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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드라마에서 매천야록을 따른 을미사변 - 조선왕조 오백년 대원권 편(1990) 제31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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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2-14 0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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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비 시해는 4분 46초부터

 

 

mbc 조선왕조 오백년의 마지막 편인 대원군 제31회 중 을미사변 부분입니다. 매천 황현의 매천야록을 충실히 재현했습니다. 요즘 민비를 다루는 시각과 정반대 관점인데 하도 왜곡된 민비 묘사를 20년 넘게 봐서 30년 전 드라마가 그린 을미사변 묘사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조선왕조 오백년의 대원군 편은 32부작으로 1990년 12월 23일 마무리 되었고 주1회 편성이었죠. 김희애 유일의 사극이었는데 대원군 편에서 민비를 연기했습니다. 명성황후 시해 100주년을 기점으로 심각하게 왜곡된 을미사변 묘사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띄고 있죠. 여기서 민비는 죽기 전에 "내가 조선의 국모다!"같은 비장한 대사를 치지도 않고 장렬하게 최후를 맞지도 않습니다. 장 속에 숨어 있다가 낭인들에게 발각되어 살려달라고 애걸하다가 죽음을 맞죠. 

 

민비 생존 당시 지식인이었던 황현은 그가 기록한 매천야록에서 민비를 당시의 관점으로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하였습니다. 사극에서도 민비 시해 100주년 이전까지는 표독하게 그려졌는데 1995년 시해 100주년을 기점으로 민비 재평가가 이상스럽게 이루어지면서 위인처럼 포장이 돼버렸죠. 

 

하희라가 민비를 연기한 kbs 찬란한 여명(1995)까지만 해도 민비는 악독하고 간사한 나라 말아먹은 국모 정도로나 그려졌고 틀린 묘사도 아니었는데 시해 100주년을 기점으로 왜놈들에게 시해를 당한 비운의 국모로 과도한 동정론이 형성되면서 난데없이 위인이 됐어요. 성인처럼 과대평가된 민비가 대중문화에서 인기 캐릭터로 연거푸 성공하면서 민비를 민비라고 부르지도 못하는 분위기까지 형성됐죠. 

 

1990년대 중반 이후 대중문화에서 표현한 민비의 죽음과 비교했을 때 눈물 범벅되어 왜놈들에게 살려달라고 빌다가 죽는 조선왕조 오백년 편의 민비는 상당히 굴욕적이고 모양 빠진 모습으로 변을 당합니다. 김영애가 민비를 연기한 대하드라마 풍운(1982)에서 그린 을미사변에선 그냥 끌려가고 끝이죠. 드라마가 지나친 감상주의를 덜어내고 을미사변을 묘사한다면 그냥 끌려가는 모습에서 민비의 죽음을 압축시킨 풍운의 방식이 제일 나은 것 같습니다.  

 

매천야록은 동시대 지식인이 지극히 개인의 관점으로 써내려간 역사이기 때문에 동시대 정세를 파악한 지식인의 기록으론 보존할 가치는 있지만 역사서로는 객관성도 없고 신빙성도 떨어지죠. 사료적인 검증도 부족해 역사서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을미사변을 매천야록 관점으로 묘사하는 건 드라마로써 비교해서 보는 재미와 경쟁력은 있겠지만 매천야록이 야사로 넘길만한 부분도 많기 때문에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일이고 이미연 판처럼 그리는 건 너무 나간 것이라 1982년 김영애 판 민비의 죽음이 가장 중립을 지킨 을미사변 묘사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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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4 05:24:57

매천야록에는 동학농민운동도 지극히 부정적으로 묘사됩니다. 성리학적 관점에서 기술된 당대상, 그리고 당대의 풍문, 따라서 당시 사람들은 무엇을 믿고 싶었는지를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면 재미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읽는 내내 너무 괴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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