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인성이 학벌과 전문성에 우선한다는 당연한 깨달음.
최근 병원 두 개과에서 연달아 진료를 받으며 느낀 점이 있네요.
2월 다리수술로 제 몸을 맡긴 의사는 너무나도 겸손하고 자신의 시술 한계를 분명하고도 솔직하게 말씀하시는 보기드문 의사선생님이셨습니다. 다음 환자가 밀려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시려고 노력하시며 환자의 말 하나하나에 진심으로 반응해 주시는 의사선생님이시더군요. 어린시절 부터 학벌을 중요시하는 집안에서 자라온터라 병원에 가서도 의례 병원장의 학력과 약력을 스캔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 이 병원에서도 유심히 보았는데 지방 의대 출신이셨습니다. 그래서 전문의가 맞느냐, 수술경력은 얼마나 되느냐 등등 다소 듣기에 거북할만한 질문세례를 퍼부었지만 모두 진솔하게 대답해주셨습니다. 심지어 제 스케줄어 맞추어 무리하게 수술하느라 저 때문에 일요일에도 병원을 잠시 여셨습니다. 감동이었습니다.
최근 딸아이의 생일선물로 소원을 빌어보랬더니 아빠 피부좋아지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하는 겁니다. 이에 감동한 저는 거금을 털어 풀셑으로 피부과 진료를 받고있습니다. 서울대 수석졸업임을 내세우며 굉장한 자신감에 정해진 치료과정없이 그날 그날 내원자의 상태를 보고 즉흥적으로 각종 레이져를 쏘아댑니다. 3회차 받은 어제 (눈을 가리고 받는 시술이어서 청각과 얼굴 촉각에 의존할 수 밖에 없지만) 아랫 눈썹과 흰자위 사이에 레이저가 닿는 온열감을 느꼈습니다. 얼굴에 쐴 때와는 사뭇 다른 따끔함도 느겼고요. 레이져봉을 손에서 살짝 놓치셨나?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내심 흰자위에 영향 없으려나 하고 잠자코 있었습니다. 마지막 환자라 서둘러 병원문을 나섰고 주차장에서 룸미러로 확인했더니 빨갛게 0.3mm정도 눈에 띄는 점이 생겼습니다. 병원에 전화했더니 off시간이라 그런지 안 받더군요....... 조금 전 다녀왔습니다. 진료실에서 절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놀라셨을텐데 연고 바르고 지나면 일주일정도면 괜찮아진다고 간호사에게 안연고 드리라고 하고 저를 돌려보내더군요.
듣고싶은 건 사과였습니다만 그 옹졸한 자존심과 자아팽창된 모습만 확인하고 돌아오니 씁쓸하네요. 가족중에 의사가 2명 있고 공부는 잘했지만 성격이 너무 강해 부모님에게 살갑지 않은 성향이며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음을 인터넷평을 보고 듣고 알고있는 터라 의례 의사들은 자존심이 팽창된 직업군이라고 스스로 마음을 추수리고 귀가했네요.
지금 불현 듯 드는 생각은 작년에 전과를 하려 새로운 과목으로 임용시험에 응시하여 1차에 높은 성적으로 합격하였고 올2월, 오랜 교직경력으로 면접에서 이것도 해봤고 저것도 할 줄 알며 당연히 그건 이거지요 하며 자신만만하게 면접을 치루었으나 결과는 몹시 낮은 면접점수로 인하여 불합격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함께 일할 동료를 뽑는 자리인데 학벌이나 인지적 능력이나 경험보다 얼마나 성실하고 겸손하느냐가 주가 되는 자리임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특히 사람을 대면하는 서비스쪽이라면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얼마나 성실하며 진솔한지,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는지가 우선임을 알겠습니다. 실력이나 전문성이 부족하여도, 다소 학벌이 좋지 않아도 성실한 자세와 참된 인성을 소유함과 진정성이 있다면 대하는 사람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며 그 좋은 관계속에서 서로 허용할 수 있는 스펙트럼의 범위도 함께 넓어진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오늘 경험했네요.
새로운 일을 하게되시는 여러분들도 자신의 초보적 실력과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은 전문성에 주눅들지 마시고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고 성실하고 진실된 마음가짐으로 사람(고객)을 대한다면 분명 좋은 사람, 유능한 사람, 빛나는 사람으로 타인에게 기억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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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반성 좀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