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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정치]  세월호 김경일 정장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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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5-06 10:15:13

 P123정의 정장 김경일 경위는 정년을 2년 남겨둔 상태였습니다. 해양경찰 짬밥이 34년, 그중에 해상 근무만 26년이니 벼라별 일 다 겪었을 겁니다. 언론에는 어리숙한 모습만 보이는데, 그날 행적을 따라가보면 딱히 그렇진 않을 겁니다. 죄수복 입고 고개 숙이면 누구나 그렇게 보이겠지요. 

파파 원투쓰리. P는 patrol의 약자입니다. 100톤급 소형 경비정입니다. 어느 정도 크기냐. 양화대교 인근에 서울함 공원이 있습니다. 거기 참수리 한 대가 있는데, 그게 150톤입니다. 그것보다 많이 작습니다. 길이 32미터. 폭 6미터. 서울 지하철 객차 크기가 길이 19.5m에 폭 3.12m 정도입니다. 객차 하나 반 길이에 두 대가 나란히 있다고 보면 짐작이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조타실에 기관실에 크레인 등 장비가 가득하니 최대 승선 인원이 50명입니다.


승조원은 13명. 37명을 더 태울 수 있습니다. 해경 9명. 의경 3명이 타고 있습니다. 사고가 난  그 시간 세월호 10해리 거리에 있었습니다. 23킬로 거리입니다. 휴식시간이라 승무원들은 자고 있었습니다. 

9시. 해경 상황실에서 사고를 전파받고 승무원을 깨웁니다. “여객선이 침몰 중이다. 승객은 300, 40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준비하라.” 사고 규모를 파악한 것이죠. 부정장과 기관장이 모여 잠시 회의를 한뒤 출동합니다. 


9시 5분. 부정장은  어선공통망으로 어선들을 불러 모읍니다. 정원의 열 배를 태워야 하니  잘 생각한 것입니다. 세월호 주변에 깔려있던 어선들은 이렇게 모인 것이죠. 동거차도 옆 대마도에서 있던 어민들도 말통에 기름을 채워 출발합니다. 어민들 대단하죠. 조업도 못하고, 기름 유출되어 피해보고, 심지어 수색작업하다 침몰한 어선도 있었습니다.

첫 5분은 훌륭합니다. 해경의 매뉴얼대로 하고 있습니다.

김경일 정장은 유능한 사람이었거든요. 부정장 시절에는 두 번이나 우수 함정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건 상위 라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목포서장, 서해청장, 본청장. 줄줄이 유능하고, 성실하다고 인정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날씨도 좋고, 파도도 잔잔해 사고 수습하기 좋은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곧 문제가 하나씩 생깁니다.


항해팀장이 9시 2분경 3차례 세월호를 호출합니다. 이때 통신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채널을 16번으로 해두었기 때문입니다. 8번 채널로 바꾸었다면 통신이 되었을 겁니다. VHF 16번 채널은 매뉴얼대로 였습니다. 빽빽이 공부한 흔적은 김경일 정장의 글씨입니다. 

 

세월호가 어떤 상황인지 교신을 하면서 접근했다면 모든 상황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50도 가량 기운 상황이고, 선원들이 다 패닉에 빠져있고, 가만히 있으라 끊임없이 방송했다는 것을 123정이 알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방송 내용을 확인해 봅시다.

오전 8시52~54분

“승객 여러분께 잠시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현재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안전봉을 잡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안전봉을 잡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동을 하시면 지금 위험하오니 안전봉을 잡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선내 승객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현재 있는 자리에서 이동하지 마시고~ 바랍니다. 현재 있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안전봉을 잡고….

현재 계신 자리에서 이동하지 마시고~ 현재 위치에서 움직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승객 여러분들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현재 계신 위치에서~ 현재 계신 위치에서~ 현재 자리에서 이동하시면 위험하오니~.

8시56분

현재 계신 장소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주변에 닿을 수 있는 봉이나 구조물을 잡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안내 말씀 드립니다~ 절대 움직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9시6분

“선내 단원고 학생 여러분 및 승객 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하여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승객분들께서는~ 다시 한번 안내 말씀 드립니다. 구명동의가 착용 가능하신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구명동의를 착용하여주시고~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9시7분

“선내 다시 한번 안내 말씀 드립니다. 구명동의가 손에 닿으시는 분들께서는 다른 승객들께 전달 전달하셔가지고 입으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시고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안내 말씀 드립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구명동의가~ 한 곳에 있으신 분들께서는 전달, 다른 승객분들께 구명동의를 전달하셔서 다른 분께도 구명동의를 착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9시14분

현재 위치에서 절대 움직이지 마세요. 움직이지 마세요. 움직이면 더 위험하니까 움직이지 마세요.

9시26분

“선내 승객 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해경 구조정 및 어선 접근 중, 10분 후 도착 예정입니다. ~하시고, ~서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9시28분

선실이 더 안전하겠습니다.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9시29~30분

“~소리를 질러~ 권○○ 어린이! 권○○ 어린이 지금 3층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현재 위치에서~ 어선들이 접근 중에~ 현재 위치에서 이동하지 마세요.

현재 위치에서 안전하게 안전하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해경 헬기가 본선 접근 중입니다.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9시35분경

“해경이 오고 있으니 현재 위치에서 움직이지 말라.

9시37분

“선내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현재 구명동의를 착용하신 승객분들께서는 구명동의에 매여 있는 끈이 제대로 묶여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셔서 잘 묶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구명동의를 착용하시고 계신 승객분들께서는 구명동의에 매여 있는 끈이 잘 묶여 있는지 확인을 다시 한번 하시기 바랍니다.”

