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의사 인력의 문제점과 해결책(?)
매번 똑같은 얘기가 나오니까 정리해 보겠습니다.
문제점
1. 인구 숫자 대비 적은 의사수
2. 지역별 불균형
3. 과별 불균형
4. 전문의의 전문과목 종사 불균형
간단히 말하면, 서울은 필요한 의사 넘치게 있고요. 광역시는 그럭저럭 있고, 나머지는 우울합니다.
해결방안
1. 숫자를 늘리자.
숫자 자체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퇴직자보다 신규유입이 계속 많거든요. 이 추세는 상당히 오래동안 이어집니다. YS가 대선공약으로 의대 정원을 확 늘렸는데(90년대 초중반이죠?), 독립 후 부터 그 시점까지 의사면허 따신 분들이 다 은퇴하셔야 그 다음부터 의사 숫자가 비슷비슷하게 유지가 됩니다.
그래도 부족하니까 늘리자.
지금 늘리면 의대 6년 + 인턴 1년 + 레지던트 4년 + 군대 3년 = 남자 14년, 여자 11년이고, 여기에 펠로우 2년을 추가하면 남자 16년, 여자 13년이 지난 후에 쓸만한 인력이 추가로 나옵니다. 올해가 2022년이니까 올해 개교해서 뽑았다고 해도 13년 지나면 2035년이네요. 그런데, 우리나라 인구 추계가 어떻게 되죠? 2035년 즈음부터 확연히 감소세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뒤로 급격히 감소하죠. 사회지원인력 숫자를 추가로 늘리기에는 시점이 좀 애매한 상태입니다.
복지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것도 10년동안 5000명 정도 늘리는 거에요. 현역 의사 10만명인데 거기서 5천명 늘리자는 계획입니다. 막 지금보다 2배씩 늘리고 그러는거 아니에요. 장기적으로 보면 그럴 필요가 없거든요.
물론 고령화가 진행되고 의료가 필요한 사람의 비율이 크게 늘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점점 도시로 집중해서 모여살게 될 것이고, 그럼 의사도 병원도 도시별로 모여있을 가능성이 높아서, 지금보다 접근성 면에서는 더 나아질 가능성이 높고, 의료 기술의 발전과 건강검진의 활성화로 인해 점점 외래에서 약 복용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사람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서 의료에 대한 수요 압력도 감소할 겁니다. 특히 암이 요새 나오는 CAR-T 같은 치료법이 보편화되어서 상당부분 해결되면, 의사에 대한 수요는 엄청나게 감소할 수 있습니다.
2. 그래도 숫자를 늘리면 어쨌든 좋아지는 거 아니냐?
맞습니다. 늘려서 필요한 분야로 가면 도움이 되겠죠.
복지부에서 원하는대로 기피과와 기피지역에 가고, 의과학자 하고, 역학조사관 하면 좋겠죠.
그런데 어떻게?
지금까지 계속 안되었는데요?
분포 문제 해결책이 먼저 나와야 합니다.
워라밸 중시 때문에 계속 더 떨어지는 바이탈과에 대한 지원기피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매년 미용/성형으로 빠져나가는 인력 누수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전문의 따고 다른 일 하는 사람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것인가.
개원/준종합/종합병원 근무 의사의 비율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위의 문제로 인해 지금은 있는 인력도 제대로 못써먹고 있습니다.
의사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위의 문제들은 전혀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그냥 계속 찍어내면, 바이탈 과로는 더 안 갑니다.
지금도 바이탈 과는 수익이 적어서 월급도 상대적으로 적은데, 바이탈과로 강제로 밀어넣으면 전체 수입은 그대로인데 사람은 늘어나니까, 개인 소득은 더 줄겠죠. 그럼 누가 해요?
3. 그럼 대안이 뭔데 ?
돈을 써야 합니다.
공공의료를 늘려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체 병상의 90%가 민간에 의해서 운영되는 매우 기형적인 구조입니다.
맨날 미국 의료제도 욕하는데, 미국 공공병상 비율은 우리보다 높습니다.
(우리가 공공의료에 제일 돈 안써요. )
우리는 공공에서 돈은 안 들이고, 민간으로 나가는 수가 통제를 통해 의료비를 조절하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이 구조로 인한 대표적인 부작용이, 병원에서 의사를 고용하는 것은 수익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돈을 못 버는 과는 일할 자리도 없어요.
