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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악의 평범성의 기원에 다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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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3-05 14:31:47

 

 

이 책을 읽는 동안 생각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디피 고인물들은 아실 겁니다. 디피를 끊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게 가능했었습니다. 비록 지금 돌아와 글을 쓰고 있지만요.

 

이해하기 어려워 졸기도 했다가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 몇 번을 거듭 읽기도 했습니다. 다 읽고 났더니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한나 아렌트 세번의 탈출이라는 (만화)책을 읽었던 것이 많이 도움 됐습니다. 

 

 

수잔 손탁, 르 귄과 함께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여겼었던 한나 아렌트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었고 읽은 책도 없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알게 됐습니다. 만화 책 말고는 On Revolution을 읽었는데 아마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린제이 스톤브릿지의 책이 나와서 읽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스스로 아렌트의 행보를 따라 현지를 방문하면서 아렌트의 심상을 상상하며 그가 남긴 구절들을 해석하는 특이한 평전입니다. 

 

아렌트의 말들을 알기 쉽게 해석한 스톤브릿지 생각의 결이 아렌트/스톤브릿지/그랬군요로 이어졌습니다.

 

책을 읽은 다음에 검색을 했더니 이런 기사가 나와서 당황했습니다. 그렇다는 이야기고, 말 할 가치가 없으니 링크만 하고 넘어갑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에 속았다

출처: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8883.html

  

다음 영화관련 글은 스톤브릿지 책과 골자가 같았고 저는 이 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한나 아렌트> : 학자의 양심, 언론의 선택 

https://m.blog.naver.com/kpfjra_/221565869195 

 

https://youtu.be/KDO5u2YSbm0?si=KbZHPZ_jKPcwWG1f

 

방금 영화를 마치고 올라와서 타자를 치고 있습니다. 영화와 스톤브릿지의 책은 중요골자가 거의 일치합니다. 책을 읽은 감흥을 편안하게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수 년 전에 이 영화를 보고 영어자막을 따라갈 수가 없었고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기억이 이제 납니다. 네, 두 번째 감상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보는 지금에서야 장면전환들을 인지하면서 느긋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보스턴 강의 부분까지 책에서 다루는 중요한 아렌트의 말들이 영화 전편에 골고루 나옵니다. 강의의 마지막 대사를 인용하고 싶지만, 참습니다^^

 

스톤브릿지의 책을 읽고 나서 보는 영화가 이리 명작으로 다가올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몇 년 전에 나온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라는 책이 나왔었는데 그 책이나 이 책이나 모두 트럼프 당선 이후에 한나 아렌트의 책들이 다시 읽히는 현상을 언급했습니다.

 

스톤브릿지 여사의 We Are Free to Change the World: Hannah Arendt's Lessons in Love and  Disobedience만 읽었기에 비교는 할 수 없지만 한나 아렌트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려 애쓴 사람이 쓴 것이기에 아렌트에 대한 거의 모든 면을 알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악의 평범성에 대해서는 오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읽으면서 알았던 것을 아렌트 책의 문장으로 읽으니 종잡을 수 없더군요^^ 아렌트의 책들은 역시 어렵습니다. 그래서 르 귄이나 손탁을 먼저 읽었던 것이었지 결코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왜 어렵냐 하면, 아렌트는 14살에 칸트를 읽었고 그 바탕 위에 사유의 건축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스톤브릿지 여사의 책에도 칸트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아렌트가 읽은 책들을 모두 읽어야 할 의무까지 짊어질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아렌트가 남긴 말의 진의를 이해하고 잘못된 기사를 보고 웃어넘길 정도는 됐으니까요.

 

여성들이여 아렌트처럼 살기를 욕망하기를, 적어도 Boys Be Ambitious 위에 Girls Aim Higher하기를, 그랬군요가 응원합니다.

 

검색만 하면 유명한 말들이 많이 나오기에 여기에까지 나열하는 것보다 요즘에 어울리는 아렌트의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It is my contention that civil disobediences are nothing but the latest form of voluntary association, and that they are thus quite in tune with the oldest traditions of the country.

