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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크리스마스의 넊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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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2-25 01:21:35 (218.*.*.51)

생각 나는 기억 하나.

아주 예전 나의 학창시절. 

반에는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가 있었다. 공부를 참 잘했으나 아이가 어수룩하고 약해서 다른 학우들이 그 녀석에게 가하는 은근한 폭력들이 있었다. 그 아이와 멀리 떨어져 있어 잘 몰랐는데, 수학여행같은걸 가보면 그 친구는 매번 혼자 방황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또래의 짓궂은 장난들은 (이를테면 고추에 치약을 바른다던가) 언제나 그 녀석이 첫타자가 되곤 했다.

분위기라는게 있다. 그 친구에게 어떤 감정도 없었지만, 주변에서 그렇게 대하다보니 나 또한 그 아이가 꺼려졌다. 성격상 드러내고 표현하진 않지만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왠지 더럽게 느껴졌다.

어느날, 그 친구가 내게 조용히 속삭였다. 이따가 아이들 몰래 자기를 따라오라는 것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짜증이 확 났지만 어쨌든 쉬는시간이 되고 그 친구를 따라 나섰다. 후미진 학교의 뒷골목으로 날 이끌고 갔다. 가는 내내 나는 그 친구에게 왜 이러냐며 되는대로 신경질을 부렸던것 같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조용하고 더러운 학교의 사각지대에서, 그 친구가 내게 슬며시 무언가를 건넸다.

호주머니 깊이 오랫동안 품고 있어서 따뜻하고 눅눅해진 커다란 초콜렛이었다. 

그날이 무슨 날이었던것 같다. 선물을 교환하는 그런 종류의 날. 

그 아이는 왜인지 모르지만 내게 선물을 건네주고 싶어서, 아이들이 보면 또 괴롭힘을 당할까봐 그렇게 날 아무도 없는 그곳에 데려가서 그걸 전해주었다. 그냥 내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도대체 내가 왜 그걸 받아야하는지 몰랐지만, 어쨌든 난 갑자기 너무 미안해져서 눈물이 핑 돌았다. 

 

얌전하고 수더분한 느낌의 내게 그렇게 사람들이 붙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사람들은 대체로 조직에서 조금 소외되고, 외로워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편하게 느껴져서 그런건지, 아니면 비슷한 정서를 느낀건지 그런 친구들은 나도 모르는 새 가까이 훅 다가와 ,내게 정서적으로 뭔가를 갈구할때가 많았다. 

난 대체로 그들에게 좀 미묘한 감정을 느끼곤 했는데, 일단은 호의적인 태도로 그들을 반겨주었다. 그러나 그건 그렇게 해야한다는 학습의 결과였다. 사람은 포용해줘야 한다고 배웠으니까.

그런데 실제 그들과 가까이 지내다보면, 분명 그들이 왜 사람들과 척을 두게 되는지, 혹은 그렇게 어울릴수 없는지 그 이유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쩔수 없는 비주류였고, 때론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들이었다.

난 밖에 풍기는 수더분한 느낌과 달리 속은 옹졸해서, 떄론 그들의 그 이질적인 느낌을 견딜수 없어 한다. 답답하고, 부끄럽고, 싫어지고, 여러 나쁜 감정들이 교차한다.

그래서 대체로 그들과의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나는 결코 그들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 아니니까, 언제나 으례 실망을 안기고 그렇게 흐지부지 되곤 하였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반복되고 있지만 나는 그럴때마다 매번 어쩔줄을 몰라한다.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내게 매번 다가오는 그런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그들에게 선민의식을 느끼면서도 좋은사람 코스프레로 가증 떠는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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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20-12-25 01:41:52

익명님이 인정받고 싶은 집단에서는 익명님이 어떻게 평가받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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