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비 피해는 없으신지요
서울거주자라 어제 저녁 최대 500mm 물폭탄이 예상된다는 뉴스에 바람만 통하게 창문 1cm만 열어놓고 자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만큼 비가 오지는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근길 건너는 한강대교는 오히려 어제보다 수위가 조금 내려가서 강북의 자전거길이 드러났더군요. 어제는 잠겨있어서 따릉이 당분간 못타겠구나 생각했거든요.
출근해서 업무처리 먼저 하고 커피 마시면서 인터넷 뉴스 보고 있는데 충주댐이 수문을 모두 열었다는 3일 뉴스가 있군요. 물보라 보겠다고 차들이 줄을 섰다는 글을 읽으면서 '오 직접보면 장관이겠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기사 말미에 '충주권관리단은 애초 이날 오전 10시 수문을 열 예정이었으나 댐 하류 실종자 수색 작업 일정을 고려해 정오로 2시간 연기했다.' 는 구절이 있네요. 이걸 읽으니 아차 싶었습니다.
며칠 전 다른 인터넷 카페에 글이 올라왔었거든요. 동네는 안밝히는데 댐 수문 연다고 구경오는 사람들 이해가 안된다고. 하류에서 출동하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소방관 수색작업 때문에 수문 여는 시간을 늦췄더니 왜 예정시간보다 늦게여냐고 동네 카페에 글올라온다고. 실종된 소방관의 가족과 동료는 그 수문 열리면 못찾을 수 있다고 발을 구르는데 그걸 구경가고 싶냐는 글이었습니다. 갑자기 생각나서 기사 검색해보니 수문은 2시간 늦춰서 열렸고 실종된 소방관은 아직 (4일 15시 기사 기준으로) 수색작업 중이네요. 이후에도 민간인 포함 실종자는 늘어서 충북지역에서만 8명이라고 하구요.
일상적인 사회생활에서의 친절, 양보, 배려 등은 상상력에 기반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나 내 가족이 저런 상황에서 어떤 대우를 받아야하는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경비 아저씨께는 정중하게 대할 수 있고 공공교통에서는 노약자에게 자리도 양보할 수 있는 것처럼요. 우리 아빠도 경비일을 하실 수도 있는 것이고, 내가 나이들었을 때 자리 양보해주면 고마울 것 같고 내 동생이 임신하면 지하철에서는 좀 앉을 수 있으면 좋겠다 뭐 그런 식이지요. 비슷하게 내 친구가 실종됐는데 댐 수문이 열린다고 장관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싶었습니다. 물피해로 인명사고가 있을 때 댐 방류 같은 것을 굳이 보러 가는 것은 제 인생에 안해도 되는 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비가 계속 온다는데 더이상의 인명 피해는 없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실종된 모든 분들, 빨리 돌아오셔서 가족 품에 안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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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비가 좀 온거 같아요. 빗소리에 잠시 깼다가 다시 잤습니다. 댐 수문 방출을 본 적은 없지만 옛날 낚시터 갔다가 저수지 물 빼는건 봤어요. 거기에 그물치고 고기 잡던 어른들 기억납니다. 위험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