시민 불복종은 자발적 결사의 가장 최신 형태에 불과하며, 따라서 가장 오래된 전통과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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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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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4:34:11

 인간의 조건이라던가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같은 책을 읽으면 사람을 보는 관점이 싸악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죠... 기대가 사라지고 차가워진다고 할까요.

WR
2024-03-05 14:35:44

스포는 안됩니다. 지금 아렌트 책 이북으로 주워담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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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4:37:22

아...이미 다 탐독하셨을거라 생각했습... 

WR
Updated at 2024-03-06 00:10:06

본문에 단 한 권 읽었다고.... 그리고 말씀하신 책들은 아렌트 책들 중 비교적 쉬운(?=재미있는) 책들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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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3-05 14:39:05

로자 룩셈부르크와 이후 뗄껠 그룹의 여성들, 가야트리 스피박, 최근에 주디스 버틀러까지 사이를 잇는 중요한 인물이죠.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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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4:37:53

책에서도 나오지만 영화에서 분량이 많았기 때문인지 일단은 메리 맥카시와의 우정이 관심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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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4:41:02

폭력에 대한 강의 준비할 때 많이 참조했었고, 사실 해외 논문이나 저작에서 인용횟수에서도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훌륭한 지성이긴 하죠. 

WR
2024-03-05 14:43:09

동 시대에 그의 통찰을 이해할 남성이 몇 없는 것으로 영화에 묘사되는 모습이...참

 

본문에 쓰려다 빼먹은 게 이스라엘이 지금 팔레스타인에게 저지르는 짓들을 아렌트는 본질부터 꿰뚫고 있었던 것이고 아이히만 재판 때 이미 이스라엘은 썪었었던 것이죠. 전시 재판 따위나 시도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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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4:51:34

여러 번 말했지만 한나 아렌트가 주장한 악의 평범성은 자칫 진보를 무장해제시킬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니다. 앞에서 말한 영화 이지 라이더에서 평범한 농부의 살인과 같다. 평범한 시골 아저씨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천만에. 보이지 않게 형성된 갈등과 긴장을 포착하기다.


전쟁은 우연히 일어나는 것일까? 천만에. 갈등과 긴장의 먹구름이 형성되어 있을 때 전쟁은 이미 벌어져 있다. 우연한 계기로 그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된다. 모두가 알게 되는 시점이 전쟁이 일어난 시점일까? 아니다. 밑바닥의 모순과 대립이 조직되었을 때 전쟁은 이미 벌어져 있다. 그 전쟁이 잘 관리되지 못할 때 비극이 일어난다.


미국과 북한의 대립도 같다. 중국과 서구의 충돌이 본질이다. 키신저가 중국을 방문해 소련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짰을 때 이미 전쟁은 일어났다. 그 전쟁이 잘 관리되지 못하면 어느 순간에 우발적으로 터진다. 모두가 갈등을 알게 되는 시점이 전쟁의 발발일은 아니다. 북한의 노력은 고래싸움을 연출해 보려는 새우의 소행이다.


왜 남부의 평범한 농부는 자신에게 아무런 해꼬지도 하지 않은 히피 여행자를 죽였을까? 시스템과 시스템의 충돌이다. 도시 시스템과 시골 시스템이다. 열등한 시스템에 속한 시골 농부는 우월한 도시 시스템의 약점을 봤다. 의도를 가지고 그 약점을 공략한다. 내심 일이 커지기를 바라며.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를 떠올려도 좋다.


와일드 번치 갱단을 이끌었던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는 미국에서 탐정들의 집요한 추격을 받자 갱단을 해산하고 브라질로 도망가서 농장을 운영하며 잘 먹고 잘 살았다. 그러다가 범죄중독을 견디지 못하고 볼리비아에서 또 은행을 털다가 죽었다. 왜 그랬을까? 이들은 그냥 평범한 갱단일까? 아니다. 결코 평범하지가 않다.


