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스포) 엑소더스 - 신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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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성경을 소재로 한 영화를 봤는데
이 영화는 성경속의 캐릭터들을 재해석한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모세는 좀더 진취적인 인물로 보이고, 람세스는 개인적으론 그리 나쁘게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초반부는 그래도 성경의 내용을 따라가려 나름 노력하는데 중간에서부터 이야기가 달라지더군요.
바로 신의 대리인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부터 말입니다. 꼬마로 말이죠.
단순히 신을 철부지 꼬마로 묘사하려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즈음에
모세가 자신의 아들에게.. 신의 대리인의 모습을 떠올리는 광경에서
모세가 그때부터 미친 것은 아닐까 여겨지더군요.
목숨이 위태로은 상황에서 환각에 빠져 헛것을 보거나 듣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요.
미쳐버린 모세는 행복한 가정을 버리고 자신의 백성을 구하려 이집트로 다시 돌아가는데
십보라는 신을 원망하는 말을 합니다. 이 말은 이후에 람세스가 하는 말과 의미상통하죠.
그런 신이 어디 있냐.. 가정을 버리라 하는.., 아이를 죽이려 하는..
(꼭 누군가에게 하는 말 같음)
아내가 그러든지 말든지 떠나 버린 모세는 자신이 당신들을 구하려고 왔노라 하면서
히브리인들을 결속시켜 람세스에게 반격을 가하는데.. 신의 도움을 구하지 않습니다.
레지스탕스가 되어서 무력도발을 감행하죠. 결국 언젠간 우리의 승리가 될것이다 라고..
여기서 신의 역할은 그저 그 기간을 단축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신의 도움없이도 언젠가 자유가 되었을 것이라는...의미처럼요.
그리고 탈출에 성공하는데 마지막 석판을 새기는 장면도 재미있더군요.
모세가 직접 글을 새기고, 신의 대리인은 시중(?)을 들고 있는 모습이...
그리고 나중에 신의 대리인은 모세 곁을 떠나고, 남는 건 모세와 석판뿐인데
..영화 전체적으로 신은 바로 모세의 마음 속에 있었다라는 인상을 풍깁니다.
개인적으론.. 그냥 모세가 미친 것처럼 느껴지지만요..
(이 글은 출애굽기가 아닌 '엑소더스'를 보고 남긴 감상기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갑자기 크리스천 베일의 인터뷰가 떠오르는군요.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아들을 통해 신의 모습을 투영했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 재앙도 이집트의 첫 아들들을 죽이는 것이었죠. 이집트의 신을 죽이듯이..
(이 영화에선 장자라는 표현이 없었던 것 같지만..)
그리고 히브리인들을 이끌고 가족에게 돌아온 모세는
이미 그 터전을 일구고 있던 아들을 멀리하고 자기 갈길을 갑니다...
성경을 읽었을 때 느끼지 못한 것을 이 영화에서 느끼게 되더군요.
자식은 신과 같은 존재다란 느낌을 살짝 받았습니다. 너무 과한 생각이기도 하지만요.
영화가 끝나고 나온 문장처럼.. (토니 스콧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
위를 볼 게 아니라 옆을 돌아보며 챙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일깨우려 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신은 우리의 마음속에.. 그리고 우리의 곁에 있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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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있었다기에는...마지막 재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