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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임산부 찬스는 어머니들에게 하이패스급 치트키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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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6 10:22:32


요 며칠 와이프는 입덧은 없지만 꼭 먹고 싶어 안달이난 음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시큼한 귤과 달달한 호떡이었죠.

그러나 집 근처에는 불행히도 호떡 장수 분들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ㅜㅜ

아내의 호떡 갈망은 더더욱 심해져 예물과 예복 대여를 한 어제 절정에 달했습니다.

하루 반나절을 서울 외출을 하고 지친 아내는 귤과 호떡을 먹고 싶어했고 저는 집근처 마트에 들러 먼저 귤을 사려고 했습니다만...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ㅜㅜㅜㅜ

마트의 귤은 5키로에 9900원.
얼마전 할인행사때 6900원에 산 생각이나서 전단지를 봅니다.

전단지: 27일부터 다시 6900원이다. 이틀 기다려라.

나: 자기야. 집에 귤 조금 있으니까 이틀만 참자.

와이프는 3천원에 임산부를 배려하지 않은 제게 큰 섭섭함을 느끼고 기분이 상하기 시작합니다.
둔한 저도 큰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ㅜㅜ

그런 제게 하늘은 마지막 찬스를 주었습니다.
집 근처에 와보니 마침 아파트 장이 열린 것이었습니다.
아파트 장터를 지나가며 보니 호떡 푸드트럭이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신이난 아내와 썩은동앗줄이라도 잡고픈 저는 후다닥 걸음을 재촉해 호떡장수 할머니에게 말을 겁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고개를 젓습니다.
시간은 이미 저녁 8시30분.
할머니는 막 마무리를 하던 참이었습니다.
단 두세개 구매할 걸로는 다시 기름을 두르고 철판을 달구고 준비를 하기 너무나 번거로운 것이었겠죠.
아무리 호떡이 먹고 싶어도 야심한 밤에 호떡을 많이 사고 싶지 않던 와이프는 그냥 가자며 발걸음을 돌립니다.
그렇게 아내의 가슴에 섭섭함만 남기고 집에가서 혼이나는 일만 남게될 위기 상황에서 하늘은 저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습니다.

귀여운 강아지를 끌어안은 아가씨들이 다가와 호떡을 많이 만들어달라고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신이난 할머니는 재빨리 기름을 두르고 철판에 불을 붙이며 호떡을 굽기 시작합니다.
저희도 재빨리 4개 추가 주문을 넣습니다.

호떡을 구으시며 할머니는 소량으로는 다시 정리하기 어려웠다며 양해의 말을 구하십니다.
저도 감사하다고 하며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할머니의 눈빛이 변했습니다.

"안그래도 안사람이 임신하고 호떡을 찾았는데 다행이네요 ㅎㅎ"

고개를 숙이고 호떡을 굽던 할머니가 고개를 퍼뜩 들며 호통을 치시는게 아니겠습니까?!

"얘끼 이사람아 그럼 그걸 먼저 얘기해야지!! 그럼 한개라도 구워줄텐데!! 그런 중요한걸 이제 얘기하면 어떡하나??"

그러면서 할머니는 임신 중엔 여왕이 되야한다면서 자신이 임신 중에 아쉬웠던 일을 토로하십니다.
옆의 아가씨들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임신 중에는 뭐든지 요구해라.
임신 중에는 부인이 최고다.
출산하면 아기가 왕이되니 그전까지 누려라.

할머니의 말을 인상깊게 귀담아들은 아내는 연신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호떡을 구한 덕분에 아내는 기분을 풀고 저는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ㅎ

앞으론 임신한 아내가!!를 적극 써먹어야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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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9
2021-11-26 10:25:41

호떡 할머니 아니었으면 향후 50년은 귤얘기 들으실뻔 했습니다

2021-11-26 18:13:08

호떡으로 어느정도 감경되었음을 감안하더라도 향후 46년은 귤 얘기 들으실 듯 합니다.

