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평범하게 생활이 가능한 것에 대한 감사.
안녕하신지요?
어제 티비를 보던 중, 한 코너에서 자폐증을 가진 자식을 성년이 될때까지 키우며 그 내용을 취재한 가족(아버지가 나고야 방송국쪽의 기자)의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자폐증이란걸 문자로는 접했었지만, 실제로 '이것이 자폐증의 증상이다'라는 것을 알고 본 적은 없었는데요.
태어나서 갓난아기때는 그냥 다른 아기들이랑 다를 바 없이 방긋방긋 웃고 꺄르르거리던 아이가, 5살즈음에 찍힌 영상에서는 확연히 평범하지 않은 행동과 언어 구사를 하고 있는 모습에 뭔가 모를 충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는 점점 진행되어, 해당 증상자가 성년이 된 모습, 성년이 되어서도 머리를 쥐어뜯는다던가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 대화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모습 등을 보며 아, 이것이 자폐증이란거구나... 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마 홀몸이었다면 또 받아들이는 심경이 달랐을거 같습니다만,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해당 부모가 어떤 심경으로 자식을 23년간 키워왔을지, 또 그걸 취재하면서 기록하는 심경은 어땠을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심경이 들더군요...
지금은 극히 평범(?)하게 자라고 있는 저희 아들은, 조기 출산으로 인해 미숙아의 범주에 해당하는 상태에서 태어났습니다.
아이 자체의 문제라기보단 산모의 문제(임신성 고혈압, 맥스 200까지 찍더군요.... 저라면 아마 죽었을겁니다...) 로, 중간에 입원해서 치료받고 해서 너무 작을때 꺼내는 고비는 넘겼습니다만, 1400g정도 성장했을때 다시 위기가 찾아와서 재입원하고, 그날 바로 제왕절개를 단행하게 되었지요.
이 글을 적다보니 기억속에 봉인해두었던 그날 마누라가 재입원 결정되면서 오열하던 순간이 다시 생각나 가슴이 아파오네요.
남들은 3kg 4kg 이렇게 태어난다는데, 그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태어나서 가냘프게 인큐베이터 안에 누워있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때, 그래도... 사지멀쩡하게 보이니, 부디 아무 탈 없이 이대로 계속 성장해서 건강하게만 자라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지켜보려고 생각했었던 기억도 납니다.(그때 마누라는 미숙아로 태어나서 있을 수 있는 최악의 경우의 수... 가령 질병이라던가, 지능 문제라던가... 그런 것들도 생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때 제가 잘 자라주면 돼! 이런 소리하고 있었던게 당시엔 상당히 미웠었나봅니다. 아이가 빨리 나올 수 밖에 없었던건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다행히도, 녀석은 정상적으로 자라, 밥을 잘 안먹고 과자만 좋아해서 부모속을 썩이긴 하지만(밥을 잔뜩 먹으면 과자를 못먹으니까 과자먹을 여력을 남겨두는 약은 지능을 발휘하고 있다는걸... 알고 있습니다...-_-;;;) 이젠 외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어 쓸 상대는 아빠밖에 없으면서도, 한글도 잘 읽고, 쓰기도 되고, 덧셈 뺄셈도 해내고, 그림을 보고 덧셈식같은 것도 만들어내는 걸 보면서 아주 고마운 느낌이 들곤 합니다.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치다보면, 부모 욕심에 '천재들은 몇살때 뭘 했는데'라던가, '나 어릴땐 이정도는 문제없이 했는데' 같은 생각을 하기 십상인거 같아요. (게임을 키보드로 시키니 너무 못해서 조이패드 연결해서 설정까지 해서 줬는데도, 여전히 잼병이라 이놈은 게임엔 재능이 없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하면서도, 아빠 어릴땐 얼마나 게임을 잘했는데(???)란 생각에 게임 못하는것도 왠지 속상(?)하곤 하더군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세상엔 정말 평범하게 보통으로 살기에도 어려운 리스크들이 너무나도 많지요.
제일 위에서 언급한, 자폐증처럼 애시당초 유전자 레벨로 가지고 태어나 어찌 손을 쓰기 어려운 증상부터, 사고를 당해/질병에 걸려 정상에서 한순간에 어제까지와는 다른 생활을 하게 된다던가...
그런거 생각해보면, 공부 좀 못해도, 게임 좀 못해도(?), 차분하지 못하고 집중력이 좀 떨어져보여도(유튜브 볼때는 또 엄청나게 집중하는거 보면...-_-;;;) 일반적인 범주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늘 감사하며 살아가야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을 새삼 해보게 됩니다.
아 참, 서두에 언급한 청년은, 다행히도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서(물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증상이 있었다고 하네요) 식당에서 그릇을 씻는 일을 시켰을때 엄청난 집중력을 가지고 잘 해내어서, 무사히 취직해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것에도 성공했다고 합니다. ^^
무슨 일이든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평범한 것에도 감사하며 살 수 있다면, 엄청 부자가 아니더라도 만족할만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끝으로 혹 이 글에서 언급한 내용이, 제가 인식하지 못하는 범위에서 무언가 불편함을 드린 분이 계시다면, 미리 헤아림이 짧았던 것에 대한 양해와 사과의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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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경험의 짐을 짊어지고 계셨군요 우리 아이도 조산조짐이 있어 아내가 한달을 병원응급실?에 누워 억제주사 맞으며 버텼죠 그 주사가 한달이 최대라더군요 그때 부은 얼굴은 친정식구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결국 2kg으로 태어나자 바로 소아응급실 인큐베이터로 직행했으나 다행히 호흡기 없이 혼자 숨쉬기 시작해서 2주만에 퇴원을 했습니다
그 이후 양육 단계에서의 수많은 염려항목들에 하나 둘 X 표 쳐가며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젠 공부도 하기싫다 운동도 못한다 하는 불평은 그래~ 아빠 닮아서 그래~ 해주면서 살아가고 있네요
평범하다는 것이야 말로 가장 감사할 조건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