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국제 외교에서는 낙관론만큼 위험한 게 없습니다
바로 1년여 전에 하노이 회담에서 대북 관련으로 문재인 정부가 그간 열심히 쌓았던 게 박살나고, 그 여파 때문에 아직도 모든 것이 헝클어져 있는 상황에서 G7 관련 낙관론을 얘기하는 분들은 신기합니다. 그리고 판을 그렇게 만든 게 바로 미국이죠. 매파로 북한 비토의 선봉장으로 알려졌던 볼튼 보좌관의 사임 이후로도 미국의 대북 정책이 변함 없는 걸 보면, 북한과의 문제는 볼튼 개인의 관점보다는 미국 국방 정책에서의 관점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즉 미국은 한반도에 계속 군사적 긴장 상태를 지속시킬 용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대해선 경계를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이곳에서 무슨 얘기를 한들 외교 정책에 반영될 정도로 문재인 정부가 브레인이 가난한 상태는 아니겠지만, 국내 여론에 있어서도 G7 건에 대한 접근은 철저히 조심스럽게 바라봐야죠. 특히 미중 갈등이 극심해지는 현재에 G7 떡밥을 던진 건 뭐 대놓고 함정을 판 거나 다름없습니다.
'미국이 좋아 중국이 좋아' 론은 전형적인 극우 레토릭의 함정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로선 이념과 역사성, 체제의 연동성을 보면 저 돈은 많지만 이제는 공산주의도 자본주의도 아닌 기괴한 시스템이 되어 버린 중국보다는 미국 쪽에 기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미치는 중국의 경제적 역할과 지정학적인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나라들이 멸망하고 다시 건국되고를 반복했지만, 중국의 땅과 사람들은 사라진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중국 땅 한복판에 초대형 크레이터라도 생기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을 테고요.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지정학적으로나 여러 가지 방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나라들입니다. 그 인식적 기반을 계속 안고 가야 하는 게 이 반도국의 영원할지도 모를 운명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외교는 저런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선택지를 골라야 하는 상황을 아예 만들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미 6.25가 그런 선택지를 골라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벌어진 역사입니다. 그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걸 계속 견지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국제적인 정당성은 확보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계속해서 한반도 평화론을 강조하는 것도, 코로나 19 상황에서 지속적인 국제 지원을 약속하는 것도, 각국의 6.25 참전 용사들을 지원하여 6.25의 역사성을 환기시키고 현재적 역사로 만들고자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겠죠. 우리는 평화를 우리의 브랜드로 만들 필요가 절절하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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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과 6.25동란이후
그동안 미국의 품속에서
경제와 국방에만 주력해오다
이제 우리의 힘이 이렇게 커지니
양자택일을 요구받게 되는 군요...
뿌듯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