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악의 평범성의 기원에 다가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생각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디피 고인물들은 아실 겁니다. 디피를 끊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게 가능했었습니다. 비록 지금 돌아와 글을 쓰고 있지만요.
이해하기 어려워 졸기도 했다가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 몇 번을 거듭 읽기도 했습니다. 다 읽고 났더니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한나 아렌트 세번의 탈출이라는 (만화)책을 읽었던 것이 많이 도움 됐습니다.
수잔 손탁, 르 귄과 함께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여겼었던 한나 아렌트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었고 읽은 책도 없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알게 됐습니다. 만화 책 말고는 On Revolution을 읽었는데 아마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린제이 스톤브릿지의 책이 나와서 읽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스스로 아렌트의 행보를 따라 현지를 방문하면서 아렌트의 심상을 상상하며 그가 남긴 구절들을 해석하는 특이한 평전입니다.
아렌트의 말들을 알기 쉽게 해석한 스톤브릿지 생각의 결이 아렌트/스톤브릿지/그랬군요로 이어졌습니다.
책을 읽은 다음에 검색을 했더니 이런 기사가 나와서 당황했습니다. 그렇다는 이야기고, 말 할 가치가 없으니 링크만 하고 넘어갑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에 속았다
출처: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8883.html
다음 영화관련 글은 스톤브릿지 책과 골자가 같았고 저는 이 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한나 아렌트> : 학자의 양심, 언론의 선택
https://m.blog.naver.com/kpfjra_/221565869195
https://youtu.be/KDO5u2YSbm0?si=KbZHPZ_jKPcwWG1f
방금 영화를 마치고 올라와서 타자를 치고 있습니다. 영화와 스톤브릿지의 책은 중요골자가 거의 일치합니다. 책을 읽은 감흥을 편안하게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수 년 전에 이 영화를 보고 영어자막을 따라갈 수가 없었고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기억이 이제 납니다. 네, 두 번째 감상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보는 지금에서야 장면전환들을 인지하면서 느긋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보스턴 강의 부분까지 책에서 다루는 중요한 아렌트의 말들이 영화 전편에 골고루 나옵니다. 강의의 마지막 대사를 인용하고 싶지만, 참습니다^^
스톤브릿지의 책을 읽고 나서 보는 영화가 이리 명작으로 다가올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몇 년 전에 나온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라는 책이 나왔었는데 그 책이나 이 책이나 모두 트럼프 당선 이후에 한나 아렌트의 책들이 다시 읽히는 현상을 언급했습니다.
스톤브릿지 여사의 We Are Free to Change the World: Hannah Arendt's Lessons in Love and Disobedience만 읽었기에 비교는 할 수 없지만 한나 아렌트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려 애쓴 사람이 쓴 것이기에 아렌트에 대한 거의 모든 면을 알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악의 평범성에 대해서는 오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읽으면서 알았던 것을 아렌트 책의 문장으로 읽으니 종잡을 수 없더군요^^ 아렌트의 책들은 역시 어렵습니다. 그래서 르 귄이나 손탁을 먼저 읽었던 것이었지 결코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왜 어렵냐 하면, 아렌트는 14살에 칸트를 읽었고 그 바탕 위에 사유의 건축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스톤브릿지 여사의 책에도 칸트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아렌트가 읽은 책들을 모두 읽어야 할 의무까지 짊어질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아렌트가 남긴 말의 진의를 이해하고 잘못된 기사를 보고 웃어넘길 정도는 됐으니까요.
여성들이여 아렌트처럼 살기를 욕망하기를, 적어도 Boys Be Ambitious 위에 Girls Aim Higher하기를, 그랬군요가 응원합니다.
검색만 하면 유명한 말들이 많이 나오기에 여기에까지 나열하는 것보다 요즘에 어울리는 아렌트의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It is my contention that civil disobediences are nothing but the latest form of voluntary association, and that they are thus quite in tune with the oldest traditions of the country.
시민 불복종은 자발적 결사의 가장 최신 형태에 불과하며, 따라서 가장 오래된 전통과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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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이라던가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같은 책을 읽으면 사람을 보는 관점이 싸악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죠... 기대가 사라지고 차가워진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