싫다랑 그래도 새 생명을...이란...

의사 선생님께서 욕하신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7
2019-12-11 09:43:10

제가 출산후 과다출혈로 중환자실에서 하루 있다가 다음날 아기를 안아봤어서, 아랫글 돌아가신 산모가 너무너무 안타깝네요.  임신후기에 조기출산도 모든 산모들이 걱정하는 부분이고.. 

옛날에는 더 심했겠지만 요즘에도 목숨걸고 아기낳는 경우가 많아요.  병원선정에 정말 신중해야해요. 

 

WR
2019-12-11 14:59:24

정말 고생많으셨겠습니다. 맞습니다. 병원 선정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도 그 아기가 지금은 장성해서 많은 기쁨을 주고 있겠죠?

2019-12-11 10:03:24

정말 다행이네요. 강서구라도 u광사나 미x메디 병원은 비교적 잘 대처를 하더라구요.

WR
2019-12-11 15:00:08

네 생각해보면 참 아찔한 순간들이었는데도 잘 넘겨온 것 같습니다. 반대로 마누라는 니놈은 왜 그리 낙천적이냐고 원망도 했었다고 나중에 이야기하더라구요...^^;

1
2019-12-11 10:15:15

제 막둥이도 NICU에서 1.1kg로 시작했습니다. 좋은 의료진들 덕분에 와이프랑 아기 잘 케어 받았고 지금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WR
2019-12-11 15:01:47

NICU 정말 오랫만에 접하는, 예전엔 일상이었던 단어네요...!

출산이야말로 결과론이 모든것을 말하지 않나...그런 생각도 드네요.

저희 집엔 아직까지도 갓 태어났을때 호스 꼽고 있던 사진을 걸어놓고 있습니다.^^; 그때 고생을 잊지 않고 소중히 키우려고...(근데 왜 아빠를 패냐능...)

2019-12-11 10:37:53

그래서 안타까운 일이 많이 발생하죠. 가슴 아픈 일입니다.

WR
2019-12-11 15:02:34

정말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태어난 생명들이기에 소중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새삼 들게 되고 말이지요.

1
2019-12-11 11:44:32

 와이프가 아주 건강 체질은 아닌데... 조기진통이 와서 입원했더랬지요. 정말 심장이 덜컹하더라능.. 와이프는 아이한테 미안하다고 울고... 남편으로서 해줄게 정말 없더라구요. 다행이 무사히 퇴원했고 아들넘은 지금 건강히 자라서 얼마전 제 갈비뼈를 부러뜨렸... 아, 이게 아닌데..

WR
2019-12-11 15:03:49

저희 와이프도 두번째 입원하게 되었을때 오열했었지요... 그때 생각해보면 지금도 눈시울이...^^; (그리고 그때 그 사람은 어디가고 드센 여장부가...............................)

저도 누워만 있으면 어디선가 날아와서 밟아대는데 조만간 부러지는거 아닐까 걱정입니다...^^;

1
2019-12-11 11:55:16

사실 고혈압, 당뇨, 전치태반, 역아 등 출산 위험 요소들이 꽤 많은데, 그거 하나도 안걸리고 무탈하게 출산하는 게 참 감사한 일이에요.. 의외로 많거든요. 옛날에 의료기술 발달이 되기 전 아이 낳다 죽었던 게 그런 경우들이겠죠...ㅜㅜ 

WR
2019-12-11 15:05:51

평소에 저혈압이던 사람도 고혈압이 되는 경우도 정말 많다고 하더라구요. 진짜 출산이란 것이 얼마나 힘겨운 과정인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지요.... 저도 나이 30줄 넘어가고 나서 아버지께 처음 들었는데, 원래 제 위에 하나가 있을 예정이었다고 하더라구요...(유산된.....) 어머니껜 절대 말하지 말라고... 그래서 지금도 그건 모르는 척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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