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2
못웃기면맞는다
자동
ID/PW 찾기 회원가입

[차한잔]  미국 음악계 지역감정의 결과

 
13
  2803
Updated at 2020-09-24 22:29:22

(사실 너무 유명한 얘기지만 아재들이 많은 디피라 혹시 이런 얘기도 먹힐까 해서 써봅니다. ㅋ)

 

90년대 미국 힙합계에 두 거물이 있었습니다. 

 

한명은 서부 힙합을 대표하는 투팍 샤커

또 한명은 동부 힙합을 대표하는 노토리어스 BIG(통칭 비기)

 

먼저 데뷔한 한살 형이며 서부를 배경으로 활동한 투팍은 뉴욕에서 비기가 등장해 명성을 날리기 시작할 때부터 그를 알아보고 아끼고 챙겨주며 잘해 줬습니다. 

 

당시 분위기는 뉴욕 브롱스에서 최초로 시작된 힙합이 서부로 건너가 동부를 넘어서는 히트 앨범들이 나오는 와중이었고 동부쪽 DJ들과 MC들은 그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부를 비난(디스)하는 곡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서부도 동부를 디스하면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죠.

 

왼쪽-노토리어스 BIG, 오른쪽 - 투팍 샤커(사실 투팍도 동부가 고향...)

 

하지만 둘은 누가 뭐라건 잘 지냈습니다. 

유튜브에 둘이 프리스타일 하는게 올라와 있습니다.

 

https://youtu.be/Vi6TnG2SpvM

 

그러다 투팍이 뉴욕에 왔다 비기를 만나러 갔는데 비기가 있는 녹음실 인근에서 강도들을 만납니다. 

순순히 돈을 주지 않고 저항하던 투팍은 5발의 총격을 받고 수술대에 올라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되죠.

비기와 뉴욕의 힙합씬의 많은 이들도 놀라 병원에 다녀왔지만 서부의 사람들은 동부의 누군가가 사주한 일이라고 떠들기 시작합니다.

 

의식이 돌아온 투팍은 누가 쐈는지 무슨일인지 알고싶어 했겠죠.

입원기간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르나 투팍은 이건 동부의 사주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제일 화를 냈던 부분은 누군가가 서부에서 온 자신들을 공격하려 할때 동부의 아무도 자신들에게 경고를 해주지 않았다는 거였고 그날 총격은 자기가 아는 동부 뮤지션들 중 누군가는 알고 있었을 거라고 확신에 차서 퇴원하게 됩니다.

경찰도 단순 강도였는지 아닌지를 밝혀내지 못했죠.

 

물론 동부는 당연히 부정하였고 서부는 동부가 사주했다며 비기와 퍼프대디를 욕합니다.

서로간에 충돌도 생기고 갱들끼리 협박도 하고 총질도 하고 그랬던게 이 사건으로 더 심화 되었고 양측의 갈등은 아주 커졌죠.

 

물론 이때 힙합계는 갱들과의 연결고리가 지금보다 심하고 길에서 약팔던 갱멤버가 인기래퍼가 되던 시기라 힙합 뮤지션의 친구가 갱단이고 그랬다고 합니다(사실 지금도 아주 드라마틱하게 변하진 않았다고 주워 들었습니다.)

 

아무튼 퇴원 후 인터뷰로 분노를 표하고 이를 갈던 투팍은 비기와 동부를 심하게 디스하는 곡을 발표하게 됩니다.

 

https://youtu.be/eBevVohuJaQ

--- 여기 나오는 래퍼 반이 이미 고인이 된 전설의 디스곡 ---

 

이걸 들은 동부는 열이 받고 디스곡을 몇번 내나 투팍의 노래가 워낙에 히트하고 더 좋은 곡이 나오지 않아 묻히게 됩니다.

비기와 퍼프대디는 크게 반응하고 분노하지는 않고 살짝 조용히 있었죠.

 

그러다 투팍이 소속사 데스로 레이블 사장 슈그나이트와 라스베가스에서 타이슨 경기를 관람하고 차를 타고 가다 또 다시 총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투팍은 이로 인해 사망하게 됩니다.

이 일은 서부의 힙합씬을 분노하게 만듭니다.

 

살짝 중략하고...

 

그리고 약 반년뒤 엄청난 비난을 받았던 비기는 이제 서로 싸우지 말자는 의미를 가지고 스케쥴을 짜서 서부를 방문하게 되나 결국 LA에서 셀럽들이 모인 파티 후에 차를 타고 출발하다 총격을 받아 사망하게 됩니다.

차가 옆으로 다가와 총을 갈겼다고 하죠.