9시42분

현재 위치에서 이동하지 마시고 안전하게 대기하시기 바랍니다.

현재 위치에서 안전하게 기다리시고, 더 이상 밖으로 나오지 마시기 바랍니다. 현재 위치에서 안전하게 기다리시고 더 이상 밖으로 나오지 마시기 바랍니다.

단원고 아이들이 특별히 말을 잘 들어서 객실에 머물렀던 것은 아닐 겁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정말 집요하게 흘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수십 번 가만히 있으라 방송이 나오는데, 까탈스럽고 말 안 듣는 저도 처음 겪어보는 상황 속에서는 돌출행동을 하기 힘들 것입니다. 설문조사를 하나 붙여 두겠습니다. 방송하는 여객 승무원은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 지시받은 일을 너무나 성실하게 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조타실에 무전을 보내도 3등 항해사의 흐느끼는 소리만 들을 수 있을 뿐 다른 지시는 없었으니까요.


이동하는 사이 김경일 정장 휴대폰은 불이 납니다. 현장책임자로 지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이제 헬기 세 대를 통제해야 합니다. 나중에 헬기 기장은 경감인데 경위가 어떻게 지휘하느냐 하소연을 하죠. 11시 20분 1508함으로 현장 지휘자를 넘어가기 전까지 김경일 정장이 현장지휘자입니다. 참고로 1508함은 2700톤입니다. 

그런데, 1508함은 현장에 도착하지도 않은 상태였습니다. 현장 도착 예정 시간이 오후 1시였거든요.

36분 후에야 3009함으로 지휘함이 교체됩니다.

 

김경일 정장은 벌써 정신이 없습니다. 세월호에서 9시 26분, 28분 두 차례 호출을 했는데, 못 들은 것입니다. 9시 18분 상황실에서 세월호와 교신이 되는지 묻습니다만 그것도 확인하지 못합니다. 경황이 없어서 그랬다고 합니다.

 

김경일 정장은 부하들에게 인망을 못 얻었나 봅니다. 검찰 조사에서 부하들은 불리한 증언을 하죠.

“김 정장은 당시 바삐 움직이지 않았고 조타실 내에 있었습니다. 고무단정 하강을 지시한 것 이외에는 특별히 저희들에게 지시한 사항은 없습니다.”(2014년 7월23일 최아무개 기관장 검찰 진술조서)


“김 정장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넋이 빠진 상태에서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전방을 주시하면서 별다른 지시 없이 서 있었고 중간중간에 주파수공용무선통신(TRS) 교신만 두세 차례 했습니다.”(2014년 7월22일, 29일 박아무개 항해팀장 검찰 진술조서)


당시 상황에 대해 김 정장은 검찰에서 “(전속력으로 항해 중이어서) 스크루에 이물질이 걸릴까봐 조타실에서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겨레.

이 김경일 정장의 이야기는 매우 복잡다단합니다. 내용이 지루해지는데요. 저도 이번 기회에 정리도 할 겸, 세 편 정도로 나눠 적을 것입니다. 먼저 이야기에서 말했듯 복잡한 인물이 복잡한 사건을 만나, 복잡한 처지에 이르게 되는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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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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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5-06 10:27:31

오늘도 변화는 없이 열일하느라 바쁘시네요. 수고 하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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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6 10:25:19

투표하고 결과 보니 그날 세월호에 있었다면 저도 죽은자에 속하네요. 

세월호에 관한 음모론 어쩌고 해도 그런 것에 관심 있던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전개된 상황의 어이없음(그런 날에 배가 출항하고 또 사고 후 이동하지 마라, 대기하고 있으라 그러면서 먼저 탈출한 선원들. 그 후 구조활동과 사고를 당한 가족들에게 가해진 정부의 만행들)과 위로는커녕 유족들에게 재차 가해를 하고 부추기던 무리에 분노했습니다. 정작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고 그후 어떻게 되었나 하는 것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분도 님 글 보면서 처음 알게 되는 것들이 하나둘 아니군요. 그렇기에 더욱 털보 빼고 이렇게 세월호 그날 관련한 글로 이어지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다시 듭니다. 세월호 세 글자에만 익숙한 저 같은 사람에겐 그날에 대해 알게 되고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거든요. 이렇게 글을 쓰는 건 정성을 들이는 것인데, 수고 덕에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7
2020-05-06 10:30:25

지금 보이는 투표 결과는 이미 결과를 아는 분들이 하니 그나마 저렇게 나오는 거라고 봅니다. 마치 스포일러 듣고 영화보는 거와 같은거죠 아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렇게 집요하게 방송하면 객실에서 나올 생각을 거의 못한다고 봅니다.

3
2020-05-06 10:48:30

혼자 읽을 엄두는 도저히 안 나는데 덕분에 잘 보고 있습니다. 글 하나하나에 담긴 사실이 정말 가슴아프네요.

대구 지하철 사고 때도 기관사가 마스터키 뽑아서 도망치지 않았던가요? 큰 인명사고에는 최고 책임자의 미친짓이 항상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라도 객실에 머물렀을 것 같네요

5
Updated at 2020-05-06 10:51:55

김경일 경위 위로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은걸로 아는데

꼬리 짜르기 정도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김경일 경위는 현재는 출소한 상태시니까
세월호 관계자 분이 설득하셔서 보다 사실의 내용이
많이 드러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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