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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KBS2 일요베스트 사진관 살인사건(1999/8/29) - 김영하 원작, 김갑수, 김서라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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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6 18:56:41

KBS 단막극 [사진관 살인사건]이 2021년 1월 13일 KBS 유튜브 채널 같이삽시다를 통해 복원되었다. [사진관 살인사건]은 1999년 8월 29일에 KBS 일요베스트로 방영된 54분 분량의 단막극이다. 김영하의 동명 단편이 원작이다. 원작은 1999년 문학동네 봄호에 발표되어 1999년 동인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김영하의 초기 단편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2001년 5월 23일자로 문학동네에서 발간된 김영하의 단편집 대표 제목으로도 쓰였다.


주인공 김형사의 1인칭으로 전개되는 원작에서 사진관 살인사건은 일요일에 일어난다. 원작이 나온 해에 각색된 드라마도 KBS2 일요 단막극 시리즈였던 일요베스트를 통해 방영되었다. 


단막극 [사진관 살인사건]은 그동안 기록으로도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작품이다. 작품의 방영 기록과 실험적인 연출 기법이 돋보인다는 매체의 호평(동아일보 1999/8/30)은 찾기 쉽지만 어째서인지 주연을 맡은 김갑수, 김서라의 이력에선 유튜브 복원이 된 지금도 무시되고 있다. 김갑수의 1999년 단막극은 동성애 설정으로 떠들석했던 [슬픈 유혹]만 있던게 아니었다. 별 의미없는 기록이긴 하지만 [사진관 살인사건]은 김서라의 결혼 전 마지막 단막극이기도 하다.


[사진관 살인사건]은 5년 뒤 변혁의 악명높은 [주홍글씨]로도 각색되어 더욱 익숙한 작품이 되었는데 영화 개봉 이후에는 영화 이전에 드라마로 발빠르게 각색된 사실이 묻혀버렸다. 2004년 10월 29일 개봉한 변혁의 [주홍글씨]는 김영하의 초기 단편인 [거울에 대한 명상]과 [사진관 살인사건]을 각색한 작품인데 두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섞이는게 아니라 끝까지 겉돌아서 대체 옴니버스 구성도 아닌데 뭐하러 동떨어진 단편 두 개를 엮었는가 싶다.


사진관 살인사건이 극중극 형식으로 그려지기엔 비중이 너무 많거나 혹은 적고 도무지 하나의 줄기로 연결되질 못한다. 그렇다고 맥거핀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아니다. KBS 단막극은 54분 분량으로 간략하다. 단편영화 속도로 축약적이며 시청률에서 자유로운 단막극의 자유로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실험정신을 발휘했다. 김영하 단편 두 개를 각색한 변혁 영화에서도 [사진관 살인사건] 부분은 KBS 단막극 분량 정도로 그려졌다. 김갑수-한석규, 김서라-성현아의 연기와 각색 방식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 이전에 각색된 드라마가 1999년에 나왔음에도 금세 묻혔는데 부실한 관련 자료에서도 대체로 평은 좋아서 예전부터 작품 자체도 궁금했고 혹평 받은 영화와의 차이점도 알고 싶었다. 요즘 유튜브 장사에 맛들린 KBS의 무작위 복원 제공으로 드디어 확인했다. 드라마는 세기말 감성이 칙칙하게 배였고 군더더기 없이 진행된다. TV 문학관 길이로 늘리지도 않았고 단편인 원작을 속도대로 밟는다.


드라마치곤 표현 수위가 높아서 요즘 방영 기준이라면 19금 표시가 붙을 수준이지만 그래도 드라마이기 때문에 살인이나 섹스 같은 자극적인 요소를 암시와 상징으로 적절하게 표현했다. 밤 10시 10분에 방영하는 텔레비전 드라마가 시도할 수 있는 최대의 표현 수위를 보여준 것 같다. 초반 살인 묘사나 누드 사진 촬영 장면은 노골적이지 않아서 더 돋보이는 연출 기교였다.


드라마에서 5년 뒤 극의 반 정도 분량에서 원작을 가져다 쓴 영화는 원작과 단막극이 나온 세기말 특유의 칙칙함을 버린 대신 축축함을 얹어 찝찝하고 불쾌한 분위기만 남겼다. 제약이 많은 텔레비전 드라마와 달리 살인이나 섹스의 범위를 미성년자관람불가용으로 확장한 영화는 극단적인 묘사 방식이 지나쳐 부담스럽고 그 결과 욕망을 깨우기보단 피로감만 불러일으킨다.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진관 살인사건]은 앞서 제작된 드라마가 훨씬 더 절제된 방식으로 압축성과 전달성을 높인다.