12
2021-11-26 10:26:54

임신중에 제대로 안하면 나중에 두고 두고 구박 받습니다.

앞날을 생각해서 잘 하세요~ 

6
2021-11-26 10:27:14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54100378

마치 순대 사건이 떠오르는군요.

울프맨님 앞으로 9개월간 화이팅

WR
3
2021-11-26 10:31:00

저도 말하면서 그게 생각났습니다 ㅎㅎ

4
2021-11-26 10:30:43

작년 가을 저희 아내는 임신했을때...

갑자기 덜익은 감먹고 싶다고 때를 써서... 

대전에서 고향 당진으로 달려가 안익은 단감을 따서 바친 경험이 생각 나는 군요...

5
2021-11-26 10:37:56

귤 사건은 앞으로 꽤 오랜 기간(운이 안좋으면 손자들에게도 전파될....) 아내 입에 회자되겠네요.

이 기간 서운했던건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더군요. 안타깝습........... 

7
2021-11-26 10:41:41

호떡으로 위기를 넘긴게 아닙니다.

최소 20년짜리(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씹힐(?) 꺼리를 만드신 겁니다.

여자들 예민해서 비교 많이 하는데 3,000원하고 임신한 아내를 저울질한 것으로 받아드릴 수 있죠.

첫애 가지고 한겨울(1월)에 복숭아 먹고 싶다는 마눌님 때문에 이틀동안 마트 7군데 뒤져서 복숭아 사간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한번 잘못한 일 생기면 두고두고 섭섭해 합니다.

11
2021-11-26 10:45:20

넘어간 것이 넘어간 게 아닙니다.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4
2021-11-26 10:45:52

아이고 ㅎㅎ 만삭인 저희 아내가 글을 읽고는 발끈! 하네요. ㅎㅎ
그 기간에 금액은 중요하지 않아요~

4
2021-11-26 10:48:03

이런 정보가 없던 시절...

임신해서 먹고 싶다 하면 유난 떨지 마라고 구박했던일
분만실가서 입으로 애 낳는것 아니다 남편 얼굴봐서 힘 잘 줘라 했던
용감한 시절이 떠오릅니다

물론 큰애가 26, 막내가 21 된 지금까지 씹힙니다만... 당당하게 버팁니다

2
2021-11-26 10:51:38

99를 잘해도 1을 못하면 전부 못한게 되는 임신, 출산, 육아 시절의 남편.

6
2021-11-26 10:51:44

 3000원에 평생 까임권 획득하셨습니다.

6
Updated at 2021-11-26 10:54:40

돈생각 하지말고 좋은걸로사세요.
임산부한테 기다리라뇨? 진짜 큰일납니다.
과일가게든 호떡이든 임산부가 먹을거니 이쁜거 달라고 하세요.

3
Updated at 2021-11-26 10:54:04

임신한 아내에게 먹는거 만큼은 절대 돈 아끼지 마세요. 절대로요.

3
2021-11-26 10:55:38

행복하신 순간이네요 

지금이야말로 아내만을 위하고 아내만이 사랑스럽고 아내만이 전부인 그런 순간입니다. 

달이라도 따와야죠^^

2
2021-11-26 10:55:56

몸도 힘들고, 호르몬 변화때문에 감정기복도 심해진다고 하더군요. 

하늘이 도우셨네요 ㅎㅎㅎㅎ

5
2021-11-26 10:56:00

3000원이 삼십년갈껄 호떡으로 십년 봅니다.


4
2021-11-26 10:57:36

귤 얘기까지 듣고 아찔했습니다. 위 고메님 말씀에 저 또한 당부드리고 싶네요.. 

와이프 임신했을 때 허니버터칩이 한창 핫했을 때인데, 그거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동네 편의점 사장님한테 십만원어치 살테니깐 허니버터칩 한봉만 달라고 요청드렸더니 임산부먹을거면 그냥 주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정말 고마웠습니다. 


