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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최근에 구매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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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2-30 15:13:45

 

 최근 가장 뜨거운 한국 작가 중 한명인 정세랑의 단편집 입니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발표한 대부분의 SF를 수록한 작품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책에도 <판타스틱>에 수록되었던 <드림, 드림, 드림> 은 빠져있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jdyto5rf0HU

https://www.youtube.com/watch?v=IPEMZteFjWc 

멸망을 향해 치닫는 인류를 위한
정세랑 작가의 서늘하고도 따뜻한 경고

“나는 23세기 사람들이 21세기 사람들을 역겨워할까 봐 두렵다.
지금의 우리가 19세기와 20세기의 폭력을 역겨워하듯이 말이다.
미래의 사람들이 이 시대를 경멸하지 않아도 될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여성성과 자연이라는 키워드로 엮은 정세랑의 세계,
당신도 정세랑의 동지가 되시겠습니까?

“우리는 이제 우리와 닮은 존재가 아닌 닮지 않은 존재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날카로운 비판조차 결 곱게 다듬은,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이들을 위한 놀이터.
정세랑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국 문학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으로 성장한 정세랑의 데뷔 10주년 첫 SF 소설집.
지금 이곳,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몰락해가는 인류 문명에 대한 경고를 8편의 SF 작품을 통해 그려낸다. 2010년 데뷔 시절부터 2019년까지 정세랑이 쓴 거의 모든 SF 단편들을 모았다. 8년이 넘는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확인할 수 있는 정세랑 스타일의 기원!

“장르문학을 쓸 때도 쓰지 않을 때도
나는 한 사람의 안쪽에서 벌어지는 일에 큰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람들 사이,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날카로운 비판조차 결 곱게 다듬은,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이들을 위한 놀이터.
정세랑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정세랑은 이제 한국 소설계의 주축으로 성장한 작가 중 한 명입니다. 특히 작가와 동세대라 할 수 있는 젊은 독자층에서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죠.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이곳,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특히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잘 그려내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이런 특징을 지닌 작가들은 꽤 많습니다. 커다란 흐름을 형성할 정도로 많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지 못하면 일련의 흐름을 탄 ‘원 히트 원더’로 남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정세랑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견했고, 갈고 닦았고, 각인시켰고, 유지하고 있습니다. 포맷 자체가 기발한 연작 단편집도 있었고, 현실에 독특한 상상력을 ‘외삽’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냈죠. 그리고 그 결과물은 꾸준한 반응을 얻었고요.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기란 꾸준히 쓰기보다 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작가는 이 어려운 일을 해냈을까? 어떻게 스타일을 갈고 닦았으며, 그 기원은 어디일까? 이 단편집 《목소리를 드릴게요》?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초창기 단편부터 근래에 발표된 작품까지 모두 수록돼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오래된 작품과 가장 최근의 작품 사이에는 8년이 넘는 시간차가 있습니다. 강산이 한 번 바뀌기 직전이죠.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단편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스타일의 일관성입니다. 웹진에 단편을 투고했을 때와 입지를 갖춘 작가가 된 이후의 스타일에 큰 변화가 없습니다. 세계관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만큼 굳건한 중심 혹은 심지가 있다는 뜻이겠죠.

이 단편집의 첫 번째 작품이자 가장 짧은 단편인《미싱 핑거와 점핑 걸의 대모험》는 전주곡으로 딱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세계가 어딘가 잘못됐고, 그 원인은 알 수 없습니다. 주인공이 거기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죠. 주인공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돕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온갖 고생을 하지만, 그건 그냥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 바깥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주인공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죠. 내가 사랑하지 않는 세계는 나의 세계가 아닌 것입니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받아들이고 싶은 세계와 그럴 수 없는 혹은 그러고 싶지 않은 ‘외부’ 사이의 간격은 이 단편집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됩니다(한데 모아서 보면 이런 특징을 읽을 수가 있어서 좋습니다. 단편집의 매력이죠). 특히 여성성과 자연은 ‘이쪽’을 대표하는 키워드입니다. 각 단편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은 성별이 제시되지 않았거나 여성인데, 성별이 제시되지 않은 주인공의 경우에도 다른 단편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과 서술 스타일이 거의 닮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다들 여자인가? 하지만 그건 함정일지도 모릅니다. 실제 성별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릅니다. 관건은 그 인물들이 모두 ‘정세랑 패스’를 통과한 인물들이라는 점입니다. 확장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수렴하려는 사람, 대의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이기려는 열망 대신에 패배하지 않기 위해 승부에 임하는 사람, 공격수보다는 수비수에 가까운 사람들이죠. 에코페미니즘이 내건 기치에 가깝습니다.

남성으로 성별이 특정된 인물의 경우에는 성별을 알 수 없는 경우와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악역을 제외하면 이 단편집의 남성들은 대체로 무해하며, 실제로 액션을 펼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이 단편집에서는 딱 한 편의 예외가 있습니다). 뭔가를 할 때는 거의 조력자로서 움직이죠. 그들의 주 역할은 주인공에게 액션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여성 뮤즈들이 남성 화자(그리고 그 화자와 동일시되는 작가)와 엮이는 방식이 역전된 겁니다. 이렇게 역전된 관계가 정치적인 장치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전략적인 장치로 보기에는 너무 눈에 잘 띕니다. 이 단편집의 여러 주인공이 서로 닮아 있는 것처럼, 남성 뮤즈들이 서로 닮아 있는 것도 작가의 세계관이 자연스럽게 발현된 결과물로 보입니다. 주로 ‘남자다운 특성’에 해당한다고 여겨지는 공격적인 특성을 지니지 않은 남성들에 대한 호감 말이죠.

반대로 주인공이 맞서는 존재들은 모두 선제공격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며, 때로는 그런 공격성을 숭앙하는 현대 문명 자체입니다. 독자들은 “이런 세계라면 그냥 사라져버려도 상관 없다”는 독백을 서로 다른 인물들로부터 여러 차례 들을 수 있습니다. 세상을 더 암울하게 만드는 문명이라면 당연히 스스로 몰락하고 망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 아니겠냐는 주장을 쉽게 기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단편집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풍으로 쓰인 작품들은 묘한 안도감 같은 것을 안겨줍니다. ‘이쪽 세계’에 사는 이들은 선제공격을 할 수 없다 보니 불의에 맞서 스스로의 세계를 방어하는 싸움들만 해내고 있는데(즉 그들은 성격상 테러리스트가 될 수는 없습니다), 뭔가가 쾅 하고 세상을 부숴주면 드디어 새로 만들 수가 있으니까요. 특히《리셋》처럼 세계를 더욱 폭넓게 조망하는 단편에서는 이 낙관성이 더 확실하게 적시됩니다. 이 은근한 저항의 메시지가 작품마다 거의 한결같이 흐르면서 작가의 세계관을 분명히 드러냅니다.

하지만 어떤 작품이 무엇을 지향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재미있게 잘 썼느냐는 겁니다. 정세랑 작가는 이 점에서 대단히 고른 성취를 보여줍니다. 정세랑 작가의 세계에서는 특징적으로 주요 인물들이 감정선을 따라 움직입니다. 뭔가를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을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가 뛰어나기 때문에 독자는 곧장 끌려들어갑니다. 이렇게 애틋하고 애절한 마음을 따라 스토리가 굴러가니까 특별히 스토리를 굴릴 장치를 욱여넣을 필요도 없습니다. SF나 판타지풍의 설정들도 그 ‘마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요. 정세랑의 작품들이 장르문학적인 특성을 띠느냐 아니냐와 관계없이 고른 평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독특하고 기발한 장치에 몰두하지 않고,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선하고 보편적인 정서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 말이죠. 단편《11분의 1》이 그 좋은 예입니다. 초반부에 주인공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순간을 설명하는 부분은 완전히 ‘리얼’한 러브스토리입니다. 대학교 캠퍼스에서 시작된 사랑……. 맞아 맞아 하면서 읽다 보면 어느새 인간 재생 프로젝트와 외행성 개척이라는 소재와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낯설게 느껴지지 않죠. 왜냐하면 그 SF적인 난관들을 돌파하게 된 동기가, 그 마음이, 대학 동아리에서 시작된 보통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독자가 삶 속에서 이미 경험했거나 마주친 마음 말이죠.

이렇게 공감대를 (아마도 본능적으로) 잘 활용하는 작가는 또 하나의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비교하자면 신춘문예가 아니라 환상문학웹진 ‘거울’ 출신이어서 가질 수 있는 장점이라고 할까요. 장르문학의 장치를 가져다 쓰면서 비현실적인 장치들을 어색하게 다루는 작가들도 많습니다. 작가의 상상 속에서 태어난 세계는 ‘현실’과는 달리 필연적으로 설명하고 묘사해주어야만 하는데, 이를 부담으로 느끼는 작가에게서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나오지 못하는 거죠. 하지만 이 단편집을 비롯한 정세랑 작가의 작품에서는 그런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꿈과 ‘상상’의 세계가 이 작가의 본진이니까요. 작은 행성의 서버를 조작하는 식물형 지성체인 ‘나팔꽃 언니’ 같은 캐릭터는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본의 아니게 세상에 해를 끼치게 된 억울한 초능력자들을 코믹하게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여유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마치 공들여 꾸민 정원을 둘러보는 것 같지요. 이런 재미있는 장치를 이렇게 예쁘게 심어놓았구나, 이곳의 주인은 하나하나의 장치와 그것들을 심어놓은 공간 전체를 다 아끼고 있구나, 여기가 이 사람이 아끼는 세계구나.

뭔가 거창한 것 없이도 그저 선하고 즐거운 공간. 날카로운 비판조차 결 곱게 다듬은,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이들을 위한 놀이터. 정세랑의 첫 SF 단편집 《목소리를 드릴게요》는 이처럼 만나기 힘든 안식처를 제공합니다. 그러니 마음이 무거울 때, 그냥 심심할 때, 짝사랑을 하고 있을 때 등등, 언제고 부담 없이 들러서 쉬어 가시기를 권합니다.

물론 이 작은 세계의 동지가 되기로 마음먹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요!

