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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클래식] 베토벤의 대작 장엄미사 인터넷 생중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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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5-16 14:31:05

 

오늘 대작 중의 대작 베토벤의 장엄미사 공연을 보러 갔다. 마치 신이 인간이 아닌 신의 언어로 인간들에게 고함치는 것 같았다. 왜냐면 무슨 말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클라라 슈만의 일기 중에서 

위 찬사라기엔 애매모호한 말을 남긴 클라라 슈만은 잘 알려진 남편 슈만의 아내이자 그 자신

유능한 작곡가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훨씬 유명한 콘서트 피아니스트기도 했죠. 피아니스트로서의

클라라 슈만은 당대 유행하던 탈베르크나 리스트 풍의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는 작품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흐나 베토벤 등의 보다 진지한 레퍼토리를 무대에 올리는 등 학구적인 면모의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그런 뛰어난 음악가 클라라조차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을 만큼 베토벤의 장엄미사는

당대의 문제작이었고 200여년이 흐른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느낌입니다.

 

즉 대작 걸작이라고는 하는데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작품이라고  

경원시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80분이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꽉꽉 우겨넣으려

한 베토벤의 욕심탓이기도 하겠지만요. 어쨌든 상대적으로 낮은 인기와 연주상의 어려움 때문에

무대에 올려지는 빈도가 많지는 않은 작품인데 마침 국립합창단의 연주가 5월말에

잡혔더군요. 

 

저도 실연으로는 한 번도 보지 못했기에 갈까 조금 고민했지만 인터넷 생중계를 해준다고

하니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아래는 예고 페이지입니다. 

https://tv.naver.com/nck

5월 25일 당일에 짤막하게 안내글을 올릴까 했지만 아무래도 예습이 필요한 까다로운

작품이다 보니 몇 줄 소개글을 미리 적어 봅니다. 

 

덧붙여 저도 어떤 종교와도 담쌓은 사람이긴 한데 서양 클래식 음악에 약간 관심이 있는 입장에서

미사곡의 텍스트를 판타지 작품의 플롯 정도로 받아 들입니다. 

 그러니까 crucifixus에서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는 대목의 음울함과 침잠하는 어두운 분위기를

각 미사곡마다 어떻게 표현해 냈는지 대조하는 정도로 말이지요. 

 

일단 추천하고 싶은 음반은 가디너의 첫 스튜디오 녹음입니다.

성부간의 분리도가 명확한 시대악기 연주로 특히 솔리스트 4중창 앙상블의 조화가 기가 막힙니다.

솔직히 가디너의 실연에서도 그런 정확성과 조화는 느껴보지 못했기에 스튜디오 녹음에서나

가능한 것일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말이죠.

 

그 다음으로는 헤레베헤의 연주겠네요. 혹자는 시끄럽지 않은(..) 유일한 장엄미사라고 표현할

정도로 차분하고 톤다운된 분위기가 돋보입니다.

 

위 두 연주는 전에 장엄미사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분들을 위한 입문반이고

개인적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연주는 헬무트 릴링의 연주입니다. 

특히 감상 포인트를 몇 부분 소개해 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TtGrDZJW_s&list=OLAK5uy_mlTFWlz2fhPqK9ZU152JH2CYdHRFdjgrE&index=9

이 작품에 등장하는 두 개의 대규모 푸가(복잡한 돌림노래) 중 처음으로

마치 중세의 대성당을 음으로 건축한 듯한 압도적 강고함을 느끼게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8b2yhCNrg8&list=OLAK5uy_mlTFWlz2fhPqK9ZU152JH2CYdHRFdjgrE&index=13

et incarnatus est 동정녀 마리아 수태 장면으로 그레고리안 선법을 차용하여 

매우 옛스럽고 신비한 느낌을 줍니다. 짧은 부분이지만, 저명한 합창 지휘자 로버트 쇼 리허설 영상을

들어보니 이 부분만 잘하면 집에 가도 된다고 단원들에게 농담할 정도로 

핵심적인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Npq6yC56ns&list=OLAK5uy_mlTFWlz2fhPqK9ZU152JH2CYdHRFdjgrE&index=19