 

 

 

 

 

 

 

 

▲ 김갑수는 1999년에 세 편의 단막극에 출연했다. 1999년 1월 6일부터 1월 14일까지 SBS 드라마스페셜로 방영된 4부작 [파도 위의 집], 8월 29일 KBS2 일요베스트로 방영된 1부작 [사진관 살인사건], 12월 26일 KBS2 연말특집 2부작 [슬픈 유혹]. 이 중 [사진관 살인사건]이 가장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 김서라의 결혼 전 마지막 단막극 출연이다.


▲ 김영하가 1999년 문학동네 봄에 발표한 동명 단편을 각색했다. 원작은 1999년 동인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2004년 변혁의 [주홍글씨]로도 각색됐다. [주홍글씨]는 김영하의 단편 [거울에 대한 명상]과 [사진관 살인사건]을 엮어서 각색한 작품인데 두 편의 이야기가 전개 내내 겉돌아서 대체 왜 단편 두 편을 섞었는지 알 수가 없다. [사진관 살인사건] 부분은 영화보다 김갑수 주연의 단막극이 더 낫다.

 

 

욕망을 품은 여자 지경희 역의 김서라. 영화에선 성현아가 연기했다. 무뚝뚝하고 나이 많은 남자와의 권태로운 결혼생활, 아이도 없고 하루종일 사진관에서 남편을 보조하는 삶이 갑갑할 뿐이다. 어느 날 누드사진을 찍는 아마추어 사진사 정명식의 사진을 현상하면서 그녀의 욕망은 깨어난다.


지경희의 문제는 마땅한 취미생활이 없다는거다. 무료한 일상에서의 망상과 욕망이 엉뚱한 결과를 초래한다. 지경희는 영화나 소설에서와 같은 위험한 치정 살인사건의 미망인이자 유력한 용의자 역할에 젖어있다. 사진관 살인사건이 형사들이 추정한 치정 살인사건이긴 하지만 결과는 지경희의 불륜 망상과 상관없이 예기치 못한 지점에서 허무하게 풀린다.

 

 

 

1990년대 김갑수는 의문에 빠진 고뇌하는 지식인 느낌의 배역을 자주 연기했다. [사진관 살인사건]의 김형사도 이 당시 김갑수가 단골로 맡던 어둡게 가라앉은 우울한 지식인 그림자의 연장선격 배역이다. [주홍글씨]가 나왔을 때 한석규가 연기한 형사의 옷차림에서 무슨 형사가 저렇게 현장에서 깔끔하게 양복만 주구장창 입고 다니냐며 비현실적인 묘사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단막극 [사진관 살인사건]을 보면 대부분의 장면에서 김형사는 단정한 양복 차림이다. 드라마나 영화나 김형사의 평소 행색에는 양복이 어울린다고 판단했나 보다. 원작에선 김형사의 차림새는 그렇게 중요하게 그려지진 않는다.

 

 

 

지경희의 감춘 욕망을 깨우는 아마추어 사진사 정명식 역은 하재영이 맡았는데 조금 더 젊거나 매력적인 인상의 배우가 했다면 지경희가 흔들리는 계기를 보다 설득력 있게 풀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재영에겐 마도로스 분위기가 전혀 안나서 김서라 같은 외모가 비오는 야밤에 누드 사진 찍어달라며 알몸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일탈의 동기부여가 약하다.

 

 

 

 

 

 

 

 

 

 

 

 

 

 

 

 

 

 

 

 

 

사진사와 지경희의 은밀한 사진 작업. 대역을 쓴 모델의 동작이 너무 전문적이라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 장면이다. 상징적으로 처리한 묘사 방식이 인상적이다. 지경희가 인화한 사진의 남자 누드가 그대로 나오는 것도 그렇고 후반부 지경희의 누드 작업 묘사 방식까지 드라마치곤 노출 수위가 세다.

 

 

 

 

 

원작을 충실하게 각색한 가운데 살인사건과 사진사와 여주인공의 관계를 끝까지 비밀스럽게 처리하여 욕망과 의심으로 물든 치정극의 분위기를 모호하게 끌어냈다. 깔끔한 각색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vBDwGgQqs2Y&t=1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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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1-16 19:03:03
좋네요~!
2021-01-16 19:30:18

 우와 ㅎㅎ 어떻게 이렇게 배우나 작품과 제작 시기에 관련된 여러 배경 이야기들을 잘 아시나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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