이들은 국제사회의 어떤 약점을 본 것이다. 미국에서 은행이나 털던 갱들이 브라질까지 가서 편하게 농장을 운영하며 잘 먹고 잘 산다면 이건 잘못된 거다. 견딜 수 없는 위화감이다. 좀이 쑤신다. 근질근질 한다. 총을 잡고 은행털이에 나선다. 그리고 죽는다. 이것이 인간의 본질이다. 집단의 약점을 보면 견딜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자기 한몸을 희생해서라도 인류가 얼마나 취약한 구조 속에 위태로운 항해를 하고 있는지 기어코 폭로하고야 만다. 마찬가지다. 정진석은 노빠시스템의 취약점을 공략했다. 너희 두목 노무현이 정치하지 말랬잖아. 너희 두목 노무현이 유서에 뭐라고 썼어? 원망하지 말랬잖아. 이게 너희 노빠시스템의 약한 고리야. 너희 착하지?



착한 게 너희들 약점이라고. 그 약점을 내가 씹어주마. 그는 의도적으로 노빠시스템을 타격한 것이다. 마찬가지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다. 집단의 규칙에서 에너지를 발견하고 오르가즘을 느껴주는 괴물이다. 히틀러는 괴물을 길렀다. 평범한 공무원? 천만에. 평생 규칙을 엄격하게 지키는 자가 진짜 괴물이다.



집단의 힘을 빼먹을 의도가 분명히 있다. 아이히만은 평범한 공무원이 아니라 전체주의 권력시스템에 오염된 좀비다. 좀비에 물리면 좀비가 된다. 아이히만은 히틀러에게 물렸다. 그리고 괴물이 되었다. 그는 성실한 규칙숭배자다. 악질적인 권력중독자였던 것이다. 규칙에서 거대한 에너지를 발견하고 그 에너지를 내면화했다.



악질 중에 악질이다. 좀비 중에 좀비다. 그는 마지만 순간까지 민주주의 시스템을 매섭게 공격했다. 그는 단 한 명도 자기 손으로 직접 죽이지 않았다고 법정에서 떠벌였다. 이것이 바로 아이히만이 발견한 민주주의 시스템의 약점이다. 의사결정 못하고 좌고우면하며 끙끙대는 너희들 약점을 내가 봤어 하고 킬킬거리는 거다.



나라면 찍소리도 못하게 재판없이 쏴죽일 텐데 너희들은 봐봐. 그 잘난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말빨로 이기려다가 이렇게 나한테 농락당하잖아. 희대의 살인마에게 마이크 쥐어주고 농락당하는 민주주의가 뭐가 좋다는 거야? 그러니까 말빨로 이기려고 하면 안 되는 거라고. 민주주의? 웃기셔! 입으로 주먹을 이겨보겠다는 개소리지.



나라면 단매에 쳐죽였을텐데. 낄낄. 의사결정은 원래 독재가 잘해. 문제해결은 권위주의가 잘해. 너희들 잘난 척하지마. 인간은 그저 총칼과 매질로 다스려야 하는 벌레같은 존재라고. 아이히만에게 마이크 쥐어주면 이렇게 된다. 한나 아렌트가 첫번째로 속아넘어갔다. 전두환이 광주를 건드리며 무죄라고 떠벌이는 것과 같다.



민주주의 시스템의 약점을 봤다고 좋아라 하며 공격하는 것이다. 나는 너희를 죽일 수 있다. 왜? 너희는 내게 타자니까. 나는 얼마든지 너희를 죽일 수 있지만, 너희는 절대 나를 죽일 수 없어. 왠지 알어? 너희는 나를 타자로 보지 않으니까. 그게 너희가 좋아하는 민주주의 시스템 아냐? 나는 너희를 타자로 보니까 닭잡듯이 죽여.



국민을 벌레로 보고 망설임없이 쏴버리는 게 나 전두환의 장점이지. 그러나 너희는 민주주의라서 그게 안돼. 그게 너희들 약점이야. 나는 너희의 그러한 비밀을 들추었을 뿐. 어때? 잘난 척하다가 약점 들키니 뜨끔하지? 아이히만 전두환의 속마음이다. 그는 인류의 약점을 보았다고 믿고 거기서 에너지를 얻어서 오르가즘 느꼈다.



