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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아버지와 장인어른

 
10
  2017
Updated at 2020-08-05 00:58:11

독재 이야기 하다보니 몇년 전, 상견례가 생각나네요. 저희 아버지는 그 유명한 58년 개띠입니다. 경북 고령군에서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는데 아버지가 중학생때 할아버지가 위암으로 돌아가셔서 고등학교에 진학 못하고 5천원인가? 들고 자전거로 대구로 오셨다고 합니다. 왜 못가셨냐고 여쭤보니 큰아버지(장남)께서 “내 자식들(사촌들) 먹여살리기도 빠듯한데 니 공부까지 못시켜준다.”고 하셔서 먹고 살려고 대구로 오셨다네요. 섬유공장에서 일하셨고 거기서 지금의 어머니를 만나서 결혼하셨어요.
장인어른은 59년 생으로 고향은 경북 성주군이셨는데 아버지가 직업군인이셔서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내셨다고 합니다. 그때 국가에서 한참 산아제한정책을 하던때라 육군 현역이셨던 장인어른의 아버님은 일찍 정관수술을 받으셨다고해요. 그래서 장인어른은 1남 1녀의 환경에서 자랐다고 하셨어요.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어느정도 공부머리가 있으셨던지 장인어른은 공학계열의 대학원까지 나오셔서 현대자동차에 입사하셔서 울산으로 내려오셨고 현재는 울산의 한 전문대에서 실습 수업 위주로 강사를 하고 계세요. 방학때는 특강도 나가시더라고요.
상견례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라떼는...’이 나왔는데 군대 이야기가 나왔어요. 아버지는 군생활을 줄일려고 해병대에 자원해서 입대하셨는데 그게 79년도였어요. 그해에 1212사태가 일어났었는데 전두환이 정권을 잡고는 해병대의 대우가 박정희때보다 훨씬 떨어저버렸다고 전두환을 별로 안좋아하시더라구요. 518민주화운동(아버지는 아직 광주사태로 부르십니다 ㅠㅠ)때도 다행히(?) 투입은 안되셨고요(다만, 부마항쟁때는 부산과 마산쪽으로 가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때 장인어른은 대학생이셨어요. 공학계열이라 그런가 아버지가 직업군인이라서 그런가는 모르겠지만 학생운동에 적극적인 참여는 안하셨다고 하시더라구요.
만약 그시절 아버지가 육군이었고, 장인어른이 학생운동가였다면 상견례 자리가 어땠을까요?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나 자식들 결혼자리라 큰 문제가 안되었을수는 있었겠지만 가슴 한 켠에 묻어두었던 흉터가 아파왔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독재에서 독재로 넘어가던 시기에 누구는 군인으로, 누구는 대학생으로 살았지만 그 모든 사람이 피해자겠지요...


님의 서명
Gloria in excelsis Deo.
Et in terra pax hominibus bonae voluntatis.
8
Comments
5
2020-08-05 01:12:33

피해자이자 한편으론 한국현대사의 주인공들이셨지요 한명 한명이 만들어 온 대한민국입니다

WR
2
Updated at 2020-08-05 01:21:04

아버지를 보면 참 안타까운게, 손기술이 참 좋으셔서 그 사절에 공고라도 나오셨다면 대기업에 들어가서 조금 더 편하게 대우받으면서 일 하셨을 수 있으셨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엔 IMF때 섬유공장에서 나오셔서 현재는 목수일을 하고 계세요.
아버지 말씀으론 어차피 기술 배워서 해야되는데 알아보니 노가다중에 일당이 제일 쎈게 목수라서 그걸 선택했다고는 하시는데, 손재주가 좋으셨으니 거기서 살아남으셨겠죠. 나이를 먹을수록 아버지의 삶이 대단해 보여요.

8
2020-08-05 01:23:55

그 시절 우리의 아버지들은 그렇게 각자 주어진 환경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살아오셨죠

박근혜의 아버지 덕에 잘 살게 아닌거죠

WR
2
2020-08-05 01:28:24

맞아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독재자에 의해서 나가라 잘산게 된게 아니라 그 반대라 생각해요.

2
2020-08-05 03:27:45

 담담하게 풀어 주신 글 감사합니다. 그 당시 상황이 상상이 되면서 읽으니 재미있어요.

WR
1
2020-08-05 07:55:33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 어른들이랑 정치 이야기 하는데, 장인어른은 서울 출신이라 그런지 그래도 진보적이긴 하셔요. ㅎㅎ 울산 토박이신 장모님이랑 맨날 티격태격 하십니다 ㅋㅋ

2020-08-05 09:01:47

상상하신 그부분은 단편영화의 한 소재로 만들어도 좋을 이야기네요.

WR
2020-08-05 09:04:4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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