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비틀즈 - 하드 데이즈 나이트(스포)
단순히 아이돌 시절에 제작된 비틀즈 팬서비스 영화라고 생각했기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작품인데 이번 개봉이 국내 최초 개봉이라고 한다. 하드 데이즈 나이트는 이번 국내 최초 개봉 전까지 주의를 기울인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당연히 국내에서 개봉했는 줄 알았다. 그러나 1960년대 작품이고 비틀즈의 인기에 힘입어 만들어진 팬서비스 영화도 맞는 사실이라 과거에 개봉한 전력이 없었던것도 이해가 된다. 가수들 팬서비스용 음악 영화나 다큐멘터리성 영화들이 극장 개봉없이 2차 시장으로 직행하는 경우는 그 가수의 인기 여부와 무관하게 국내에선 부지기수다. 비틀즈의 하드 데이즈 나이트도 그런 전철을 밟은 작품이었던것같다.
라 붐 같은 영화가 국내에서 2013년도에 이르러서야 정식 개봉을 했다는것이 반전이었지 비틀즈의 하드 데이즈 나이트가 자국 개봉 이후 52년 만에 국내 정식 개봉하게 된것은 이해가 됐다. 이번 개봉이 국내 최초 개봉인 하드 데이즈 나이트의 리마스터링 버전은 2014년에 50주년 기념으로 북미에서 리마스터링되어 소규모 재개봉 됐던 버전이다. 같은 해 국내에서도 개봉했다면 50주년 기념작으로써의 의미를 살갑게 살릴 수 있었을텐데 2년이나 지난 지각 개봉인 점이 아쉽다.
비틀즈의 팬까지는 아니지만 듣기 좋은 비틀즈의 음악을 극장 음향으로 들을 수 있다는것에 혹해 극장 관람을 시도했다. 전시 효과가 물씬 풍겨지는 화사한 포스터도 무척 예뻐서 개봉 전까지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비틀즈 팬서비스용 영화를 관람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겼다. 진지한 뮤지션 비틀즈가 아닌 아이돌 시절의 생기발랄한 비틀즈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기 때문에 더욱이 끌렸다. 신화가 된 비틀즈의 무게감에 압도된 다큐멘터리성 영화였다면 부담스러워서 거리를 두었을것이다. 사랑 노래만 줄창 불러대는 젊다 못해 어린 시절의 순수하고 해맑은 모습이 담긴 아이돌 밴드로서의 비틀즈의 설익은 모습을 본다는게 신작 개봉이 아닌데도 설레는 구석이 있었다.
집에 비틀즈 전집은 있다. 2009년에 제작된 리마스터 박스세트로 가지고 있다. 근데 이건 비틀즈니까 산거다. 비틀즈니까 구색용과 소유욕이 합쳐져서 cd구매 기준에선 거금을 치루고 구매로 이어진것이다. 실제로 사놓고 뜯어서 들은 앨범은 두장 밖에 안 된다. 아까워서 안 뜯는건 아니고 그닥 듣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서 전집 대부분을 어쩌다 보니 미개봉 상태로 모셔두고 있다. 유명한 화이트 앨범이 기대치를 밑돌게 귀에 착착 감기질 않아서 cd 포장 뜯는것에 심드렁해졌다. 원스 앨범은 베스트 앨범이라 그런가 들어도 들어도 안 질리는데 개별 독집 앨범은 내 귀엔 너무 오래전 사운드로 들려서 이질감이 생긴다. 이번에 하드 데이즈 나이트를 봤으니 내친김에 비틀즈 전집 포장도 다 해제해 버려야겠다. 구매는 했으니 일단 한번은 다 들어봐야겠다. 집에 하드 데이즈 나이트 앨범이 있는데도 듣지를 않아서 영화 속에서 귀에 익은 노래는 3곡 밖에 없었다. 영화 보기 전에 음반부터 뜯어서 예습하고 봤으면 팬서비스용 음악영화로써 훨씬 더 정겹게 몰입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후회가 들었다.
하드 데이즈 나이트 앨범은 영화 하드 데이즈 나이트의 사운드트랙이지만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경우다. 앨범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이기도 하고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앨범이기도 한것이다. 요즘의 비욘세 식으로 보자면 비틀즈의 하드 데이즈 나이트는 '보는 음악'으로 구분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비욘세가 정규 5집을 발표했을 때 앨범에 수록한 전곡을 뮤직비디오로 찍고도 모자라 앨범에 담기지 않은 곡도 뮤직비디오로 만들어 앨범과 수록된 뮤직비디오dvd에만 싣는 시도를 했었다. 비틀즈의 하드 데이즈 나이트가 요즘에 나왔다면 비욘세 같은 시도를 하며 시장을 주도했을지도 모른다.
영화의 형식이 독특했다. 하드 데이즈 나이트 앨범을 위한 드라마타이즈 형식의 긴 뮤직비디오 같기도 하고 페이크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다. 표면적으론 슈퍼스타급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아이돌 밴드로서 너무 바쁜 비틀즈의 하루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구성에 뮤직비디오 성격을 집어 넣고 중간중간 꽁트 형식으로 전환시키는 극 영화 구성의 혼합 장르물이었다. 영화의 제작 년도가 1964년이었으니 앞서가는 팬서비스용 음악 영화였다. 가볍고 말랑말랑하며 단순한 구조이지만 아마도 비틀즈의 인기에 힘입어 푼돈이나 만져 보고자 한 제작진도 기대못한 의외의 완성도가 야무지게 귀엽고 보는 내내 쏟아지는 극의 활기찬 기운에 신선함을 느꼈다.
이미 반세기 전에 있었던 영화이고 신화로 자리 잡은 비틀즈의 초창기 시절은 아이돌로서 숭배 대상이었다는것도 비틀즈 신화의 귀퉁이에 기록된 사실이다. 그러나 비틀즈란 신화에 눌려 아이돌 시절조차도 신화의 일부분으로 미화되는 팝계의 태도에서 아이돌로서 상업화된 비틀즈의 개구진 초기 모습을 장난스럽게 포착한 하드 데이즈 나이트를 지금에서 다시 본다는것이 흥미롭다. 영화 자체는 쉽고 간결하며 단순하다. 팬서비스용 음악영화 기준에서 잘 만들어진 작품이지 극 영화로써의 기능은 부족한게 사실이다. 연기도 어설프고 꽁트의 남발도 조잡하다. 막판에 메들리 식으로 부르는 라이브 실황은 그야말로 팬서비스 정신에 충실한 삽입이다.
그러나 신화가 된 비틀즈의 옛 모습, 그리고 고인이 되어 버린 비틀즈 구성원들의 풋풋한 모습을 본다는것은 즐거우면서도 애잔하다. 아이돌 시절의 비틀즈를 무난한 팬서비스용 음악영화 구성으로 기록한 연출과 대본 덕분에 음악영화의 명작으로 남을 수 있게 된것같다. 개봉 당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도 올랐던 작품인데 그 당시에도 비틀즈의 인기 덕에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 지명까지 받은것같다. 이것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비틀즈이기 때문에 팬서비스용 음악영화의 가벼운 태도마저도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효과가 난다. 다 떠나서 전체적으로 밴드의 인기에 힘입어 별 야심없이 단기간에 뚝딱 만들어냈는데 의외로 호흡 좋고 양호한 완성도의 음악영화로 완성된 느낌이었다. 젊음의 혈기가 순수하게 뽑혀 나온 싱그러운 작품이다.
| 글쓰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