- 김규림, 평론가

 

 N. K. 제미신 의 <부서진 대지> 시리즈 2편 <오벨리스크의 문>입니다.

전작인 <다섯 번째 계절>에 이어 휴고상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The Stone Sky>도 올해안에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휴고 상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3부작
「부서진 대지」 시리즈 제2편


세계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 상을 3년 연속으로 수상한 「부서진 대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오벨리스크의 문』이 출간되었다. 2016년, 『다섯 번째 계절』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휴고 상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한 N. K. 제미신은 다음 두 해까지 연이어 수상에 성공하는 최초의 기록을 달성하였다. 지질학적 개념을 차용한 독특한 세계관과 설정을 바탕으로 한 「부서진 대지」 시리즈는 강력한 능력을 지녔지만 사회적으로 핍박당하는 종족인 ‘오로진’의 여성이 펼치는 모험과 투쟁 속에 인종 차별과 문화적 충돌이란 주제를 정교하게 담아 내며 독자와 평단의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2019년, 제미신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가 매년 발표하는 100인의 사상가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으며, 『다섯 번째 계절』은 《가디언》이 선정한 21세기 도서 100선과 미국 문학 웹진 릿허브(Lithub)의 2010년대 베스트 소설 목록에 포함되기도 하였다. 『다섯 번째 계절』의 충격적인 결말로부터 바로 이어지는 『오벨리스크의 문』은 ‘후속작은 전작의 재미를 뛰어넘지 못한다’는 통념을 깨며 작중 등장하는 미지의 존재인 스톤이터와 오벨리스크, 고요 대륙 사이의 숨겨진 진실을 서서히 드러낸다. 「부서진 대지」 시리즈의 마지막 권은 2020년 국내 출간 예정이다.

드러나는 스톤이터와 오벨리스크의 실체,
그리고 각자의 숙명에 이르는 모녀의 여정


지진 활동과 관련된 에너지를 다루는 능력이 있지만 오히려 그 힘 때문에 사회적으로 멸시당하는 존재, ‘오로진’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던 여성 에쑨은 아들을 살해하고 딸을 납치하여 사라진 남편 지자를 쫓아 대륙을 헤매던 중 ‘카스트리마’라는 지하 도시에 다다른다. 놀랍게도 카스트리마는 오로진이 마음껏 정체를 드러내고 지낼 수 있는 곳이었으며, 이카라는 오로진 여성이 도시를 이끌고 있었다. 이곳에서 옛 동료이자 스승 그리고 연인이었던 알라배스터와 10여 년 만에 조우한 에쑨은 그가 고요 대륙에 재난을 불러온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직 딸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적만이 있었지만, 이제는 대륙의 흥망과 연결된 알라배스터의 원념, 그리고 새로운 정착지 카스트리마의 복잡한 상황에 당면해야 한다.
한편 이야기의 절반은 에쑨의 딸인 나쑨의 시점에서 펼쳐진다. 지자는 자신의 손으로 때려 죽인 아들에 이어 딸 나쑨까지 오로진이라는 사실을 알고, 오로진을 평범한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소문을 따라서 대륙의 남쪽으로 향한다. 나쑨은 어머니보다 자상했던 아버지가 오로진을 향해 때때로 드러내는 혐오로 인해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하지만, 이윽고 도달한 오로진들의 공동체에서 자신에게 잠재된 거대한 힘을 발견하고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SF?판타지의 새로운 황금기를 여는 작가, N. K. 제미신

SF는 오랜 기간 (주로) 백인 남성들의 영역이었다. 2018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N. K. 제미신이 명망 높은 휴고 상 최우수 장편상을 3년 연속으로 수상한 것을 계기로 이러한 지평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2019년 《포린 폴리시》의 ‘세계의 사상가(Global Thinkers)’ 소개글 중에서

N. K. 제미신은 데뷔한 지 10년도 되지 않아서 ‘휴고 상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한 최초의 흑인 작가’이자, ‘3년 연속으로 수상한 최초의 작가’란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그 과정이 녹록하지는 않았다. 2000년대 중반에 쓴 첫 장편 원고인 『킬링 문』은 고대 이집트를 연상시키는 배경 하에 유색인 캐릭터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작품으로, 에이전시의 눈에 띈 이후에 뉴욕의 여러 출판사에 보내졌지만 상업적인 이유로 전부 거절당했다. 본질적으로는 주류의 정체성과 동떨어진 작가와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느낀 제미신은 한때 트렌드에 따른 작품을 써 볼까 흔들리기도 하였지만 뚝심 있게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집필을 계속해 나갔고, 결국 프로 작가로서 성공을 거두었다. 점차 다양성을 추구해 가는 장르소설계의 흐름에 반발하는 ‘새드 퍼피’ 운동이 문제시되어 휴고 상이 홍역을 치른 이듬해 수상한 제미신의 성과를 실력 덕이 아니라 흑인 여성이어서라고 폄하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장편뿐 아니라 단편, 중편, 시리즈 등 대부분의 분야를 여성 작가들이 휩쓴 2018년 휴고 상 시상식에서 제미신은 자신이 상을 받는 이유는 이전의 모든 장편상 수상자와 마찬가지로 노력 때문이라고 소감을 밝히며 반대자들에게 통렬한 한 방을 날렸다. 앞으로 제미신이 보일 활동과 그녀의 업적으로 달라질 SF?판타지 계의 변화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다크차일드 님의 출판사 네버모어의 새 책입니다.

루 버니의 책은 <오래 전 멀리 사라져버린>에 이어 두 번째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WUD-Bapn1HY 

미국을 뒤흔든 세기의 암살사건,
새로운 내일을 위해 길을 떠나는 두 남녀.
그들이 함께한 1963년 11월의 마지막 일주일!

< 오래전 멀리 사라져버린>에 이어 또다시 주요 범죄문학상을 휩쓴 루 버니의 신작!

★해밋 상 수상
★매커비티 상 최우수 작품상 수상
★앤서니 상 최우수 작품상 수상
★배리 상 최우수 작품상 수상
★워싱턴 포스트, 보스턴 글로브, 뉴스위크, 북리스트, 라이브러리 저널, 가디언 등이 선정한 ‘올해의 책‘
★일본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020년 판’ 6위 (해외편)
★할리우드 영화화 결정

“사람들이 정말 좋은 소설이 읽고 싶다고 말할 때, 그건 곧 손에서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소설을 의미한다. ≪노벰버 로드≫는 그들이 원하는 딱 그런 소설이다. 단연 독보적인 작품.“
- <스티븐 킹>

“≪노벰버 로드≫가 그저 좋은 소설이 아니라 아주 훌륭한 소설이라는 것을 알리게 되어 기쁘다. 이 작품은 처음의 한두 문장에서부터 천장을 뚫고 솟구쳐 오른다.”
- <북리스트>


2019년 11월 3일, 댈러스에서 개최된 미국 범죄문학계의 최대 축제인 ‘바우처콘(Bouchercon)’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앤서니 상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최우수 작품상은 루 버니의 ≪노벰버 로드≫에 돌아가게 되고, 루 버니는 ≪오래전 멀리 사라져버린≫에 이어 또다시 주요 범죄문학상을 휩쓰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리고 한 작품으로 그해 해밋 상과 앤서니 상, 배리 상, 매커비티 상을 모두 수상한 최초의 작가가 됐다. 루 버니에게 이런 대기록들을 안겨준 그의 네 번째 작품 ≪노벰버 로드≫가 네버모어에서 출간된다.

1963년 11월 22일,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암살당한다. 뉴올리언스의 마피아 보스 카를로스 마르첼로의 심복인 프랭크 기드리는 소식을 듣는 순간 자신이 암살 계획의 일부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건의 관련 인물들이 차례차례 제거되자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도망을 치는 기드리. 라스베이거스를 향해 가던 그는 차 고장으로 곤란에 처한 샬럿을 만나게 된다. 오클라호마의 작은 마을 출신인 샬럿은 무책임한 알코올 중독자 남편에게서 도망쳐 두 딸과 개를 데리고 LA로 향하는 중이었다. 여행 중인 단란한 4인 가족처럼 보이는 것이 도망치는 데 더 유리할 거라고 판단한 기드리는 샬럿에게 라스베이거스까지 태워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하지만 카를로스 조직의 최고 암살자 바로네에게 꼬리를 잡히고 마는데...

미국을 뒤흔든 암살사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남자.
두 딸을 데리고 알코올 중독자 남편에게서 벗어나려는 여자.
두 사람이 함께한 1963년 11월의 마지막 일주일!

1963년 11월 22일,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암살당하다.

프랭크 기드리는 오늘과 내일만을 바라보고 사는 남자다. 뉴올리언스에서 몇 명을 빼고는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나 부탁 따위는 하지 않고 살며, 매일 원하는 여자를 바꿔 집에 데리고 가는 잘나가는 마피아 조직원. 자신에게 이득이 없는 한 누구에게도 호의를 베풀지도 않고, 희생하지 않는 남자. 하지만 그의 운은 케네디의 죽음과 함께 끝난다. 우연히 맡은, 말단 조직원이나 하는 작은 심부름이 세기의 암살사건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케네디 암살에 연관된 인물들이 차례차례 사라지는 것을 눈치 챈 기드리는 생존을 위해 도망을 친다. 그리고 도주 중에 만난 한 여인과 그녀의 딸들. 기드리는 자신의 도주가 더 쉬워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샬럿은 인생의 대부분을 오클라호마에서 지냈다.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소심하고 용기가 없던 그녀는 둘리와 결혼을 하고 두 딸을 낳고 살고 있다. 남편 둘리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단지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알코올 중독자일뿐이다. 하지만 두 딸이 자신과 같은 인생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았던 샬럿은 남편이 술을 마시러 나간 사이에 두 딸과 개를 데리고 집을 떠난다. 평생 처음으로 가장 큰 용기를 낸 샬럿. 하지만 로스엔젤리스로 가는 도중 차 고장으로 곤란에 처한다. 그 순간 그녀 앞에 보험판매원 프랭크가 구세주처럼 나타난다.
과거를 뒤로 한 채 새로운 미래를 위해 서쪽으로 향하는 두 사람, 그리고 그들을 뒤쫓는 조직의 암살자.
기드리와 샬럿, 이들의 여행의 끝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두 사람은 새로운 미래를 찾게 될 수 있을 것인가? 과거로부터 도망치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함께한 1963년 11월의 마지막 일주일 동안의 이야기!

과거로부터 도망치며 새로운 미래을 꿈꾸는 두 남녀.
우연히 만난 그들의 사랑과 성장 그리고 구원의 이야기.


