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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또 다른 축복을 받으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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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6 00:46:34

안녕하세요, MeanMynn 입니다.
아래 글에는 제가 믿는 종교적 표현이 포함될 수 밖에 없었음을 먼저 알려 드립니다.


약 10년 전, 저희 아버지께 발병한 설암4기 상황과 기적적 치료 글을 올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7913502

그 때도 어버이날 암 확정을 받았는데요.
올해 어버이날에는 위암2기 판정을 확인받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기적이 함께 했습니다.
평소 - 대다수의 우리 아버지대 어르신들이 그러셨듯 - 당신께서는 본인 건강을 챙기시는 일이 없었는데 집에 도착한 우편물 중 (아마도 지자체 내지 중앙정부 명의의) 어르신 대상 정기검진 글을 보셨나 봅니다.

자식인 저는 물론이거니와 어머니께도 아무 말씀 없이 동네 의원을 찾으신 아버지께서는 - 지금도 왜 갑자기 그랬는지 (?) 모르겠다고 하시는데 - 검사 결과가 뭔가 이상하니 대학병원에 가보셔야겠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을 순순히 (?) 따르시고, 인근 대학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하신 뒤 위암 2기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11년에 한 번 공부(?)를 한 저희 가족은 기도 속에서도 스스로 움직이고 돕는 자를 도우실 주님을 생각하며 다시금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당시 저희 아버지를 '살려 주신' 설암 주치의 선생님께도 메일을 드렸습니다.

사실 회신받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문자 그대로 3개월 바라보시던 아버지를 수술도 없이 토모테라피 치료만으로 완쾌하도록 도와주신 선생님께 저는,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 찾아뵙고 감사를 드리기는 커녕 아무런 감사 메일이나 문자 조차 드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참 나빴지요.
덧붙여, 그 선생님께 예약한 진료는 진료 범위가 다르다는 사유로 담당 간호사님께서 취소를 하시게 되었습니다. (다른 환자분들도 고려하셔야 되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확인한 예약이 분명 취소되었는데 다시 예약되었다는 안내 문자가 오더군요. 이후 받은 회신 메일에 보니 주치의 선생님께서, 직접 담당하신 환자셨던 아버지 시므로 그간의 경과도 물으시고 어떤 확정을 받으셨는지 살피시려고 선생님께서 다시 예약을 잡아버리셨던 것이었습니다.
이런 감사한 일이...

이후 추가 검사를 마치시고, 오늘 3시간 반 정도 수술까지 마치신 아버지는 지금 잠을 청하시는 중 입니다. 저도 오랜만에 병실에서 주무시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글을 적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주,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가족 식사 자리에서 아버지께 세 가지를 말씀 드렸어요.

1. 아버지, 지금 보니 하나님께서 암 한번 주시면 10년 살도록 허락하시는 것 같아요. 3개월 바라보셨던 때가 70이셨는데 지금 80세 시니 이번 수술 마치고 10년 더 사시면 되겠어요!

2. 행여 어제처럼 수술 필요없다고 하시면 안 됩니다. 그 때는 보험 대상도 아니라서 비용이 적잖이 들었지만, 위암은 국가 지정 5대암이라서 거의 전부 지원받고요. 무엇보다 발견이 너무 늦어 수술의 기회는 커녕 오늘 내일 죽음의 날 만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백 수천 이에요. 아버지는 정말 축복 받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지금까지 아버지와 저는 서로 다른 생각에 따른 충돌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경쟁 우선과 배분 사회, 노동조합의 필요성, 역대 정부에 대힌 해석 등 -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면 결국 건강에 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의 평안이 결국 건강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저도 세상을 둥글게 해석하려고 노력하고 아버지께도 제 고집과 생각만 말씀드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까 저녁에 윗 글을 적었는데, 문득 깨어나신 아버지께서 그동안 못 하신 말씀을 제게 나눠주시느라... 이제야 올립니다.

아버지,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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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WR
2020-06-06 00:48:14

제가 지금 겨우 밤을 청하다 보니 혹시 적어주실 댓글에는 좀 나중에 답글을 적어드리겠습니다. 즐거운 토요일 되시기 바랍니다.

2020-06-06 01:50:57

저희 아버지도 80을 바라보셔서 남의 일 같지 않네요.
아버님의 쾌유를 기원드립니다.

WR
2020-06-06 10:39:04

감사합니다.
벌써, 이침 5시에 일어나셔서 자리에 앉아 책을 보세요.

오전 회진 오신 선생님께서 연세 고려할 때 빠른 회복이시라고... 단 무리하지 마시라고 하셨네요.

2020-06-06 06:13:42

할수만 있다면
할수있는 모든
치료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남들이보기엔
구차한 연명이라 하겠지만
그 고통의 시간도
가족으로 함께한
소중한 기억으로
남게 되더군요..

아버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WR
2020-06-06 10:40:48

진심어린 글 감사합니다.

방금 수술 후 처음 기침을 하시려는데 너무 고통스러워하셔서 제가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복강경 수술하고 24시간도 안 지났으니 너무 당연하지만)

말씀 꼭 기억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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