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미국 달러발 인플레는 집값을 끌어올릴 것인가
며칠전 올라온 DP글에서 댓글에서 이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이게 논리적으로는 말이 됩니다.
미국이 달러를 마구 찍어내고 있다 > 금값이 오르고 달러 값어치는 떨어지고 있다 > 이는 인플레이고 실제로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율이 2%까지 오를 거라는 예상도 있다 > 그렇다면 대표적인 실물자산인 집값도 인플레 영향으로 오르지 않겠느냐 는 논리 흐름인 것이고,
미국이 제로 금리로 가고, 우리나라도 제로 금리니까, 시중에 돈이 풀려서 유동성이 풍부하고,
이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가서 폭등하지 않겠느냐 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먼저 후자부터 말씀드리자면,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는 만큼, 이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된다면 폭등할 여지는 있습니다.
유입된다면 말이지요.
유입이 어려운 까닭은 두 개가 있는 데,
현재 정부는 서울, 경기 거의 전 지역을 투기과열 조정지역으로 묶어 둔 상태라서 대출이 안나옵니다.
정부는 은행에 돈을 풀고, 우리는 그 돈을 은행에서 대출로 빌려서 쓰는 게 유동성 공급입니다.
대출이 안나오면 유동성 유입이 안됩니다.
현재 서울, 경기는 부동산 가격의 20%미만으로만 대출이 가능합니다. 10억짜리 집 살려면 현금으로 8억5천에서 9억 정도 집어넣으셔야하고, 대출은 일억 몇천만원 정도밖에 안나옵니다. 이게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산의 대부분을 집이나 땅같은 부동산으로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현금으로 8억~10억 이상 들고 있는 사람이 적습니다. 의사, 약사 같은 전문직도 신용대출로는 1억~3억 나오는 게 고작이라서 현금으로 채워넣어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유동성 장세라고 불리며 주식값이 치솟는 것은 무엇이냐.
대출받아서 주식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신용대출받아서 주식시장 투입된 돈이 사상최고치입니다. 정부는 주식 쪽으로는 대출을 막아놓지 않았습니다.
빚 짊어진 동학개미 행렬…증권사들 "대출 중단" - MBC, 2020. 7. 23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851918_32524.html
"어제 오후 늦게 삼성증권 홈페이지에 긴급 공지가 떴습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는 한도가 소진돼 당분간 대출을 중단한다는 내용입니다.
돈을 빌려 주식을 산 투자자가 너무 많아 벌어진 일입니다.
삼성증권이 대출 서비스를 중단한 건 1982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입니다.
삼성증권 만이 아닙니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이 이미 주식담보 대출을 중단한 바 있고, KB증권도 오늘 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증권사들은 보통 위험관리 차원에서 자기자본의 60-70%까지로 대출 한도를 정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빚을 내 투자에 뛰어드는 '동학개미'들이 많아지면서, 증권사 금고가 바닥을 드러낸 겁니다.
[증권업계 관계자]
"(코스피 지수가) 1400까지 찍고 쭉 올라오는 동력이 개미투자자들이었는데, 그걸 끌어올릴 때 개미투자자들의 순수 현금 뿐만 아니라 이런 것(대출)까지도 같이 들어와서 올린 거죠.""
너도나도 신용대출…"부동산·주식 사자" - 매일경제, 2020. 8. 4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0/08/798995/
매일경제 기사에서는 신용대출 받아서 부동산, 주식 구입한다고 적었는 데,
신용대출은 특성상 일반적인 의사나 변호사도 최대치가 3~4억이지 5억 이상 나오기 어렵습니다.
(병원장급이거나 로펌 대표급, 회사 사장급이면 신용대출 액수가 이 범위를 벗어날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서울에서 5억 미만 아파트는 구하기 어렵습니다.
1-3억은 주식 투자하기에는 충분하지만, 아파트 구입용으로는 돈이 모자랍니다.
요즘도 부동산 카페에 3~5억 정도로 갭투자 가능한 곳 없냐는 문의글들이 올라오는 이유가, 대부분의 서울 아파트 가격이 8억이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니까, 신용대출로 구입 가능한 만만한 소액 물건을 찾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물건은 드물죠. 다들 올라버려서. =_=
유동성 유입이 어려운 두번째 이유는 징벌적 과세입니다.
대출받아서 집을 사는 것은 집값이 더 오를 것이기 때문에, 은행 이자내고도 이득이라는 판단이 설 때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집을 사서 가격을 끌어올린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뒤따라서 사줄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불장이 2년 이상 지속되었고, 종부세 징수가 시작되는 시기가 이제는 십개월도 안남았습니다. 카운트 다운 들어갔습니다.
