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알바 경험담
알바 시급 같은 민감한 주제는 말 할 생각도 없고요(잘 알지도 못해요.)
알바 이야기가 많이 나오다보니
대학시절 해봤던 이런저런 알바의 기억이 떠올랐어요.
첫번째 알바. 패스트푸드
대학 합격 발표 보고 바로 다음 날 KFC에 찾아감.
매장에 들어가 '알바 구하러 왔는데요.'라고 말하자 뒤의 사무실로 안내해줬고
그렇게 해서 인생 첫 돈벌이가 시작됨.
초짜에게 주어지는 냉동 닭 부위별 손질 업무가 주어졌고
일하는 너댓시간 내내 개수대 앞에 서서 닭의 어깨뼈 뽑고 엉덩이 기름 제거하고 그랬음.
그것만 죽어라 하다가 한달 보름이 지날 무렵 양념 재워둔 닭을 기름에 넣고
다 튀겨진 닭을 꺼내는 업무로 승진(?)이 되었을 적엔 세상이 내것 같았음. -_-;
시간당 750원씩 받아 첫 보수 받고 부모님 속옷도 사는 착한 아들이었음.
이제 막 남고 졸업하는 고딩 눈에는 마치 미스코리아처럼 보이던
멋쟁인 대학생 누나들 보는 재미로 꽤 열심히 다녔으나
학교 입학 및 개강을 앞드고 그만둠.
원래는 입학 전까지 하려 했는데 대학교는 OT라는게 있다네? 근데 남녀가 어우러져 함께 간다네? 근데 우리과는 여자가 훨씬 많고 남자는 몇 명 되지 않아 남자 신입생은 꼭 와주길 바란다네? 그래서 미련없이 예정보다 빨리 퇴사하고 OT행.
지금도 삼성동 코엑스 입구의 KFC를 보면 당시 기억이 떠올라 슬며시 미소짓게 됨.
두번째 알바. 과외.
친구 소개로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 과외 선생님이 됨.
수학 문제 앞에 놓고 아이랑 둘이 같이 책상에서 졸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그만둠.
세번째 알바. 서빙.
학교 근방 유흥가 카페에서 서빙 알바를 시작함.
샴페인 주문한 언니가 얼음에 채워오지 않았다고 혼내는 바람에 무서워서 바로 다음 날부터 안 나감.
네번째 알바. 전단지 배포1
사촌 누나가 일하는 건설회사에서 아파트를 짓고 분양을 하는데
그 모델하우스에서 전단 나눠주는 알바생이 필요하다며 저와 제 친구를 꽂아주심.
세상에서 경험한 그 어떤 알바보다 편했던 알바.
주 업무 - 전단지 네 가지를 한 부씩 꺼내 한개의 비닐 봉투 안에 넣는 일.
부 업무 - 그렇게 만들어진 비닐봉투 세트를 입구에 세워 두는 일. 근데 한 번 쌓아두면 하루 종일 감.
그래서 스스로 만들어 하기 시작한 부업무2번 - 입구의 슬리퍼 정리하기.
유일한 단점은 교통편도 거의 없고
주변에 가게는 커녕 제대로 된 건물 하나 찾아보기 힘들고
눈 앞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쌩뚱맞은 '강변역' 하나 밖에 없는 황량한 허허벌판에
모델하우스가 위치하고 있는 바람에 충분한 여가를 즐기지 못하고
모델하우스 구석에 짱박혀 잠자는게 유일한 소일거리였다는 점을 제외하면
모든게 좋았음. 보수도 좋았음. 현대산업개발 직원 누나들도 친절하고 좋았음.
다섯번째 알바. 전단지 배포2
친구 아버님이 본인이 놀려는 목적으로 골프연습장을 개업하심
기왕에 개업하신 거 홍보는 해야하지 않겠느냐며 전단지를 찍으셨는데
이 분이 손이 크셔서 어마어마한 양을 찍어버리심.
그래서 그걸 마침 근처에 새로 크게 생긴 목동아파트 단지에 뿌리자는 계획 하에
친구들 네 명이 전단지 배포 알바로 투입됨.
그때 태어나서 목동이란데를 처음 가봄. 아니 목동, 오목교, 영등포 이런 데를 다 그때 처음 가봄.
목동은 논밭 즐비한 땅 한가운데 괴랄한 아파트들만 모여 있는 모습이었음.
여튼 1단지를 시작으로 숫자순으로 돌기로 했음.
양반 가문의 자제인지라 무단 광고물 투기는 차마 하지 못할 짓이기에
매 동마다 정중히 경비아저씨께 전단 배포에 대해 허락을 구함.
(당시는 관리사무소 차원의 허가라는 개념이 없었음)
밝은 미소와 발랄한 말투로 최대한 상냥하게 전단지 배포 허가를 구하면 경비아저씨들 대부분 거절하셨음.
근데 다른 친구들(세 명은 여자였음)은 말하는 족족 허락을 받음.
여기서 사회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역차별의 쓰라림을 깨닫고
그 다음부터는 짐꾼이 됨.
알게 모르게 서열이 생김.
1명의 짐꾼넘
그래도 당시 같이 다니던 세 명의 친구가 대학시절 내내 (지금까지도)단짝처럼 붙어다니는 친구가 되었고
그 친구의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둘째따님을 제게 주시겠다며 매일 맛난 것도 사주시고 그래서 좋았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알바가 아니라
그냥 친구 아버님께서 우리에게 용돈 주신거임.
* 지난 여름 친구 아버님을 오랜만에 뵈었는데
그 호탕하고 유쾌하시던 분이 몇 년 전 뇌졸증으로 쓰러지셔가지구
거동도 자유롭지 못하시고 모습도 확 늙어버리심. 인생무상 느낌.
그래도 밝게 웃으며 아버님 왜 둘째 저한테 안 주시고 딴넘 주셨냐고 항의하니 웃으셨음.
헉헉... 여기까지가 학력고사~ 대학1학년 여름방할 초반임.
일단 여기서 안녕.
그냥 가면 아쉬워서 여섯번째 알바, 민방위 대리출석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분들 민방위 훈련 대신 출석해드림.
아버지께는 친족할인해서 3만원, 아버지 친구분들은 5만원. 사실 가격 책정은 아버지께서 하신 거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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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당구장 알바랑 호프집 알바가 제일 재밌었습니다 당구다이 위에서.. 아.. 어게가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