머리 나쁜 한나 아렌트는 보기 좋게 속아넘어 간다. 악은 결코 평범 속에 있는 게 아니라 교활한 논리 속에 있다. 악은 비뚤어진 시스템에 있다. 시스템과 시스템이 대결하는 것이 바로 게임이다. 악은 나쁜 게임 속에 있다. 그는 인류의 양심과 대결한 것이다. 한국의 진보가 망한 이유는 한나 아렌트와 같은 바보를 섬기기 때문이다.


아이히만의 행동은 수세적 방어가 아니라 선제공격이자 선전포고다. 살기 위한 행동이 아니다. 살려는 자는 법을 이용하지 않고 인정에 호소한다. 눈물로 호소한다. 법리로 대응한다면 시스템의 무기를 쓰는 것이다. 연장을 쓰는 것이다. 칼을 휘두르는 것이다. 아이히만의 행동은 전형적인 권력중독이다. 연쇄살인범의 행동이다.


연쇄살인범 역시 사회의 어떤 약한 고리를 발견했다고 믿고 그것을 들추려고 한다. 사람을 죽이는데 왜 쾌감을 느낄까? 뭐가 즐겁지? 범죄자는 피해자를 살인하는게 아니라 사실은 사회를 공격한 것이며, 그 방법으로 사회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려 한 것이다. 그러므로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처럼 은행털이를 멈추지 않는다.



큰돈을 벌어 농장을 사들였는데도 말이다. 그렇다. 인간은 욕망의 존재가 아니다. 돈이 목적이 아니다. 이명박이 돈을 벌기 위해 사대강을 했다고 보는가? 천만에. 민주주의를 조롱하려고 사대강을 했다. 가난한 추선희가 돈을 벌기 위해 국정원과 결탁했다고 보는가? 천만에. 민주주의 시스템을 조롱하려고 그런 짓을 한 것이다.



아이히만은 악의를 가지고 민주주의 사법시스템을 조롱한 것이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연민의 감정에 호소했어야 했다. 그러지 않았다. 왜? 전쟁이니까. 적군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으니까.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 아니라 악의 중독성을 보아야 했다. 악은 범죄자에게 쾌감을 주며, 오르가즘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시스템을 조롱하며 낄낄거리고 웃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 같은 바보가 잘도 속아넘어갈 것을 알고 말이다. 나치 동조자 하이데거의 연인이었던 한나 아렌트의 공사구분 못하는 짓거리에 속아넘어가는 추태는 벌이지 말자.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대표성이다. 무의식적으로 집단과 연결되어 있다. 나치 공범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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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3-05 15:02:08

쓰신글 중간에 링크한 기사를 "말할 가치가 없다"하셔서 예전 읽은 글을 퍼와 봤습니다.
왜 아직도 한나아란트를 못버리는 분들이 많으신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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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5:07:37

버리든 계속 사용하든 읽어야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이제 아렌트의 글을 읽기 시작한 분에게 무례한 댓글 같습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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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3-05 15:41:44

최소한, 능력이 안 돼서 아렌트하고 대화는 못 해도 저런 분하고는 대화 안 합니다.^^

 

이 말 이해했으면 저런 행위 못 합니다. 

This inability to think created the possibility for many ordinary men to commit evil deeds on a gigantic scale, the like of which had never been seen before. The manifestation of the wind of thought is not knowledge but the ability to tell right from wrong, beautiful from ugly. And I hope that thinking gives people the strength to prevent catastrophes in these rare moments when the chips are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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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5:33:23

좋은 서평과 비평 잘 읽었습니다. 스크랩해서 본문글과 댓글까지 시간날때 정독하고싶네요.

WR
2024-03-05 15:40:1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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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8:04:48

그랬군요님의 글에서 회색상자를 만날줄이야
벤야민과 브레히트의 우정을 이해하고 응원해줄 정도의 통찰력을 가진 분이시라죠

WR
2024-03-05 22:39:45

참았던 인용을 기어이 하게 만드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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