 

이렇게 6개월 사이에 양쪽 최고의 뮤지션 두사람은 하늘나라로 가게 되고 이로인해 자성의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이쯤 비기를 발굴하고 녹음실에 데려와 약쟁이 친구들과 떨어뜨리고 친구처럼 데리고 다니며 데뷔시킨 프로듀서 퍼프대디는 비기를 추모하는 곡을 비기의 미망인과 함께 부릅니다.

 

https://youtu.be/NKMtZm2YuBE 

--- 폴리스의 원곡보다 라됴에 더 자주 나오는 듯합니다. ---

 

사람들은 아직도 의심하죠. 

진짜 갱이었고 양측의 디스전을 촉발하고 최전선에서 상업적으로 이용하던 슈그나이트야 말로 둘을 죽인게 아니냐, 혹은 비기만이라도 죽인게 아니냐, 퍼프대디가 투팍 총격을 교사한게 아니냐 등등 설은 정말 넘칩니다만 아직 확실하게 진실이 밝혀지고 판결이 난건 없다고 합니다.(슈그나이트는 다른 살인혐의로 수십년 형을 받고 복역중 입니다.)

이제 그때 전쟁을 치른 동서부 힙합씬의 당사자였던 연장자들은 그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아 하죠. 

후배들도 이제는 저런 디스전을 다시는 치르고 싶어하지 않구요.

 

LA에 길거리에는 투팍의 그래피티가 뉴욕의 길거리에는 비기의 그래피티가 여전히 종종 보인다고 합니다. 

 

 

결국 두사람은 과도한 지역감정의 희생자 였습니다.

그 싸움의 결과로 천재적인 음악을 선보이고 여전히 최고의 뮤지션으로 추앙받는 두사람을 잃어 버렸습니다.

 

그냥 끝내려니 비기 노래는 안올려서 이것도 올려봅니다.

https://youtu.be/_JZom_gVfuw

 

좋은밤 되세요.

14
Comments
3
2020-09-24 22:50:39

아부지에게 전해들었던 나훈아 남진 이야기 같네요.

WR
2
2020-09-24 23:03:38

그러고보니 비슷한 부분이 있군요. 다른건 살아있느냐 죽었느냐 차이인거 같아요. 

3
2020-09-24 22:52:45

지역감정이라기 보다 각 지역 힙합신의 감정으로 봐야겠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WR
3
2020-09-24 23:06:12

힙합씬의 감정싸움에 지역이 걸려있었죠. 장난스런 비교는 일상생활에서 있겠지만 이건 지역색으로 서로 싸우고 총질한 경우인거 같아요. 아무튼 좋은밤 되세요.

2
2020-09-24 23:20:13

와우, 오렌지G님께서 이 분야에도 조예가 있으셨네요. 일단 진실은 저 너머에 있지만 슈그 나이트는 천하의 개쌍놈인 건 맞죠.

WR
1
2020-09-24 23:38:14

투팍이 교도소에 안가고 그후 보석금을 내주고 빼준 슈그나이트의 꼬임에 넘어가 데스로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뭐 그렇게 따지면 레이블 선배인 닥터드레나 스눕독도 따지고 들어가야 하니...

2
2020-09-25 00:16:54

음악인이 아니라 그냥 조폭들이군요.

WR
2020-09-25 06:17:12

힙합은 갱문화와 연관이 깊습니다. 듣는건 즐기지만 그건 싫죠. 

1
2020-09-25 01:32:54

넷플릭스에 [원점수사]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미드가 이 사건을 소재로 했죠.

나름 평도 괜찮더군요.

WR
2020-09-25 06:17:36

원점수사 볼까말까 했는데 나중에 봐야겠어요. 

1
2020-09-25 01:40:53

고딩때 당시 미국에 한창 히트치던 인포머란 노래 듣고 충격을 받았더랬죠.

뒷골목 범죄자놈이 경찰 끄나풀한테 밀고 당해서 감빵 갔다나와서 복수하고픈 심정을 그대로 가사에 담아 불렀는데, 그게 엄청나게 히트쳐버린......

우워 미쿡은 저런 나라구나 범죄자가 자기 흑심을 가감없이 드러낸 가사로 음반도 내고 출세도 하는구나 했던.

WR
2020-09-25 06:20:56

인포머 아직도 멜로디가 바로 떠오릅니다. 스노우 노래였나 그랬죠. 힙합 가사는 워낙 좀 그런게 많긴 해요. 그때도 자주 듣지는 않았는데 가사가 ㅎㄷㄷ 했군요. 

2020-09-25 10:55:22

추천과 함께 이런 글 참 좋아요.

덕택에 잘 읽었습니다.

WR
2020-09-25 15:50:55

감사합니다~ 편안한 오후시간 되시길요~!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