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클래식] 베토벤의 대작 장엄미사 인터넷 생중계 예고
오늘 대작 중의 대작 베토벤의 장엄미사 공연을 보러 갔다. 마치 신이 인간이 아닌 신의 언어로 인간들에게 고함치는 것 같았다. 왜냐면 무슨 말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클라라 슈만의 일기 중에서
위 찬사라기엔 애매모호한 말을 남긴 클라라 슈만은 잘 알려진 남편 슈만의 아내이자 그 자신
유능한 작곡가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훨씬 유명한 콘서트 피아니스트기도 했죠. 피아니스트로서의
클라라 슈만은 당대 유행하던 탈베르크나 리스트 풍의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는 작품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흐나 베토벤 등의 보다 진지한 레퍼토리를 무대에 올리는 등 학구적인 면모의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그런 뛰어난 음악가 클라라조차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을 만큼 베토벤의 장엄미사는
당대의 문제작이었고 200여년이 흐른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느낌입니다.
즉 대작 걸작이라고는 하는데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작품이라고
경원시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80분이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꽉꽉 우겨넣으려
한 베토벤의 욕심탓이기도 하겠지만요. 어쨌든 상대적으로 낮은 인기와 연주상의 어려움 때문에
무대에 올려지는 빈도가 많지는 않은 작품인데 마침 국립합창단의 연주가 5월말에
잡혔더군요.
저도 실연으로는 한 번도 보지 못했기에 갈까 조금 고민했지만 인터넷 생중계를 해준다고
하니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아래는 예고 페이지입니다.
https://tv.naver.com/nck
5월 25일 당일에 짤막하게 안내글을 올릴까 했지만 아무래도 예습이 필요한 까다로운
작품이다 보니 몇 줄 소개글을 미리 적어 봅니다.
덧붙여 저도 어떤 종교와도 담쌓은 사람이긴 한데 서양 클래식 음악에 약간 관심이 있는 입장에서
미사곡의 텍스트를 판타지 작품의 플롯 정도로 받아 들입니다.
그러니까 crucifixus에서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는 대목의 음울함과 침잠하는 어두운 분위기를
각 미사곡마다 어떻게 표현해 냈는지 대조하는 정도로 말이지요.
일단 추천하고 싶은 음반은 가디너의 첫 스튜디오 녹음입니다.
성부간의 분리도가 명확한 시대악기 연주로 특히 솔리스트 4중창 앙상블의 조화가 기가 막힙니다.
솔직히 가디너의 실연에서도 그런 정확성과 조화는 느껴보지 못했기에 스튜디오 녹음에서나
가능한 것일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말이죠.
그 다음으로는 헤레베헤의 연주겠네요. 혹자는 시끄럽지 않은(..) 유일한 장엄미사라고 표현할
정도로 차분하고 톤다운된 분위기가 돋보입니다.
위 두 연주는 전에 장엄미사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분들을 위한 입문반이고
개인적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연주는 헬무트 릴링의 연주입니다.
특히 감상 포인트를 몇 부분 소개해 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TtGrDZJW_s&list=OLAK5uy_mlTFWlz2fhPqK9ZU152JH2CYdHRFdjgrE&index=9
이 작품에 등장하는 두 개의 대규모 푸가(복잡한 돌림노래) 중 처음으로
마치 중세의 대성당을 음으로 건축한 듯한 압도적 강고함을 느끼게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8b2yhCNrg8&list=OLAK5uy_mlTFWlz2fhPqK9ZU152JH2CYdHRFdjgrE&index=13
et incarnatus est 동정녀 마리아 수태 장면으로 그레고리안 선법을 차용하여
매우 옛스럽고 신비한 느낌을 줍니다. 짧은 부분이지만, 저명한 합창 지휘자 로버트 쇼 리허설 영상을
들어보니 이 부분만 잘하면 집에 가도 된다고 단원들에게 농담할 정도로
핵심적인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Npq6yC56ns&list=OLAK5uy_mlTFWlz2fhPqK9ZU152JH2CYdHRFdjgrE&index=19
이견의 여지없이 전체 작품의 에베레스트와도 같은 정점입니다.
et vitam venturi saeculi(다가올 내세의 삶을 고대하나이다) 푸가로 위에 소개해드린 푸가보다
한층 들뜬 압도적인 고양감이 압권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Tl1oNkPbWk&t=25s
프렐류디움 간주 부분입니다(25초부터). 브루크너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의 후기 낭만주의의
맹아를 느끼게 한다는 평이 있는 부분으로 오케스트레이션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보통 오케스트라에서 현악5부라 하면 1바이올린,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를 가리키는데
현악의 중추라 할 수 있는 바이올린 파트를 전부 쉬게 하고 비올라와 첼로를 각2파트로 쪼개서
현악5부를 재구성해 무게중심이 낮고 상당히 음울하면서도 신비한 울림을 선사합니다.
유명한 지휘자 토스카니니는 말미에 오르간이 부각되는 부분을 들으면 마치 천국의 문이 열리는
것 같다며 이 대목을 지휘할 땐 항상 눈을 감는다고 말하기도 했네요.
나름 감상포인트를 소개해 드렸는데 관심있는 분들은 가볍게 예습 한두번씩 해보시고
즐음 하시길 바랍니다~
해석: 이생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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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몇 번 들어도 귀에 잘 안들어오는 작품이었는데 올려주신 포인트별로 다시 감상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