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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정치]  쓰레기들이 배설한 오물을 치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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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2 08:29:28

작은 도서관 소풍을 만들며 여기저기서 책 기증을 꽤 받았습니다.

가지고 있던 책들은 도서관에 비치하기에는 세월이 너무 지났고 읽을 사람도 거의 없는 것 같아 대구의 노동문제 연구소에 기증을 했습니다.

젊은 날의 뜨거운 심장 같은 것이었기에 곁을 떠나 보낸다는 것에 몇 번이나 망설였지만 그래도 필요한 이들이 있다면 집착하지 않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보름 가까이 기증 들어온 책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소위 지식인이라는 이름으로 배설한 오물들이 너무나 많더군요.

전 자신의 글이 스스로의 인격을 책임지는 것이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기증된 책들 중에는 김지하, 이문열, 홍세화, 진중권, 전여옥, 그리고 소위 대단한(?) 정치인들의 자서전과 같은 오물들이 꽤 섞여 있더군요.

또한 단 한번도 펼쳐보지 않은, 심지어 비닐 포장조차도 제거되지 않은 자기 개발서나 성공만을 바라는 지침서 따위가 정말 많이 있었습니다.

모두 표지가 보이지 않게 거꾸로 해서 폐지를 수거하는 분들께 드렸습니다.

마대자루로 거의 예닐곱 포대 되더군요.

어쩌면 이것도 편견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알지 못하는 것들이 내뱉은 오물들을 소풍에 두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제게 소풍에 대한 권리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소풍을 운영하면서 다른 이들이 요구를 해온다고 하면 토론을 통해서 결정하겠지만 소풍의 처음 시작은 이렇게 하고 싶은 욕심입니다.

거의 두 달 가까이 시사정치에 관한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소풍을 만들면서 너무 피곤하기도 했고 행여 소풍에게 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예순 가까운 삶을 살면서 제 자신이 옳다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고 또 그것을 위한 도덕적 결벽증으로 오랫동안 살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비록 옳았다 하더라도 함께 가지 못한다면 그 옳음의 빛은 퇴색될 수밖에 없었고 해서 지키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회한이 있습니다.

고 박원순 시장님의 죽음을 두고 많은 생각을 합니다.

류근 시인의 말처럼 우리 시대가 언제부터 입(주둥아리)과 성기만이 살아있는 세상인지 분노가 치밉니다.

그 분의 죽음 앞에 저주를 퍼붓는 자들의 주둥아리와 손이 독사의 소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기를 또한 저주합니다.

얼마 전 고장난 신호등 옆에 걸린 현수막이 생각납니다.

"무단 횡단은 황천길의 지름길"

이 무단 횡단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님의 서명
철학자는 세상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칼 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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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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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2 08:43:15

행복만 하고 살기가 참 어렵습니다.
행복하세요~

WR
2020-07-12 10:10:31

네 그러네요. 고맙습니다.

2
2020-07-12 08:58:50

그래도 어릴때 정주영씨 자서전은
나름 재밌게 읽긴 했습니다.
다른 CEO들의 흔한 자랑질과는
격이다른 스펙타클한 맛이 있더군요.

WR
2020-07-12 10:11:07

네 그 양반 책은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지 없더군요

1
2020-07-12 09:11:38

오랫동안 애쓰신만큼 별탈없이 잘 운영 되시길 기원 합니다.

WR
2020-07-12 10:11:22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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