미스터리 스타일의 전작 ≪오래전 멀리 사라져버린≫과 달리 루 버니의 신작 ≪노벰버 로드≫는 존 F. 케네디의 암살사건을 배경으로 사랑과 성장 그리고 구원의 이야기를 스릴러 장르에 담아낸 소설이다.
존 F. 케네디의 죽음은 미국 전역을 충격과 슬픔에 잠기게 했다. 당시 미국 국민들이 충격에 빠져 슬퍼했던 이유가 어쩌면 자신들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루 버니는 과거를 뒤로 한 채 새로운 내일을 위해 서쪽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써냈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너무나 미국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었지만 루 버니는 지극히 보편적인 이야기를 쓰는 것에 중점을 두며 균형을 잡아낸다. 자신밖에 모르던 남자와 소심하고 용기가 없던 여자는 일주일간의 여정으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누군가를 생각하고 위한다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기 시작하는 남자와 자신의 내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이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여자. 둘은 과거로부터 도망가는 비슷한 처지로 만나 공감대를 형성하고, 끝이 서로 다를 거라는 것을 모른 채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그 사랑이 모두를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조차 모른다.
루 버니의 특기인 입체적이고 세밀한 인물묘사는 ≪노벰버 로드≫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존 F. 케네디, 뉴올리언스에서부터 뉴멕시코 그리고 라스베이거스까지 영향력을 뻗쳤던 마피아 보스 카를로스 마르첼로 등 실존 인물들과 작가가 창조한 남녀 주인공 기드리와 샬럿, 샬럿의 두 딸인 로즈메리와 조앤 그리고 냉정한 암살자 바로네, 카를로스의 최측근 세라핀 등 소설 속 등장인물들 모두가 서로 조화롭게 얽히며 캐릭터 모두가 매력적이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거기에 잘 구성된 플롯과 그 안에서 진행되는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들이 주는 스릴, 건조하게 묘사되어 오히려 더 잔인해 보이는 폭력적인 장면들까지... 왜 이 작품이 주요 범죄 문학상을 휩쓸었는지를 알 수 있다.

≪오래전 멀리 사라져버린≫에 이어 또다시 주요 범죄문학상을 휩쓴
루 버니의 역작!


≪오래전 멀리 사라져버린≫의 뜻밖의 성공으로 인해 차기작 구상에 고민이 많았던 작가 루 버니는 어느 날, 자신이 어릴 당시의 어머니를 생각하게 된다. 오클라호마에 있는 작은 마을의 평범한 주부.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한 욕망과 열정을 항상 그리워했던 여인. 루 버니는 만일 어머니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다. 실제로 여주인공 살럿의 성격과 재치있는 말투는 작가 자신의 어머니와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고 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구상하며 쓴 작품은 ≪Tomorrow never know≫란 타이틀로 완성된다. 완성된 원고를 읽어본 루 버니는 원고가 전작의 성공을 의식한 듯 너무나 대중적인 공식을 따르는 스릴러 스타일의 작품이 되었고, 플롯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대사들이 전부 엉켜버려 조화롭지 못하게 구성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기본 뼈대(케네디 암살 사건에 대해 많은 것을 아는 남자가 남편으로부터 도망친 여자를 만난다는 이야기)만 남겨둔 채 처음부터 다시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을 들여 다시 쓴 작품은 최종적으로 지금의 ≪노벰버 로드≫란 타이틀로 완성되어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그 결과 챕터마다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완성된 이야기들이 소설을 구성하게 되고, 더 대중적이고, 신파적으로 될 수 있는 부분에서는 단호하게 절제한다. 결국 루 버니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노벰버 로드≫는 해밋 상과 앤서니, 매커비티, 배리 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출간 즉시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이자 각본가이며 연출가인 로렌스 캐스단(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 드림캐쳐 등)에 의해 영화화 작업이 시작되었다.
≪노벰버 로드≫는 장르 구분을 명확히 할 수 없는 소설이다. 아니, 장르 구분이 무의미한 소설이다. 단순히 음모 이론 스릴러로 정의할 수 있지만 소설 속에 루 버니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사랑과 구원 그리고 성장의 이야기가 범죄문학이라는 틀 안에 담겨진 ≪노벰버 로드≫을 읽고 나면 ≪오래전 멀리 사라져버린≫을 읽고 느꼈던 감동과 비슷한 감동과 여운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Hd3oqvnDKQk

 https://www.youtube.com/watch?v=zJtAAg_jAjk 

https://www.youtube.com/watch?v=UAWcs5H-qgQ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LoA)’ 판 필립 K. 딕 걸작선 완간!

★1977년 영국SF협회상 수상
★키아누 리브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 영화 <스캐너 다클리> 원작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와 『높은 성의 사내』로 SF 팬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작가, 필립 K. 딕의 장편소설 『스캐너 다클리』가 폴라북스에서 출간되었다.
폴라북스는 기존 PKD 걸작선에서 빠졌던 『스캐너 다클리』를 번역 출간함으로써, SF 작가이자 필립 K. 딕 연구가인 조너선 레섬이 편집한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LoA) 필립 K. 딕 컬렉션’ 열세 작품 모두를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출간 이후 약 6년 만이다.

『스캐너 다클리』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비밀 요원 밥 아크터가 겪은 처절한 패배와 파멸을 그렸다. 유능한 경찰인 밥 아크터는 목표를 위해 인간성을 포기하는 조직의 논리에 점차 환멸을 느끼고, 오히려 잠입한 마약 중독자 집단에 강한 애착을 품는다.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이 주는 스트레스에 뇌를 손상시키는 ‘D물질’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그의 인격은 수사관인 프레드와 마약중독자 밥 두 사람으로 분리된다. 그리고 두 자아의 분열은 ‘홀로스캐너’를 매개로 가속화한다. 홀로스캐너에 녹화된 정보를 토대로 자기 자신을 감시하던 그는 스스로를 의심하고, 마약 공급책으로 지목하기 직전까지 간다. 본인이 삭제하고 편집한 기억에 의지하던 그는 결국 자아와 타아를 구분하지 못한 채 무너져 내린다.

□ 작품 소개

개인의 소외와 파편화 현상을 날카롭게 예견한 걸작
낙관과 희망이 없기에 더 현실적인 PKD식式 우울과 몽상

필립 K. 딕은 「고린도전서」의 13장 12절 ‘우리는 거울을 통해 어둑하게 보나니(For now we see through a glass, darkly)’라는 구절에서 착안한 ‘거울과 거울상’에 대한 사유를 발전시켜 『스캐너 다클리』 집필을 시작한다.
1972년 밴쿠버 컨벤션 강연에서 작가는 “조지 오웰의 『1984』에서처럼 우리가 서로를 혹은 자기 자신을 주시하게 될 날이 올 것”이며, 그때엔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이라 이야기한 바 있다. 『스캐너 다클리』의 주인공 밥 아크터가 스캐너를 통해 자기 자신을 집요하게 감시하다가 두 개의 인격으로 분리되고 파괴되는 모습, 관계 맺기를 갈망하면서도 서로의 실체가 두려워 경계하는 주변 인물들의 행동은 오늘날 현대인의 파편화된 삶을 예언한 듯하다. 50년 전의 작가가 바라본 냉혹한 세계가 현대사회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은 감탄을 넘어 섬뜩함마저 선사한다.

『스캐너 다클리』는 필립 딕의 작품 중 지금도 인기를 누리는 1960년~1970년대의 대중적인 작품과 신비주의적 성향이 강한 1980년대의 작품을 잇는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작가는 이 책에서 마약 중개상이자 비밀경찰로 이중 신분을 사는 주인공, 정체를 완전히 가릴 수 있는 스크램블 슈트, 모든 삶이 타인에 의해 기록되는 감시 사회를 등장시킨다. 그리고 이런 소재들을 통해 독자의 장르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철학적 담론을 이끌어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평생 신경쇠약과 우울증, 피해망상에 시달리며 작품 활동을 이어간 그가 사회문제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극도의 예민함과 두려움으로 사회의 변화에 대응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불안하며 위태로운 모습의 등장인물을 지켜보는 독자들은 슬픔과 함께 불편함을 느끼고,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힌다. SF가 낙관적인 미래를 상상하는 데 그치는 ‘공상과학소설’을 넘어, 치열한 사유와 철학을 담은 사회소설 즉 ‘고발의 문학’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여실히 증명해냈다.

□ 영화 <스캐너 다클리>(2006)

1977년 영국SF협회상을 수상한 『스캐너 다클리』는 팬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았다. 그리고 2006년 스티븐 소더버그와 조지 클루니가 기획을 맡고,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당시 키아누 리브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위노나 라이더 등이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주목받았고, 이들이 실제 약물 의존이나 도벽 등 여러 문제를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한 배우들이라는 점이 화제가 되었다. 실사 영화 위에 애니메이션을 덧입히는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완성한 영화는 독특한 영상미를 자랑했고, 배우들의 열연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그 동안 스크린으로 옮겨진 수많은 필립 딕 원작 영화들이 혹평을 받았던 것과 달리, 영화 <스캐너 다클리>는 컬트 SF 영화 명작 대열에 성공적으로 합류했다.

 <윤희에게 시나리오> 입니다. 옆의 봉투안에는 영화에 등장하는 두통의 편지가 수록되어있습니다.

이왕이면 손글씨체 폰트를 사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iM8vTzoeOfs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김희애 주연의 영화 '윤희에게' 각본집 출간!

편집 전 무삭제 시나리오와,
감독 임대형과 배우 나카무라 유코가
인터뷰로 전하는 영화의 안과 밖 이야기들

“살다보면 그럴 때가 있지 않니? 뭐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질 때가”


영화 '윤희에게'는 한국에 전례가 없는 중년 여성 퀴어 영화로,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가 잊고 지냈던 첫사랑의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나는 이야기이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폐막을 장식하며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와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 주연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을 얻었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오직 딸 새봄(김소혜)에 대한 책임감 하나로 삶을 버텨온 윤희가 점차 용기를 내고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아가 딸에게 용기를 물려줄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는 여정에 함께한다. 소란스럽지 않고 단정하며 구석구석 사려 깊은 이 이야기가 세상의 많은 윤희를 응원하는, ‘윤희’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윤희에게 시나리오》에는 편집 과정에서 잘려나간 장면까지 모두 담긴 무삭제 시나리오와 영화 속 윤희와 쥰이 주고받은 편지가 시나리오 뒤에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와 비교하며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문학적으로 쓰인 시나리오에 오롯이 집중해 읽을 수 있다. 영화 저널리스트 이은선이 진행한 임대형 감독 인터뷰에서는 각본을 쓰고 연출하는 과정에서의 감독의 고뇌와 영화 속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편지’가 중요한 모티프인 영화와 어울리게 서면으로 진행된 나카무라 유코 배우 인터뷰에서는 이 영화와 인물에 대한 배우의 남다른 애정을 느껴볼 수 있다.

 

작년 한해 가장 인기 있었던 책 중의 하나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입니다.