요새 내과계 수가 계속 깎아서 외과계에 얹어주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무슨 일이 생기느냐?
내과에서 정년퇴직을 하면 TO를 없애버립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이 상황에서 의사 숫자가 늘어난다고 병원에 없던 자리가 생겨날까요?
국가에서 운영하는 병상의 숫자를 늘려야 합니다.
그래야 코비드19 같은 판데믹 상황에서도 빠른 대처가 가능하고, 지역별 불균형 개선도 가능하고, 바이탈과 의사 없어서 다른 시도로 넘어가고 하는 일을 막을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방법으로는 병원을 국가나 지자체에서 지어서 운영하는 방법도 있고, 아니면 민간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도 있죠. 그런데, 보조금 지급은 사실상 실패했습니다. 이건 시장의 실패이기 때문에, 공공에서 직접 나서서 병원 지어서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돈이죠.
이상적으로 병원 운영하면 무조건 적자납니다.
500병상 정도 병원 비 수도권에서 제대로 돌리면, 매년 수십억 적자 감수하고 운영해야 합니다.
돈 들이기 싫어서, 병원 짓고 운영하는 건 정부 민간으로 돌린 후에, 건보수가로 의료비만 통제하는 구조로 만든건데, 이러면 천년만년 지나도 지금 나오는 문제들 해결 안 됩니다.
4. 돈 없어.
여기서 본격적으로 돈 얘기가 나오는데, 우리나라 내년 건강보험료율이 소득의 7.09% 입니다. 높다고요? 매년 부족해서 전체 건강보험지출의 10~15% 정도를 국고에서 지원받고 있습니다. 사실상 적자에요. 의사들이 허위청구해서? 건보공단에서 흥청망청 써서? 아닙니다.
외국은 건보료율이 전체 소득대비 독일 15%, 프랑스 13%, 일본 10% 정도 됩니다. 이것도 몇 년 전 수치라서 지금은 더 오른 곳들 있을 거에요. 제가 문재인케어 처음할 때, 돈 더 안들이고 하는 거 불가능하다고 여기에 글을 적기도 했었는데,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우리가 돈을 다른 나라 절반 밖에 안 내요.
돈을 안 들이고 있으니까 다 꼬이는 겁니다.
건보료를 훨씬 더 많이 내던지, 아니면 일반 나라 재정에서 보건의료에 쓰는 돈을 늘리던지 해야지, 안 그러면 뭘 해도 답이 없습니다.
지금 대학병원 간호사가 대 품귀거든요.
신규간호사는 계속 들어오는데, 중간층이 힘들어서 다 나가요. 그래서 신규하고 위쪽만 있어요.
최근에 간호 관련해서 사고 터지기 시작하는데, 이런 문제가 있어서 그런겁니다.
구조적으로 앞으로 계속 사고 날 겁니다.
면허 숫자만 늘려놓고 그 뒤를 손 놓으면 이런 식으로 되는 겁니다.
의사들이 미용/성형으로 쏠리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의사들이 백날 수가 타령하는 것도, 없는 돈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면서 꼬여있으니까 답이 없어서 그러는 겁니다.
정리하면,
1. 의사 숫자 인구대비로 OECD 평균보다 낮은 건 맞음
2. 그런데, 지금부터 입학시켜서 뽑으면 나중에도 부족할지는 의문.
3. 문제는 있는 사람도 제대로 못 쓰는 상황임
4. 근본적인 문제는 돈. 세금과 건보료를 더 냅시다.
뭐 이렇습니다.
마지막으로, 의사를 예전에 IT 학원에서 붕어빵처럼 찍어내는 식으로 늘리는 계획은 아무도 생각하고 있지 않고요. 그래서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갑자기 비수도권으로 의사들이 우르르 내려가게 될 가능성은 0입니다. 의대 교육 질 관리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정원 쉽게 못 늘립니다. 막 찍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공공의대 만들어도 정원 50명 넘기기 힘들겁니다.
| 글쓰기 |





한의산데요, 한의대 많이 만드니까 개원할곳 없어지고 결국 알아서 지방 산골까지 내려가더군요.
의사라고 다를거 있나요? 찍어내면 알아서 갑니다. 거기만 특별한거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