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아파트 민주주의의 실태를 겪으며...
정치에 관심을 갖고 계신 DP 아재분들은 많으시죠? 물론 저도 그중에 한명입니다.
나라의 정치도 있지만 사실 우리 생활에서 가장 밀접한 정치는 아파트 정치로 사실 보도자료 조금만 읽어보더라도 아파트 운영이 부정부패와 비리가 넘쳐나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년전 40대 초반이었던 저는 제가 살고 있는 신축아파트 1기 입주자대표회의에 지원을 해서 내 눈으로 그 현실을 보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실 직장에서도 경영혁신 업무가 주된 제 임무라)
2년간의 활동을 하면서 실효성 있는 규정을 계속해서 제개정해나가고, 모든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각종 자료와 벤치마킹을 통해 적극 의견을 개진하면서 사실상 회의를 주도했다고 봅니다.
회장을 포함한 각 동대표분들은 모두 60~70대. 그 분들의 연륜에 따른 경험과 지식이 있지만 결정적 리스크는 입주민이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어떤 민원이 있는지 사실 귀담아 들으려고 하질 않았지요.
(어차피 권한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입주자대표회의 내부에서 정하고 통보하면 된다는 식)
회의 진행도 이게 토의, 토론인지 아니면 잡담 모임인지 논점과 다르게 흐르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의장(회장)의 회의 진행도 원만하지 않고. ㅎㅎㅎ
사실상 제가 중간에서 관리사무소, 입주자대표회의, 입주민간 조정 통제 활동에 많이 기여했습니다.
얼마전 2기 동대표 선거에는 출마를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입주자대표회의 분위기를 아는 입주민들이 계속 연임을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그나마 젊은 사람이 한명이 있다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이왕 하는거 회장까지 해보라는 것이죠!
2기 입주자대표는 대부분이 연임을 하는 바람에 일부 인원을 제외하고는 1기 입주자대표 구성원과 동일했고, 저는 며칠전 회장 후보에 출마를 하게 됩니다.
사실 운영상 아쉬운 부분은 있었으나 최대한 예의를 갖추면서 소통을 했기에 전 다른 대표분들과의 관계는 좋은 편이었고, 회장 지원을 하면서 전임 회장님께 조금은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분도 당연히 연임을 위해 출마를 할 계획이었고 특이사항이 없는한 단독 후보로 그 자리는 확실했지요.
제가 지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회장을 포함하여 동대표분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 후보로 나설 수 있는 권리는 있으나 우리나라는 도의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2년동안 다 같이 고생하면서 알고 지냈는데, 당신이 회장 후보에 오르는 모양새는 잘못된 판단이다.
- 회장이 특별한 결격사유가 있어서 잘못된 것도 아닌데 회장과 싸우겠다는 도전이고 뒤통수 치는거다.
- 만약 회장이 당선된다면 지금 동대표 분들이 사퇴를 하겠다는 분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앞으로의 회의 진행은 원만하지 않을것이다.
- 물론 세대교체는 필요하다. 우리들은 이제 나이가 차서 앞으로 기회가 없지만, 당신은 아직 더 기회가 많지 않느냐.. 지금 꼭 회장 후보에 지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보인다.
-우리가 당신에게 회장 후보를 철회하라는 얘기는 할 수 없지만, 신중히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저는 충분히 그들의 감정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원칙과 규정보다 관행과 각 동대표의 감정이 우선시 되어서 이런식의 협박 아닌 협박의 정도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저는 회장의 자리를 탐내는 것이 아니라 지난 1기의 운영상 아쉬운 부분이 보였고, 많은 입주민도 저에게 기대를 하는 부분이 있어서 뭔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보고자 도전을 하게 되었는데..
(저는 뻔한 공약보다는 제가 회장이 되었을 때 아파트 운영을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 제시를 했지요. 사실 동대표, 회장 공약들 보면 정말 식상한 말만..
각 동대표 분들이 내세운 공약과 아파트 현안 문제에 대해서 소모임을 통해 토의, 토론한다음 과제를 선정하고, 해당 선정 과제에 대해서 계획에 반영한다음. 한건 한건 의결 과정 중 중요한 사항은 입주민 전문가 참여, 투표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분기별 아파트 운영 실적과 계획은 입주민에게 공개하는 등이 제 주된 공약 내용입니다.)
아파트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지원한 대표분들이 갑자기 이 회장 자리 때문에 전원이 단결하여 저를 회장 후보에서 사퇴하도록 압박을 주는 상황이 답답하고 화가 나네요.
이렇 상황을 헤쳐나가면서까지 회장에 오르고 싶지도 않구요.. 그래봤자 앞으로의 분위기는 뻔하지 않겠습니까. 이 상황에 대해서 만약 입주민 모두에게 밝혀버리면 분명한 큰 난리가 한번 나겠지만, 동대표 분들은 조용히 제가 사퇴해주길 바라고 있네요.
공정성을 바탕으로 선의 경쟁을 통해 아파트 운영이 건설적으로 발전해야 하고, 그 위치에 대한 임명권은 입주민이 하는 것인데 참 우리나라 아파트 민주주의 수준은 역시나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네요.
입주민들의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아파트 정치가 건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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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드립니다,
대부분 아파트 관리실태
얼핏만 스쳐 들여다봐도
아사리판이라 발 들이는것 자체가
머리아픈데,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