수록 작품 중 <관내분실>은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으로 2019년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고 소설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2위를 기록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ckaW-5a6-I

"젊은 소설가의 첫 작품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소설가의 눈과 입을 발견했다.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다.”
-김연수(소설가)

“마음을 다 맡기며 좋아할 수 있는 새로운 작가를 만나서 벅차다.”
-정세랑(소설가)

★우리 SF의 우아한 계보, 김초엽 첫 소설집

지난겨울까지 바이오센서를 만드는 과학도였던 김초엽 작가는, 이제 소설을 쓴다.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상상의 세계를 특유의 분위기로 손에 잡힐 듯 그려내며,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해온 신인 소설가 김초엽. 그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출간되었다.
2017년, 「관내분실」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동시에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배명훈, 김보영으로부터 “작가는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하고, 작품을 통해 그 질문을 다른 사람들의 코앞에까지 내밀 수 있어야 한다. 그 일을 거친 결과, 작가와 작품은 스스로 쨍하게 아름다워진다. 이 글 「관내분실」처럼” “슬픔에 좌절하지 않고, 어쩌면 영원히 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자신의 인생과 생명을 걸고 그 의지를 끝까지 관철하려 한다는 데서 이 작품(「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감동을 준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등단작 「관내분실」은 “모성애라는 쉬운 답을 피해 이 어려운 길을 택한 것만으로도 흡족한데, 그 과정 끝에 놓인 장면이 정말이지 ‘SF적’으로 참 아름다워서, 적어도 우리가 ‘이런 SF’마저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게으르지는 않다고 항변하고 싶어졌다”(문학평론가 황현경, 『문학동네』 2018년 여름호)라는 평을 받으며 SF문학에 대한 비평가들의 관심을 이끌기도 했다. 그 결과 신인소설가로서는 드물게 등단 일 년여 만에 《현대문학》 《문학3》 《에피》 등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한 작품으로 첫 소설집을 출간했다.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희로애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뿐, 섣불리 판단내리지 않을 때 소설가의 눈은 더없이 맑고 투명해진다. 명징하고 광대하게, 이 세계를 바로 볼 줄 아는 이 시선에서만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생겨난다. 젊은 소설가의 첫 작품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소설가의 눈과 입을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다. - 김연수(소설가)

김초엽의 소설은 상상의 세계를 그려내면서도 소설가 김연수가 추천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현실의 세계를 섣불리 판단내리지 않고 투명하게 담아낸다. 그 세계는 아름답지만 순진하지 않고 어디에도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뛰어난 과학자 릴리 다우드나로 인해 ‘완벽한’ 유전자의 선택이 가능해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완벽함의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경계 밖으로 밀려난다. 한편, 소설에는 장애도, 차별도, 혐오도 없는 그리고 사랑도 없는 행성인 ‘마을’이 함께 그려진다. 이 아름답고도 평화로운 ‘마을’은 일종의 ‘유토피아’를 상상케 한다. 성년이 되면 순례를 떠나는 이들 중 일부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의문을 빼면 말이다.
“마을이 유토피아라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이 물음은 장애를 비장애로, 디스토피아를 유토피아로, 불완전함을 완전함으로 간편하게 뒤집는 대신 오히려 그 이분법적인 항들의 관계를 사유하게 한다”(작품해설 중)라고 문학평론가 인아영은 말한다. 무엇이 우리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와 차별, 모순으로 가득 찬 세계를 분투하며 살아가게 하는지. 이 소설은 이야기를 통해 질문한다.

★소녀들의 영웅이 금메달리스트일 필요는 없다

김초엽의 소설에는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 등 경계를 향한 응시가 있고, 질문이 있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에는 실패한 여성 우주인이 등장한다. ‘우주 너머’를 항해하기 위한 우주인 선발에 뽑히지만 내로라하는 ‘스펙’이 없는, 무엇보다 나이 많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난받는 ‘재경 이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 때문에 좌절하지도 낙담하지도 않는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흥할 생각도, 누군가의 기준에 의한 성공을 향해 질주할 생각도 않는다. 소설은 마치 잃어버린 역사를 쓰는 젊은 역사가를 떠올리게 한다. ‘여성사’를 쓰는 젊은 역사가의 질문과 닮아 있는 것도 같다. 왜 어떤 기록은 기록되지 않는가, 왜 역사는 언제나 남성의 서사이고 성공의 롤모델 또한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인가. 소수자에게 그들 역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것이지, (누군가의 기준에 따른) 성공의 역사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미션에 실패했다고 비난받는 우주인일지라도, 어떤 소녀에게는 그의 존재 자체가 응원일 수 있다.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실패인가. 우주 미션에는 실패했지만, 소녀를 응원하는 일에 성공했다면 그 삶을 실패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소녀들의 영웅이 금메달리스트일 필요는 없다. 이 소설에서는 여성들로 이루어진 대안 가족의 모습도 그려내는데, 우리의 가족제도가 반드시 당연한 것은 아니라고, 우정과 연대의 공동체로서 가족의 가능성을 말하기도 한다. 작가의 고민과 질문을 “쨍하게 빛나는” 이야기로 들려준다.

★다섯 개의 위성이 뜨는 곳에서도, 지지 않는 마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주인공은 매력적인 ‘할머니 과학자’이다. 가족과 생이별하고, 아득한 우주에서 재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을 그리고 있다. 「스펙트럼」에도 ‘할머니 과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동안 왜 서사의 주인공은 남성이거나 여성이어도 젊은 여성인 소설이 주가 되었을까? 문학평론가 서영인은 ‘할머니’가 서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함을 김초엽 소설에서 포착한다. 그러면서 이 소설 「스펙트럼」에서 다룬 ‘언어’에 관해 주목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외계 생명체들의 언어다. 문자 대신 색채로, 문서나 책 대신 그림으로 기록을 남기는 그들의 언어. 그러니 풍경이 말이 되고 빛과 어둠이 말의 의미를 결정할 터였다.”(<할머니 우주인 할매 시인>, 《한겨레신문》)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마음이 느슨해졌다. 눈앞의 루이가 바로 며칠 전까지 함께 지내던 바로 그 루이처럼 느껴졌다. 루이는 희진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희진의 뒤로 펼쳐진 노을을 보고 있었다.
“그럼, 루이. 네게는…….”
희진은 루이이 눈에 비친 노을의 붉은 빛을 보았다.
“저 풍경이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보이겠네.”
희진은 결코 루이가 보는 방식으로 그 풍경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희진은 루이가 보는 세계를 약간이나마 상상할 수 있었고, 기쁨을 느꼈다.
- 「스펙트럼」 중에서

문학평론가 인아영은 스펙트럼에서 외계생명체인 ‘루이’와 주인공 ‘희진’이 첫 소통을 하는 장면을 인용한다. “이해 불가능성에 대한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본 적이 있던가. 루이는 희진에게 언제까지나 “마음을 다해 사랑하기에는 너무 빨리 죽어버리는, 인간의 감각으로는 온전히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완전한 타자”이다. 그러나 그 앞에서 희진은 이들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불가능을 알면서도 믿으려고 하며, 그들의 존재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지구에 돌아온 희진이 평생 수집했던 유리가 “보통의 감각으로 볼 수 없는 대상을 보게 하는 도구”라면, 이 아름다운 장면을 가능케 하는 외계 생명체와 다른 행성을 그릴 수 있는 SF소설은, 우리로 하여금 지금 여기의 세계를 새로운 감각으로 보게 하는 또 하나의 유리일 것이다.“(《현대문학》 2018년 9월호)
김초엽의 소설은 근사한 세계를 그려내는 상상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던진다. 타자를 알고자 하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의 다른 말이 아니겠느냐고.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상대를 완전하게 이해하는 방법이란 없는 거냐고 애타게 묻는 누군가에게. 김초엽의 소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문학평론가 인아영의 말로 갈음할 수 있을 것 같다. “불가능성을 껴안는 것”, 불가능성을 껴안고 고군분투하는 인물을 통해, 김초엽의 소설은 정답이 없는 불가능한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섯 개의 위성이 뜨는 행성에 홀로 남겨져 외계인과 조우하게 되더라도(「스펙트럼」), 고통 없는 유토피아에서 짐짓 모르는 것처럼 질문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때에도(「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세계를, 우리의 세계를 알아야겠다고 용기 내는 마음, 우리의 사랑과 우정을 말하며 지지 않는 마음, 분투하는 태도가 김초엽의 소설에는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qmKk7fj9Ug

https://www.youtube.com/watch?v=Ls0WfopgR9k 

굿리즈 선정 올해의 미스터리 스릴러, HBO 드라마화!
이야기의 제왕 스티븐 킹, 2년 만에 단독으로 선보인 최신 장편 소설


전 세계 3억 5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스티븐 킹의 신작 『아웃사이더』가 출간되었다. 작가의 첫 탐정 소설 시리즈 빌 호지스 3부작의 완결편 『엔드 오브 왓치』 이후 2년 만에 단독으로 출간된 장편소설로, 출간 즉시 전 세계 2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15주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또 미국 서평 사이트 굿리즈(goodreads)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순위에서 2018년 올해의 미스터리 스릴러로 선정되었다. 호러, SF,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특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스티븐 킹은 이번 작품에서 마치 도플갱어처럼 살인 용의자가 동시에 두 곳에서 목격되는 미스터리에 소름을 돋게 하는 초자연적 존재를 접목시키는 동시에 인간 본연의 공포를 자극하는 본인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현재 『아웃사이더』는 HBO에서 10부작 드라마 제작을 준비 중이며, 「로그 원」, 「캡틴 마블」의 벤 멘델슨이 주인공 랠프 앤더슨 역을 맡는다.

동시에 두 장소에서 목격된 용의자,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참혹한 사건의 이면에 도사린 어둠을 향해 질주하는 추적극


오클라호마 주의 소도시 플린트 시티에서 열한 살 소년 프랭크 피터슨이 처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수사를 담당한 형사 랠프 앤더슨은 물적 증거와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영어 교사이자 지역 어린이 야구단 코치를 맡고 있는 테리 메이틀랜드를 체포한다. 사건 자체가 참혹하기도 하였지만, 1500여 명의 관중이 들어찬 야구 경기장에서 이루어진 메이틀랜드의 검거는 작은 지역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용의자로 지목된 메이틀랜드의 가정은 자극적인 기사거리를 좇는 언론의 포화 세례에 시달리고, 둘째 아들의 참혹한 죽음으로 인해 절망에 빠진 피터슨 집안에는 또 다른 비극이 찾아온다. 취조 과정에서 메이틀랜드는 사건 당시 옆 마을인 캡 시티에서 동료들과 작가 모임에 참석했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연이어 나타나자 수사는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뭐든 가능해. 뭐든. 이 세상은 희한한 일들로 가득하거든.”
빌 호지스의 뒤를 이은 해결사, 홀리 기브니의 활약

같은 시간대에 서로 다른 두 장소에서 목격된 용의자라는 난제는 랠프 앤더슨이 형사로서 품어 온 확신을 흔들어 댄다. 곧이어 플린트 시티를 뒤흔든 연쇄적인 비극으로 인해 절망에 빠진 그에게, 수사를 계속했다가는 그와 주변인의 신변이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까지 전해진다. 차츰 사건의 진상에 대한 실마리를 하나하나 모아 가지만 결정적인 한 방을 얻지 못하고 있던 그와 사건 관계자들의 앞에 구원 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바로『미스터 메르세데스』와 후속작에서 빌 호지스의 조력자와 파트너 역할을 했던 중년 여성 홀리 기브니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비상한 머리로 앞서 불가해한 사건들을 헤쳐 왔던 홀리는 호지스가 부재한 상황 속에서도 탐정 사무소 ‘파인더스 키퍼스’를 꾸려 가고 있었다. 메이틀랜드의 변호인이 고용한 수사관의 연줄로 플린트 시티에 오게 된 홀리는 사건의 범인에 대한 충격적인 가설을 제시하면서, 앤더슨 형사를 비롯한 모두에게 고정관념을 던져 버리도록 권한다. 설사 그간 알았던 세상이 뒤집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스티븐 킹의 세계에서 진실에 다다르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이 있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사는 이 세상에 대해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거꾸로 뒤집힐 테니까._본문 중에서

 

<뉴욕타임스> <타임> <와이어드> <가디언> 강력 추천!