1
2021-11-26 11:04:47

넘어간 것이 넘어간 게 아닙니다.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2)

1
2021-11-26 11:05:47

어느새 호칭이 와이프가 되었군요... ㅎㅎ

1
2021-11-26 11:09:42

 아직 멀었슈 .. 조금있으면 딸기,냉면등 겨울철에 구하기 힘든 음식을 요구하실 것임 

3
2021-11-26 11:11:54

 여보야!!!!!

이제 집에 있는 피규어랑 av 다 정리해서 우리 애기 맛난거 먹이자

1
2021-11-26 11:12:48

할머니 마지막 호통이 딱 제마음이네요

이마에 "아내가 임신중!" 을 붙이고 다니셨어야.. 근데 호칭이 언제 와이프가 되신..

1
2021-11-26 11:24:50

 임신했을때 군고구마 안사다줘서 아직도 한번씩 그 이야기 합니다..

그때 임신했던 큰넘이 26살인데... ㅠ.ㅠ

1
2021-11-26 11:35:26

대한민국을 다 뒤져서라도 사와야 되는 시기 입니다.

먹고 싶다하면 그 즉시 자동차 키 챙겨서 밤을 세우더라도 구해와야 합니다.

 그래도 파는 곳이 없다라면,, 재료 사와 인터넷보면서 집에서 만들어야 할 시기입니다.

그게 수컷의 숙명입니다.

안그럼 한 20년 까입니다.

 

2021-11-26 11:39:34

부인께서 섭섭해 하실 만합니다.
호떡을 그렇게 좋아하시는데
요런거 집에 한 10개는 상비해두셔야죠.

새벽이라도 드시고 싶다면 사사삭 바로 대령해야죠.

2021-11-26 11:41:02

3만원이 더 비싸도 샀어야 했는데 안타깝네요.
3천원때문에 평생 그 일로 한 소리 듣게 생겼네요.
지금 당장 귤 사러 가시고 앞으로는 아무리 구하기 힘든거라도 어떻게 해서든 구해다 주세요.
임부때는 그 서운함이 평생 간다고 하네요.

1
2021-11-26 11:59:11

아이고 할머님이 은인이시시군요.
아이고 귤 3천원 차인데 왜그러셨어요 ㅠ
저는 아직 미혼이지만 50년동안 귤 얘기 댓글보고 빵터졌습니다.. 아 웃을일이 아닌가...ㅠㅠ

2021-11-26 12:19:28

할머니 말씀이 맞죠..

임신기간 10개월 여왕대접 받고..

그 이후로 육아지옥에 빠지니까요..ㅋ 

앞으로 좀 더 난이도가 있는 음식을 찾으실 겁니다..

마음 단단히 먹으시길..ㅋㅋ 

2021-11-26 13:56:26

 20년전 한겨울 임신한 와이프가 포도 먹고 싶단 말에 

밤새도록 돌아다녀 포도봉봉을 사간뒤 아직도 욕얻어 먹는 회사 후임이 생각 나는군요.

2021-11-26 13:59:18

임신했을때 미션 완수 못하면 평생 갑니다.

그해서 제가 아직 괴롭힘을 당하고 있....

2021-11-26 16:57:15

 첫째 임신했을때 마눌님이 참외가 먹고 싶다더군요.

본가가 참외농사를 지었던 터이고 3일후 내려갈 예정이었죠.

그래서 3일만 기다려라. 가서 한박스 가져오자 라고 했는데.......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이걸 안주삼네요. 몇개만 사다주지 기다리라 그랬다고.... 

2021-11-26 19:58:47

전 애 둘 아빠인데 아내가 임신 중에 특별히 뭐 먹고싶다고
사달라고 했던 기억이 하나도 안나네요.
입덧도 한적이 없는 아내라 먹거리 특히 신경 쓴것도
없는거 같고 흔히 회자되는 먹거리 사서나르기도
기억 나는거 하나도 없는거 보니 운이 좋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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