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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악의 평범성과 도가도비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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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7 01:06:12

아렌트를 읽다가 노자를 떠올리게 만든 구절을 다시 찾으려니 그 노력 하다가 지금 떠오른 제 생각이 떠나갈까 일단 글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라도 찾아보겠지만 아마도 아렌트가 자유에 대해서 했던 말 같습니다. 자유라고 느꼈다면 그때가 저항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던가? 민주주의가 완성됐다고 생각한 순간이 더욱 생각하고 치열하게 저항해야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까지 떠오르게 만든 아렌트의 통찰에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만, 도서관 책이라 밑줄 쫙 그을 수도 없고 메모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 필요하면 다시 정독하지 하며 넘겼습니다. 

 

정확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 찾기는 어렵지만 읽자마자 이해가 된 것이 노자의 경구 때문이었는데요. 아마도 서양 사람들은 이 부분이 이해가 어렵지 않겠나 하는 추측까지 하면서 봤습니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에 평범이 들어있다는 그 이유 하나로 평범한 해석, 명쾌한 해석이 너무 자신만만하게 많은데 그렇기 때문에 아렌트에 대한 오해도 많은 것 같습니다. 설명하는 사람이 잘 알고 했어도 배우는 사람이 쉽게 배우면 안 되는, 아렌트가 수백 갑의 담배를 피운 결과를 날로 체득하기는 사실 불가능합니다.

 

(저 또한 오해하고 있지 않은지 계속 사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아렌트가 말하는 '생각'이며 김대중 대통령이 말씀하신 '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인데요 - 여기서 잠시, 김대중 보유국이라는 생각에 잠깁니다.)

 

아이히만의 유죄 여부와 악의 평범성을 나란히 놓고 생각한다면 아렌트의 생각에 접근하기 힘듭니다. 아렌트가 봤던 아이히만은 길고 긴 인류 역사의 흐름 속 찰나에 불과한 단면의 모습이고 그를 통해 아렌트가 관조한(Vita Contemplatava) 것은 호머의 서사시와 오거스틴의 고백에 이어 칸트를 망라한 지식과 사유와 고통스러운 탐색이었으며 비로소 Vita activa해야 했기에 세상의 지탄(=오해, 설명하기 귀찮음, 어려움, 왜? 긴 역사와 철학과 형이상학적 관조를 대중을 상대로 신문 등의 매체를 통해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렵기에)을 예상하고도 할 말을 했던 것이라고 봤습니다. 아렌트의 가르침들은 몸소 실천했던 결과요 실천하지 않으면 없었을 소산이 '악의 평범성'이라고 생각합니다. 

 

 Evil can lay waste the entire world, like a fungus growing rampant on the surface. 곰팡이를 예방하려면 늘 씻고 세탁하고 살펴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이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 플러스 도가도비상도입니다.

 

나찌체제에 순응하고 협조한 독일인과 유태인 지도자들을 그런 평범한 악의 같은 범주로 둘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이만저만한 용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팔레스타인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아렌트의 생각은 아이히만의 단죄(아렌트도 찬성)가 아닌 또 다른 제3제국, 히틀러의 재림, 시스템에 의한 인종청소가 또 반복될 수 있다는 데까지 도달했다고 이해했습니다.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아렌트의 단순한 가르침을 동양에서 찾으면 더 깊은 사례들을 상기시킵니다. 아이히만/유태인의 복수 정도는 하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유태인의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또 다른 비극이 펼쳐지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자성하지 않은 대중과 그 대표성을 가진 그룹, 조직, 나라, 민족들의 행위는 언제든지 평범한 악이 온 세상에 유행하게 되는( like a fungus growing rampant on the surface)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아렌트의 통찰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결론 내리고 그거 그거 아냐? 하는 지식 중 하나가 아님에도, 일상 속에 소비되는 대화의 한 귀퉁이도 차지하지 못하는 위대한 생각이 없는 자리에는 오늘도 곰팡이가 자라납니다.

 

칸트가 말했던 래디컬 이블에 대한 천착을 버리고 아렌트가 주목했던 것은 곰팡이를 예방하는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제안했던 것이죠. 래디컬 굿이 그의 대안이요. 해결책이지만, 아렌트의 역설은 20세기 말의 흐름 속에 떠내려갔고 지금은 지구 표면에 널리 널리 곰팡이가 퍼지고 있는 중입니다.

 

Good can be radical; evil can never be radical, it can only be extreme, for it possesses neither depth nor any demonic dimension yet--and this is its horror--it can spread like a fungus over the surface of the earth and lay waste the entire world. Evil comes from a failure to think. 

 

이상이, 부끄럽고 부족해서 내놓기 어려웠던 진정한 책 후기이자 제 이해였습니다. 새벽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옮기지 않으면 다음 새벽에 다시 잠 못 이룰 것 같기 때문에 떠오른 대로 적어 봤습니다.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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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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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3-07 01:27:04

 그랬군요님 때문에 막연히 읽어야지 생각하고 있었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주문했습니다...

어렵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의도치 않은 뽐뿌에 결국 지르고 말았네요,

도착하면 천천히 세세히 잘 읽도록 하겠습니다. 

WR
2024-03-07 02:27:52

잘 하셨습니다. 제 고민은 세상걱정을 했던 아렌트의 (세상에 대한) 사랑과 연결된 것이었고 아렌트는 역설적으로 친구 말고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기에 쓸 수 있었다고 했었죠. 제가 이해하기에 아렌트는 사랑을 실천했다고 생각합니다. 고향친구(블룸펠드 등) 마저 등 돌렸던 실천의 결과를 감내한 아렌트를 이해하는 사람이 한 사람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소소한 기쁨이 차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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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7 03:01:09

지름은 추천입니다.

 

저는 (주인공) 아이히만 보다도 홀로코스트에 동조했던 이웃나라, 그리고 같은 유태인 동족들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혹시 그들처럼? 우리가 혹시 그들처럼? 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곰팡이 세상이 될지두요...

WR
2024-03-07 03:13:31

유태인들의 선민의식이 마치 코셔마켓 같은 것으로만 작용한 것이 현 팔레스타인의 참경을 자아냈죠.

인질겁탈 뉴스로 하마스를 악마화하면서 일반시민들이 죽어가는 지옥도를 연출하는 이중성은 어쩌면 히틀러가 옳았다는 생각을 잉태할 수 있어요. 그것이 아렌트가 말한, 도래할지 모를 악의 최대치인 demonic dimension, this is it's horror!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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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3-07 17:58:26

추천 감사합니다~

저는 먼저 한나 아렌트의 저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보수라는 평범함을 가장한 악을 먼저 

고민해보려구 합니다... (도대체 저 새끼들은 왜 저 지랄들인가...? 라는 궁금증이 

너무 들어서요)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다음으로 읽을 책을 그랬군요님 덕분에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드네요~ 우선 우리 주변의 곰팡이 제거부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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