인간 vs 기계, 세상은 이미 생존을 둘러싼 전쟁을 하고 있다!
경제, 데이터, 의료, 예술 전반을 뒤흔드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주도권은 쥘 것인가

새로운 기술의 정면에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과 생존을 위한 전략

사람들은 넷플릭스가 취향별로 추천하는 영화를 자연스레 선택하고, 핸드폰에서 검색한 키워드는 원하든 원치 않든 웹사이트의 배너 광고로 마주하게 된다. 이런 기술의 뒷면을 보면 언제나 알고리즘이 숨어 있다. 기계 시대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부품인 알고리즘은 오늘날 소셜 미디어부터 검색엔진, 의료, 법원,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런던대학교에서 도시 수학을 가르치는 해나 프라이는 ≪안녕, 인간≫에서 다양한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이 사회를 어떻게 통제하는지와 인간으로서 살아남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오만하고 독재적인 알고리즘은 깨부수고, 기계를 객관적인 만능 해결사로 우러러보지 않는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 “기계의 오류와 결함은 물론, 인간의 결점과 약점까지 이해”해야 한다며, 우리가 알고리즘을 어떻게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와 어떤 관점에서 미래를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접근해간다.

‘공짜 옵션’에 장님인 사람들 덕분에,
이 시대 최고의 황금이 된 ‘개인 데이터’

이 책에서 저자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개인 데이터의 유출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역설한다. 우리가 SNS에 올린 글과 ‘좋아요’를 누른 게시물, 은밀한 검색 기록뿐만 아니라 정치 성향, 복용하는 약, 임신 중절 여부까지도 무심코 ‘동의’하는 순간 모두 데이터 브로커에 팔린다. 데이터 브로커는 이 데이터를 이용해 우리의 호불호에 따라 최대한 관심사와 맞는 광고를 띄운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는 인간을 조종하는 데까지 널리 쓰인다. 대선 동안 조작된 가짜 뉴스를 퍼뜨려 유권자를 조종하고, 중국 정부는 각종 은밀하고도 사적인 데이터들을 점수로 집약한 즈마신용점수를 통해 개인의 신용도를 평가한다. 저자는 데이터가 이 시대의 새로운 황금이라면, 우리는 현재 거친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사는 셈이라며 무료 알고리즘에 의문을 품을 것을 경고한다.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충돌할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알고리즘이 적용되는 대부분의 산업에서는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충돌하는 팽팽한 갈등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결론 내리기 쉽지 않은 이 논쟁이야말로 알고리즘이 믿을 만한지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한계와 가치를 결정할 것이다.
저자는 의료 파트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공익 사이의 갈등을 다룬다. 개인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예컨대 암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의료 기계를 만들 때 개인과 인류 중 누구를 위해 작동해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마련이다.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는 기계는 누가 장기이식을 받아야 할지 결정할 때 핵심 목표에 맞추어 ‘되도록 많은 생명을 살리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이다. 당연히 치료법도 오로지 환자 개개인의 이익만을 염두에 두는 기계와는 다르게 제시할 것이다. NHS나 보험사의 목적에 맞추어 작동하는 기계는 되도록 비용을 적게 들이려고 할 테고, 제약회사에 도움이 되도록 설계한 기계는 특정 약품을 다른 약품보다 많이 쓰도록 촉진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따라서 당신의 선택이 누군가의 이익을 가져올 것인지 경계해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이어서 자율주행 차량을 설계할 때 충돌 시 어느 쪽의 목숨을 우선해야 하는지 선택하기 어려운 딜레마도 다룬다. 저자는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콘크리트 벽을 들이받아 보행자들을 살릴 것인지, 계속 달려 탑승자만은 살릴 것인지와 같은 선택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을 가정하며 자율주행에 책임 소재와 윤리적 문제가 자리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무인자동차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인식하게 하고, 나와 남의 목숨이 지닌 가치를 저울질하는 알고리즘을 우리가 어떻게 느끼는지 시험”하는 중요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처럼 서로의 목표와 동기가 충돌할 때 알고리즘의 위험은 은폐되고 이익은 부풀려진다. 신기술의 중심에는 힘과 기대치, 통제, 책임의 위임과 관련한 난제들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개인정보가 악용될 위험과 책임 문제 등을 무릅쓰고 알고리즘을 신뢰할 수 있을지 현실을 짚으며 최선의 해법을 제안한다.

기존의 가치를 뒤집는 탁월한 통찰력을 위해
이 책은 알고리즘이 나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알고리즘으로 얻는 이익이 해로움보다 큰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판단보다 기계를 더 신뢰해야 할 때가 언제인지, 기계에 통제권을 맡기고 싶은 유혹을 떨쳐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알아본다.” 또한 우리가 얻을 이익과 해악을 구분하여 어떤 미래를 만들지 전망과 과제를 냉철하게 파헤친다.
기계와 인간의 완벽한 공생을 통한 미래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 책은 각종 위기와 쏟아지는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헤쳐나갈 수 있도록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Cs6Tpd5sFQ

https://www.youtube.com/watch?v=pd687qLpbqk 

"《환생 블루스》는 살아야 하는 이유와 죽음을 되돌아 봐야 할
이유들을 알려주는 귀중한 작품이다.”
-<뉴욕 저널 오브 북리뷰>

“죽음과 죽음에 대한 환상적인 이야기의 향연.”
-NPR

한 사람의 역사를 통해 돌아본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담은 환상 소설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오늘 상어에게 잡아먹혀 죽게 된 마일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영혼이다. 8,000년 동안 수많은 생사를 겪으며 조금 현명해진 이 남자는 양초 가게를 열어 소박하게 사는 것이 유일한 소원인 죽음의 신과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이번 생이 끝나도 다시 태어나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에게도 죽음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때로는 처형되고, 전투 중에 창에 찔려 죽기도 하고, 총에 맞아 과다출혈로 죽어본 적도 있다.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하다가도,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사랑이라고 느낀 순간에도 불현듯 죽음은 찾아와 그를 데려간다. 마일로가 죽음의 신과 사랑에 빠질 만큼 죽는 일에 익숙해질 무렵, 신들이 말한다. 이제 그에게 상황을 바로잡을 기회는 다섯 번이 남았다고.

우리에게 다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더 나은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죽음, 사랑, 그리고 시간 이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면 혹은 제약 없이 이 세 가지를 시도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더 완벽한 결말을 맞을 수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에 천착해 시간 초월을 통한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다양한 영화와 소설 작품이 있었다면, 《환생 블루스》는 이보다 더 근사한 배경을 갖추고 있다. 죽음까지 주어진 총 1만 번의 기회를 통해 시도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인간이 구현할 수 있는 완벽한 삶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검증한다.
이 책은 2017년 랜덤하우스 계열 SF, 판타지 문학작품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브랜드 델 레이(Del Rey)에서 출간되어 언론과 독자에게 장기간 호평을 받았으며,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10개국에 출간되었다. 또한, 전 세계 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하는 더블린 국제문학상의 2019년 후보작 중 한 편이기도 하다.

신들의 사랑을 받은 영혼, 현명한 남자 마일로가 사랑한 ‘죽음’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환생 모험
최초의 삶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생(生)을 수행한 마일로는 신들에게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현명하고 완벽한 인생을 살기 위해 환생을 거듭한다. 시공간을 초월해 현명한 서퍼, 낚싯배를 운전하는 사람, 때로는 부처의 제자가 되고, 종말을 맞이하고 있는 무리 중 하나로도 태어난다. 내세의 일이 계기가 되어 이를 갚기 위해 홀로 고통의 시간을 오롯이 감내하기도 하지만 인류 종말 속에서 유일한 부의 상속자가 되어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금수저의 위치에서 영예를 누리기도 한다.

죽음이라는 소재로 생에 대한 힌트를 찾다
환생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어떠했든 마일로가 겪는 매 죽음의 순간에 죽음의 신으로 나오는 여자 수지가 그와 함께 한다. 수지는 마일로가 다른 여자와 수만 번의 사랑을 하고, 위기에 빠지고, 때로는 원치 않는 신들의 숙제를 해결하는 모든 과정을 지켜본다. 그러면서 그녀는 점차 마일로를 이해하게 되고, 오히려 그에게 닥친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주면서 사랑을 느끼고 표현하려고 한다. 수지와 마일로가 신들의 눈을 피해 서로 조금씩 사랑을 나누는 설정은 흡사 인간이 죽음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하는 순간 죽음으로부터 느끼는 두려움과 호기심 어린 감정의 이면과도 같다. 특히 죽으면 바로 무(無)의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환생을 위해 물 위에서 다시 눈을 뜬다는 식의 표현이나, 시간이란 세탁기 속 늪이라는 표현은 죽음의 경계를 어쩌면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넘기게끔 설정한 작가만의 표현 방식이다.
마이클 푸어는 장르문학에 블랙코미디를 이질감 없이 섞어내는 필력으로 정평이 난 작가이다. 또한 그는 이번 장편소설《환생 블루스》에서 마치 여러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듯 착각이 들 법한 장치들을 각 장마다 설정해 8천 년이란 시간을 두고 내세와 현세 그리고 그 다음 생으로 이어지는 막대한 스케일의 시간적 배경을 SF요소로 매끄럽게 버무리되 전개 속도에 영향을 두지 않을 장치들로 독자들의 시선을 한시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주인공 마일로는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으로 태어나 그 영리함을 한껏 뽐내다가 권력층의 음모로 범죄자로 전락해 피부가 벗겨지고, 눈알이 빠지는 고통을 겪으며 수 년 간 노역을 하는 삶을 살기도 하고, 멸망 직전의 지구에서 기형적 형태로 우주선 탑승에 응모해야 하는 괴이한 상황에 닥친 연구원이 되어 동료였던 여자와 사랑을 하고, 살육이 난무하는 역사적 전투에서 평생의 사랑을 찾아 죽을 때까지 그리고 죽고 나서도 그 사랑을 그리워하며 겸손한 삶을 이어간다. 어쩌면 그 모든 정신없고 황당무계한 마일로의 삶은 우리네의 단 한 번의 삶의 축약본으로 볼 수 있다. 상상하고, 엿보고 이해하고자 하는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은 결국 그 끝에 맞는 죽음을 기억해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응원하는 작가의 재치있는 장치들이라고 볼 수 있다.