이견의 여지없이 전체 작품의 에베레스트와도 같은 정점입니다. 

et vitam venturi saeculi(다가올 내세의 삶을 고대하나이다) 푸가로 위에 소개해드린 푸가보다 

한층 들뜬 압도적인 고양감이 압권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Tl1oNkPbWk&t=25s

프렐류디움 간주 부분입니다(25초부터). 브루크너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의 후기 낭만주의의

맹아를 느끼게 한다는 평이 있는 부분으로 오케스트레이션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보통 오케스트라에서 현악5부라 하면 1바이올린,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를 가리키는데

현악의 중추라 할 수 있는 바이올린 파트를 전부 쉬게 하고 비올라와 첼로를 각2파트로 쪼개서

현악5부를 재구성해 무게중심이 낮고 상당히 음울하면서도 신비한 울림을 선사합니다.

 

유명한 지휘자 토스카니니는 말미에 오르간이 부각되는 부분을 들으면 마치 천국의 문이 열리는

것 같다며  이 대목을 지휘할 땐 항상 눈을 감는다고 말하기도 했네요.

 

나름 감상포인트를 소개해 드렸는데 관심있는 분들은 가볍게 예습 한두번씩 해보시고 

즐음 하시길 바랍니다~ 

님의 서명
et vitam venturi saeculi

해석: 이생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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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5-16 12:17:26

좋습니다. 몇 번 들어도 귀에 잘 안들어오는 작품이었는데 올려주신 포인트별로 다시 감상 해보겠습니다.

WR
2021-05-16 12:38:11

리허설 영상 같은 거 보고 들으면서 파트별로 부분부분 볼륨 낮춰 연습하는 장면 

보면 아니 장엄미사에 이런 아름다운 부분이 있었어? 새삼 놀란 적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부분부분들을 복잡하게 레이어를 겹쳐놓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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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7 23:26:44

20년 넘게 갖고 있던 음반이 명반인지도 몰랐네요. 확실히 포인트별로 감상해 보니 귀에 잘 들어오네요 ^^ 그 중 Sanctus Adagio (Mit Andacht)와 Praeludium 간주곡이 듣기 매우 좋더군요. 앞으로도 종종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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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5-16 14:36:24

오~ 베토벤 장엄미사에 관한 글을 DP에서 보니 반갑습니다.
저도 클래식 감상자로서 장엄미사를 종종 들어봤지만 제대로 접한 것은 모 합창단의 단원이 된 다음이었습니다. 작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으로 베토벤 장엄미사를 테너파트로 직접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코로나로 인해 대관한 예술의 전당 공연이 취소되었습니다.
사실 베토벤의 여러 곡들, 아니 클래식 곡들 중에서 연주와 감상 난이도가 높은 편이지만 이 작품은 역시 알면 알수록 그 진가가 드러납니다. 저도 수십년간 장엄미사를 연주하시고 로버트 쇼에게도 사사한 음악감독님의 지도로 실제 악보를 보고 이 작품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면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악상의 풍부함과 변화무쌍한 전개 속에서도 각 성부 간에 조화가 뛰어나 80분간의 연주시간 내내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없었네요. 정말 단 하나의 음표도 버릴 것이 없으며 제대로 연주할 경우 그 감동의 크기가 어마어마합니다! 살아생전에 이 곡을 직접 연습하고 연주해볼 기회가 생겨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침 국립합창단의 공연 소식을 알려주셨는데 앞으로 코로나가 잦아들면 저희도 다시 무대 위에서 연주할 날이 오겠지요.
아직 이 곡의 결정반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님께서 추천하신 가디너, 헤레베헤의 연주를 포함한 명연주들 중에 아르농쿠르의 연주도 솔로와 합창, 오케스트라 간의 밸런스가 좋아 제가 요즘 가장 즐겨듣고 있는 음반입니다.
난해한 곡의 감상 포인트들 알려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참고로, 저희 단체의 예전 연주도 링크 걸어봅니다.
https://youtu.be/bRsYn5gI3w4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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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6 14:41:27

아이고 전문 연주자셨군요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았습니다 

직접 연주경험에서 우러나신 소중한 댓글 너무나 잘 읽었습니다

유튜브의 장엄미사 영상은 거의 대부분 보았기에 이미 올려주신 영상도 접했었지요

정말 국내 연주자들의 기량도 상당하다고 느꼈습니다.

