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LP는 왜 안 죽는 걸까 혼자 고민해 왔는데...
한동안은 LP사운드가 더 좋다는 논리가 꽤 왕성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물론 이 논리가 꽤 통할만한 오디오환경을 쌓고 증명하는 오디오매니아들이 있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왠만한 사람들이 적당한 비용으로 좋은 사운드를 얻기에 용이한 세팅은 아날로그가 아니라 디지털입니다.
lp소리가 더 좋더라.. 는 건 그닥 일반적일 수 없다는 거죠.
그럼에도 LP를 여전히 꾸준히 사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심지어 턴테이블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럼 이런 많은 사람들의 손에 의해 LP가 꾸준히 살아있는 이유가 대체 뭘까 하고 생각해보니..
역시 뽀대..
미적 감각들을 LP가 꽤 충족하기 때문 아닐까요?
큼직한 재킷. 그 재킷서 음반을 꺼내서 턴테이블에 얹는 행위 자체의 문화상징성의 풍성함.
뭐.. 여기에 음질까지 잘 나오면 물론 너무 좋고요.
LP란 걸 좋은 소리로 들으려면 일단 포노앰프의 퀄리티가 최소한 필요합니다. 물론 생각보다 저렴하게 포노앰프를 확보할 방법들이 없진 않습니다.
LP가 주력이던 시절의 양질의 앰프를 중고시장에서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인데..
위험성은 제법 높죠^^ 몇번의 시헝착오를 거칠 가능성도 크고요.
그럼에도 십만원 -이십만원 사이의 구시대 인티앰프가 양호한 상태로 입수되는 일도 있습니다.
이런 인티앰프에 들어있는 포노앰프는 LP주력시대의 상위급 물건의 경우 생각보다 좋은 품위의 LP사운드를 들려줄 수 있죠. 물론 단품 포노앰프를 역시 그 정도의 가격으로 중고입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좀 쓸만한 포노앰프의 값은 그보단 많이 넘는다는 게 ㅠㅠ)
그런데 CD나 기타 디지털 음원보다 품이 더 든다는 건 그 다음 단계서도 여전합니다.
LP는 잡음비가 그리 좋은 미디어가 아닙니다. 자체 먼지잡음 외에도 LP출력 자체가 원채 미약해서 이걸 증폭해 듣는 구조인 포노eq앰프 그리고 앰플리파잉엔 상당한 전기잡음이 끼어들 수밖에 없거든요.
CD등에 연결해서 들을 때의 잡음비는 LP에선 결코 나오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포노앰프 다음 단계의 정밀도도 중요합니다. 포노이큐/앰프에서 뽑아낸 사운드 자체에도 일정정도 노이즈가 끼어있다는 점은 그 다음 단계에서의 정숙도를 디지털보다 더 많이 요구한다는 겁니다.
(이 문제 때문에 저가의 일체형 턴테이블에서 신호를 뽑아서 메인앰프에 연결하면 깜짝 놀랄 만큼 잔뜩 나오는 전기잡음에 놀라기도 합니다. 그런 제품은 잡음에 대한 정밀도를 기대할 수 없는 거죠.)
이 단계에서부턴 비용이 듭니다. 전기잡음이라 간단히 묘사했지만 그걸 최대한 배제한 정숙한 사운드를 얻는 일은 비용없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LP의 경우엔 특히 더 요구되는 정밀도죠.
이렇게 앰플리파잉에 이르는 정밀도까지 확보했다 치고..
그 다음 문제는 스피커. 즉 출구인데.. LP사운드의 문제는 정서적 유혹입니다. 잘 맞춰 듣고 있으면 정말 환장하게 고혹적인 소리가 나죠. 이에 잘 맞는 스피커를 얻는 일은 CD만큼이나 고달프더군요.
좀 지난 일화입니다만..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 이 곡을 좋아해서 태입. CD,LP 이 3가지 미디어를 다 갖고 있다가 마침당시의 오디오 덕 젊은 친구들이 모여 3가지 미디어를 비교해 보기로 한 적이 있었습니다.
먼저 CD.
역시 좋은 곡이었습니다. 잘 깔리는 저음과 머라이어 캐리의 얘쁘고 신비스러웠던 목소리등..
그 다음 태입.
예상 외로 매우 좋은 사운드가 나와서 놀라웠지만 태입의 히스노이즈가 많이 부담스럽더군요..^^
분명 좋은 사운드로 CD못지 않은 분위기 있는 음이 깔려 흥미로웠습니다.
그 다음 LP.
여기서 저도 미처 붙잡지 못하던 점이 발견 되는데..
첫음에 그렇게 많은 저음, 잔향이 같이 묻어나온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달까..
실은 LP 아낀다고 거의 안틀거나 밤중에 모기소리로 잠간 첫소절 들은 게 전부였어서 그냥 본격적으로 좀 큰 음량으로 LP를 처음 들었거든요.
그런데 왜?
CD는 그 저음이 안 나왔던 건지?
당시 내가 쓰던 티악의 보급형 CDP는 슈어 카트리지를 이길 수 없어 그런 것인지 LP쪽이 뭔가 잘못된 거고 CD소리가 실은 정확한 것인지 등등..
암튼 제 허름한 촌구석의 세트에서 그날 저와 친구들은 황홀한 머라이어 캐리를 듣고... 그때모인 3명은 LP가 들려주는 박력을 찬미하며 한잔씩 걸쳤습니다. 20대의 끝자락쯤의 일화입니다만.. 그때 이후로 전 LP를 버리지 못하고 지고 다니고 있죠.ㅋ
지금 제 방 여기저기 널려있는 LP들은 제 처에겐 그냥 고물단지에 귀찮은 물건 이상이 못 됩니다. ㅎㅎ
이 친구도 그걸 꺼내 듣는 제 취향의 멋스러움을 인정해주면 정말 좋으련만..ㅠㅠ
이야기가 잠시 셌는데..
LP가 죽지않고 버티는 건 LP 그 자체의 멋스러움. 그리고 LP재생에 같이 수반되는 멋스러움이 이유다..
라는 게 제 주장이었습니다.
턴테이블이란 물건은 정말 오로지 음악을 듣기위해 존재하는 물건으로 그 존재자체로 집안의 문화상징성을 한몸에 책임지게 됩니다.
디지털 주역의 현대엔 더더욱....
이거 맞죠?~
훨씬 더 싸고 편한 CD, 더더욱 편한 디지털 음원등등을 거느린 시대에 LP가 죽지 않는 이유는 다른 디지털미디어에서 얻을 수 없는 그 뽀대 아니겠습니까~
턴테이블이란 물건은 특히나 그 자체로 집안에 멋스러움 한 구석을 담당하지 않던가요~
이상입니다^^
(지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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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lp에 대한 추억을 가진 대상 연령층이
구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가장 큰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