■ 독자들의 찬사
★★★★★ 이 책은 나를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결말에 집착하게 만들었다! SF, 판타지, 심리 스릴러가 적절히 배치되어 읽는 순간순간 탄성을 내지르게 하는 소설이다.
★★★★★ 작가의 탁월한 스토리텔링과 유머는 올해 나의 독서 목록 중 단연 최고였다.
★★★★★ 다시 읽고 싶어지는 서사를 지닌 괴팍하지만 훌륭한 소설이다.
★★★★★ 큰 소리로 웃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다.

 

세계 3대 평전 작가이자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독일의 대문호 슈테판 츠바이크. 그의 소설 <감정의 혼란>은 억제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찬 인물들의 강렬한 욕망을 다룬다. 주인공은 갓 스무 살이 된 아름다운 미청년 롤란트와 그의 스승이자 ‘당대 최고의 지성’인 대학교수, 그리고 교수의 젊은 부인.

소설은 은퇴를 앞둔 노학자 롤란트가 평생 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고백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막 대학생이 된 주인공 롤란트는 마법 같은 첫 셰익스피어 강의를 듣고 문학과 시, 예술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홀린 듯 빠져든다. 압도적인 힘으로 단번에 롤란트를 매혹시킨 사람은 사십대 중반의 지적인 영문학 교수.

교수와 마주한 첫 순간의 강렬한 느낌과 뜨거운 감정으로 인해 롤란트는 그를 열렬히 숭배하게 되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그의 집에 하숙생으로 들어간다.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심미적 체험을 통해 열렬히 정신적 세계를 갈망하게 된 롤란트.

하지만 때때로 거리를 두며 냉정해지는 교수의 알 수 없는 태도 때문에 그는 설명하기 어려운 아픔과 혼란을 느끼며, 동시에 교수에게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게다가, 젊은 교수 부인과의 우연한 사건 때문에 세 사람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미궁속으로 빠져드는데...

 

나는 늘 도망 중이었다.
나 자신에게서.

스파이 스릴러의 외피를 두른 매혹적인 퀴어 성장 소설


군사 쿠데타가 임박한 1966년의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한 냉전 시대 스파이 소설. 타인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던 레즈비언 스파이가 자신의 삶을 온전히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퀴어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동성애가 금기시되던 시절, 스스로를 숨기고 위장하는 기술을 체화해야 했던 동성애자의 삶을 본질적으로 비밀스러운 스파이의 세계와 절묘하게 병치해 평론가들로부터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스파이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미국의 신예 작가 로잘리 크넥트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CIA 요원인 베라 켈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센트랄 대학교 심리학부에서 수업을 들으며 캐나다에서 온 대학원생 행세를 하지만, 실제로는 정치인들을 도청하고 교내의 급진적인 학생들을 염탐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쿠데타가 일어날 때까지 KGB와 공산주의 세력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것이 그녀의 임무이다. 마침내 쿠데타가 일어나지만 이후의 상황은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치닫고 베라는 일생일대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소설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펼쳐지는 사건을 한 축으로, 베라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게 되기까지의 삶을 다른 한 축으로 하여 베라의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독자들은 베라 켈리의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가며 그녀가 진짜로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나는 늘 도망 중이었다.
나 자신에게서.

스파이 스릴러의 외피를 두른 매혹적인 퀴어 성장 소설


1966년, CIA 요원인 베라 켈리는 군사 쿠데타가 일어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한 아르헨티나에서 파견 근무를 시작한다. 정국이 혼란한 틈을 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려는 KGB와 공산주의 세력을 감시하는 것이 그녀의 임무이다. 그녀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센트랄 대학교 심리학부에서 수업을 들으며 캐나다에서 온 대학원생 행세를 하지만, 실제로는 정치인들을 도청하고 교내의 급진주의 학생들을 염탐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녀는 꽤 유능하고 성실한 요원이다. 쿠데타가 일어난 뒤의 탈출 계획도 이미 다 세워놓았다. 그러나 실제로 쿠데타가 일어나자 상황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급변하고, 베라는 자신의 정체가 발각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채 옴짝달싹도 못하는 처지가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형적인 스파이 소설의 줄거리다.

그러나 막상 이 소설을 여는 것은 열여섯 살 시절의 베라 켈리이다. 그녀는 자주 못 보게 된 절친한 친구 조앤에 대한 그리움으로 괴로워하다 신경 안정제를 과다 복용하고 병원에서 깨어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펼쳐지는 사건이 소설의 한 축이라면, 그녀가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나게 되기까지의 삶이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셈이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가 이렇게 교차 서술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경 안정제를 과다 복용한 열여섯 살 소녀는 어떻게 훗날 스파이의 삶을 살게 되었을까? 소설은 베라의 다양한 과거 모습들을 조금씩 던져준다. 메릴랜드 소년원 시절의 베라,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의 레즈비언 바를 드나드는 베라. 독자들은 베라 켈리의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가며 그녀가 진짜로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씩 알아가게 될 것이고, 그녀가 위기를 극복하고 무사히 돌아오게 되기를 응원하게 될 것이다.

냉전 시대 스파이 소설에 참신하고 독창적인 해석을 선보이다!
고독하고 삐딱한 생계형 여성 스파이의 탄생


팜 파탈, 여전사, 비련의 여주인공. 여성 스파이를 생각할 때 흔히들 떠올리는 이미지이다. 여기 완전히 다른 유형의 스파이가 있다. 베라 켈리는 엄청난 미모의 소유자도 아니고 신체 능력이 특출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사랑을 위해 희생하는 타입도 아니다. 그녀 곁에는 아무도 없다. 그녀는 고독하다.

베라는 생계형 스파이다. 애초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월세 내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열악한 경제 사정 탓이 컸다. 그녀가 하는 일은 도청을 하고 대화를 글로 옮겨 적는 등의, 위험도는 낮지만 때로는 지루하기까지 한 기술직 업무가 대부분이다. 저자인 로잘리 크넥트는 이 책을 통해 대중들에게 각인된 전형적인 여성 스파이의 이미지를 깨뜨리고 싶었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지나치게 화려하고 섹시하게 포장된 스파이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그저 자기 일을 하는 평범한 직업인으로서의 스파이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이다. 책이나 영화에서 늘 화려한 주인공들에 가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무대 뒤의 평범한 사람들. 이 책의 주인공인 베라가 바로 그렇다. 베라 켈리는 총보다는 전자 기기를 잘 다루고 첩보 활동의 최전선에서 적과 두뇌 싸움을 하기보다는 대학가의 허름한 바에서 대학생들과 어울리는 척하며 정보를 알아내는 쪽이다. 탁월한 미모의 소유자는 아닐지 몰라도 마음만 먹으면 매력적이 될 수 있고 사리 판단이 빠르며 때로는 교활하기까지 하다. 혈혈단신이라 잃을 것도 없다. 자기 자신밖에는.

슈퍼히어로급 주인공과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는 독자들은 어쩌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기캐’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이 책이 스파이 스릴러로서 선사하는 현실적인 긴장감과 서스펜스는 상당하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클라이맥스로 우리를 데려간다.

스파이 소설을 퀴어화시키다!
서정과 통찰이 빛나는 퀴어 성장 소설


베라 켈리는 성 소수자이다. 그녀는 열여섯 살 때 자신의 절친한 친구 조앤에 대한 감정을 깨닫고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그러나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50, 60년대는 동성애가 금기시되던 때이다. ‘풍기 단속반’이 활동하며 뉴욕의 게이 바들을 불시 단속하던 시절. 『베라 켈리는 누구인가?』는 이런 억압적인 시대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며 살았던 한 여자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왜 주인공이 퀴어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로잘리 크넥트는 이렇게 말한다. 스파이가 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를 생각하다가 주인공이 레즈비언이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이다. 그 세대의 대다수 평범한 중산층 여성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삶을 택했지만, 베라 같은 사람에게는 그런 삶이 허락되지 않거나 본인이 관심을 갖지 않을 가능성이 컸을 것이기 때문이다. 억압적인 시대 분위기 속에서 베라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꽁꽁 숨기며 살았는데, 그런 비밀스러움과 위장은 스파이의 자격 요건과 절묘하게 일치한다. 물론 그 당시는 CIA가 동성애자를 고용하지 않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이 스파이란 것도, 레즈비언이란 것도 들키지 않기 위해 늘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하면서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를 회피한다. 『베라 켈리는 누구인가?』는 그런 베라가 어떻게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 딜라일라북스에 대하여
딜라일라는 삼손을 파멸로 몰고 간 구약성서 속 인물 델릴라의 영어식 이름입니다. 1960년대 말 가수 톰 존스가 부른 팝송 ‘딜라일라’가 전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요부의 대명사이자 배신의 아이콘으로 거듭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딜라일라북스는 '딜라일라'라는 이름에 내포된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거두고 여성의 시각에서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자는 의미에서 여성 작가와 여성주의 책들을 전문적으로 출판하고자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8I0LCY5QUE


장강명(지은이)의 말
 
〈정시에 복용하십시오〉
약도 사람도, 제때가 있다 생각합니다.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역사학자인 린 헌트는 18세기 유럽에서 서간체 소설이 유행한 것이 사람들의 공감 능력을 키웠고, 이것이 인도주의 혁명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합니다.
서간체 소설이 인도주의 혁명을 이끌었다면, 소설보다 더 깊이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거기에 공감하게 만드는 기계가 나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누가 그런 기계를 만들고 싶어 할까? 타인을 정확히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악인의 내면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 상상을 하다가 이 작품을 쓰게 됐습니다.
사회에 도움이 될 거라며 등장하는 과학기술 중 상당수가 그 적용 대상인 인간을 너무 단순한 존재로 가정합니다. 그런 기술은 사람들의 행동과 의식에 예기치 않은, 때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이 책에 실은 글 절반 정도가 그런 주제를 다룹니다.
제목은 당연히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가져왔습니다. ‘예루살렘’처럼 이응으로 시작하고 한국어로 네 음절인 적당한 지명을 찾다 보니 알래스카가 떠올랐습니다. 마침 휴고상 수상작인 마이클 셰이본의 《유대인 경찰연합》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알래스카에 유대인 정착촌이 세워진 평행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그 영향도 받았습니다. 《유대인 경찰연합》에서는 앵커리지가 아니라 싯카가 주 무대이고, 유대인들이 훨씬 더 힘겨운 처지에 처해 있습니다.
아이히만 외에도 아인슈타인, 존 F. 케네디, 다비드 벤구리온, 골다 메이어, 로잘린드 프랭클린, 앤 모리시 메릭처럼 실존 인물들의 이름도 사용했습니다. 소설적 이용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이 엽편의 제목은 스튜디오봄봄의 김희라 이사님이 지어주셨습니다.