1
2021-05-16 16:21:04

토스카니니 라면 연습을 지독하게 시켜놨을테니 눈감고 가만히 있어도 단원들이 알아서 연주 잘 하지않았을까요?

저도 교회찬양대에서 구노의 장엄미사 정도의 곡은 연주한 적이 있어서 대작들 들을때 그때의 연주들 생각하며 듣곤 하는데 베토벤의 장엄미사는 아직 들어볼 엄두도 못내었던거 같아요
헤레베헤의 지휘는 (제가 좋아하는) 부르크너와는 잘 안어울리는거 같으면서도 신선하고 젊은 느낌을 받았던 것 같은데 아마 이 곡도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추천하신 연주들 들어보겠습니다

WR
2021-05-16 16:26:44

크하하 토스카니니옹은 나름 진지하게 내뱉은 말일 텐데 그게 또 그렇게 해석될 수 있군요 

오 노래 잘하시나 보군요 부럽습니다. 전 노래방 회식 극혐하는 음치라 

노래 잘하시는 분들이 진심 부럽더라구요 

2021-05-16 16:33:43

물론 제가 솔리스트로 참여했다는게 아나고 합창에 묻어간거긴 하죠

제가 클래식에 입문하던 시기에 이미 레전드of레전드 셨죠 토스카니니 vs 푸르트뱅글러
너무나 혹독하게 연습 시키면서도 한 성깔? 하셨는지 화장실에서 지휘자 험담하는 단원 둘을 바로 해고시켜버렸다는 뒷이야기도 있지만 '거장'에게 그 정도의 고집도 없을수 없겠죠?

WR
2021-05-16 16:42:58

제가 푸뱅옹 평전도 읽었는데 베토벤을 숭배했다는 푸뱅이지만

장엄미사만은 의도한 만큼 연주결과물이 안나온다는 이유로 무수히 녹음한 9번과 달리

녹음을 결국 꺼려했다는 카더라가 지배적이더군요 

 

최근엔 연주단체들의 기량이 전세계적으로 상향평준화되었으니 

과연 푸뱅의 눈엔 어느 단체가 입맛에 맞을지 살짝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1
Updated at 2021-05-16 17:52:38

지휘자가 없어도 단원들이 똑같이 연주했다고 할 정도로 연습시킨 토스카니니와는 달리 푸르트뱅글러는 애드립파? 라고 하던데(진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ㅋ) 그런 의미에서 연주자들을 더 가렸을러지도 모르겠네요 토스카니니야 누가 걸리더라도 훈련을 시켰을테니~

Updated at 2021-05-16 16:33:39

베토벤 장엄미사 정말 좋아하는 곡입니다..

특히 Credo의 후반부 Et vitam venturi saeculi 부분을 참 좋아한답니다..

Toscanini,Karajan,Klemperer, Jochum, Bohm, Bernstein, Gardiner, Herreweghe 등

십여개의 연주를 아이폰에 넣어놓고 듣고 있지요..

얼마전에 놀랐던게 유튜브에 Karajan의 80년대 연주실황이 동영상으로 올라와있더군요..

컨텐츠를 즐기기에 참좋은 세상입니다..

 

P.S. 

5/25 같은날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서울시합창단의 브람스 독일레퀴엠 공연이 예정되어있는데

기대되는 공연이 많아서 참 좋네요...

 

WR
2021-05-16 16:34:02

https://www.youtube.com/watch?v=badtDv6h4Q8

정말 말로 표현 못하게 좋죠. 특히 잔잔한 전반부를 반전시켜 두배의 속도로 되돌아왔을땐

이게 클래식! 이게 독일음악! 이게 관현악! 하는 짜릿한 느낌에 손에 땀까지; ㅎㅎ

언급하신 연주들 하나같이 명연주들인데 최근엔 요훔 연주도 저장해놓고 많이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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