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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뉴스]  [블랙리스트] 제206방. 택시운전사 (김안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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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0 10:12:43

1980년 5월의 광주를 다루는 바람직한 방식이라는 게 존재할까요? 고결하고 통렬하며, 과감하게 항쟁의 중심으로 돌격하는 영화만이 80년 5월의 광주를 다룰 자격이 있을까요?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는 이 같은 질문을 깊이 곱씹게 하는 영화에요. 곧장 혁명의 중심으로 돌입하는 대신 주변을 돌아보고, 사건보다는 사람에 집중하기를 선택했죠.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많은 작품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장면, 그러니까 무기고 습격과 도청에서의 저항 같은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 건 이러한 이유입니다.

 

영화가 이 같은 선택을 한 이유는 명백하죠. 광주민주화항쟁은 사건 발생 37년이 지나도록 한국사회가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아픔으로 남아 있으니까요. 불과 몇 년 전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조차 마음껏 부를 수 없었던 현실이 이를 방증하지 않는가요. 소위 빨갱이에 의한 폭동이라는 일부 극우단체의 주장도 뿌리 깊게 퍼져 있는 게 현실이죠. 광주 바깥, 지나간 사건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선 더욱 그렇고 말예요.

 

이러한 현실 가운데 감독은 광주민주화항쟁을 내부인이 아닌 외부인의 시선에서 그려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았던 듯 싶어요. 특별히 대중이 효과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통속적인 방식으로 말이죠.

 

주인공인 만섭은 곧 영화를 보는 우리이기도 합니다. 그가 피터를 태우고 광주로 향하지 않았다면 그는 계속 시위하는 대학생을 욕하는 꼰대 어른으로 늙어갔을지 모르죠.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에서 가장 운수 좋은 날이 가장 재수 없는 날이 되었듯, 만섭의 운수 좋은 날도 가장 재수 없는 날이 되었으나 다시 그 인생 최고의 날이 되었다고 믿어요.

 

<택시운전사>가 1980년 5월 광주와 관련한 최고의 영화는 아닐 겁니다. 사건의 중심으로 곧장 진격해 들어가지도 않았고 광주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잡아낼 의사도 없었던 듯 보이죠. 주인공이 광주에서 만난 사람 가운데 선하지 않은 인물이 없었다는 점과 일부 장면에서 희생과 연대의 가치를 과하게 끌어낸 부분이 불편하다는 비판도 설득력이 있어요.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만난 관객이 제2, 제3의 만섭이 될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택시운전사>는 보고 권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 아닐까요?

 

블랙리스트 206방 <택시운전사>편은 안화백, 힙기자님과 함께 부산 모처에서 녹음했어요. 처음엔 2추천 1비추였으나 방송이 끝나갈 무렵에는 3추천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방송을 듣고 팟빵댓글로 감상평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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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10-20 12:54:24

블랙리스트란 이름이 거부감이 들어서 팟캐는 커녕 본문도 안읽게됩니다

WR
2017-10-22 22:15:01

아쉽지만 읽지 않으시는 건 님의 자유입니다.

2017-10-20 15:18:03

영화팬들이 모여있는 곳에
블랙리스트라고 이름붙이고
비판하는 영화를 연재할 정도로
본인이 감식안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명한 평론가도 블랙리스트라는 표현은 안씁니다.
이건 단순한 폄하가 아니라 사형선고거든요

WR
2017-10-22 22:17:20

블랙리스트를 찬성하는 뜻의 이름이 아닙니다. 블랙리스트라는 단어의 뜻이 그것만 있는 것도 아니구요. 블랙리스트라는 단어에 대한 반감이야 이해합니다만 단어가 쓰인 맥락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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