〈당신은 뜨거운 별에〉
자기 몸에 대한 소유권을 침해당한 여성과 잠재력을 펼칠 기회를 박탈당한 여성이 연대해서 억압에 맞서고,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이야기입니다.
철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대니얼 데닛이 몸과 뇌를 분리하는 상황에 대해 콩트를 쓴 적이 있는데 그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 콩트는 사이언스북스에서 나온 《이런, 이게 바로 나야!》에 실려 있습니다.
쓰면서 어릴 때 읽었던 레이먼드 존스의 소설 《사이버네틱 브레인즈》도 생각났습니다. 이 소설은 《합성 뇌의 반란》이라는 제목의 아동용 SF로 한국에 소개되었습니다. 아이디어회관 SF 세계명작 시리즈의 12번째 책이었습니다.

〈센서스 코무니스〉
일본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아즈마 히로키는 《일반의지 2.0》에서 루소의 일반의지 개념을 과학기술로 업그레이드한 ‘일반의지 2.0’이라는 새로운 정치 형태를 제안합니다. 작동하지 않는 공론장이라는 개념에 매달리기보다 정보기술로 시민의 무의식을 읽어 이를 정치에 활용하자는 대담한 발상인데, 제게는 무척 위험하게 들렸습니다. 그런 생각들이 바탕이 되어 쓰게 된 소설입니다.
내용은 당연히 허구입니다. 특정 정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며 2016년에 잡지에 발표한 글임을 밝혀둡니다.

〈아스타틴〉
인간 정체성의 핵심이 필립 K. 딕의 소설이나 그 영향을 받은 다른 창작물에서처럼 과연 기억에 있는 걸까 싶은 의문이 있었습니다. 여태까지 쌓아온 기억과 물려받은 유전정보만으로 이 순간의 내가 규정되는 걸까요.
SF 세계관 속에서 벌어지는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점에서 스티븐 킹의 《런닝 맨》, 타카미 코슌의 《배틀 로얄》, 수잔 콜린스의 《헝거 게임》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기계장치를 통한 부활은 로버트 셰클리의 《불사판매 주식회사》에서, 부활과 환생이 사회 시스템으로 발전한 세계는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에서 얻은 아이디어입니다.
마지막 두 문장, ‘멀리에 별들이 있다. 나는 공허를 헤치고 나아간다.’는 알프레드 베스터의 소설 《타이거! 타이거!》의 또 다른 제목인 ‘The Stars My Destination’을 제 나름대로 오마주해본 것입니다.
각 챕터 앞부분에서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의 대사들을 인용했는데, 펭귄클래식코리아 번역본을 따랐습니다. 《오셀로》는 강석주 번역가, 《햄릿》은 노승희 번역가, 《맥베스》는 김강 번역가, 《리어 왕》은 김태원 번역가가 옮겼습니다.

〈여신을 사랑한다는 것〉
온라인게임의 NPC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상상하다 나온 글입니다.

〈알골〉
어릴 때 부모님 손을 잡고 극장에서 크리스토퍼 리브와 진 해크먼이 나오는 《슈퍼맨 2》 영화를 봤습니다. 검은 옷을 입고 부하 두 사람과 함께 슈퍼맨을 괴롭히는 조드 장군이 멋있었습니다. 이후로 슈퍼히어로 영화를 볼 때마다 늘 궁금히 여겼던 점이 한 가지 있었는데 ‘왜 초능력이 있는 악당들이 몰려다닐까, 그냥 그 능력으로 혼자 편하게 살면 될 텐데’였습니다. 그런 생각이 이 글의 설정이 되었습니다.
쓰면서 역시 어릴 때 감명 깊게 봤던 1950년대의 걸작 SF 영화 《금단의 별》도 떠올렸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SF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템페스트》를 인용하고 싶었습니다.

〈님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개고하면서 이상은의 〈공무도하가〉를 되풀이해서 들었습니다.

〈데이터 시대의 사랑〉
‘테크놀로지와 인문’ 연속 강연에서 빅데이터를 주제로 발표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전후로 이 문제에 관심이 생겨 관련 교양서를 몇 권 읽었습니다. 스티븐 베이커의 《빅데이터로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 야노 가즈오의 《데이터의 보이지 않는 손》, 캐시 오닐의 《대량살상수학무기》, 에릭 시겔의 《빅데이터의 다음 단계는 예측 분석이다》, 박형준의 《빅데이터 전쟁》 등입니다. 저자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저 나름대로 보탠 생각이 이 소설로 이어졌습니다.
‘행복은 가속도 센서로 측정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야노 가즈오 히타치 중앙연구소장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가즈오 소장은 이미 손목에 차는 밴드형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여러 가지 휴먼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고 합니다.
글의 제목은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서 가져왔습니다.

 

”아주 많은 것들을 소리 없이
혼자 바라볼 줄 아는 거지,
혼자 들을 줄도 알고!“ ―본문에서

● 키이라 나이틀리가 가장 매혹적인 여성 캐릭터로 손꼽은 콜레트는 누구인가?

”콜레트는 생존 작가 가운데 가장 위대한 프랑스 소설가였다,
앙드레 지드와 마르셀 프루스트가
아직 살아 있었을 때에도!“ ―《뉴욕 타임스》


2018년 선댄스영화제 화제작이었던 「콜레트」의 감독 워시 웨스트모어랜드는 주연으로 키이라 나이틀리 말고는 다른 배우를 떠올릴 수 없었다고 한다. 콜레트는 영웅적인 여성들 가운데 프랑스 문화계의 아이콘이며 무엇보다도 천재적인 재능과 지적인 아우라를 가진 작가이기 때문이다. 키이라 나이틀리 또한 콜레트가 자신이 연기한 캐리터 중에서 가장 매혹적인 여성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고 한다.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도 자신의 롤모델로 꼽고 있는 이 콜레트는 누구인가?

여성의 이름으로 소설을 발표하는 게 힘들던 시절에 콜레트는 학창시절의 경험을 소설로 쓴 『클로딘, 학교에서』를 남편의 이름으로 발표했다. 이 첫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파리의 클로딘』, 『클로딘의 결혼생활』까지 남편과 공동 저자로 출간했는데 더 큰 화제가 되면서 ‘클로딘’이라는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기에 이른다. 그러나 남편이 소설을 더 써내라며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게 하자 불화를 겪고 결국 클로딘 연작에 대한 판권을 빼앗긴 채 이혼하게 되어 뮤직홀에서 연극배우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친구 같은 자연을 벗어나 파리의 사교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이처럼 극적인 사건을 겪었지만, 끊임없이 글을 썼고 결국 20세기 유럽에서 여성 작가로서는 최초로 사회적인 성취를 이룬 예술가가 된다. 1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저널리스트로서도 활동했으며, 1945년에 공쿠르아카데미 최초 여성 회원이 되는가 하면 결국 회장까지 지내고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오른 프랑스 문학계의 영웅이 된다.

콜레트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감각(특히 후각과 감각)을 전달하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소설가이며, 식물과 고양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아름다운 문학에 녹여낸 자연 예찬가이며, 남녀간에 변화하는 사랑의 심리와 여성의 관능을 세밀하게 표현해 내서 ‘본능의 사제’라고도 불린 작가다. 장 콕토의 절친한 동료이기도 하고, 모리스 라벨과 함께 오페라를 만들기도 했으며, 자신의 소설을 뮤지컬화할 때 오드리 헵번을 캐스팅하는 등 문화 전반에서 크게 활동했다.

첫 번째 남편의 강압은 오히려 콜레트를 작가로서 독립하게 만들었고, 특히 클로딘 연작은 그녀에게 작가로서 정체성을 갖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물론 소설인 만큼 콜레트의 삶과 클로딘의 스토리가 똑같지는 않다. 결혼해서 파리로 오는 콜레트와 달리 클로딘은 가족이 파리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도시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전형적인 파리지앵인 사촌 마르셀과 그의 아버지 르노를 통해 파리의 삶을 알아가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서의 내적 모험은 온전히 작가 자신의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 클로딘이 완전히 나뉘었다. 나는 내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고, 내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내 목소리는 조금 먼 곳에서 들려왔다. 신중한 클로딘은 사슬에 묶인 채 유리방 안에 들어가 있고, 날뛰는 클로딘이 미친 듯이 수다를 떨었다. 유리방에 갇힌 클로딘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머리 위로 무너질까 봐 내내 두려워했던 굴뚝이 마침내 와지끈 무너져 내렸고, 그 먼지가 천장의 등불 주위로 후광을 만들어 냈다. 신중한 클로딘, 그냥 보기만 해, 움직이지 말고! 날뛰는 클로딘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광인처럼 거침없이 달려 나갔다!

● 섬세한 감각의 세계야말로 작가의 독창적인 존재 방식!

‘가장 프랑스적인 목소리’가 들려주는 삶의 기쁨과 진동,
그리고 그 감각적 글쓰기의 환희로 초대!


“오늘부터 나는 다시 일기를 쓴다. 그동안 몸이 아파서, 너무 많이 아파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많이 아팠다!” 이렇게 시작하는 소설 『파리의 클로딘』은 저자 콜레트의 분신 클로딘의 회상으로 이뤄진다. 클로딘은 “글을 배운 이후 늘 생쥐처럼 아빠의 서재를 들락거렸고” 볼테르의 『불온한 철학사전』뿐만 아니라 프랑시스 잠의 자연주의 시에서부터 오노레 드 발자크의 사실주의 소설까지 닥치는 대로 읽는 책벌레 소녀다. 이런 독서광 클로딘은 자신의 욕망을 이렇게 다독여야 했다.