이 사이에 집 가격을 끌어올린 후, 팔고 떠야 되는 데...
내가 파는 물건을 누가 받아줄 것인가 하는 거죠. 시간이 촉박해요.
두번째 가설- 유동성 공급이 왜 부동산 시장에 들어오기 어려운가는 사정이 이렇다치고,
첫번째 가설- 인플레가 될 것이니까 부동산 가격이 오를거다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도 이 가설이 설명력이 있다고 봐서, 미국 집 가격 동향을 체크해보았습니다.
체크해봤더니,
미국 집값은 올해 내내 비교적 평탄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나은 거라고 합니다. 유럽에서는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Coronavirus Derails Home Price Growth - 신용평가사 피치, 2020. 7. 14
https://www.fitchratings.com/research/structured-finance/covered-bonds/coronavirus-derails-home-price-growth-14-07-2020
"명목 집 가격은 영국, 스페인, 호주에서 2020년 하반기에 코로나 영향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신용평가사 피치는 새 보고서에서 밝혔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집 가격이 평평하거나 약간 약세일 것이며, 독일에서는 대개 평평한 것으로 예상되었다. 우리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코로나 판데믹이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다고 예상한다.
피치는 2019년 12월에 나왔던 보고서를 수정해서, 2020년 전망 보고서를 새로 내놨는 데, 새 예상에 따르면 스페인이 가장 큰 충격을 받아서 8-12%의 집값 하락을 경험할 것이며, 호주는 5-10% 하락, 영국은 (브렉시트의 영향을 피해갈 수 있다는 전제하에) 3-7%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미국의 2020년 집값은 2019년 대비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4월까지는 2.5%였던) 작년대비 집 가격 상승률은 튼튼하지만, 락다운과 대량 실업의 여파는 시장을 강타했고 집 가격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중 저가 주택시장에서의 공급부족과 낮은 모기지 대출금리는 예전에는 방관만 하던 수요자를 끌어들일 여지가 있으므로, 집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일은 없을 거이다.
우리는 판데믹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중국에서 가장 작을 것으로 예상한다. 펜트하우스 수요는 올라가고 있고, 락다운후 빠른 시장 재개, 낮은 모기지 이자율, 규제 완화 등이 겹쳐져서 안정적으로 2020년과 2021년 집값을 떠받칠 것이다.
우리의 베이스라인 시나리오에 따르면, 2021년에는 영국과 스페인 시장에서 집값은 크게 봐서 안정화될 것이고, 호주 시장에서는 성장이 멈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중국, 그리고 독일 시장에서는 집값 상승이 멈출 것이고, 미국과 독일에서는 약간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돈을 찍어내서 뿌리고 있는 데, 왜 집값은 떨어지는가.
정부가 돈 찍어 뿌리는 것보다, 불경기의 충격이 더 클 거라고 시장이 판단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피치 라는 한 회사의 예상치일 뿐입니다. 실물 시장은 언제든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시장은 인플레이니까 집값이 오를 거야 라는 주장과 함께,
불경기이니까 집값이 떨어질 거야 라는 보는 주장도 있고,
어느 쪽 주장이 맞는 것인지는 실물 경제를 지켜 봐야 안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미국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주장하는 아래와 같은 글도 있습니다.
Home Prices May Be Dropping Soon. Here’s Why - 2020. 7. 23
https://www.curbed.com/2020/7/23/21333325/housing-market-real-estate-prices-coronavirus
어느 한쪽을 쉽게 믿지 마십시요.
현재 미국 집값은 오를 거라는 주장과, 떨어질 거라는 주장, 평행을 그릴 거라는 주장이 다 있고,
실제 집값 동향은 평행을 그리고 있는 쪽에 가깝습니다.
제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집값이 확 오를려면 뭔가 분위기 대반전이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있는 그대로는 어렵습니다.
2020년, 2021년이 아니라 코로나 여파가 사라지고 난 다음인 3~5년 뒤를 내다보고 그때는 미국 집값이 오를 거라고 보는 것이라면...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때는 인플레 영향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경제 회복기라서 오르는 것일 테고, 은행 이자율은 올라가기 시작할 타이밍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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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사람 많아지면 오를테고. 사봐야 별 도움 안되면 안 사겠지여.
지금 인플레 논하는 사람들은....좀 이상해여. 단순이 유동성 하나만 보고 있는거 같아여.
금리 인상 애기 없는데..... 할 상황도 아니고 그런데 왜 인플레를 애기할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