눈치 빠르고 나이에 비해 많은 걸 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 안달 난 잘난 척 좀 어떻게 해 보지? 누구든 놀라게 만들고 싶고, 조용히 잘 있는 사람 흔들어 놓고 싶고, 지나치게 평온한 사람은 무조건 휘젓고 깊어지지. 그러다 분명 큰 코 다칠 거야.

독립적이고 적극적이고 감각이 남다른 클로딘은 자신을 이렇게 설명한다. “아주 많은 것들을 소리 없이 혼자 바라볼 줄 아는 거지. 혼자 들을 줄도 알고!”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감미로운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고, 열 번 가까이 빛깔이 바뀌는 초록빛 눈동자를 감지해 낼 수도 있다. 클로딘의 감각인상은 그녀의 성격만큼이나 공감각적으로도 자유롭다. “하지만 그것은 꽃다발에 혹은 잘 익은 복숭아에 입을 맞추는 것과 비슷했다. 어떤 향기들은 코보다 입으로 더 잘 맡을 수 있으니까.” 이처럼 섬세한 클로딘은 “야성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 어떤 세련된 파리지엔보다도 더 유혹적이다. 클로딘의 정신세계는 유난히 자연과 동물을 사랑했던 작가 자신의 감각 세계가 반영돼 있으며, 콜레트가 때로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이 감각적 글쓰기를 존재 방식으로 택했듯이 클로딘도 끊임없이 일기와 편지로 자신을 표현하고 기록한다.

● 성숙한 파리지엔이 되어 가는 열일곱 소녀의 성장소설

“사랑은 여성의 자유를 앗아가기도 하고,
또 여성을 아름답게 만들고 성장하게도 한다.
가장 프랑스적인 작가 콜레트가 그 사랑을 직조한다.” ―《뉴욕 타임스》


파리는 고향의 시골집과는 전혀 다른 위험한 세계다. “작년에 시작된 나의 전락을 멈춰 줄 브레이크가 없었다! 나는 이제 팡셰트(고양이)처럼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는 순수한 행복을 잃어버렸다. 더 이상 아무 데나 휘젓고 다니지 못하고, 기어 올라가지 못하고, 뛰어오르지 못한다.” 그러나 도시는 또한 내면을 성장시키는 용광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책을 읽고 또 읽고, 정말 책만 읽었다. 닥치는 대로 읽었다. 책이 나를 이곳에서 끌어내 줄, 나 자신으로부터 꺼내 줄 유일한 것이었다.” 클로딘은 새로운 시각을 갖고 스스로에게 성장의 문을 연다.

“됐어! 아무것도 안 가르쳐 줘도 돼! 됐어! 책에서 다 읽었다고! 열일곱 살밖에 안 됐지만, 난 전부 다 알아!”라고 외치고 싶었는데, 그런 내가 길거리에서 엉덩이를 꼬집는 남자 때문에 당황하고, 책 속에서 늘 만나 온 삶을 사는 친구 때문에 혼란스러워진 것이다. 나는 겨우 우산을 휘두르거나 우아하게 밀쳐 내면서 사악함의 현장을 피했다.

또한 이 소설은 사랑에 눈을 떠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단짝이었던 뤼스가 파리에서 펼치는 전혀 다른 삶과 은밀한 애정을 실험하는 마르셀 사이에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고, 또 세련된 도시인 르노의 “거의 새까만 색으로 빛을 발하는 그의 눈”에 취하기도 했다.

사실 내 마음을 르노에게 너무 많이 보여 주게 될까 봐 두렵기도 했다. 그의 짙푸른 두 눈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매끈하지 않은 흑갈색의 속눈썹 아래 상대를 거북하게 만드는 그의 아름다운 두 눈은 왠지 믿음을 주지만, 그 눈이 자기한테 뭐든 얘기해도 된다고 말하는 순간, 이미 희끗해지기 시작한 콧수염 아래로 번지는 미소가 갑자기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남편 이상의 그 무엇이 필요했다.” 소설 속에서 일기를 쓰고 있는 내내 클로딘은 변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내 눈이 나는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모험가에게는 성장통이 따르기 마련이이다. “이제는 자유가 무겁고, 홀로 서는 것도 힘에 겨워”할 때가 있지만, 그 결과가 “원하는 것을 얻은 정복자”일 수도 있는 반면 “형을 선고받은 죄수“ 같을 수도 있다. 콜레트와 클로딘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이란을 떠나 프랑스에 정착한 어린 망명자의 글쓰기
나는 나무가 아니다. 그러니 내겐 뿌리가 없다


★ 2017년 공쿠르 최우수 신인상 수상
★ 2017년 우에스트 프랑스 문학상 수상
★ 2017년 오랑주 뒤 리브르상, 풀레 말라시스상, 루이 기유상 노미네이트

어머니의 자궁에 있을 때부터 이란혁명 초기의 혼돈을 겪은 마리암은 여섯 살 때 부모님과 함께 프랑스로 망명한다. 어린 나이에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야 했던 두려움과 불안은 자신의 언어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시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승화한다.
유년의 기억들, 프랑스에 도착한 후 점차 잊어버리는 모국어, 부모, 할머니, 친척, 친구들, 다시 찾은 고국, 그리고 페르시아어를 새롭게 배우면서 마침내 스스로와 화해하는 이야기는 감동과 웃음으로 진지함과 가벼움을 넘나들며 자전소설의 한 획을 긋는다.
우화나 일기처럼 읽히는 이 책은 아라비안나이트의 세헤라자데처럼 끝없이 이야기를 지어내는 매혹적인 이야기꾼의 손에서 탄생한 순문학의 결정체이다.

세 번의 탄생

고양이는 아홉 번을 산다는 말이 있다. 그러면 사람은 단 한 번 태어나는 걸로 끝인 걸까?
이 책의 저자 마리암은 세 번의 탄생을 경험한다. 첫 번째 탄생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란에서, 두 번째 탄생은 여섯 살의 나이에 부모님과 함께 망명한 프랑스에서, 그리고 세 번째 탄생은 이란과 프랑스 두 나라 사이, 자신만의 언어 숲에서.
우화, 동화, 시, 수필, 일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써내려간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은 저자의 자화상이자 보석같이 빛나는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저자는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이란혁명의 소용돌이를 마주한다. 친서방주의를 표방했던 팔레비 왕조의 샤(국왕)를 몰아내고 호메이니가 이끈 회교혁명이 성공하면서 이란은 이슬람공화국이 된다. 그러나 호메이니의 정치 또한 독재로 흘러가면서 이란은 끝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이런 정치적 상황 속에서 공산주의자였던 부모님을 따라 프랑스에 도착한 마리암은 극심한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린다. 음식, 친구들, 언어 등 완전히 낯선 환경 속에 내던져진 그녀에게 위로가 되는 건 스스로 지어내는 상상 속의 이야기뿐이다. 그녀는 성장기의 고통을 겪으며 오랜 시간을 지내지만 결국은 자신의 언어를 찾아내고 스스로와 화해를 함으로써 세 번째 탄생에 이르게 된다.

언어의 무게

최초의 언어는 페르시아어였다. 그러나 사는 세상을 바꾸고 난 후 페르시아어는 점점 힘을 잃고, 유용하고 새로운 언어 프랑스어에 자리를 내주고 만다. 처음에는 새 언어를 거부했던 어린 소녀는 점차 프랑스어에 능숙해지면서 모국어인 페르시아어를 뱃속 깊숙이 삼켜버리고 다시 배우기를 거부하면서 땅에 묻는다.
모국어의 폐기는 스스로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진짜 이란 사람도, 진짜 프랑스 사람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자신의 뿌리마저 부정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공포와 불안의 근원을 찾아 유년의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낭만적인 망명자의 가면을 벗어버리고 참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프랑스어와 페르시아어, 두 언어의 무게를 걷어내고 난 후, 비로소 바람처럼 자유로운 자신만의 언어가 완성된 것이다.

천일야화를 잇는 페르시안 프랑스 여인의 이야기

망명과 뿌리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리암의 이야기는 가볍고 아름답다. 때로는 감동을,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면서 한 편의 페르시안 동화처럼 읽히기도 한다.
찬란한 페르시아 문명은 이란 사회에서 오랜 역사를 걸쳐 시, 영화 같은 장르로 이어져왔다. 음악과 춤을 금지했던 이슬람교리 때문에 시가 발달했고, 남녀관계나 폭력 장면을 엄격히 금하는 제재로 인해 영화는 더욱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이란 영화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게 되었다. 이런 예술적 전통을 따르는 마리암의 소설은 천한 번의 밤 동안 끝없이 이야기를 짓던 세헤라자데처럼 신비하고도 이국적인 이야기로 거듭나고, 자신의 뿌리와 언어를 찾아가는 험난한 여정을 꿈결처럼 보여준다.
두 세계 속에서 방황하면서도 어린 시절을 되짚고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마침내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이야기. 뒷이야기가 궁금하여 결국 세헤라제데를 죽이지 못하고 왕비로 삼은 왕처럼 우리 또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 마법에 사로잡히지 않을 도리가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sIKxm3EroAk

 

상자안의 글들은 인터넷 서점에서 퍼온 글입니다.

 

6
Comments
1
2020-01-24 15:24:14

현자님 도서구매글 올라올때마다 제 소장도서도 늘어나네요.
밀린게 어느덧 두자릿수 ㅠ

필립K딕 폴라북스판은 이번이 마지막인건가요?
전집은 아닌것 같은데...

WR
2020-01-24 15:34:08

이 시리즈가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LoA) 필립 K. 딕 컬렉션’ 를 번역한 건데 이번에 나온 <스캐너 다클리>가 그 중에서는 마지막이에요. 단편쪽은 남은 게 있는지 없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1
Updated at 2020-01-24 16:53:31

처음에는 엄청난 SF팬이신가 했는데 아래로 내릴 수록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컬렉션이 되어가는군요. 요즘 한국 여성작가들이 이끌어가는 SF의 약진과 성장세가 놀랍습니다. 북 디자인은 <<안녕, 인간>>, <<파리의 클로딘>>과 츠바이크의 <<감정의 혼란>>이 탐나네요. 잘 구경했습니다.

WR
1
2020-01-24 18:53:50

원래 저는 SF가 아니라 추리소설로 독서를 시작했고 그후에 점점 다양한 장르로 확장해서 읽어 나갔어요. 로맨스나 무협 말고는 가리지 않은 편이고, 무협은 김용 부터 시작하라는데 권수가 너무 많다보니 시작할 엄두가 안나서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했어요.

1
2020-01-24 23:01:51

고맙습니다.

좋은 책 소개글들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정말로 현자이신 것 같습니다.

WR
2020-01-27 15:57:46

"The Wise Man of Gotham", 고담의 현자는 바보 중에 바보라는 뜻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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